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지금은 여행중 /4월 스페인 포르투갈

플라멩고와 투우? 대성당과 스페인 광장의 세비야

프리 김앤리 2018. 3. 21. 15:16

 **** 이 글은 2015 1월 스페인 여행을 떠나기 전에 작성한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과는 약간 다릅니다. ㅋㅋ

 

세비야? 세비야?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르시나?

'세비야의 이발사'라고 하시는 분, 그래도 제법 음악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다.

세비야라는 단어에 카르멘이나 돈 호세, 혹은 '피가로의 결혼'까지 떠올리신다면 대단한 음악상식을 가진 사람으로 치부해도 좋다.

학교 음악시간에 '세빌리아의 이발사'라고 무조건 외웠던 그 세빌리아가 여기 세비야다.

격정적인 춤을 추는 플라멩고의 고장, 붉은 천을 향해 돌진하는 소와 검을 겨루는 용맹한 투우의 고장, 세비야.

우리?

11월의 우리는 세비야에서 투우도 안보고 플라멩고 쇼도 안봤다.

용맹이고 뭐고 넓은 운동장에서 소는 씩씩거리는데 붉은 피가 솟구치는 투우의 장면은 상상하기 조차 싫은 이유도 있고

 "보고 있는 내내 너무 불편하더라"는 같이 갔던 현호 대장님의 관전평이 있은 이유이기도 하다.

웬만한 강심장 아니고는 투우라는 경기를 보는 것은 그리 썩 달갑지는 않은 일.

그렇다면 플라멩고라도 봐야 하는데 "세비야 플라멩고는 너무 큰 극장에서 해서 춤을 추는 여인들의 살가운 숨소리를 못느끼겠더라"

혹은  "춤을 추는 여자들이 너무 늙어서 마치 퇴기(?) 같더라"라는 나의 혹평때문에

그것 또한 썩 내키는 일이 아니었게 만들어 버렸다.

이렇게 따진다면 먼저 갔다 온 사람들의 경험담이 오히려 여행을 망치는 경우라고 하겠다. ㅋㅋㅋㅋ

하여튼 투우는 관두고라도 스페인에 왔다면 적어도 플라멩코쇼는 봐야 하는 게 정석이었으므로

나의 간곡한 설득(?)으로 세비야 말고 집시들의 동굴이 있는 그라나다에서 보자고 합의를 했건만

정작 그라나다에서는 알함브라에 미치고 알바이신 언덕에 미치고 또 삶은 문어에 미쳐 저녁 시간을 낼 수 없어 결국엔 포기하고 말았다.

자고로 여행은 생각날 때 해야 되는 게 진리다.

더 싸고 좋은 것을 찾느라고 나중에 산다 했다가 결국엔 사지 못하는 여러 기념품들이며

나중에 더 멋진데서 뭔가를 해 볼라고 해도 그것 또한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이 허다하니

여행에 가서는 자고로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해야 하고 ,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사야 한다.

1월엔??? 세비야에서??? 잘 모르겠다.

그 때는 11월과 여행 순서가 달라서 그라나다를 먼저가고 세비야를 갈 터이니 그 때 사정봐서 결정해야겠지...

또 모르지 뭐. 이번에도 이리 저리 멈칫멈칫 거리다 결국엔 못보고 올지.

그렇다면 그것 또한 여행일 것이고, 다시 한번 더 스페인으로 여행오라는 계시로 삼아야겠지. ㅋㅋㅋㅋ

 

그리하여 우리들의 세비야는 플라멩고와 투우가 아니라

스페인 광장의 파란 하늘이었으며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 오른 대성당의 위엄이었다.

 

이른 아침 찾아간 스페인 광장.

눈이 부실 정도로 하늘은 파랬고, 광장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했다.

스페인 광장은 스페인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통한다

1929년, 세계박람회장으로 지어진 스페인 광장의 건물은 반원형으로 건물의 하단에는 스페인 58개 도시의 휘장과 지도가

아주 멋진 타일로 만들어져 있다.

 

우리도 열정적인 스페인 여자처럼...

 

우리도 용맹스러운 스페인 남자 처럼...

 

무슨 폰인가를 광고하면서 김태희가 플라멩고를 췄다는 곳,

한가인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달려갔다는 곳, 스페인 광장...

이른 아침부터 들뜬 우리들도 아름다운 그녀들 베끼기 하느라 참 바빴다. ㅋㅋㅋ

 

다음 들른 곳이 세비야 대학교.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무대가 바로 여기다.

지금은 대학교이지만 이 건물은 1771년 왕립 담배공장으로 지어진 곳이라고...

(흑흑 담배공장이 이렇게 멋있을 수가...)

바로크 양식에 건립 당시 유럽에서 가장 큰 공업용 건물이었고, 스페인에서도 두번째로 큰 건물이었단다.

스페인이 세계의 최강국으로 떠올랐던 15~17세기에 특히 세비야는

아메리카 식민지 대륙으로 부터 과달키비르 강으로 실어나르는 갖가지 금은 보화로 부가 넘쳐났던 도시라는 걸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건물이다.

<카르멘>은 집시 여인 카르멘과 순진한 하사 돈호세와의 첫 만남이 이루어진 곳이 바로 이 담배 공장 앞이었다.

 

세비야 대학교를 지나고 강가까지 나가서 먼 옛날 무어인들의 침략을 감시했다는 황금 소로탑을 지나면

하나의 거대한 성을 만난다.

알카사르다.

알카사르는 로마시대부터 역대 왕들이 사용했던 궁전으로

원래 이슬람 요새가 있던 자리에 지은 궁전이라 기독교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섞여 있는 무데하르 양식이 돋보인다.

이슬람 문화에 심취한 페드로 1세가 전국에서 이슬람 장인을 불러 모아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모델로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안뜰(파티오)도 딱 그라나다의 축소판이다.

여기도 역시 카를로스 5세 궁전이 있고, 이슬람 문양이 가득한 여러 방들이 있다.

 

 

아주 잘 정리되어 있는 궁 안 곳곳의 정원을 돌아보는 것도 알카사르의 묘미다.

 

그래도 세비야의 최고 압권은 대성당이다.

 "  ~ 이것이 마무리되고, 대성당을 본 사람들이 우리를 미쳤다고 생각할 정도로 건물은 거대해야 할 것이다."

라는 말이 남아있는 성당.

100년 동안의 공사로 완성된 세비야의 대성당은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 런던의 세인트 폴 성당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성당이다.

저녁 늦게 찾아간 우리들에게 화려한 야경을 보여 준 곳이다.

 

낮은 이렇다.

그 웅장함이 말을 잃게 만든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 신대륙에서 가져온 1.5t의 금장식으로 유명한 주 제단과

각 방마다 무리요, 고야 등의 화가가 그린  수많은 보석같은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성당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콜롬버스의 묘이다.

원래 남미 땅에서 숨을 거둔 콜롬버스는 그 곳에 매장되었다가 이곳 세비야로 안치되었는데

한갓 일반인인 그를 4명의 스페인 왕(레온, 카스티야, 나라바, 아라곤)들이 그의 관을 운구하는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다.

 

관을 옮기는 앞에 있는 두 왕의 발을 만지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전설이 내려오는데

오른 쪽에 있는 왕의 발을 만지면 사랑하는 이와 함께 세비야를 다시 찾게 되고

왼쪽에 있는 왕의 발을 만지면 부자가 된다는 거다.

우리?  문쌤, 현호 대장님, 호영씨 모두들 명쾌한 답을 내렸다.

왼쪽에 있는 발을 만져야 한다고...

왼쪽 발을 만져야 부자가 되고 부자가 되면 사랑하는 사람과 당연히 다시 이곳을 찾게 된다나?   ㅋㅋㅋ

나?  두 쪽 다 만졌다.

부자가 되어도 사랑하는 사람 아니고 다른 사람하고 오게 될까봐...ㅋㅋㅋㅋ

 

 

방방을 돌아다니며 대성당 안의 온갖 그림들을 다 감상하고 콜롬버스 묘까지 보고 나면 반드시 히랄다 탑으로 올라야 한다.

히랄다는' 바람개비'라는 뜻인데 탑의 제일 꼭대기에 풍향계가 있다.

32층(?)이나 되는 히랄다 탑은 계단이 없는 비탈길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는 옛날에 아랍인들이 말을 타고 이 탑의 꼭대기까지 올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휴~~~

 

히랄다 탑에 올라서면 사방 천지로 세비야가 훤히 다 내려다 보인다.

후~~~

 

그리고 이건 세비야의 마지막 팁!!!

한때는 세계에서 가장 부자 동네였던 세비야의 거리에서는 아주 멋진 타일 장식을 만나는 것도 아주 큰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