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지금은 여행중 /5월 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

밤거리만 봤다. 루마니아 시비우

프리 김앤리 2016. 4. 22. 14:42

 

2015년의 기억

루마니아의 북쪽,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나들며 찾아갔던 즐거운 묘지.

시비우로 내려오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이름도 모르는 산길, 먼지 풀풀 날리던 비포장도로, 화장실이 단 하나밖에 없던 국도의 어느 작은 휴게소(심지어 먹을 것도 커피밖에 없는...), 파스타 하나 먹는데 한시간도 훨씬 더 걸린 도로변의 어느 레스토랑(손님은 달랑 우리밖에 없었는데 종업원이 거의 넋이 나갔다는...), 언제 지나칠지도 모르는 기차를 무작정 기다리던 철도 건널목...

버스 안의 산소가 부족해지는 느낌이었다.

머리가 어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멀미는 원래부터 있었던 것 같기고 하고

평생 버스만 타고 있었던 것 같은 환각!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환청! 헛것이 보이는 것 같은 아련함...

모든 감각이 짬뽕이 되고 마구 뒤섞여 폭발할 때쯤... 드디어 시비우에 도착했다.

시기쇼아라를 들러서 도착하려했던 원래의 계획은 이미 포기한 채 도착한 시비우였다. 

저녁 10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유럽 문화의 수도고 뭐고 고픈 배를 움켜쥐고 밥집을 찾아나섰다.

깜깜한 밤, 시비우 광장.

아름다웠으나 우선의 관심에서 벗어났고, 멋있었으나 즐길 여유가 없었다.

각자 흩어져 식당찾기. 또 누군가는 호텔에서 그냥 라면먹기!

시비우의 광장 뒷편의 어느 레스토랑.

루마니아 젊은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식당이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어 야외에 앉았다.

그러나 광장까지 다 포함해 도시 전체가 정전되는 바람에 흐린 촛불아래 음식을 주문했고 오로지 감각만으로 포크와 나이프질!

맛있더라. 

루마니아 젊은 친구들만큼 떠들썩거렸고, 계산 하나에 쩔쩔매는 레스토랑의 스텝 덕분에 더 많이 웃었다. 

다음날 아침. 전날 못간 시기쇼아라를 가야했기에 시비우를 일찍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우리에게 남은 시비우는 늦은 저녁과 이른 아침뿐 !!

ㅠㅠ



























 


<아래 글은 작년 여행을 준비하면서 쓴 글이다.

  작년에는 거의 제대로 못봤으니 올해 풀어야 할 과제다. >

이 도시도 새로운 곳이다.

내 개인적인 세계 여행때나 답사로 갔던 2013년에도 루마니아의 시비우는 가보지 못했던 곳이다.

이번 여행도 만약 기차나 시외버스 같은 대중 교통을 이용해야 한다면 역시 계획에 넣지 못했을 것이다.

도시간 이동을 전용버스로 방향을 틀면서 시간상의 여유가 생겼고, 그 덕분에 '시비우'가 툭 하고 떨어졌다.

'즐거운 묘지'가 있는 사푼자 마을도 마찬가지, 전용버스가 주는 선물.

 

시비우는 2007년 유럽연합에서 '유럽의 문화수도'로 지정되었다.

중세도시의 분위기를 유럽의 다른 어느 곳 보다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곳, 시비우로 떠난다.

시비우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가 여행의 포인트다.
시비우 성벽은 몇백년동안 이 도시가 트란실바니아의 중심으로 힘을 가지게 한 원동력이었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잇는 4개의 문과 성벽을 둘러싸고 있는 탑, Harquebusiers’ Tower (Turnul Archebuzierilor)와 Carpenters’ Tower (Turnul Dulgherilor)와  Potters’ Tower (Turnul Olarilor)의 위치를 파악했다면 시비우 여행은 이미 내 손안에 들어와 있는 꼴이랄까?  물론 각각의 탑 이름을 기억해야 할 필요는 없다.

안그래도 외워야할 것, 주워담아야 할 것이 많은 세상에 여행에 와서까지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잖은가?

크지 않은 구시가지를 헤매다 보면 어느 한 끝에서 문을 만날 것이고 또 어느 골목의 끝에서 탑을 만날 것이다. 이렇게...

 

 

구시가지의 중심을 하늘에서 내려다 보자면 이렇게 생겼을 것이다.

가운데 제일 큰 광장, Piata Mare(마레광장)을 만날 것이고 그와 연결되어

작은 광장, Piata Mica(미카광장)이 오른쪽으로 또 왼쪽으로는 첨탑 교회가 있는 후에트 광장 (Piata Huet)이 있을 것이다.

여행의 시작은 대광장, 마레광장에서 부터다.

 

마레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가톨릭 교회(Roman-Catholic Church).

300년이 다되가는 건물이다. 사진에서 보자면 11번.
금색 외관도 화려하지만 내부의 프레스코화도 볼만하다는 평.
(나의 경험으로 루마니아의 교회는 화려하다고 해도 서유럽의 다른 곳과 비교하면 소박하더라는...)

 

그 맞은 편으로 부루켄탈 박물관( Brukenthal Museum, Muzeul Brukenthal).
15~18세기 루마니아의 민속과 자연, 역사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네델란드 화가나 루마니아 화가들의 그림들도 소장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1817년에 문을 열어서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보다 늦은 개관이라고 하지만
루마니아 관광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1790년부터 이미 방문자를 받았기 때문에 루브르보다 3년 더 일찍 개관한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나의 시간을 멈춰 세우는 동유럽 2」를 쓴 백승선씨는
   '대광장의 벤치에 앉아 시청사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있는 박물관을 함께 바라보는 풍광은

   이 곳을 왜 루마니아의 역사와 문화의 중심이라고 부르는지 알게 해 준다"고 했다. 

마레 광장과 미카 광장 사이에는 시비우의 또 다른 명물 의회탑(Council Tower ,Turnul Sfatului)를 만날 수 있다. 사진 12번 위치.
무려 13세기에 세워진 탑이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의회탑은 수세기 동안 곡물 창고로, 감시탑으로 또 한때는 감옥이기도 했다.
탑 꼭대기로 올라가 바라보는 시비우의 전경이 압권이다.


시비우에는 재미있는 다리가 하나 있다.
미카광장에서 아랫마을로 내려가는 길에 있는 거짓말쟁이 다리 (The Bridge of Lies , Podul Minciunilor)가 그것.
이 곳에서 거짓말을 하면 다리가 무너져 내린다는 전설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1859년 건축되었다.
상업 및 금세공업으로 부를 쌓고 있던 시비우에서 상인들간의 분쟁이 많이 생겨서 이런 다리가 만들어졌다는데
그 보다는 젊은 연인들의 덧없는 언약을 비꼬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비꼬거나 말거나 시비우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다리를 찾고 다들 다리 위에서 한번씩은 뭔가의 다짐을 해본다는 사실.
1859년 건축. 사진에서 2번 위치.

 

...

크지 않은 시비우에서 우리가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얼마나 될까?

부지런히 다녀봐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부산 하고도 해운대, 해운대 하고도 신시가지 구역보다도 더 작은

시비우의 구시가지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 것이며 어떤 감동을 받을 것인가?

약학 박물관, 민속 박물관등 여러가지 박물관 하며 여러가지 양식의 교회들 하며 첨탑들을 돌아다보겠지만

정작 우리의 마음을 끄는 것은 그냥 그 도시 전체의 풍광이며 그 도시가 주는 분위기에서 정겨움을 느낄 지 모른다.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고향 마을 같은 그런...

낡았지만 지저분하지 않고 오래되었지만 구태의연하지 않는, 말끔하지만 뺀질거리는 느낌이 없는...

소박하면서도 정이 가고  단순하면서도 기품이 있는 그런 길과 골목과 사람들...

문득 '내가 지금 여행을 하고 있구나'라는 행복한 기운이 번져나오는 그런 느낌 말이다.

 

마레 광장에서 서남쪽으로 내려가는 니콜라에 벌체스쿠 거리(Strada Nicolae Bălcescu)에서는 시비우 최고의 번화가를
미카 광장에서 아랫마을로 가는 오츠네이 거리 (Strada Ocnei)는 잃어버린 시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

요렇게 깜찍한 지붕 창문.

 

세계 여행중에 나도 이런 창문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독일의 북부의 발트해 연안 도시였나? 졸고 있던 차안에서 문득 눈을 떠서 내다본 창밖.

모든 지붕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화들짝!'

그런데 자세히 보면 요녀석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게 아니라 저도 졸리운 듯, 꿈뻑꿈뻑(?). 완전 귀요미다.

 

시비우 거리를 걸으면서 요 녀석들을 만나보는 것도 깨알같은 재미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