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지금은 여행중 /1월 스페인 모로코

열려라~~ 몬세랏의 하늘이여!!!

프리 김앤리 2014. 3. 24. 15:08

 

<2014 투어야여행사 단체배낭  스페인 모로코 이야기 5>

 

팩키지가 아닌 배낭여행이라고 하더라도 단체인 경우에는 같이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누구냐가 중요하다.

아니 전체의 일정이 딱 짜여진 팩키지 여행이 아니라 배낭인 경우에는 진짜 같이 하는 사람에 따라 여행의 질이 좌지우지된다.

단 한 명의 진상만 끼어있어도 여행은 삐끄덕삐그덕, 몇명이 와장창 난리부르스를 치면 여행이 망가지는 건 시간문제다.

진상들은 홀로 혹은 떼거지로 방이 안좋네, 밥이 맛없네, 일정이 왜 이렇네 하루종일 투덜투덜,

가는 곳마다 뭔가의 불만거리들을 들쑤셔내며 불편하네, 피곤하네 입을 한발씩이나 내고 있으면

기분좋은 여행을 하다가도 스멀스멀 짜증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렇게 따진다면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특히 사람 복이 많은 사람이다.

원래부터도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숱한 사람들이 이미 다 괜찮은데 여행에서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조차 그러하니 말이다.

종옥 쌤 말마따다 원래부터 나랑 알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여행이어서도 그러하겠지만

어쩌다 얻어걸리는 (내 여행을 신청하는 완전 새로운 사람들) 조차도 이리 다들 좋은 사람들이니 여행 복이 충분히 많은 것은 확실하다.

하기야 종옥쌤 부부도 처음 나와의 만남은 '얻어걸린'데서 시작했으니 말이다.

 

바르셀로나에서 외곽으로 한 시간, 몬세랏에 간 날은 잔뜩 흐려있었다.

몬세랏을 오르는 케이블카를 타는 기차역에 내렸을 때 사방천지는 안개가 자욱했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날이었다.

이전에 두 번에 걸친 나의 몬세랏은 항상 '맑음'이었다.

파란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했고, 그래서 산 중턱에 걸린 몬세랏 수도원은 환상이었다.

그러나 이번의 몬세랏은 '거기 수도원이 있다'하니 수도원이 있는 것이고

수도원을 둘러싼 바위산이 천재 건축가 가우디에게 숱한 영감을 줬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상상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익히 사진을 보아뒀으니 '그럴 것'이라고 상상할수 있지, 도대체 뭐가 뭐라는지 지척의 시야까지 안개에 꽁꽁 숨겨져 있었다.

  "사실은요. 이 바로 뒷산의 바위들이 정말 끝내주거든요."

안타까움에 옛날 사진까지 들춰내보지만 여간 실망한 눈치가 아니다.

   "인간이 얼마나 위대한 지 알아요? 하나도 안보이는 걸, 상상으로도 그려낼 수 있는게 인간의 두뇌거든요."

인간의 위대함까지 들먹여보지만 안보이는 건 안보이는 거다.

ㅠㅠ

 

그러나~~~

여기서 이번에 같이 여행한 사람들이 빛이 나기 시작했다. 사람복 많은 내 복이 증명되는 시간이었다.

 

안개가 자욱한 성당 마당을 지나 사진을 찍다가도, 잠깐씩 아주 잠깐씩 안개가 살짝 걷혀 바위산 한쪽 귀퉁이라도 드러나는 순간이면

'그 모퉁이를 보여준 기적(?) 같은 순간'에 우리가 그 자리에 있었음을 감사했다.

소년 합창단의 천상의 음악이 울려퍼지는 일요일 1시에 그 성당 안에 들어 갈수 있음을 감사했고

날 맑은 날이면 그냥 지나쳤을 지도 모르는 수도원 대성당안의 검은 성모를 만나기 위해 긴 줄 끝에 서서 오랜 시간을 기다리면서도

덕분에 성당의 화려한 장식을 볼 수 있는 것에 고마워했고, 덕분에 오랜 세월 닳을대로 닳은 성당 벽의 많은 부조들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면서 고마워했다.

'안개를 피하느라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이렇게 직접 느끼는 것'이라고.

사람들이 고마웠다.

흐린 날씨가 내 탓은 분명 아니지만 청명한 날의 몬세랏을 익히 알고 있는 나는 괜히 미안했다.

그러나 우리 팀은 '덕분에 검은 성모도 봤다' 하고 '덕붕에 이 짧은 순간 하늘이 잠시 열리는 기회도 얻었다'며 고마워했다.

전날, 바르셀로나 슈퍼에서 사온 빵과 과일로 점심을 떼우면서도 '덕분에 점심 먹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며 즐거워했다.

비는 아니라서 우산을 펴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했고, 이렇게 다 보지 못하는 것은 언젠가는 다시 오라는 신의 뜻이라고도 했다.

ㅋㅋㅋ

고마웠다.

 

흐리거나 맑거나, 한치 앞이 보이거나 말거나 푸니쿨라를 타고 하여튼 산 정상으로 올라가 보자고 했다.

수도원 성당안을 가득 메웠던 사람, 우리랑 같이 기차를 타고 왔던 수많은 사람들은 어느 새 다시 돌아가버린 뒤였다.

가득 싸인 안개와 함께 실망을 감추고 그렇게 우리는 푸니쿨라를 타고 산후안 전망대를 올랐다.

그리고~~~

... 기적이 일어났다.

정상으로 오르니 우리를 꽁꽁 둘러싸고 있던 산 안개가 우리 발 밑에 있었다.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었던 아랫 동네와 달리 산 위는 하늘이 열려있었다.

야홋~~ 야홋~~~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우리들은 내달리기 시작했고, 번쩍 번쩍 하늘 위로 뛰어 올랐다.

살짝 한번 가보기만 하자 했던 처음의 계획은 산 정상을 한바퀴 도는 트레킹으로 급 변경.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역시 대장님이세요. 안 올라왔으면 어떡할 뻔 했어요~~~"

구름을, 짙은 구름을 내가 걷어낸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고마워하고 기뻐한다.

고맙다, 참 고맙다.

복이 많다, 나는 참 복이 많다.

트레킹을 하면서 산 밑둥이를 감고 있는 구름들을 보면서 '영화의 한 장면'이라며

"만약 저 아래 구름들이 없었다면 이런 장면이 어떻게 나올 수가 있겠어요?"라던 사람들...

그리운 사람들...

 

그래요!!!!

우리의 몬세랏은 하늘을 열어젖혔어요!!!

 

안개 낀 수도원 앞 마당.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뭐를 봐야 한단 말이지?

가우디는 여기 무엇에서 영감을 얻었단 말이지?

 

옛날 청명했던 몬세랏 사진을 보여줘보지만...

쩝~~~

 

우리들의 몬세랏은 이리 자욱한 안개...

 

덕분에 검은 성모 상을 보았지요.

덕분에 성당의 구석구석을 봤지요.

 

안개 속에서 외로이 첼로를 켜고 있는 파블로카잘스.

그도 외로워 보였어요, 그도 추워 보였어요.

 

그런데...

산 후안 전망대를 오르는 푸니쿨라 안!!!

아~~~~ 뭔가~~~~

하늘이 열리는 것 같다~~~

 

우후훗~~~

하늘이 열렸어요~~~

 

조금전까지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몬세랏의 바위산...

 

펄쩍 펄쩍 날았다.

엄마도 날고 딸도 날고, 선생님도 날고 학생도 날고...

 

산 정상을 한바퀴 도는 트레킹 시작.

중도에 포기하고 그냥 내려갈까도 잠시 생각했지만...

나리쌤의 과감한 결단 뒤에 모두가 다 따라가기로...

"날씨도 이리 좋은데, 뭘 망설이랴~~~"

 

야홋~~~

 

"오늘 같은 날이 아니었다면 영화같은 이런 장면을 어떻게 봤겠어요?"

"진짜, 짱이예요."

 

다시 내려온 수도원에도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친 김에 산타코바 길도 걸어보기로 했다.

 

 산 아래서 올려다 보는 몬세랏 수도원도 아주 멋있다.

이미 하늘은 아주 많이 열려있었다.

 

무한 긍정의 우리 팀~~

고마워요~~~

당신들이 있었기에 우리들의 몬세랏은 더욱 아름다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