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지금은 여행중/11월 스페인 모로코

콜롬버스의 질투

프리 김앤리 2014. 1. 5. 01:45

아래 글은 2013년 11월 스페인 모로코 여행을 같이 한 남편이 쓴 글입니다.

 

'나를 비웃지 말라?'

콜럼버스는 세상의 많은 이들이 지구가 편평하다고 생각할 때, 지구가 둥글다고 확신했다.

지도도 제대로 없던 시절에, 서쪽으로 편서풍을 타고 가면 된다는 항해술도 알고 있었고, 인도에 가서 금을 가져 오겠다는 탐욕도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콜럼버스는 진보적이었고, 항해술도 있었고, 탐욕적이었다.

세비야 대성당에서 콜럼버스의 관을 보고 돌아 나오면서 우린 그를 비웃었다.
그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다른 대륙에 단지 먼저 도착했을 뿐이고

폭력과 살상, 약탈의 기초를 제공했다고 비웃었다.

콜럼버스가 묻힌 대성당에서 그를 비웃은 탓일까?
처가 갑자기 쿵하고 쓰러졌다.    
대성당의 화려한 천장만 보고 걷다가 낮은 의자 모서리에 걸려 넘어졌다.

상처는 없지만 발목을 심하게 부딪친 것 같았다.

한참 아파하다가 이내 괜찮다고 해서 종탑이 있는 히달고탑으로 올라갔다.
발목이 약간의 아프다고 했지만 괜찮단다.

문제는 모로코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부터였다.

발이 퉁퉁 붓고 아프다고 한다.
약도 바르고 붕대도 감고 진통제도 먹었지만 제대로 걷질 못한다.
저가항공 라이언에어는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않아 줄을 서서 순서대로 자리에 앉게 되어 있다.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리는데 우리 차례에 항공사 직원이 보더니 놀라서 안전요원을 부르고 휠체어를 가져와 타게 한다.

그때부터 처는 환자이자, VIP가 되었다.
줄 무시, 순서 무시, 특수차량으로 비행기로 이동, 환자 좌석으로 우선 탑승~
고고 씽이다~
당연히 나는 보호자이니 함께 이동~

모로코의 마라케쉬 비행장에서도 특별 대우.

출입국 신고도 우선처리~~
여기까지는 좋은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발로 다음날 사하라 사막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일행 모두의 표정이 어둡다.
여행의 대장이 다쳤으니...

계획대로만 살 수 없고, 예정대로만 여행을 할 수도 없다.
불운도 행운도 예기치 않게 찾아 온다.
이를 받아들이거나 극복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여행에서는 항상 예기치 않는 일이 생긴다.

아프다고 찡끄리던 처가 휠체어에선 웃고 있다.

찡그려봐야 아픈 발이 낫지도 않고,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기는 것이 여행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몇년 전 그리스 도착 첫날, 여권을 소매치기 당했다.

분실신고를 하러 갔던 경찰서에서도 웃었고, 여권 재발급을 하러갔던 대사관에서도 웃고 나와서, 그냥 맛있는 것을 낄낄거리며 사먹었다.

한밤에 도착한 마라케쉬 공항은 깨끗한 현대식이다.

예약한 호텔에서 픽업을 나오지 않았다. 마라케쉬의 호텔은 찾기도 힘든 골목에 숨어있다.

내일 아침에 사하라사막으로 떠나야 하는데..
걱정이 되긴 하지만...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자~
불운을 담담하게~
행운을 즐겁게 받아 들인다~

 

 

줄 무시, 순서 무시, 휠체어를 타고 비행기로 고고씽~~

긴 줄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특별대우로 먼저 통과하는 나를 부러워 하는 듯...

 

 

비행기에 먼저 태워주고

원래 지정석이 없는 저가 항공에서

우리는 지정석까지 제공받고...

 

 

 

 

 

 

 

 

 

 

 

 

모로코 마라케쉬 공항의 출입국 심사에서도 제일 먼저 통과...

환전도 기다리는 다른 사람들 제끼고 제일 먼저...

 

그렇게 우리는 늦은 밤, 비좁은 골목을 돌아돌아 황토빛 가득한 마라케쉬의 우리 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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