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지금은 여행중 /6월 크로아티아

낯선 도시, 친근한 느낌 - 쟈그레브의 조각상

프리 김앤리 2014. 4. 11. 16:30

 

<2014 6월 투어야여행사 단체배낭 크로아티아 준비 5>

 

여행은 낯선 곳을 찾아가는 일이다.

낯선 곳에 뚝 떨어진 이방인, 그 낯선 느낌을 사랑하는 것이 여행이다.

 

크로아티아의 쟈그레브 시내에는 유독 거리의 동상들이 많다.

어느 광장에서 어느 거리에서 문득 만난 동상들, 그 나라의 역사를 알고 있지 못하는 경우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영웅들의 모습은 그저 식상할 수도 있다.

 

 

이런 것들. 다른 민족의 침입으로 부터 나라를 구했고, 크로아티아를 세운 국왕이라고 하더라도

그 나라의 역사가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경우는 그저 그런 느낌일 수도 있다. 

하기야 우리나라의 역사를 잘 안다고 해도 지금 광화문의 세종대왕 동상이나 예전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 동상 또한

권위적인 모습때문에 살갑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이런 건 그래도 좀 나을까?

쟈그레브 시내의 어느 건물 앞에 세워져 있다고 하는데 이런 모습 또한 너무 높은 제단 위에 있는 동상이라

그들에게 의미가 있을지언정 낯선 도시에 도착한 여행자에게는 그다지 감흥을 주지 못한다.

 

 

대성당 앞에 있다는 성모상이나 스톤게이트를 올라가는 길에 있는 성 조지의 동상도 비슷하다.

 

그래도 이건 훨씬 나은 편이다.

크로아티아 국립극장 앞에 있는 '인생의 우물(The Well of Life)'라는 작품.

인생이라는 우물의 주변으로 짝을 이룬 젊은 사람들과 나이든 사람들이 둘러싸 있다.

관상용으로서의 권위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같은 조각상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모습에서는 좀 더 인간적인 냄새가 풍긴다.

재미있는 것은 자그레브 시내에서는 이런 조각품들이 어느 길거리에 뜬금없이 나타나 준다는 것이다.

조각품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이렇게 생긴 조각상들이, 그것도 뜬금없이 어느 모퉁이에서 나타날 때

낯선 도시에서 뚝 떨어져 이방인일 수 밖에 없었던 까닭모를 불안감이 스르르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작품들은 거기서 한 발 더 나간다.

까닭모를 불안감과 의심과 경계의 눈초리를 가지고 있던 여행자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수준이다.

어딘가에서 봤던 모습들 어쩌면 바로 우리 이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옛날 우리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친근한 느낌...

자그레브 거리에서 만나는 재미다.

 

이 동상들은 자그레브 시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두 번의 여행에서 본 적도 없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는 이 친숙함.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 어느 모퉁이에서 문득 그들을 만나면 빙그레 웃을지도 모른다.

여행자로서의 긴장을 완전히 풀어 헤친 채 자그레브의 매력 속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산마르코 성당을 지나, 자그레브 시내가 전부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 옆에 있던 이 조각상.

어딘지 어수룩하게 보이는 이 조각을 만나면 누구든지 나란히 앉아 어깨를 걸고 입가에는 미소를 띄운다.

쟈그레브가 따뜻하게 다가오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