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지금은 여행중 /4월 스페인 포르투갈

동화 속 왕궁이 있는 신트라와 유럽의 땅끝, 로카곶

프리 김앤리 2018. 3. 23. 08:55

 

2018년 4월 5일 한국을 떠난 우리들은 4월 15일, 일요일이면 리스본의 근교 마을에 닿을 것이다.  

자프라의 파라도르에서 천천히 아침을 먹은 뒤 길을 나서 동화 속 왕궁이 있는 신트라와  유럽의 땅끝 마을, 로카곶을 여행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들은 전날까지 여행했던 스페인보다 포르투칼에 더 사람 냄새가 나느니, 더 정감이 가느니 하며 신나할지도 모를 일이다.

ㅋㅋㅋㅋ

 

 

<아름다운 전원 도시, 신트라 Sintra>

포르투갈의 에덴동산(시인 바이런 왈), 아름다운 전원 도시 (왕족과 귀족들 왈) 신트라.

리스본에서 북서쪽으로 30Km쯤 떨어져 있는 도시다.

 

자그마한 도시 신트라는 페나성과 무어인의 성터가 있는 암벽바위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람냄새가 물씬 나는 좁은 골목길을 느릿느릿 걸어다니며 마을을 구경하는 것도 좋치만 역시 신트라의 하이라이트는 페나 성과 무어인의 성!


해발 450m의 산 꼭대기에 있는 페나 성(Palacio National de Pena)은 동화 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성처럼 예쁘다.

이 성의 건축한 사람은 페르니난두 2세. 독일 퓌센에 있는 노이슈반스타인 성을 세운 루디비히 2세의 사촌이다.

노이슈반스타인 성이 뭔가? 만화영화 디즈니랜드의 모델 성이었다는 곳,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성, 한번 보고 나면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는 성..

참~~ 사촌답다.  페나성, 노이슈반스타인 성, 어쩌면 둘다 그리 귀엽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지...

웅장하고 장엄하고 거대한 유럽의 다른 성들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앙증맞은 외관.

버스에서 내려 정문까지 걸어가는 오솔길과 울창한 숲에서 어쩌면 우리는 어린 왕자를 만날지도 모른다.

성 안으로 들어가면 아멜리아 여왕의 방등 화려하게 꾸며놓은 19세기 왕족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성 밖에는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훌륭한 조경으로 자랑하는 정원이 있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 또한 압권이다.

 

시간이 난다면 무어인의 성터를 올라가보는 것도 좋다.

7~8세기 이베리아 반도를 통치한 무어인이 세운 성벽이다.

(부끄럽지만 2005년, 신트라를 여행하면서 무어인이라는 존재를 처음 알았다.

 ''여기가 무어인들이 세운 성벽'이라는 남편 말에 "무어인이 뭐야?"라고 물었던 기억... ㅋㅋㅋ

  이베리아 반도를 정복한 아프리카 인들을 무어인이라 한다는 것, 이슬람교도라는 것, 모로코에서 만났던 베르베르족이나 아랍인들의 조상이라는 것...

  아프리카와 이베리아 반도의 역사까지 들추어내며 설명하던 남편한테 "그런 건 어디서 알았어?" 라는 질문에 한번 더 황당해하던 남편에 대한 기억...

  "책에 다 나와!!"

  그 한마디로 완전 게임아웃이었다.

  책에 다 나와!! 그렇지, 책에 있었겠지. 수업시간에 안 배웠어도 책에 다 있었겠지.. 수업시간에 배운다고 다 아나 뭐? 당연이 책을 봐야 알겠지...

  사실 남편과 내가 둘이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나는 주로 현실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어디서 자야할지 어떤 경로로 가야할지, 가서 뭘 먹어야 할지, 버스는 혹은 기차는 어디서 어떻게 타야할지...

  같이 여행한다고 해 놓고선 아무 것도 안하고 순전히 팔짱끼고 노는 베짱이라고 툴툴대며 인간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 해결을 위해 나는 몹시 바빠진다.

  자기는 늘 설렁설렁 책만 보고 있고...

  그런데 정작 여행지에 가서는 내가 준비해 온 거는 하나도 폼 안나고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는 남편 것만 폼나니... 얼마나 억울한 일인지...)

ㅋㅋㅋ 그 곳을 다시 간다.

무어인이 세운 성벽을 올라가기 위해...

꼭대기에서 바라본 그 멋진 광경을 다시 한번 더 보기 위해...

 

 

어쩌면 우리는 동화속 같은 신트라 왕궁보다 현실속의 아기자기함이 빛나는 신트라의 골목길을 더 탐낼지도 모른다.

알록달록 아기자기, 파는 물건도 앙증맞고 거리의 모습도 사랑스럽다.

저 거리에서 봤던 포스터를 사지 않았던 것이 두고두고 후회 중!!

.... 참 날씨가 맑아야할텐데...

어느 해 1월에는 억수같은 장대비가... 어느 해 8월에는 더없이 화창한 햇살이...

이번에는 어느 운이????

 

 

< 유럽의 땅끝, 로카곶 Cabo da Roca >

 

 '땅끝!'

이 말처럼 처연한 단어의 조합이 어디 또 있을까?

'땅'과 '끝'.

사람이 살아가고 사람을 품어주는 '땅'에, 마지막을 뜻하는 '끝'

누군가가 땅끝까지 갔다고 하면 나는 늘 절망을 느꼈다.

이제는 더 이상 살아갈 곳이 없어진다는 느낌?

소설의 제목에서도 그랬고, 여행지의 이야기에서도 그랬다.

땅끝에 선다는 것은 그래서 늘 뭔가의 결단처럼 느껴지고 생의 마지막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유럽 대륙의 서쪽 땅끝인 로카곶에서 전혀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땅의 끝은 바다의 시작이라고...  그것은 결코 절망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이라고...


Cabo Da Roca!

유럽 대륙의 끝, 아니 아시아에서 부터 이어져 오는 거대한 대륙의 가장 서쪽 끝, 로카곶!

그 곳에 가면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Aqui... onde a Terra se Acaba e o Mar Começa   - Camões "  

"여기서 뭍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 -  포르투갈의 시인, 카몽이스"

 

그래!!! 땅끝은 끝이 아니라 드 넓은 바다의 시작이다.

무섭게 몰아치는 대서양의 파도, 온 몸을 날려버릴 듯한 거센 바람. 

그 모든 것을 다 이기고 바다라는 새로운 세계를 향해 첫 발을 내딛는 희망의 언덕이 바로 로카곶이다.  


허허벌판에 외로운 등대 하나가 있는 로카곶.

 

그리고 십자가 탑이 외로이 서있다.

그 곳이 땅끝임을 알리며, 그곳이 바다의 시작임을 알리며...

십자가 탑의 기둥에서 카몽이스의 시를 읽는다.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로카곶에 해지는 시간에 딱 맞춰 가는 것이다.

대륙의 제일 끝 바다에서 붉게 물드는 노을을 맞이하고 낮동안 달궈진 태양을 떨어뜨려 보는 것이다.

오늘 저무는 저 태양이 내일 다시 떠오르는 것을 '땅끝'에서 확신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