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지금은 여행중 /7월 러시아 에스토니아 핀란드

빛의 소리를 듣는다. 헬싱키 암석교회

프리 김앤리 2018. 7. 12. 14:48


 

 

<빛의 소리를 듣는다  - 암석교회, 문화공간으로 사회에 기여하다>

 

나의 발길은 고르지 않은 바위 능선을 넘는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거대한 돌담 같은 벽으로 둘러싸인 건물을 한 바퀴 회전하니 입구에 이른다.

난 산책길에서 일부러 방향을 조금 틀어 이 공간에 들어와 긴 호흡으로 휴식을 취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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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말로 '뗌펠리아우끼오 교회'(Temppeliaukion Kirkko) 즉 암석교회(Rock church, 루터파 교회0라 불리는 곳이다. 그러고 보니 난 지금가지 교회에 간다는 생각을 하며 이곳에 들린 적이 없다. 가금 음악회가 열릴 때 찾는 곳이다. 혹은 멀리서 오는 친구들이 헬싱키를 방문했을 때 난 무조건 그들을 이끌고 이곳에 온다. 그들이 흡족한 미소를 머금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떠나는 모습을 보면 이유 모를 즐거움을 만끽한다.

이곳은 내가 본능적으로 좋아하고 찾게 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핀란드에서는 어느 교회 공간이든 어김없이 열려 있고 너그럽다.

다행히 종교를 구분 짓지 않고 사는 나이기에, 교회 공간을 건축과 디자인 공간으로 살피며 배회하곤 한다.

교회 안에서 어쩌다 마주치는 사람들은 대단히 겸손하며 봉사자의 언어로 대꾸한다.

교회에서 열리는 다양한 프로그램 속에는 아름다운 음악과 빛의 향연으로 넘쳐난다. 누가 누구를 믿고 따르는지 구분 짓지 않는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이 세상에 인간이 아닌 그 어떤 신의 조재가 있다는 점을 스스로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더 이상 누가 붇거나 대답하지 않아도 그 믿음은 세상 사람들이 평등하고 지혜로움을 나누는 실천에 있음을 깨닫는다.

난 이 공간 안에서 포용하는 신과 인간이 존재를 기분좋게 느낀다.

이 서로간의 존재는 다분히 사회안에서 이웃하며 현실 세계에 가까이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

 

눈에 띄지 않는 교회 입구에 세워진 십자가는 얼핏 보고 그냥 지나치기 쉽다.

바위 언덕에 걸쳐 있는 십자가는 보는 각도에 따라 간결한 비대칭의 조각품처럼도 보인다.

 

 

...

난 왜 사람들이 암석교회를 유독 많이 찾게 되는지 알 것 같았다.

암석교회는 핀란드 현대 교회 건축 중에서 대표적인 건축물 중 하나로 알려져 있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떤 태도인가에 따라 같은 공간의 기능과 역할이 달라 보인다.

최근 들어서 더욱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지만 교회를 방문자들에게 열어놓고 있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암석교회를 찾는 사람들은 우선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공간 안에서 모든 행동은 자율에 맡긴다.

몇 가지 교회에서 진행하는 중요한 행사로 일요일 정규적인 예배 시간과 결혼식 혹은 장례식 등 특별히 방해 받지 않아야 할 시간을 제외하고는

언제든지 정해진 시간에 사람들에게 공개한다.  

 

 

나는 그동안 부담없이 드나들던 암석교회를 교회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늘 나의 마음을 놓게 되는 '빛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빛의 소리를 듣는 공간이기도 했다. 교회라기 보다는 그 어떤 정신을 담은 문화 공간처럼 느껴진다.

 

 

 

암석 교회는 건축가 띠모 수오마라이넨(Timo Suomalainen)과 뚜오모 수오마라이넨(Tuomo Suomalainen) 형제에 의해 설계되고 1969년에 완공되었다.

교회는 주변에 중후한 모습의 1800~1900년대 초 아파트 단지들로 둘러싸여 있다. 교회 바깥에서 보기에는 거대한 바위 언덕 한가운데 커다랗고 둥근 지붕만 보인다.

암석 교회의 실내 공간은 거대한 바위 언덕을 파내고 벽은 원래 자연 그대로의 바위를 거칠게 깎아 내린 정도로 마감이 되어 있다.

일부 벽면은 크고 작은 돌과 바위들을 일정하지 않은 간격으로 쌓아올려 돌담 벽을 이루고 있다.

천장에서 새어 나오는 빛은 태양 빛이 넘어가는 각도에 따라 교회 바닥에 그림자가 움직인다.

교회  내부 천장 한가운데는 구리판을 오려서 돌린 거대한 한 판의 바구니 같은 모양처럼 보인다.

구리 판의 가운데 원을 떠받치는 바깥 원은 유리판과 콘크리트 판이 조화를 이루며 곡선을 이루고 있다.

유리판 사이를 지나는 콘크리트 판은 교회 바닥에서 보면 직선으로 보이지만 교회 2층에서는 그 세세함이 보인다.

노출 콘크리트 판들은 바위 틈에 고정이 되고 한가운데를 향해 간격을 유지하면서 직선을 긋고 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들은 그 직선에서 마주친 그림자를 따라 리듬을 타기도 한다.

 

                     -  『핀란드 디자인 산책』 안애경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