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지금은 여행중/7월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중세의 어느 도시, 시기쇼아라

프리 김앤리 2013. 6. 18. 15:30

이번에 같이 여행 갈 뚱 교수님이 그랬다.

"그러니까, 이런거죠?

 우리나라를 여행하는데 서울이나 부산, 이런 유명한데가 아니라 부안, 상주같이 사람들이 잘 모르는 그런 데를 간다는거죠?

 "정말, 재미있겠다 그죠?"

(사실 그가 부안이라고 했는지 상주라고 했는지 기억은 전혀 안난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으니 알고는 있지만 그게 어디 붙어있는지, 무엇으로 이름나 있는지,

 아니, 이름이 나있기나 한 지도 모르는 어느 작은 도시의 이름을 댔던 건 분명하다.)

 

처음 만나 어색하게 인사하고 난 뒤 고작 십여일을 같이 여행했고,

그 뒤 정모라는 이름으로 몇번 밖에 안만난 사이지만

나는 그가 얼마나 유쾌하고 또 얼마나 긍정적인가를 알고 있다.  

아주 사소한 이야기 하나를 듣고도

"오늘도 하나 배웠군요. 저는 하루에 한가지만 배워도 그 날은 보람찬 날이라고 생각해요."라던 그였다.

쉬지않고 누군가과 이야기하고 (그 사람이 외국 사람이든 한국 사람이든), 정말 또 쉬지않고 책을 읽던 그는

함께 있는 사람들을 마냥 즐겁게 만들고 또 한없이 행복하게 만드는 놀라운 재주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한번도 가지 않은 나라, 루마니아로 떠나면서

그것도 한번도 들어보지 않은 도시, 뭐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도시를 간다는데 대뜸 던진 말이 "재미있겠다" 였다.

 

그래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할까?

그곳이 어디이든지, 어떤 곳이든지

그와 함께 하면 '무조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

 

시기쇼아라(Sighișoara )는 중세 유럽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루마니아의 조그만 도시다.

중세의 모습을 가장 완벽하고 남겨놓고 있어서인지 도시(?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모형도로 표시하자면 요만하다.

물론 이 곳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다.

강을 경계로 반대쪽에는 새롭게 조성된 시가지가 있고 (기차역도 신시가지에 있다.)

강 이쪽으로 언덕 위에 소박하면서도 한폭의 그림과 같은 중세마을이 펼쳐진다.

그래봐야 1Km 안이다.

 

중세의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마을의 높은 곳에는 종탑이 있다.

이곳은 특별히 시계탑(Turnul Cu Ceas)이다.

이 시계탑은 시기쇼아라가 14세기 상공업 길드의 자치도시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탑이다.

시기쇼아라는 독일 색슨족이 세운 도시로 알려져 있는데

시계탑 안에도 색슨족의 신들을 조각한 7개의 인형이 있어 매 시간마다 이 인형들이 밖으로 나왔다가 들어간단다.

 

마을 어디에서도 종탑을 올려다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작은 마을 시기쇼아라이지만 이 곳에는 아주 유명한(?) 사람의 생가가 있다.

바로 소설 '드라큘라'의 주인공인 블라드 체페슈 3세다.

1431년에 태어나 1436년까지 그가 살았던 생가는 시기쇼아라에서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장소다.

(실제 블라드 체페슈 3세는 우리가 알고 있는 드라큘라처럼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는 아니다.

 그는 루마니아의 독립운동가이자 공국의 통치자였다. 그의 잔혹성 때문에 소설 드라큘라의 모델이 되었을 뿐이다.

 그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이 외에도 흰 벽과 돔 모양의 천장이 있는 오르토독스 교회,

지붕이 있는 목조 계단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언덕 위의 산상교회도 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시기쇼아라는 아무리 천천히 다녀도 두 세시간이면 충충충분히 다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이다.

부다페스트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가면 아침 9시경에 도착,

두 세시간 돌아보고 기차를 타고 다음 일정인 브라쇼브로 갈 시간이 충분한데....

굳이 하룻밤을 자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시기쇼아라의 여름 페스티발 때문이다.

"Sighișoara Medieval Festival"

매년 7월 마지막주말에 열린단다.

어제 자료 정리하면서 발견했다.

크하하하... 그러니까 올해는 7월 27일!!!

우리는 부다페스트에서 밤차를 타고 7월 26일에 도착하니 여름 페스티발 전야제날이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면 축제날. ㅋㅋ

안그래도 왜 우리가 가는 그날부터 방값이 확! 치솟는가 했다.

소 뒷발잡기로 축제날에 딱 맞춰놓았으니 우린 그저 중세의 축제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보통때는 사람이 없어 썰렁했다거나

한 두시간 돌아다니고 나니 아무 할 일이 없어 심심했다거나

콩알만한 도시, 정말 사람 만나기도 어렵더라는 먼저 여행했던 사람의 툴툴거림을 우리는 안 들은 걸로 하면 된다.

누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능하면 페스티발을 피해서 가는게 좋다고 했지만

그건 그 때 가서 고민할 일이다.

히끼꼬모리처럼 집 한구석에 쳐박혀 있을 일이 아니라면

기왕 여행을 떠나왔다면 우선 들뜨고 볼일이다.

거기에 딱 맞춰 간다니... 괜히 신난다.

더구나 마음맞는 일곱이랑 같이임에야~~~

 

 

 

 

 

그리고 이건 덤!!

색색깔의 앙증맞은 집들과 돌로 만들어진 골목길.

어느 모퉁이, 어느 담벼락

하나하나 모두가 사진 작가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 시기쇼아라란다.

축제 시기에 간다니

이런 한적함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우리도

동화같은 이런 장면을 꿈꾸며~~~

 

 

 

 

 

 

 

                                                                                                                                                   <2013년 7월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여행준비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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