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9 3월 18일 차마고도의 길. 호도협트레킹

프리 김앤리 2009. 3. 18. 22:34

 

<호도협 트레킹 - Tiger Leaping Gorge>

호랑이가  뛰어서 건널 수 있을 만큼 좁은 계곡이라 호도협 트레킹이라고 부른다.

3,000m가 넘는 산, 그리고 그 산에서 눈이 녹아 흘러내리는 강물이 만드는 깊은 협곡.

푸얼에서 재배한 차를 티벳 땅으로 팔기위해 넘어가는 차마고도의 길중 하나이다.

운남성의 차와 티벳의 소금이 오가는 길이다.

 

 

아침 8시 리지앙에서 Qaio Tou 로 출발하는 버스를 탔다. 

Quio Tou에서 호도협 트레킹을 시작한다. 

한국에서 인터넷을 볼때는 여기와서 투어를 신청해야 가능한 줄 알았는데, Youth Hostel에서 그냥 개인이 해도 된단다.

두명인데 무슨 걱정이냐며. 투어를 신청하면 적어도 400-500위엔은 했는데 둘이서 하면 그냥 차비 50위엔 정도

그리고 숙소비만 하면 된단다. 몰랐던 정보다. 

Quio Tou 에 내리는 사람은 우리 둘 밖에 없다.

호도협 입장권을 끊고 나니 몇 명의 휘파리(?)들이 따라 붙는다. 뭐라뭐라 하는게 말을 타라는 얘기다.

얼릉없다. 트레킹 하러 온 우리가 왠 말!! 필요없다고 하는데도 자기가 앞장선다. 담배도 권해가면서...

사진 앞에 걸어가는 사람이 휘파리다...

 

 

 

분명 Ticket Office에서 700m가서 Turn left 라고 했는데, 앞서가는 휘파리는 그게 아니란다.

오늘 처음 목적지인 나시 게스트 하우스는 그 길로 가면 안된다고 자기를 따라 오란다.

사실 오른 쪽으로 흐르는 눈녹아 내리는 강물에 취해 700m가 지났는지도 모르고 걸어오고 있었다. 휘파리는 앞서 가고...

 

그런데 가만보니 30분 정도를 그냥 길을 따라 걸어온 것 같다.

이건 아니라고 말하니까 이 휘파리의 몸짓. 이리로 가면 분명 나시 게스트 하우스가 나온단다.

이젠 돌아갈 수도 없는 일... 1시간여를 도로를 따라 걷다가 이제야 산으로 올라가잖다.

더구나 가파른 길이다.

미치겠다. 이 길이 맞기는 한거여?  조금 올라가다가 드디어 이 녀석, 본색을 드러낸다.

 

말을 타란다. 사진에 보이는 저 말!!! 

 “ 말 안탄다고 했잖아? 나시게스트 하우스가 어디야?..” 화를 내봐야 소용없다.

우리는 이미 길을 잃었고, 열쇠는 저 녀석이 쥐고 있다.

한국인 자존심이 있지, 다시 돌아갔으면 돌아갔지, 니 놈의 말은 안탄다.

단호하게 “ 마 뿌요 ( 말 마, 아니 불, 필요할 요) ” 를 큰 소리로 외쳤다.

“ 마 뿌요?” 아 !그런데,  산 중턱에 우리를 달랑 남겨두고 그냥 가버린다.

 ‘야 ! 이 놈아! 그냥 가면 우짜라고???, 나시에는 데려다 주고 가야지....’

미치겠다.

 땡볕에  이리도 험한 산 한가운데....

 

 

길을 잃고 헤매었지만,  또 길은 있었다.

약간 넓게 난 길을 걷고 있는데 산위에 왠 다 쓰러져가는 똥차가 한 대 와서 우리를 나시까지 데려다 준다.

나시게스트하우스에 전화까지 해서 위치를 확인한 뒤에....  매번 여행마다 만나는  ‘The Kindness of Strangers'

산중턱의 차도 난데없고, 이 사람의 친절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다.

휘파리한테 당했지만,  또 낯선 이의 친절로 마음이 한꺼번에 풀린다.

 

사진은 나시게스트 하우스. 지붕위로 보이는 옥룡설산이 아름답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커플도 보인다. 

우리는 오늘 저녁 차마객잔까지 간다니까 자기네들은 두시간 더 걸어야 하는 Half Way 게스트하우스까지 갈 꺼란다.

 

 

 

 

든든한 점심을 먹고 다시 길을 나선다.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는 호도협 협곡이 보이고...

 

 

 

계곡 건너편 옥룡설산이 바로 앞에 있는 듯 하다.

 

 

  

쉼없이 걷고 또 걷고...

나시 게스트 하우스를 나서자 마자 2,600m 이상의 높이까지 올라가야 하는 28 bend가 힘들다며  또 말을 타라고 우리를 따라온다.  “마 뿌요”

험준한 산이 눈앞으로 다가왔다가 또 멀리 사라지기를 몇 번씩 반복...

 

 

 

3시간을 걸어 오늘 저녁 묵으려고 했던 차마객잔(Tea Horse Guest Horse)에 도착했다.

그런데 슬 마음이 바뀐다. 우리도 2시간 정도 더 걸어서 Half Way 까지 갈까?

이미 저녁 5시 반이다.

 

 

 

그런데 아까 만난 커플은 우리땜에 마음을 바꿔먹고 있는 중이었다.

그냥 차마객잔에 머무를려고... 그러다 우리가 Half Way 까지 간다니까 다시 마음을 바꿔먹는다.

새로운 동행이 되어 길을 나선다. 

중국인 홍지예, 스위스인 에드리안.

 

 

 

TV에서 보던 차마고도의 길...

무슨 인연인지, 생판 처음 본 사람들과 이 길을 걷는다.

우리는 자기들땜에 우리의 계획을 바꾸고, 자기들은 우리들 땜에 또 계획을 바꾸어 동행이 되었다.

 

 

 

절경 앞에서 휴식 중....

각자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3천미터 산 꼭대기에 걸려있는 저녁 해.

산거미가 저 산 꼭대기에 걸리기 전까지 오늘 묵을 숙소에 도착해야 할 텐데...

걸음걸이가 빨라진다.

 

 

 

저녁 7시 20분경.

드디어 Half Way 게스트하우스  간판이 보인다.

 

 

 

경치가 좋은 방을 하나 잡았다.

도미토리는 둘이 40위엔, 더블베드는 50위엔(10,000원)이라기에 더블로 잡았다.

건너편 산이 환히 보이는 멋진 방이다.

물론 화장실도 없는 방이기는 하지만.... 공동 화장실이 있으니깐...

 

그런데 여기 사진은 없지만 공동 화장실이 끝내준다.

여지껏 내가 본 화장실중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는 화장실.

벼랑 끝에 있어서 건너편 저 높은 산이 바로 바라다보인다.

물론 유리창도 없고.

 

 

걸어오면서 얘들한테 아까 나시게스트하우스에서 Boiled Chicken 을 먹고 싶었는데

둘이 먹기에는 너무 많아서 포기했다고 하자, 중국말 잘하는 홍지예(얘는 중국애니까 당연하지)가

우리 4명이 같이 먹자고 Big Pot 으로 닭을 시켰다. 얼마나 맛있던지...

마늘, 생강까지 넣어서 국물이 끝내주게 시원했다.

그런데 닭껍질이 우리 동네처럼 흰 녀석들이 아니라 까맣다.

 뼈가 까맣다는 오골계와는 좀 다르고 skin만 검더라구.

 

홍지예는 이 좋은 경치에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닭을 잡아다 고았으니 우리 몸에 얼마나 좋겠냔다.

문제는 닭 머리랑, 다리가 그대로 다 들어있다. 오돌도돌한 까만 껍질까지 그대로 있으니...

중간에 전기불이 나가버려서 촛불아래 먹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한참을 징그러울 뻔 했다.

그래도 맛은 정말 끝내주더라.

따리 맥주에, 야채볶음, 땅콩볶음, 밥까지 다 합해서 우리 둘이 낸 돈은 60위엔.

배 터지는 줄 (?) 알았다.

 

그런데 난 한국 떠난지 10일도 안돼되서 벌써 저리 촌*처럼 되어버렸으니...

어찌 저리 빨리도 타버리는지... 선크림도 별 소용없다. 높은 고도의 무공해 자외선을 피할길이 없어서....

 

   

 

다음 날 아침, 다시 길을 나섰다.

 

 

 

걷고  또 걷고...

한쪽은 절벽..

다른쪽은 천길 낭떠러지..

 

 

 

산모퉁이를 돌아서... Half Way 를 떠난지 두시간 정도.

길은 점점 아래로 내려온다.


 

 

 .....

 

 

 

걸어 내려온 산이 바로 등 뒤에 있다.

 

 

 

드디어 티나 객잔 (Tina's Guest House)에 도착했다.


여기서 협곡으로 더 내려가야 하지만 우리는 샹그릴라로 떠나기로 했기 때문에

여기서 마음을 접고, Qiao Tou로 돌아와야 했다.

어제 저녁 Half Way에서 잔 대부분의 사람들이 Tina에서 Qiao Tou로 돌아간다고 해서

80위엔 짜리 미니밴을 함께 불러 돈을 나눠냈다.

우리는 샹그릴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다른 애들은 모두 리지앙으로 돌아갔다.

언제나 그랬듯이 만나고... 다시 헤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