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월 투어야여행사 단체배낭 크로아티아 준비 12>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모스타르에 과연 무엇이 있을까?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다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다리도 있고,
그 다리가 부숴진 유고내전의 슬픈 역사도 있다.
그리고 유고 내전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는 총알 구멍 숭숭 뚫린 도심의 건물도 있고
기독교와 이슬람으로 나누어져 서로 싸웠던 가슴 아픈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그런 역사와 스토리를 하나도 모른다고 해도 모스타르 버스 터미널에 내리는 순간, 구시가지로 들어서는 순간, 모스타르는 마음에 쏘옥 들었다.
세계여행을 하던 첫 해의 이야기다.
조약돌이 박혀 있던 강가의 소박한 거리와 소박한 가게들, 어디선가 들리던 아잔소리, 그리고 순박해 보이던 그 동네 사람들의 얼굴들.
작은 돌집들, 그리고 뭘 먹어도 맛있었던 보스니아의 음식들... 느긋하게 돌아다녀도 채 몇시간도 걸리지 않을 것 같았던 골목길...
그곳에 하루를 머물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사라예보의 숙소에 그날 저녁을 예약해 놓아 눈물을 머금고 모스타르를 떠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다짐했다. 다음에 이 곳을 찾는다면 반드시 하루저녁은 묵으면서 천천히 느긋하게 이 동네를 즐기리라고...
...
2012년 8월, 투어야 여행사에서 크로아티아 여행을 계획하면서 모스타르를 일정에 넣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찾았던 모스타르.
눈물나도록 아름다웠다, 정겨웠다. 함께 했던 사람들 모두가 행복해했다.
모스타르(Mostar)라는 이름은 도시의 상징인 다리,
'스타리 모스트'에서 유래되었다.
모스트란 다리라는 뜻이다.
네레트바 강 너머로 완벽한 하나의 아치를 이루고 있는 이 다리는
오스만투르크가 발칸에 남긴 최고의 걸작이란 평가를 받는다.
1566년 완공되었을 당시 이 다리는 세계에서 가장 긴 단일 구간 다리였다.
이 지역은 15세기부터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를 받았는데,
오스만 제국의 슐레이만 황제는 로마로 이어지는 아드리아해의 길목에 있는
네레트바 강에 진지를 구축했고
수많은 물자의 원활한 수송을 위해 이 곳에 다리가 필요했다.
이 도시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강을 건너는 다리,
모스트가 있어야 했고
스타리 모스트를 지어 결과적으로 도시가 발전하고 번영하였다.
스타리 모스트는 모스타르를 남북으로 가르는 네레트바 강을 잇고 있다.
다리를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기독교계(크로아티아계)가 살고 있고, 남쪽으로는 무슬림계가 살고 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다리는 보스니아 내전때 폭격을 당해 완전히 부숴진 적도 있었다.
보스니아 내전 초기에는 무슬림계와 크로아티아계가 힘을 합쳐 유고 연방의 맹주인 세르비아계의 공격을 막아냈으나
이후 이곳에 살고 있는 기독교 세력, 즉 크로아티아계가 크로아티아와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다리를 사이에 두고 양측의 세력이 충돌하였다.
결국 1993년 11월 크로아티아 포병대에 정확한 포격에 의해 스타리 모스트는 파괴되었다.
다행히 내전이 끝난 뒤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아 다리는 다시 재건되었고
내전의 상처와 아름다운 영광을 가지고 있는 스타리 모스트는 전 세계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 모스타르에 들어서면 곳곳에 1993년을 잊지 말자는 구호를 볼 수 있다.
다리의 한쪽에, 그리고 어느 길의 모퉁이에서...
1993년, 자신들을 폭격한 그 놈들을 잊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아랫마을 윗마을 하며 사이좋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서로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지
전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잊지 말자는 다짐 같은 거였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자신의 종교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고 말하던 사람들.
눈빛 맑은 그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
처음 여행했던 지난 2009년에는 한여름 성수기가 지난 가을이어서 그랬는지
다리의 난간을 정비하고 있었다.
그 때 들었던 이야기가 한 여름에는 뚝심을 자랑하는 청년들이
이 다리에서 다이빙 대회를 연다고 했다.
매년 7월 네번째 주말에 축제를 열고
강물로 뛰어드는 용감한 젊은이들을 볼 수 있다고...
2012년 여름, 우리는 스타리 모스트를 뛰어내리는 용감한 젊은이들을 만났다. 그 높은 곳에서~~~
다리 옆에 모여든 여행자들을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쳤다.
오금이 저리도록 까마득한 아래로 뛰어드는 그 용감함~~~
그러나 우리는 보스니아의 용감한 젊은이들을 만나기 전에 어쩌면 슬픈 장면과 먼저 맞닥드려야 할지 모른다.
돈 한푼을 달라고 아니면 당신들이 먹고 있는 그거라도 달라고 손을 내미는 아이들.
불쌍한 눈빛도 있지만 당돌하기도 하고 무섭기까지 하던 아이들.
그들은 무리를 지어 휘젓고 다니면서 너무도 당당하게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고 집요했다.
너무도 깨끗하고 화려했던 두브로브니크를 거쳐와서 우리 마음이 더 상했는지도 모른다.
주로 이 아이들의 무대는 모스타르 버스 터미널 근처였는데 이번에는 버스를 대절하고 가서 이런 모습과 안 부딪힐지도 모른다.
...
아예 만나지 않는 것이 더 좋을지... 지구촌의 한 구석에서는 여전히 이런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과 부딪히는게 좋을지...
하여튼 2009년과는 다르게 2012년의 모스타르를 시작과 끝은 약간 우울했다.
여행자들의 불편은 거기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모스타르 시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총탄 자국들.
내전의 아픔을 여전히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당황할지도 불편해 할지도... 그리고 슬플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것 또한 모스타르의 역사... 있는 그대로를 보고 싶다.
슬픈 역사와 당황스러운 현실과 만날지라도
그러나 나는 '모스타르는 분명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유럽 내에서 이슬람의 분위기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곳, 그래서 작은 터키라고도 불리우는 곳.
우리는 어쩌면 그 곳에서 알록달록한 터키식 스카프를 살지 모른다. 그리고 터키식 진한 커피를 맛볼지도 모른다.
조약돌이박힌 좁은 골목길을 오래동안 걸어다닐 지도 모르고
이국적인 풍경에 마음을 뺏기고 이 가게 저 가게에서 낯선 물건들을 사 모을지 모른다.
물론 밝게 웃고 있는 아이들을 만날지도 모르고...
매콤한 케밥 한 조각을 먹으며, 가지 혹은 파프리카 혹은 양배추를 돌돌 말은 돌마를 먹으며 모스타르의 밤을 맞게 되겠지...
모스크에서 울려퍼지는 아잔 소리를 들으며...
모스타르를 밝힌 은은한 불빛과 함께 늦은 밤을 맞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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