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지금은 여행중 /5월 코카서스3국

아르메니아의 바다, 세반호수

프리 김앤리 2018. 5. 4. 19:04


아르메니아는 완전 내륙국이다.

그렇다면? 아르메니아에는 바다가 없다? 아니, 바다 같은 호수가 있다.

전 국토의 5%에 해당하는 호수, 끝으로는 수평선도 있고 파도도 있고 넘실대는 파도를 타며 수영하는 사람들도 있는 바다, 아니 호수.

세반 호수(Sevan Lake)다. 아르메니아에서만 최대가 아니라 코카서스 지역의 최대 호수다.

인근의 아라랏산의 화산 폭발로 생겨난 호수란다.

'세반'이란 '검은 반' 이라는 뜻으로 지금의 터키 지역에 있는 반 호수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

오래 전 반호수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이곳으로 이주를 해 왔는데 호수의 색깔이 검어서 이름을 검은 반, 세반이라고 지었단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해발 1910m, 면적 1243㎢( 길이 78㎞, 넓이 56㎞)의 산정 호수였는데 구소련 스탈린 시절 일련의 공사로 

해수면이 19m 아래까지 떨어지고 면적도 현저하게 줄어들어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스탈린 사후 공사는 중지되고 이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기위한 노력이 지금도 진행중이다.

바다가 없는 아르메니아 사람들의 여름 최대 휴양지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수영을 하고 여가시간을 즐긴다.

원래는 섬이었지만 스탈린 시절 공사로 지금은 육지가 되어버린 세바나반크 지역의 두 수도원이 호수를 배경으로 멋있게 서 있다.



대각선으로 길게 누워있는 아르메니아. 지도상으로도 세반호수의 위력은 대단하다.


세반 호수의 북쪽 세바나반크 반도. 예전에는 섬이었지만 지금은 호수 댐 공사로 지금은 육지로 변한 곳.

원래는 4개의 수도원이 있었는데 지금은 2개의 건물만 남아있다.

870년 경에 지어진 수도원으로 셀주크 투르크 족과 몽골 족의 침입으로 많이 훼손되었다.




사실 세반 호수가 기다려지는 것은 끝도 없이 펼쳐지는 호수를 바라보며 잘 수 있는 우리집이다.

딜리잔에서 잘까, 예레반으로 들어가서 잘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찾아낸 우리 집. 

호수 딱 끝에 있는 집이다. 뭔가 리조트 같은 분위기.

작년에도 이 집에서 잤다.

일자로 뻗은 복도에 각자 방으로 그저 분리된 일반 호텔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 결정했다. 

화산재 처럼 검은 모래가 있는 저 해변에서 조지아에서 사온 와인 한잔을 하면서 저녁을 보내고 동이 터오는 새벽을 맞을 요량으로 결정한 

집이다. 


그러나~~~

아흐파트 수도원에서 세반까지 가는길이 비포장에다  그때가지도 덜 녹은 도로의 얼음때문에 170Km의 거리가 6시간 쯤 걸렸단 사실. 

딜리잔 국립공원에서 푸른 초원을 만끽할 시간도 바다같은 세반호수를 힐끔 볼 시간도 갖지못했다. 

원래는 기똥차게 맛있다는 딜리잔의 화덕에 구운 빵을 사먹자 했는데 울퉁불퉁 구불한 산길을 오느라 모두들 멀미까지...  

화덕의 구수한 맛보다는 밀가루의 느끼한 맛때문에 어서 빨리 방으로 들어가 매콤한 라면을 먹고싶어했다는 사실!!!

검은 자갈이 깔린 듯한 해변과 호수가 눈앞에 있는 듯 했지만 이미 깜깜한 밖은 춥기까지 해 모두들 오글오글 방에 모여 한국음식을 감탄하며 마구 흡입했다는 사실... 

다음날 아침 우리를 반겨준 호수는 바다같이 넓은 호수라기보다는 세반 호수의 한귀퉁이로 나앉아 우리를 약간 실망시키기도 했지만 

감동없는 일반적 호텔보다는 훨씬 그 느낌이 따뜻했다.  5월이었음에도 밤새 추위에 떨다 나온 우리는 햇살이 내려비치는 정겨운 안마당에서 사진을 찍으며 깔깔거렸다. 호텔(? 리조트?)의 스텝들은 손님 접대에 세련되지 못하고 어슬펐으나 난생 처음 만난 동양인의 무리에 "어떻게 이곳을 알았나"며 신기해하던 분위기... 서로가 서로에게 무언의 따뜻함을 주고 받던 집... 콧등이 시린 아침 밥상에 나오던 따뜻한 빵 한 조각...

그래서 괜히 진짜 아르메니아의 우리집 같은 느낌을 주더던 그런 곳...

그 곳엘 다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