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지금은 여행중 /1월 스페인 모로코

돌려막기의 진수, 마라케쉬 우리 집

프리 김앤리 2014. 2. 19. 14:00

 

<2014 투어야여행사 단체배낭  스페인 모로코 이야기 1>

 

여행 이야기를 풀어 놓을 때 꼭 순서대로여야 할 필요는 없다.

스페인 모로코는 가는 곳곳마다 새롭고 어느 곳이든지 다 매력덩어리였지만

이번 여행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개떡 같았던 마라케쉬, 우리집이다.

개떡 같았던?

그래 개떡이었다.

황당했고 끔찍했다. 엄청 추웠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집만 생각하면 자꾸 비실비실 웃음이 삐져나오니 

일상으로 무사히 돌아온 지금 생각하면 마라케쉬, 우리 집은 우리 여행의 묘미였으며 그래서 우리의 추억이다.

 

사실 아프리카 땅에 도착하기 전부터 뭔지 모를 불안감이 있기는 했다.

방 갯수와 방 타입, 그리고 숙박일자를 몇번 조정하면서 보내온 답장이 두루뭉실한 게 불안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하기는 했다.

'좀 꾸지더라도 그 도시를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숙소를 정한다'와

'가능하면 현지인들의 숨소리를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라는 내 여행 원칙에 맞춰

마라케쉬의 복잡한 메디나에서 한참 떨어진 곳보다는 메디다, 딱 그 안에 있는 집을 찾아내는 게 숙제였다.

ㅋㅋㅋ

저녁 늦게 도착하는 아프리카 땅, 공항으로 데리러 와달라는 나의 간곡한 편지(몇 번씩이나 보냈다)에 묵묵부답.

거의 포기한 채 마라케쉬 공항에 도착했는데

어라? 제법 깔삼한 중형 버스가 떡하니 기다리고 있는거였다.

오홋~~ 대답은 없었지만 약속은 지키는 구나... 안도하였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깔삼한 중형버스와 미로같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메디나의 입구까지 마중나와 점잖게 악수하면서 일일이 Welcome을 날려주는 친절, 딱 거기까지였다.

아무리 복잡해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대강의 위치와는 뭔가 다른 길로 접어드는 듯한 불길함이

대문을 여는 순간 '어디서부턴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다.

저가 항공이라 저녁조차 쫄쫄 굶은 상태, 아프리카라는 단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매서운 추위에 치렁치렁한 비, 그리고 쿰쿰한 냄새...

리셉션 데스크라는 곳은 당연히 없고, 마흐멧인가 모하멧인가 하는 주인은 볼펜도 없어서 우리한테 빌려서는

콩알만한 창고같은 방에서 12명 우리들 여권을 들여다 보며 일일이 옮겨 적는데 오랜 시간을 허비했다.

복사기 한 대도 없다는 거였다.

그리고는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는 우리에게 오늘 밤 잠자리라며 안내해준 방은 싸늘한 냉기가 돌았다.  

히터가 없음은 물론이요, 열쇠가 없어서 문을 잠글 수도 없고 심지어는 각 방에 딸려 있는 화장실에는 문도 없이 너덜너덜한 커텐만 있을 뿐.  

너덜거리지만 커텐이라도 있는 곳은 그나마 재수, 내 방에는 아예 그 커텐조차도 없어 침대 바로 옆으로 변기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수준이었다.  

거기다 곰팡이라고 할까? 아니면 오줌 냄새라고 할까? 지린 냄새마저 진동하고 있었다.

아이구~~~ 이게 무슨 날벼락...

난생 처음 아프리카라는 곳에 도착한 일행들은 그저 눈만 굴리다 참다 못한 한 명이 결국 묻는다.

 

  "대장~~~ 모로코의 숙소는 원래 이런 모습이예요?"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아니라고 해야 되나? 이런 건 아니었다고 울부짖어야 하나???

나도 흔들리고 있는 데 일행들 모두가 불안한 듯 흔들리는 게 보인다.

 

   "그럼요. 모로코는 원래 이래요~~"

 

에라이, 모르겠다. 거짓말이 툭 튀어나온다. (원래 이렇기는 무슨~~~ ㅋㅋㅋ)

이미 꽤나 밤은 깊었고 어디 갈 곳도 없다. 그래도 나를 믿고 온 사람들인데 내가 흔들리면 안된다는 까닭없는(?) 책임감!!!

겨우 한 팀은 옆의 다른 숙소로 옮겨놓고(나중에 듣고 보니 그 쪽도 장난이 아니었다. 밤새 추위에 떨고 따뜻한 물이 안나와서 이틀동안 세수도 못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억지 춘향으로 정해진 방에 각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추워 죽겠다고 어떻게 따뜻하게라도 해달라는 몇번의 항의에도 마흐멧인가 모하멧인가 하는 똥개같은 주인은

방방이 달려 있는 히터기를 곧 틀어주겠노라고 걱정 말란다.

'야, 이 놈아. 그러면 우리가 오기 전에라도 좀 틀어놓지. 무신 얼음방이냐, 방을 이리도 싸늘하게 만들어놓냐~~~'

 

그날 밤. 불안으로 시작한 마라케쉬 우리 집은 결코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다.

숙박비를 받아챙긴 주인은 이미 떠나버리고 쪼글쪼글한 얼굴에 슬픈 눈빛을 하고 있는 종업원은 단 하나의 리모콘을 들고다니면서 

방방이 벽에 걸려 있는 흰 물건 (아~~~ 그것은 히터가 아니었고 에어컨이었다~~~)을 틀어주었다.

그 때 우리 눈으로 확인한 방의 온도는??? 10~ 11℃. 

우리나라처럼 등을 지질수 있는 온돌도 아니고 추위로 온 몸이 오그라들기 시작했다.

스페인에서 아프리카로 넘어온다고 벗어두었던 내복, 아니 스페인에서도 거의 입은 적이 없는 내복을 아래 위로 다 껴입고도 모자라

가방속에 들어있는 온갖 옷으로 휘감고, 오리털 파카까지 뒤집어쓰고 겨우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10도, 11도, 12도... 다행이 벽에 걸린 흰 히턴가 에어컨인가에서 점점 온도는 올라가고 있었다. 그래도 몸이 오그라드는 건 마찬가지.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새벽 어느 순간 정전! 올라가던 온도는 멈추었고 몸은 점점 얼어붙어갔다. 

~~~

 

  "밤새 안녕들 하셨습니까?"

 

다음날 아침.

모두들 무사하게 살아서 다시 만났다.

안 추웠냐?는 뻔한 질문은 당연히 필요없는 말이었다.

있는대로 다 껴입고 나타난 우리들은 서로를 보면서 간밤의 상태를 짐작하고도 남았다.

뜨거운 물이 안나와서 세수를 못했다는 사람, 어디는 또 차가운 물이 안나와서 세수를 못했다는 사람,

방에 열쇠가 없어서 문 앞으로 온갖 것을 다 갖다붙여 철통 보안을 만들었다는 사람,

떨다떨다 너무 춥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침대만 디립다 많은 다른 방으로 옮겼다는 사람...

ㅋㅋㅋㅋ

이기 무슨 아프리카냐구요~~~

 

그래도 해가 밝아오자 날은 따뜻해지기 시작했고

개떡같은 우리 집 이야기는 어느 새 다 잊어버리고 정말 낯선 도시, 마라케쉬의 정신없음을 즐겼다.

다시 다가오는 밤이 두렵기는 했지만...

 

아니 아직 남아있구나, 마라케쉬 우리 집 이야기가...

정전이 되든 말든 그래도 기본 온도 10도보다는 11도가 낫고 그보다는 12도, 13도가 더 나으니 미리부터 방방이 있는 흰 물건을 틀어달라는 내 이야기에

"그건 June 부터 August까지만 쓰는 거'라고 뻔뻔하게 말하던 주인이 있었구나.

간밤에 우리 동태 되서 죽는 줄 알았노라고 전기 히터라도 갖다 달라는 내 말에 이 방에 있던 히터를 저 방으로 돌리고,

저쪽 옥상 방에 없다고 하면 아까 갖다놓은 저 방에서 다시 빼돌려 조그만 히터 몇 개로 이리저리 돌려막기 하던 개그의 연속. 

얼음장 같은 방에 콩알만한 전기히터가 뭐 그리 대단한 물건이라고, 그거 하나 이리저리 돌려막기 하고서는

어젯밤 그렇게 큰 소리 치던 '방방이 벽에 걸린 흰 물건'은 사실 겨울용이 아니고 여름용이라고 큰 소리쳤다.

혹시 쪼글쪼글한 그 종업원이 뭣도 모르고 틀어줄까봐 그나마 하나 있던 리모컨도 주인이 퇴근하면서 가져가버리고...

흑흑...

나의 어이없음, 황당함, 분기탱천에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이건 나의 비지니스"였다고  거래를 잘 한 자신을 뽐내던 녀석.

그 놈의 '비지니스' '비지니스'를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나는 솜씨좋은 '비지니스'에 영락없이 걸려든 바보 외국인.

흑흑...  

사흘을 예약하고 갔지만 도저히 못참겠다고 이틀만 쓰고 나가겠다고 하루 방값의 반 만이라도 돌려달라는 나의 억지(?)에

눈하나 깜짝 하지 않고 '비지니스'만 중얼 거리던 놈.

흑흑...

누굴 탓하랴.

이것 또한 여행임을...

원래 각자가 있던 자리로 그대로만 돌려놓아주면 어떤 여행이든지 무조건 성공한 것임을...

 

여기서 불안감에서 시작하여 황당했고 당황했고 추웠고 끔직했던 마라케쉬, 우리 집 이야기 끝.

우리는 원래 각자가 있던 자리에 무사히 돌아왔고

지금은 그것도 추억이라고 이리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그래도 '돌려막기'라고 하면 우리끼리 떠오르는 추억이 있어서 웃고

검은 가죽 잠바에 쪼글쪼글한 슬픈 눈빛을 하고 있던 스텝의 얼굴이 떠올라

그래도 '그는, 적어도 그는 참 친절했다'는 걸 같이 떠올릴 수 있어 지금 우리는 즐겁다.

그래서 마라케쉬만 생각하면 진짜 여행을 갔다 온 것 같아 우리는 지금 몹시 행복하다.

 

마라케쉬, 우리 집 마당.

저 쪽 까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화장실에 문도 없어서 지린내가 나던 이쌤 부부 방이 펼쳐진다.

 

옥상 우리 방.

저쪽 검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있는 대로 옷을 다 껴입고도 결국 못견뎌 2층 다른 방으로 피신했던 경희쌤 운정쌤 방이 있었고

제대로 빨았는지는 알수 없는 빨래가 덕지덕지 널려있는 이 공간의 바로 옆으로

스탠드는 물론 방안의 전등이라고는 모두 다 나가버린, 화장실 커텐 조차 없는 내 방이 있었다.

ㅋㅋㅋ

그래도 우리는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붉은 벽돌 좁은 골목을 지나 한참을 걸어가야 했던 우리 집

 

정신없이 마구 늘어만 놓았던 가게들과 정신 없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뚫고서야,  골목골목을 돌아서야 우리집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도 사진으로 다시 보니 나름 깔끔했던 것 같은 거리...

흑...

그래도 우리는 알지.

이 길의 끝에 어떤 집이 기다리고 있었는지...

 

찬물이 안나와서, 혹은 뜨거운 물이 안나와서

그리고 다시 맞을 밤이 두려웠던 우리들의 선택은 결국 하맘.

때빼고 광내고 기름칠 맛사지까지 하고서야 겨우 우리들의 두번째 마라케쉬의 밤을 맞을 수 있었다.

 

덧붙임)

... 사진에서 보이는 하맘을 택하지 않고 다른 하맘을 택했던 한의사 쌤 가족은

    (쌤 표현에 의하자면 우리나라 웬만한 호텔 맛사지보다 더 좋다고 흥분했었다. )

    오일 맛사지를 다 하고서 다시 샤워를 하지 않아 떡진 머리로 잠을 잤고, 추운 방에서 떨다가 다음날 아침에도 여전히 세수도 못한 채

    떡진 머리위에 모자를 쓰고 나타나 하루종일 돌아 다녔다는 사실.

    근데 하루종일 웃고 다니시더라는 사실... ㅋㅋ

 

... 사흘을 예약하고 간 우리들은 결국 마라케쉬, 우리 집에서 이틀만 자고 메디나에서 떨어진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호텔로 방을 옮겼다.

    걍, 숙박비고 뭐고 포기하고 짐 다 싸들고 나서는 사흘째 아침, 똥개같은 주인은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bye'라는 인사를 쿨하게 날리더라는 괘씸한 사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