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지금은 여행중 /1월 스페인 모로코

<스페인 모로코 여행 후기 3> 행운을 부르는 스페인 모로코

프리 김앤리 2014. 3. 24. 15:30

<2014 투어야여행사 단체배낭  스페인 모로코 이야기 6>

 

 

"인순아~~~"

향미쌤을 생각하면 친구를 부르는 다정스런 쌤의 목소리가 먼저 떠오른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만난 분, 그런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느낌이 드는

친숙하고 다정다감한 쌤.

처음 며칠은 이렇게 많이 걷는 여행은 정말 힘들다고 하셔서 잠깐 걱정이 됐던 분.

몸에 열이 많으셔서 여름보다는 겨울 여행이 더 좋다시던 쌤.

사근사근한 목소리에 살풋 살풋 걸음걸이, 그리고 조용한 말씀 중간 중간에

툭 튀어나오는 전라도 사투리가 그렇게 정겹던 쌤~~~

쌤~~~ 쌤들이 제 에너지예요.

 

쌤이 우리 홈페이지에 스페인 모로코 여행 후기를 올려주셨다.

 

향미 쌤이 쓴 여행 후기 보러가기

 ☞ http://tourya.com/2013/bbs.html?mc=V05&bc_id=16619

 

 

<행운을 부르는 스페인 모로코>

행운은 객관적인 지표를 갖는 게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 상태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여행 내내 나를 따라다닌 행운을 되짚어본다.

   

우선 소그룹 단체여행에 맞게 잘 어우러지는 일행을 만났다.

대장님까지 12명이었던 우리 팀은 기본적으로 둘둘 단짝이 잘 맞추어졌고,

필요에 따라 절묘하게 4,4,4가 되었다가 3,4,5 또는 2,3,3,4가 되기도 하는 등 분산과 집합이 잘됐다.

여행 처음부터 끝까지 피로한 기색 하나 없이 줄곧 사진 속에 일행을 담아주던 분이 계셨고,

곳곳에서 먹거리, 볼거리, 길 찾기 등에 도움을 준 여행 경험 많은 젊은 친구들도 있었고,

아픈 사람이 생기면 즉석에서 치료해 줄 한의사선생님까지 계셨으니 역할분담도 훌륭했다.

연령대, 거주 지역, 직업군이 다양하여 여행의 매력 중 하나인 익명성을 누리면서도 동시에 다양한 화제를 즐길 수 있었다.

 처음 듣는 전라도와 경상도의 사투리가 서로 생소하면서도 너무 재미있어서 여러 번 쓰러지기도...

 

여행 내내 날씨가 좋았다.

어떻게 좋았느냐면 적당히 추웠고, 꼭 필요할 때 맑았고, 내 몸이 너무 지쳐있다 싶을 때엔 뜻밖에 주룩 주룩 비가 내렸다. 여행을 강행할 수 없도록^^

그래서 스페인과 모로코를 제대로 즐기려면 겨울에 가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처음 가봐서 다른 계절의 모습은 모르지만...ㅋㅋ)

체질적으로 열이 많아 봄, 여름이 싫은 나에게는 딱 맞춤한 계절이었다.

도시의 가로수에는 그야말로 오렌지 빛 오렌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봄철에나 볼 수 있을 여리고 작은 꽃들이 길가에 소담하게 피어있었으니 실제로 스페인이나 모로코에는 우리나라처럼 그렇게 매서운 추위는 없을 듯하다.

 

다양한 숙박시설을 체험했다.

편안하고 아늑한 호텔도 있었고, 약간 불편하지만 관광지와의 접근성이 아주 좋았던 호텔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알함브라 궁전의 멋진 야경을 바로 코앞에 둔 알바이신 언덕의 호스텔이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한데,

특히 내가 머문 방에서는 창문을 열고 손만 내밀면 상큼하게 맛있는 오렌지를 바로 딸 수 있었다.

유실수만 보면 마음껏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싶어하는 나의 욕심을 경계함인지 오렌지 나무에는 억세고 거친 가시가 박혀 있더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

그리고 정말로 잊지 못할 마라케쉬의 Layla Rouge! 벌써 우리 일행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대장님의 곤혹스러운 표정이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대장님! 그 곳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어찌 모로코풍, 진정 모로코다운숙소를 경험할 수 있었겠어요?

아침마다 우리의 식사를 챙겨주고 마지막엔 내 무거운 가방도 계단 아래로 들어내주던 그 모로코인의 착한 얼굴도 그 곳이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었을 테니,

그 숙소도 버젓이 내 행운 목록에 들어간다.

 

돌아오는 길에 두바이에서 인천까지 내 단짝 친구와 함께 비즈니스석티켓을 받았다.

그런 일도 있다더라고 항간에 많이 떠돌던 그 엄청난 행운이 진짜 우리에게 온 것이다.

이번 단체여행에서 일행 중 가장 늦게 신청하여 합류했던 나와 친구는 카사블랑카에서 두바이까지는 좌석을 받았지만,

경유지인 두바이에서 인천까지 ‘STBY’ 그러니까 stand by 상태의 티켓을 받았다.

, 우리 대장님만 믿고 있으면 되겠지, 우리 대장님은 어떻게든 문제를 잘 해결해왔던 분이니까!’ 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달랬는데...

정말! 진짜로! 두바이에서 공항 직원이 우리 두 사람에게 ‘You are lucky!’라고 여러 번 말하며 비즈니스티켓을 건넨 것이다.

그 때 바로 옆에 있던 우리 대장님이 나도 비즈니스클래스로 보내달라, 안되면 퍼스트클래스라도 보내달라고 떼를 쓰셨고,

그 직원은 한 술 더 떠서 그것도 안 되면 파일럿클래스로 보내주겠다고 응수해서 우리 모두 한바탕 웃었다.

 

그리고 여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따라 다닌 행운은 바로 김승란 대장이었다.

대장님은 컸고 넓고 편안했다. 앞장서서 설명하다가 가운데에서 웃기다가 어느새 후미를 챙기셨다.

 한 사람이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을 그들의 성향과 그 때 그 때의 감정까지 고려하며 동시에 다 아우를 수 있다는 게 참 대단했고,

 나는 여행 내내 저 분의 현재 모습을 만들어낸 과정과 동인은 무엇일까,

과연 그녀의 저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가등을 궁금해했다.

그리고 살면서 처음 써보는 대장님이란 호칭을 여행 초반부터 글자 그대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긴 여정에서 믿고 나를 맡길 수 있는 든든한 길잡이를 만나는 것보다 더 큰 행운이 어디 있겠는가!

 

여행 후 짬짬이 스페인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소설을 읽는다.

 책 곳곳에 바르셀로나의 주요지역들과 거리, 광장 등이 언급되는데 아는 이름이 나올 때마다 친근하고 반갑다.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마음 한 켠에 또 다른 세계의 기억을 지니고 가끔 꺼내보며 미소 지을 수 있다는 것도

내 삶이 가져다 준 크나 큰 행운 중 하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