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지금은 여행중 /10월 대만

희망을 날리며 모두 웃는다 - 핑시선

프리 김앤리 2014. 10. 13. 15:29


<2014 10월 타이완 여행 여섯번째 이야기>

 

 

# 1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십대 아이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타이완 영화다.

 열일곱살의 남자 주인공은 혼자서 짝사랑 하던 같은 반 여자 친구에게 소원을 말한다.

   "결혼해 줄래?"

 물론 앞에다 대고 한 말이 아니다.

 핑시선 철로 위에서 날리는 천등에다가 살짝 소원을 썼다.

 네 면으로 이루어진 천등,

 열일곱의 우리 주인공 남자가 천등의 한쪽에 자신의 소원을 썼고 

 또래 남자애들의 뭇사랑을 받던 그 소녀는 다른 한 면에 대답을 썼다.

 소년은 소녀의 대답을 모른 채, 희망을 담은 천등을 하늘에 날린다.

  

   "결혼해 줄래?"

   "대답은 천등에다 썼어!"

 

 자신의 사랑이 짝사랑이라고만 여겼던 소년은

 소녀의 대답이 '아니!'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응'이라고 쓰여진 천등은 이미 멀리 하늘 높이 날고 있었다.

 

 

 

 

 

# 2

 천등은 삼국시대 제갈공명이 발견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두 百度  백사전 인용)

 

 당시 평양현에서 사마의에게 포위되어 곤경에 빠진 제갈량은

 성을 빠져나가 도움을 요청할 방법이 없었다.

 이에 공명은 바람의 방향을 계산하여 천등을 만들어 구원 요청을 하여

 위험에 벗어났다고 한다.

 

 그때문인지 천등을 다른 말로 공명등이라고도 하는데

 천등의 모양이 제갈공명이 쓰던 모자와 닮았다고 하여 공명등이라고도 한다는 설도 있다.

 

 천등을 날리는 것으로 유명한 핑시선의 한 역, 스펀에는

 천등과 함께 제갈공명의 그림을 크게 그려놓기도 했다.


 그가 태어난지 1833년이나 되었단다.

 

 


 

 

핑시선(平溪線)은 타이페이에서 한 시간정도 떨어진 루이팡 (瑞芳)역에서  후통(侯硐), 스펀(十分), 핑시(平溪), 징통(菁桐)에 이르는 12.9Km의 철도 노선이다.
1910년말, 이룽하곡에 탄광업이 발달하면서 운송을 편하게 하기위해 하천을 따라 많은 역을 지으면서 촌락이 형성되었는데

1992년 탄광업이 몰락하면서 이 노선을 관광열차로 개조하여 지금은 관광객을 태운 열차가 시속 20Km의 속도로 여유롭게 달리고 있다.

 

첫 역부터 끝 역까지 가봐야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

여행자들은 중간 역에 내려 마을을 돌아보다가 다음 기차를 타고 다시 다른 중간 마을을 가기도 하고

때로는 강을 따라, 철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서 다음 마을을 가기도 한다.

 

핑시선의 시작인 루이팡 역을 떠나 첫번째 만나는 마을을 후통(侯硐)이다.

일명, 고양이 마을이라고도 부른다.

폐광 이후 몰락한 허우통 마을에 고양이를 좋아하던 한 여성이 고양이를 많이 키우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며서 유명해졌다.

일부 방문객들이 고양이를 버리고 가기고 하고, 키우던 고양이들이 새끼를 쳐서 수가 많아진 고양이 덕분에 오히려 이를 보러오는 관광객들로 마을 수입도 늘어났단다.

두번째 역인 스펀(十分) 마을은 희망 메시지를 담고 하늘로 띄우는 천등으로 유명한 마을.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천등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먹고 산다.

천등을 만들고, 천등을 팔고, 천등을 띄우러 오는 사람들에게 먹는 장사, 기념품 장사를 하며 부지런히 살고 있다.

타이완의 총통도 해마다 설날에는 이곳으로 와서 타이완의 평안을 빌며 천등을 띄운단다.

 

핑시(平溪) 마을은  정월 대보름마다 천등제를 크게 벌이는 마을, 징통(菁桐)은 핑시선의 종착역으로 타이완의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소담한 마을이다.

어느 마을이든지 옛 거리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서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마지막 마을인 징통은 스펀이나 핑시와 달리 천등을 띄워 소원을 비는 것이 아니라 대나무 통에 소원을 적어 놓는 것이 특이했다.

 

 

자!! 그럼 우리도 소원을 띄우러 핑시선을 타자.

고양이 마을, 후통은 건너띄고 스펀역에 내렸다.

천등을 띄우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다.  하늘 높이 날으는 천등을 보고 싶어서였다.

 

ㅋㅎㅎㅎㅎㅎ

그런데 왜 이리 즐거운 것이야?

여기저기서 웃음소리다.

철로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빨갛고 노랗고 파란 등에 각자 소원을 쓰고 사진을 찍고 하늘로 날려보낸다.

그리고 모두들 웃고 있다.

언젠가는 이루어질 소원을 빌어서 그런걸까? 하늘로 날리는 희망때문일까?

마을을 찾아온 관광객도, 물건을 팔고 있는 마을 사람들도 모두들 기쁨에 들떠있다.

아이도 어른도 모두모두 웃고 있다. 희망을 쓰고 있다. 건강, 사랑, 행복, 합격...

 

 

그리고 이 언니!!

한자로 쓰는 다른 사람들의 소원은 해독할 수 있는 몇자만 가지고 짐작할 수 밖에 없는데

한글이라 한 눈에 팍~~~ 들어오는 이 언니의 소원!

'서른 살엔 연애한다'.

혹시 이 언니가 내 블로그에 들어와서 지우라고 하면 지울께요.

근데... 정말 너무 예뻤어요.

그리고 저도 이 순간, 간절히 바랬답니다. 서른 살엔 좋은 사람 만나, 예쁜 사랑 키우시기를!!!

색색의 종이에 소원을 써내려간 사람들은 이제 철로로 나가 등을 띄운다.

안쪽 심지에 불이 붙은 천등은 점점 부풀어지고 이제 하늘로 날 준비를 한다.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소원을 하늘로 날리며 희망이 현실이 되도록 빈다.

 

아!!! 이렇게 행복한 마을이~~~

이렇게 모두가 웃고 있는 순간이....

 

이제 하늘로 날아갑니다~~~


우리의 사랑이, 우리의 건강이, 우리의 행복이...

 


꼭 이루어질 꿈으로 하늘을 날아갑니다.

 

당신들의 사랑이 꼭 이루어지길 빕니다.

당신들의 건강을 빕니다.

당신들의 행복을 빕니다.

당신들의 웃음을 듬뿍 받은 우리의 행복도 우리의 건강도 우리의 사랑도 빕니다.

 

당신들의 이 웃음이 계속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우리들의 이 행복이 계속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웃음 소리 가득한 행복한 마을, 핑시선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