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지금은 여행중/1월 이집트

우리들의 이집트

프리 김앤리 2013. 7. 19. 14:00

<2013년 1월 투어야여행사 이집트 단체배낭여행 15> 2013년 1월 24일

 

당신들께 이제 우리들의 이집트, 마지막 이야기를 띄웁니다. 

피라미드의 영광이 놀라웠지만 불안하고 정신없던 카이로, 끝없는 지평선을 따라가서 만났던 아부심벨의 아스완,

아무 것도 진짜 아무것도 없었던 사막에서 하루를 머물고 도착한 우리들의 마지막 도시, 룩소르.

결코 불멸이지는 않은 파라오들의 영원한 안식처와 람세스의 위용이 드러났던 신전을 둘러보면서 우리의 이집트 여행의 끝이 보이고 있었지요.

이집트 여행이 끄트머리는 잡고 있는 우리 모두는 참 아쉬웠지요.

 

그래서 이랬나요?

한국에서는 그렇게 단아하던 선생님께서 급기야 아라비안 도적으로 변신하시기까지...

여행 내내 우리가 그렇게 사랑했던 히잡으로 얼굴까지 가리고 킥킥대면서 말입니다.

 

칼이 없었으니 하다못해 몽둥이라도 들었어야 하는데 겨우 짤막한 주먹 밖에 못 휘두르면서 말입니다.  

이거야 원, "돈 내놔"라는 협박이 아니라 '한 푼이라도 줍쇼" 하는 구걸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김쌤. 당신 덕분에 늘 든든했습니다.

 

배쌤! 잘 계세요?

미국 여행은 어땠어요?

이제 청년이 된 멋있는 아들과 함께 다닌 몇달은 얼마나 좋았을까요?

우리 여행 첫 날 카이로의 나일강 강변 그 식당에서 선생님의 미국 여행 계획을 들었었는데...

이집트 우리 여행은 진작에 끝나고 계획중이던 선생님의 미국 여행까지 무사히 다 끝내버린 시간이 되었네요...

보고 싶어요...

 

박쌤은요?

대한민국 고 3들이 괴롭히지는 않아요?

공부에 지쳐 더위에 지쳐 선생님을 들들 볶지는 않나요?

 

괴롭혀도 상관없다구요?

들볶아도 아무렇지도 않다구요?

ㅋㅋ

하기야 우리는 2013년을 카르낙 신전에 있던 말똥구리 석상 주변을 도는 것으로 시작한 사람들이잖아요.

그것도 세바퀴씩이나...

카르낙 신전의 말똥구리 석상 주위를 세바퀴 돌면 행운이 온다고 했으니

올 여름, 지금까지 우리가 계속 행복한 건 어쩌면 이 말똥구리 녀석 때문일지도 몰라요.

 

룰루랄라!!!

일상이 조금 괴로워도 누군가가 들볶고 있어도 모든 것이 용서되는 현실.

여행이 가져다 준 기적같은 선물이지요.

 

이쌤 이쌤 그리고 채은아!!!  잘 지내고 계신가요?

'선한 인상' 이라는 게 이런 얼굴이라는 걸 온 몸으로 보여준 가족들.

당신들은 제가 이집트에서 받은 선물이었어요.

(허걱!!! 이거 당신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면 명예훼손 되는 거 아냐???

 하도 시절이 시절인지라...)

그날 우리 출발하는 날, 인천공항에서 처음 만났을 때 긴장하고 있던 이 쌤 얼굴이 또렷이 떠올라요.

'혹시 무슨 걱정이 있나?'라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니까요.

'아님, 어디가 아픈가???'

그런데 그 긴장이 하루도 채 가지 않더군요.

이집트에 도착하는 순간, 쌤 식구들의 편안한 모습에 우리 모두 반해 버렸다니까요...

잘 계시지요?
(채은아 미안. 니 고운 얼굴에 날짜가 박혀 있구나. 흑흑... 다른 사진을 찾을 수가 없었어.

 그래도 괜찮아. 나만은 아니 우리만은 너의 미모를 다 알고 있으니까. 증명!)

 

어이! 그대 아쩡!!!

당신의 미모는 어찌할 수가 없구료.

중동에서 그리 확실하게 먹히는 미모인데 한국에서 태어난 걸 억울해 할밖에... 제가 도와드릴 일이 없네요.

그저 미안할 따름.

ㅋㅋㅋ

너의 그 웃음소리는 여전히 내 곁에 있고 덕분에 나는 항상 행복한 걸!!!

 

교수님!!! 오늘도 공부중이신가요?

이건 뭐 하시는 중이었을까?

혹시 경상도 말투, 복습중이었을까???

"얼굴이 뽁따그리하네~~~ 얼굴이 뽁다그리하네~~~"

혹시 엽서?

당신은 우리 여행의 마지막 도시, 룩소르에서 우체국을 찾았었요.

조카에게 그리고 당신 자신에게 편지를 쓴다고 했었지요.

이집트에서 당신이 남긴 명언, 두고 두고 써먹고 있습니다.

"저한테는요, 세상에 음식이 딱 두 종류가 있어요. 맛있는 음식과 아주 맛있는 음식!!!"

내내 유쾌했습니다.

 

전기자님!!!

오늘은 어느 현장을 누비고 계신가요?

터번을 씌워놓으면 그 곳 사람인지 여행 온 사람인지 구분이 안되던 사람.

번뜩이는 재치로 순간순간 우리를 즐겁게 만들어줬던 사람.

당신과 함께 하는 여행은 늘 즐거움입니다.

 

 

저는요~~~

룩소르 하면 사막도 생각나고 신전도 생각나고 그 게스트하우스 시원한 옥상도 생각나지만...

사실 이 식당을 잊을 수 없어요.

먼지나는 길을 한참 걸어가서 만났던 집, 이집트 말로는 뭐라고 하는지 모르지만 우리로 치면 '소꼬리찜'이었잖아요.

으음~~~ 그 맛~~~

저는 잊을 수가 없어요.

어찌나 맛있던지... 또 그 푸짐한 양은~~~

미리 이 집을 알아놓고 먼길까지 우리를 데려다 주신 장쌤, 정말 고마워요.

짧은 만남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신 장쌤. 우리 인연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믿고 있어도 되죠????

참! 조쌤 미안요.

우리는 이 집에서 아주 맛있게 먹었는데 조쌤은 좀 힘드셨죠?

고기는 드시지 않는 쌤이었는데 우리끼리 흥분해서는...

흑흑... 고기 다 발라내고 콩만 골라먹어야 했던 괴로움... 흑흑 즐거운 여행으로 모든 거 다 용서해주세요.

 

이집트 여행을 왔다면 이걸 빼놓을 순 없죠.

첫날부터 우리 식탁에서 끊임없이 회자됐지만 결국엔 제일 마지막날 만난... 비둘기 요리...

룩소르 역 앞에 있던 어느 레스토랑이었지요.

용감무쌍하게 pigeon을 시켰는데...허걱! 이렇게 통째로 나오더라는...

살포시 저 은박지를 벗겨보니... 바짝 마른 모 * 지가!!!

질긴데다 살도 거의 없고...

독한 인간들... 저걸 먹겠다고 ... 그리 깝죽댔으니....

흑흑.

그래도 우리 이집트에서 비둘기 요리 먹어봤다는(아니 시켜봤다는...)

 

Anyway

모두들 잘 계세요?

여행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여행 이야기를 다 써야 하는데

두 계절이 후딱 다 지나가는 오늘에서야 마무리를 하네요.

우리들의 이집트, 기억나시나요?

떠나기 전 혹시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그 이집트의 우리 여행, 괜찮았나요?

흥정의 달인, 속임수의 제왕 이집션이라고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친절하고 아름다웠던 또 다른 이집션들이 떠오르시나요?

 

 

 

 

사막의 나라만이 아닌, 무채색의 도시 만이 아닌

화려한 색깔이 마구 춤추고 있던 우리들의 이집트, 그 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

 

 

그리고 우리...

 

이제 이야기를 끝낼께요.

이집트에서의 제일 마지막 날 우리들의 아침 식사였습니다.

누구는 아부다비를 향해 먼저 떠났구요.

남아있는 누구들의 소담한 아침입니다.

그날 아침 우리 숙소의 옥상에는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었어요.

잘익은 토마토와 찰진 바나나, 빵 몇조각과 고소한 치즈에 바람까지 살랑살랑 불던 아침이었습니다.

지금 제 곁으로 그 바람이 붑니다.

살랑살랑 기분이 좋아집니다.

 

 

참!!! 이걸 빼놓을 수가 없지요.

그날 아침의 열기구.

높이 날으지도 않고 별 볼 것도 없다고 투덜대셨지만...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와주셔서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이 편지를 마지막으로 저는 당분간 이집트는 잊어버립니다.

ㅋㅋ

월요일이면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로 떠납니다.

 

그래도 우리들의 이집트가 너무 그리워...

이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오면

다시 한번 그 곳으로 날아갈까 생각 중입니다.

 

모두들~~~~

보고 싶습니다.

 

 

당신들의 대장, 김승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