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지금은 여행중 /7월 러시아 에스토니아 핀란드

활짝 열린 크레믈린, 모스크바

프리 김앤리 2018. 7. 18. 13:16

 

'크레믈린 같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도통 알 수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구 소련 시절, 정책 결정이 비밀스럽게 진행된다고 해서 모스크바의 상징이었던 크레믈린을 빗대어 나온 말이다.

물론 소련과 대치하고 있었던 서방 세계의 시각에서다.

그래서인지 '크레믈린' 하면 처음 떠오르는 단어가 '비밀'이고 '철벽'이고 '장벽'이다.

...

지금?

활짝 열려있다.

러시아의 문이 활짝 열려있고, 모스크바 시내가 다 열려있고 크레믈린 궁도 여행자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현재도 집무를 하고 있는 대통령 궁이나 의회건물은 들어가 볼 수 없지만.

'크레믈린 같은 사람'이라는 문장은 그래서 철 지난 비유다.

 

크레믈린 궁,  지도를 보자면 이렇게 생겼다.

붉은 성벽에 뾰족 지붕 망루로 둘러싸인 삼각형 모양.

크레믈린 궁에는 대통령이 집무를 보고 있는 의회 건물(15)이나 공연장으로 사용되는 크렘린 대회궁전(11), 궁전 병기고(14)도 있지만

여행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당연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여러 사원들이다.

 

 

 

사원을 들어서는 순간, 당신은 아마 펼쳐지는 아름다운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러시아 미술하면 빼놓을 수 없는 수많은 이콘과 빈틈없이 새겨놓은 벽화와 조각품들.

엄숙함과 아름다움과 장엄함에 할 말을 잃을 것이다.

 

모든 사원은 들어가는 입구에 내부 설명서가 비치되어 있다.

한글판이 없어서 섭섭하지만 영어판 만으로도 땡큐다. 한 장씩 챙겨두시라.  

꼼꼼한 사람들은 눈 앞의 광경과 설명서를 일일이 맞춰가며 감상 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좋다.

꼭 그림을 해설해야만 맛인가? 그저 황홀해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감상이다.

 

 

 

<우스펜스키 사원>

사원광장에서 단연 눈에 띄는 아름다운 사원, 다섯개의 황금색 양파 모양의 지붕이 빛을 발한다.

1547년부터 1896년까지 러시아 황제의 대관식이 열렸던 곳이다.

우리는 우스펜스키 사원이라고 부르지만 자신들은 Dormition Cathedral 이라고 부른다.

우스펜스키(Успенский)가 러시아어로 성모 승천 이라는 뜻인데

이 사원 안에 있는 가장 유명한 아이콘인 '성모마리아의 영면 (Dormition of Holy Virgin)'에서 영문식 사원이름을 붙여 놓은 듯. 

(*크레믈린 전체 지도에서는 The Assumption cathedral이라고도 한다.  가정? 추측? ... 왜 이런 이름을????)

    

  

우스펜스키 사원의 벽을 장식하고 있는 성모마리아의 영면 (Dormition of Holy Virgin)과  블라디미르의 성모(Holy Virgin of Vladimir).

'성모마리아의 영면'은 동일 이름으로 수많은 작품들이 있는데 위의 사진은 크레믈린 궁 안에 있는 이콘은 아니다.

사원 내부는 사진 촬영 금지. 인터넷을 다 헤집고 다녔지만 크레믈린 우스펜스키 사원에서 가져온 자료와 똑같은 그림의

'성모 마리아 영면'은 찾을 수 없어 가장 비슷한 것을 올렸다. 이번 여행에서 부디 찾으시길...

나? 당연히 못찾았다.

사원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전체가 주는 황홀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그만 넋을 잃어버렸었다.

 

 

<이반 대제의 벨 타워>

누가 더 위대한가를 종루의 높이로 경쟁했다는 곳.

이반 4세에 이어 왕이 된 보리스 고두노프 황제는 원래의 돔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짓고, 황금 돔을 얹은 뒤 아래에 띠를 둘러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었단다.

"내가 앞선 왕들보다 더 높다 !!"며 "내가 러시아 전체를 통치하는 짜르!!" 라며.

이 종루는 현재 모스크바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모두 24개의 종이 있다는 데 두번이나 가본 크레믈린에서 종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다.

'러브 오브 시베리아'라는 영화에서 이 벨타워에서 종이 울리는 장면이 나온다는데...

 

 

 

<블라고베쉔스크 사원>

이반 3세의 개인 예배당이자 황제의 가족들을 위한 공간이 있는 곳이다.

크레믈린의 사원 광장에서 가장 러시아적이고 가장 다채로운 내부 공간을 가진 건물로 알려져 있다. 

이 성당의 메인 이콘이 '수태고지( The Annunciation ) 이라서 영문판 해설에는  Annunciation Cathedral이라고 번역해 놓았다. 

우스펜스키 성당처럼 벽화와 이콘, 조각들로 내부장식이 화려하다. 

1498년 이반 3세때 지어졌으나 1547년과 18세기의 화재, 1812년 나폴레옹 침공과 1917년 러시아 혁명 등으로 여러번 소실-복원- 파괴되는 

과정을 거쳐 2009년에서야 비로소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블라고베쉔스크 사원의 내부와 이콘 '수태고지(The Annunciation)'

** 수태고지

    ‘알리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아눈티아레(annuntiare)’에서 유래한 고유명사로,

    신약성서에 기록된 예수 탄생의 일화에서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나타나 예수 그리스도 잉태를 예고한 부분을 가리킨다.

 

 

 

<아르한겔스크 성당>

대천사 미하엘을 기리는 성당.

러시아 군의 승전식과 황제의 대관식, 장례식 등이 거행되었던 곳이며 내부에는 짜르와 가족들의 묘지가 있다.

Archangel은 대천사을 뜻한다.

 

아르한겔스크 사원 내부와 이곳의 메인 이콘 '미카엘 대천사'(Archangel Michael with the Deeds of Angel)

 

 

<황제의 종과 황제의 대포>

  

크레믈린의 사원 광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만날 수 있다.

. 황제의 종 : 세계 최대의 종.

                  높이가 6m를 넘고 무게가 200만톤을 넘는다는데 들지 못하니 도대체 가늠할 수가 없다.

                  하여튼 어마무시하게 큰 종.

                  표면에는 이바노프 여제를 비롯한 로마노프 황실이 황제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1737년 크렘린 대화재때 불을 끄려고 경비원이 종에 찬물을 끼얹어 생긴 균열로 결국 일부분이 깨져버렸다.

                  덕분에 한번도 울리지 않은 종.

                  떨어져 나온 부분만도 11톤!! 휴~~

. 황제의 대포 : 1586년에 만들어진 청동 대포.

                   이것도 무려 40톤이라고 하나... 200톤이나 40톤이나 어마무시하다는 점에서는 내게는 똑같음.

                   역시 세계 최대의 대포다.

                   황제의 위용을 과시하고자 만든 대포이나 이것 역시 한번도 발사된 적이 없다.

 

 

참고 : 김석철의 『세계 건축기행 』에서 말하는 크레믈린

         육백년을 거듭난 모스크바의 원형공간, 크레믈린   http://blog.daum.net/freeleeandkim/1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