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다.
그냥 저질렀다.
올 여름, 동유럽을 간다.
헝가리와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를 14일 동안 간다.
나랑 터키를 같이 갔던 사람, 이집트를 같이 갔던 사람, 그리고 터키와 이집트를 같이 갔던 사람, 터키와 이집트와 크로아티아를 같이 갔던 사람,
그리고 한번도 나와 같이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는 사람.
이렇게 다섯과 나, 여섯명만 떠나는 여행이다.
여자 넷에 남자 둘이다.
아직도 정확하게 어디를 어떤 경로로 갈지 확실하게 정해 놓지는 않았다.
(성수기에 떠나는 여행이라 준비를 해야 하는데, 책만 나오고 나면, 사무실에 좀 바쁜 일만 끝나고 나면
시간이 철철 남아서 금방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직도 밍기적이다. )
걍, 떠난다.
비행기표만 예약해 두었다.
누구는 서울, 누구는 군포, 또 누구는 부산, 김해, 양산 으로 뚜뚝뚝 떨어져 살아서
누구들 비행기는 인천공항 출발에 인천 도착이고
누구들은 김해공항을 출발해서 일본을 들렀다가 부산으로 오는 코스다.
전 세계 항공권을 주름잡고 있는 사무실의 항공 발권 담당자는
"실장님이 원하는 항공편은 항상 어렵다'고 투덜 아닌 투덜을 해댄다.
옛날 학교에 있을때 부터 그랬다.
그때도 늘 투어야 여행사에서 비행기 표만 끊어서 여행을 했는데
어디서 귀신같이 항공권을 알아가지고 와서 딱 그걸 끊어 내라고 요구했단다.
때로는 돌아오는 좌석이 OK 나지 않는데도 겁도 없이 나가는 티켓만 들고 그냥 나가버리고는
"나가 있는 동안 돌아오는 좌석 OK를 받아주라"는 협박을 했단다.
ㅋㅋㅋㅋ
그게 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전설적인 이 친구는 나의 여행역사 십 수년동안 한번도 비행기를 펑크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매번 믿었고 한번도 배신을 때리지 않았다.
ㅋㅋㅋ
숙소는 정 안되면 길거리에서 잘 수도 있노라고 같이 가는 사람들을 협박해 두었다.
다들 뒤로는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길거리에 자는 것 또한 OK"란다.
자기네들도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럴까?
혼자가 아닌 여섯이라서 개고생도 같이 하면 그럴듯한 낭만여행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하여튼~~~~ 모르겄다.
우리는 올 7월이면
글루미 선데이를 들으며 부다페스트의 한 까페에 있을 것이고
순박하지만 한쪽으로는 어딘가 슬픈 눈빛들을 하고 있는 루마니아 사람들을 만나고 있을 것이며
불가리아의 어느 산골 마을에 앉아 진짜 불가리스를 먹고 있을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무슨 장면을 만날지는 앞으로 고민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프렌즈 동유럽'이니 '세계를 간다 동유럽'이니 하는 가이드북은 정작 여행을 다니면서 펼쳐보면 될 일이고
동유럽 역사와 문화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다.
책만 디립다 샀다.
뭔 동유럽, 뭔 동유럽.... 제목이 가득한...
혹시 다른 책을 알고 계신 분, 소개해주시라.
헝가리나 불가리아, 루마니아의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소개해주시라.
무식하여 책 제목에 '동유럽' 혹은 그 나라의 이름이 들어가지 않는 책은 찾아낼 수 없었음에 부끄러워하며...
오늘부터 '비정상적인 시간(일하지 않는, 잠자지 않는, 떠들지 않는...) 에는 동유럽 모드로 들어간다.
<2013년 7월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여행준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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