2013 지금은 여행중/1월 이집트

삶의 소리... 그러나 안타까운

프리 김앤리 2013. 4. 1. 16:30

<2013년 1월 투어야여행사 이집트 단체배낭여행 12> 2013년 1월 21일

 

나일강 크루즈는 참 평화로웠다.

그저 흘러내려가기만 하면 됐다.

그저 쉬고 있기만 하면 됐다.

배낭여행자의 가장 골치 아픈 숙제 - 숙소를 어떻게 찾아가야 하나, 어디서 무얼 먹어야 하나, 관광지를 어떻게 찾아가야 하나...-를

조금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게 크루즈 여행이었다.

제법 괜찮은 호텔 정도의 잠자리는 이리 마련되어 있었고

시간 되어 식당으로 내려가기만 하면 뷔페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흘러내리던 배가 멈추면  배에서 내려 곧장 앞으로 걸어가기만 하면 우리가 그날 들러야 하는 관광지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모든 게 평화로웠다.

정신없던 이집트는 잊어도 됐고, 불안했던 이집트의 치안에 대한 고민따위도 전혀 필요가 없었다.

...

그러나 그들은 달랐다.

나일강은 여전히 삶의 한 자락이었고

크루즈를 타고 있는 팔자좋은 여행자들은 그 한 자락을 풍요롭게 메꿔줄 그들의 돈줄이었다.

 

강 폭이 좁아지면서 여닫는 수문이 보일 즈음 우리를 실은 배는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우리 배의 속도가 떨어지면서 작은 조각배들이 우리 주위로 몰려들었다.

모든 조각배는 두명이 한 조였는데 한 명은 노를 젓고 또 한 명은 한결같이 우리에게 팔 물품들을 펼쳐 들었다.

색깔있는 머플러며 식탁보며 벽 장식용이었다.

아라베스크 무늬가 선명했고 때로는 하셉수트의 얼굴이,  때로는 파라오의 무덤 벽화에서 보였던 그림들이었다.

나일강은 검었으며 그들의 피부도 검었다.

"헬로! 헬로!" 그들은 목청껏 우리를 불렀고 5층 높이의 배 위에 선 우리들은 그들을 아래로 내려다 보았다.

육중한 우리 배는 그들을 밀어버릴 듯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으나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의 조각배를 뒤로 운전해가면서 우리를 여전히 불러댔다.

빨간 머플러며 푸른 무늬의 식탁보를 둘둘 말아 우리 배위로 힘껏 던져 올렸다.

목이 터져라 우리를 불러댔고 그들의 던져 올린 머플러 중 하나는 크루즈의 수영장에 빠지기도 했다.

누군가가 샀는지는 모르겠다.

한참 아래 떨어져 있는 그들에게 이게 얼마짜리냐고 물을 용기도 나지 않았고 그들과 흥정을 주고 받기에는 너무 먼 거리였다.

우리의 구매 의사와 상관없이 다짜고짜 그들을 물품들을 던져 올렸지만

우리들 모두는 그저 아래의 그들을 쳐다보기만 했다.

 

슬픈 까닭이었을까?

아니 슬퍼 해야한다고 느꼈던 걸까?

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리치는 그들의 '헬로'에 적어도 슬퍼해야한다고 의무감이 들어서일까?

오늘도 삶의 한 자락을 덤덤하게 펼치고 있는 그들의 감정과는 무관한 여행자의 섣부른 감상이 작용했을까?

 

하여튼 나는 그 자리가 몹시도 불편했고 평화를 잃어버린 카이로 타흐릴 광장의 슬픔이 함께 전해져왔다.

2박 3일의 크루즈라는 우리의 안락함과는 다른 불편함.

어쩌면 그 순간, 송곳같은 불편함이 나를 찔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