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지금은 여행중/1월 이집트

사막의 자유

프리 김앤리 2013. 4. 16. 15:00

 

<2013년 1월 투어야여행사 이집트 단체배낭여행 13> 2013년 1월 22일

 

우리를 사막으로 데려다 준 이집트 친구들이 그랬어요.

사막에 데려다 놓으면 사람들은 한결같이 들뜬다구요.

밤새 술을 마시기도 하고 목청껏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더군요.

또 어떤 이는 벌거벗고 사막 위를 뛰어다닌 적도 있었답니다.

달빛조차 없으면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깜깜한 사막이기 때문이라나요?

사막의 자유이겠지요.

사막에 도달한 도시인의 쾌감이겠지요.

그런데 이 친구들, 우리 팀은 좀 다르답니다.

Very quiet people 이랍니다.

사막 한 가운데 데려다 놨는데 모두들 조용하답니다. 

우린 그저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을 천천히 걷고, 마냥 주저 앉아 있기도 하고, 그냥 아주 멀리까지 달려 갔다 오는 일을 했습니다.

해가 지는 서쪽으로 앉아 오랫동안 붉은 노을을 감상하기도 했구요,

이집션 친구들이 피워놓은 모닥불 가에 앉아있다가 그들이 만들어주는 맛있는 바비큐를 먹고,

그들이 깔아주는 모래위 모포에 침낭 하나씩을 차지한 채 머리위에서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살포시 잠들었지요.

그래요, 우리는 모두 '아주 조용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진짜 사막의 자유를 즐겼기 때문이지요.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난 바쁜 현대인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자유였지요.

 

 

나일강 크루즈에서 내려 우리가 제일 처음 한 일은 사막으로 가는 일이었습니다.

이집트에서 사막을 간다고 하면 보통 카이로에서 바야리야 사막이나 시와 사막을 갑니다.

그러나 바야리야나 시와는 너무 먼 곳에 있었습니다.

우리의 체력도 생각해서 잡은 곳이 룩소르의 모래사막이었습니다.

태양이 쨍쨍 내리쬐는 그날 오후, 우리는 길을 나섰습니다.

지금까지 들고 다니던 무거운 가방은 다 내려놓고 사막에서 꼭 필요한 물건만 챙겼습니다.

별것 없더군요.

 

털털거리는 4륜 구동차 두대가 우리를 사막으로 데려다 줄 겁니다.

머리 위에는 우리의 잠자리, 우리의 식량을 얹었습니다.

사막에서의 하룻밤을 위해 실은 우리 짐까지 몽땅, 사막은 뭔가가 그리 많이 필요한 곳은 아니더군요.

 

 

몇시간을 달렸을까요?

아무 것도 없는 길이었습니다.

그래도 사막 한 가운데로 길이 나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아직까지 없었습니다.

그런데 차가 갑자기 섭니다.

그리고는 이집션 친구들, 휘파람을 붑니다.

아무것도 없는 이 길에서 마치 누군가를 부르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디선가 개 두마리가 달려왔습니다.

진짜 어디선가 달려왔습니다.

몇시간을 달려오는 동안 아무것도 없는 그저 황무지, 사막이었는데 도대체 이 녀석들은 어디 있다가 달려온 것일까요?

우리가 온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이 녀석들, 몹시 친근합니다. 꼭 가족이 온 것 같이 반기네요.

아씨르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휘파람으로 이 친구들을 부른답니다. 그러면 며칠만에 찾아오든 녀석들은 달려와 준답니다.

사막에는 어린왕자를 기다리는 여우만 있었던 건 아니었나 봅니다.

꼬리를 흔들어대는 녀석들과 놀아주고 물까지 듬뿍 먹인 뒤에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납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멋진 곳에 우리를 데려다 놓습니다.

푹푹 빠지는 모래 언덕을 힘겹게 올라가고 모래 바람을 일으키며 다시 미끄러지는 놀이를 합니다.

 

사구의 끝까지 올라 간 사람이나 사구 아래에 그냥 있었던 사람이나 우리 모두는 행복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맨발이었고 손에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참 행복했습니다.

 

몸 속 어딘가에 작은 모래 알갱이들이 들어가든 말든 모래 위를 뒹군 우리들은 꿀 맛같은 점심을 먹습니다.

사막 한 가운데서 먹는 쿠샤리 한 그릇입니다.

김쌤이 그러셨나요? 이집트 여행 중에 가장 맛있는 식사였다고.

그래서인가요? 다른 사람들은 카메라를 향해 V를 날리는데 김쌤은 얼굴도 안들고 먹을 준비만 하고 있다는... ㅋㅋㅋㅋ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이제 사막 안으로 들어갑니다.

아씨르는 우리더러 지프차의 지붕위로 올라가라고 합니다.

 

야호!!!! 달려!!!!

우리를 태운 지프차는 아무 흔적도 없는 사막으 모래위에 바퀴자국을 남깁니다.

야홋!!!

그런데 미안합니다.

한 대의 지프차만 신나게 모래벌판을 달렸지요.

다른 한 대의 우리가 질러대는 환호성만 들은 채 터덜터덜 비틀비틀 거리는 지프만 원망하고 있었답니다.

후후후~~~

그러니까 줄을 잘 서야지요.

 

사막 한 가운데 차를 세웠습니다.

오늘밤 우리가 잘 곳입니다.

주변에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오직 모래 사막 밖에 없었습니다.

사람 목소리도 인공 구조물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자연 그대로만 있었습니다.

이집션 친구들은 우리가 들떠야 한다고 그래서 오로지 우리 만의 세상을 마음껏 시끄럽게 만들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대로의 자연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우리 자체가 자연의 한 부분으로 행동했을 뿐입니다.

그리 소란스럽지 않아도 그리 나대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감동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멀리 뛰어다니고

 

누군가는 마냥 주저 앉아 있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습니다.

 

모두들 각자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사막 한가운데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이집션 친구들은 우리들이 놀고 있는 사이 어느 새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아씨르는 그랬습니다.

오늘은 정말 바람이 잔잔하다고.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평화로운 사막이라고...

그래도 약간 걱정은 되는군요.

닭고기를 잘 다듬어 바비큐를 만들고 있는데 이집션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는 약한 바람에 모래가 날아드는 것도 같습니다.

어쩌면 닭고기 바비큐가 아니라 닭고기 샌드(SAND ) 바비큐를 먹을지 모른다고 킥킥거렸습니다.

닭고기 양념처럼 어쩌면 고기의 겉면에 sand가 얇게 발려있었을런지도 모르지요.

 

그래도 우리 모두는 참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서쪽 하늘에 해가 지고

 

우리는 이렇게 자다 요렇게 일어났습니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머리고 이고 잤던 간밤의 내공으로 치자면 이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날아야 할텐데 말이지요.

내공보다 더 무거운 몸매가 있어 하늘 끝으로 날아가지 않아 천만 다행입니다.

 

간 밤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던 귀 큰 사막여우가 우리 곁을 다녀갔나 봅니다.

앙증맞은 발자국만 남겨놓았습니다.

아씨르와 밤새도록 이야기 꽃을 피운 우리 뚱 교수님은 여우들이 쫑알쫑알 데이트 하는 모습도 보았다고 하더군요.

물론 quite 하고 calm한 우리들이 사막의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며 코~~~ 자는 사이에 여우가 우릴 구경하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