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지금은 여행중 /5월 코카서스3국

동굴 안의 동굴, 신을 경배하라

프리 김앤리 2018. 5. 5. 16:27



제법 여행을 많이 다녔다. 전 세계 곳곳을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수도원'이라는 곳엘 가면 여전히  떠올리는 것이 있다. 특히 오래된 수도원에서는.

이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평생을 보냈을까? 도대체 어떻게 신에게 다가갔을까? 기도만 하고 살았을까? 마음속의 신은 어떻게 만났을까??

여전히 무신론자인 나는 아직도 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인간인 채로 건방을 떨고 있지만 수천년을 이어온 신을 믿어온 사람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도대체 그들은 어떻게 신에게 다가갔을까?

누구는 평생 프레스코화를 그리면서, 누구는 평생 돌을 깍아 사원을 지어올리면서, 또 누구는 평생 동굴을 파면서 자신들의 신을 만났을 것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누구는 외롭고 힘들게 또 누구는 더불어 사람들에게 자신의 믿음을 전파하며 신을 경배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리하여 몇백년 때로는 몇천년을 지나 후세의 인간은 그들의 수도생활의 결과물을 보고 익히며 감동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게그하르드 수도원도 그랬다.

커다란 바위를 마침내 뚫어낸 사람들, 그 구멍 안으로 아치를 만들고 기둥을 만들고 돔을  만들어 신을 경배하고 하나의 기도실 안으로 또 구멍을 뚫어 수도원 방을 만들어 낸 사람들. 신을 경배하는 그들을 나는 경배한다. 어두운 실내로 스며들어오는 단 한줄기의 햇살이 마치 신의 축복인 것 처럼 감동하는 것도 그 이유다.


게그하르드 수도원(Geghard Monastery)은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님을 찌른 창(게그하르드)를 보관하였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예수님과 관련된 실제의 이야기는 이집트며 요르단, 시리아, 터키, 아르메니아, 조지아에 이렇게 많이 남아있는데 어찌하여 지금의 기독교는 그 중심이 서유럽과 미국으로 되어 버렸는지... 오히려 이 동네는 마치 이슬람을 믿는 중동 지역 처럼 오인하게 만들었는지... 역사의 헤게모니를 누가 잡느냐에 따라 과거의 기록마저 빼앗겨 버리는건지... -

게그하르드 사원은 4세기경부터 신선한 샘이 있던 동굴을 파서 만들기 시작해 이후 페르시아 몽골 러시아 셀주크의 침략으로 수차례 파괴되었지만 오로지 신심으로 다시 복원되었다. 하나의 바위산을 계속 뚫어 수많은 방들을 만들어 동굴 안의 동굴, 수도원 안의 수도원으로 유명하다. 수많은 동굴 사원이 만들어진 뒤 현재와 같이 입구에 돌을 쌓아 수도원을 완성했다.  현재의 본당 건물은 1215년에 건립, 2000년도에 게그하르드 수도원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아르메니아의 주요 보물인 게그하르드는 현재 예치미아진의 마더 성당에 보관되어 있다.


산 위에서 바라본 게그하르드. (이 사진은 전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넷에서 가져왔습니다.) 바깥쪽으로 빙 둘러싼 건물은 수도사들이 거주하는 건물이고 마당 중앙에 본당이 있다. 오른 쪽으로 보이는 바위산을 뚫고 뚫어 수많은 기도실을 만들어냈다.


 

깊은 산중에 서서히 나타나는 게그하르드 사원.  수도원의 한쪽은 바위산이다.


 

가까이 가면 전부 바위산을 뚫어놓은 동굴들.


게그하르드 내부. 방안의 방. 천정 한가운데 예르디크( 천창)을 뚫어 자연의 빛이 들어오도록 만들었다.


예배를 드리고 있는 사람들. 성당의 빛은 오로지 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자연광과 밝혀놓은 촛불이다.

아르메니아 성당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촛불을 밝히게 된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한 줄기 햇살! 신의 영광이며 신의 축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