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인상 리지앙 ( 오페라 리지앙)

프리 김앤리 2009. 3. 21. 02:03

우리가 리지앙에 온 이유 중 하나가 '인상 리지앙'을 보기 위해서 였다.

장이머우 감독의 " 인상 리지앙".

장이머우 감독의 오페라는 자연을 무대로 하여, 전문 배우가 아닌 인근 지역에 사는 소수민족의 농민들을 연습시켰고,

이 농민들을  배우로 출연시킨다.

 

장이머우 감독의 첫번쩨 오페라 작품은 " 인상 양수오" 였다.

양수오는 중국의 계림지역이다.

천하제일경이라고 중국인들이 자랑하는 계림에서, 가마우지를 이용하여 고기를 잡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페라로 엮었다.

이 지역 농민들은 낮에는 농사를 짓고 , 고기를 잡다가 밤이면 자기 집 소를 몰고, 양수오로 공연하러 온다.

천하 제일경이라는 이강과 쭈빗쭈빗 솟아오른 봉우리 들에 조명장치를 설치하여

지상 최대의, 최고의 자연 그대로의 오페라를 연출했다.

 

두번째 작품이 이 히말라야 설산(옥룡설산)을 배경으로 하고 차마고도의 이야기를 다룬 " 인상 리지앙"이다.

세번째가 " 인상 서호" ( 항주에 있는 서호)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 인상 하이난" (요즘 한창 우리나라에서 뜨고 있는 하이난섬)이란다.

 

오페라 입장료가 190위엔에다, 옥룡설산 입장료 80원, 리자앙 문화유적 보호비 80원까지 일인당 350위엔이나 드는 배낭여행자에게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렇게나 비싼데 자리가 없을라구, 예약도 안해놓고 호도협 트레킹 하고 샹그릴라까지 갔다와서 호기있게

 Travel agency로 가서 다음날 티켓을 사겠다고 하자, Full이란다. 무슨!!!

 

다음날 아침 9시에 공연을 하는데 그렇게 새벽부터 표가 한장도 없단말야?

그리구 11시 공연 표도 한장도 없단 말야?

이것들이 우리한테 돈 더 받으려고 거짓말 하는 거 아냐?

주말도 아니고 평일인데...

(속고만 살았나? 여행 나오면 항상 이런 의심을 먼저 하게 된다.

 아마 말이 잘 안통하는 이유이기도 하겠지..

 우리 짧은 영어 실력에, 중국인의 짧은 영어실력까지 합해져서..

이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오전에 갔던 리장의 슈허의 입장료가 50위에인데.. 입구에서 20m 앞에서 입장료의 절반도 안되는 20위엔만

자신들에 주면 공짜로 들어가게 해주겠다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 안내원이 지켜보는데도...기분이 상해서 우린 슈허 관람을 포기했었다.

어차피 같은 고성이기도 하고.)

 

그러면 거기서 안사고, 공연하는데 우리가 직접 가서 입구에서 표를 사면 안되겠냐니까

불가능 할거란다.

뭐야, 이거---

 

Travel agency의 아가씨가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더니 우리보고 " lucky"  라며 아침 9시 공연에 딱 두자리만 남아있다고 해서

겨우 표를 구해 기다리고 기다리던 " 인상 리지앙"을 보러 갔다.

왕복 미니버스비 60위엔까지 주면서...

 

 공연 준비중....

옥룡설산을 뒷배경으로 커다란 야외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아침 9시가 되지 않았는데 자리는 이미 만원이다.

진짜 Full이다.

 

 

 로마시대 고대원형경기장에서 오페라를 공연하는 베로나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을 설산을 배경으로 한 무대.

시작전 부터 사람들이 기대하고 웅성거리며, 무대를 배경으로 모두 사진을 찍는다.

 

 

 공연 시작....무대 여기저기에서 여러부족 옷차림의 사람들이 내려오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히발라야 산 근처에 사는 여러 소수 민족들...

리지앙에 많이 사는 나시족, 백족, 묘족, .... 인근지역 소수민족배우들이  출신별로 간단히 인사를 한다.

'자신들은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라고... 그러나 오늘의 공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중국말로 하지만 오페라 처럼 양쪽에 중국어, 영어 자막이 나온다.

 

 

 히말라야산맥의 끝에서 두번째 봉우리 옥룡설산으로 오른다.

그 예전 자신의 조상들이 말을 타고 이 산을 올랐던 것 처럼...

무대 한가운데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듯이(?)... 자신들은 힘들고 중요한 일들을 한다고 생각하여,

집에서는 자거나 마시거나 빈둥거리는 히말라야 산자락의 남자들...

 

 

 여자들은 커다란 광주리를 매고 힘들여 일하러 나가고....

그러나 놀고 있는 남자들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곧 이 차를 팔러 목숨을 걸고  저 산을 넘어가야 하니까.

나시족 여인들의 아름다운 음악이 함께 흐른다.

 

 

남자들은 이제 대상이 되어 차를 팔러 나갈 준비를 한다.

저 멀리 티벳의 소금과 바꾸는 교역... 

 

 한무리의 상인들이 히말라야 설산을 넘어서면서 자신의 기상을 드러낸다.

거대한 산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셋트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순간 눈물이 어른거렸다.

'저 산에서 사람들은 저렇게  살아왔구나...'

'저렇게 자연과 싸우며 살아왔구나...'

 

 

 

차의 본산지인 저 아래 푸얼에서부터 리지앙까지 도착한 마상들.

드디어 리지앙에 도착했다.

오늘 밤이 지나면 이제 저 높은 옥룡설산을 넘어야 하고,  또 옥룡설산 보다 더 높고, 험준한 더 많은  히말라야 산을 넘어야 한다.

이 길을 떠나면 살아서 돌아올지, 아니면 자연의 위대함을 이기지 못하고 죽은 목슴이 될지...

 

이곳 저곳에서 모여든 부족끼리  리지앙의 객잔에서  술을 마시며 지상에서의 흥겨운 시간을 가진다.

 

(사실 리지앙에서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면, 저녁에 고성전체가 흥청망청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고 시끄럽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오페라를 보면서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랬구나... 이사람들은 ... 예전부터...

 푸얼에서 따리, 리지앙까지 오는 동안은 그래도 그리 험한 산길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 리지앙을 지나면 저 험준한 산길을, 지나야 하는데...차마고도의 그 험한길...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들과도 헤어져야 하고....

 이 길을 나서면 삶과 죽음이 구별이 거의 되지 않는 곳으로 나서는 사람들....

 여기, 리지앙에서 저렇듯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면서 그 밤을 보냈구나....

리지앙만이 흥청 그렸다. 조금 북쪽의 샹그릴라도 남쪽의 다리도 그렇지 않았다.

리지앙은 만남과 이별의 장소였고, 삶과 죽음의 교차점이자 출발지였다.)

   

 

 

이제 사랑하는 여인과도 헤어져야 하는 시간.

잔잔한 음악이 전체로 흘러 아주 애잔한 분위기이다.

 

 

모든 부족들이 자신의 전통 복장을 하고 나와서 함께 노래를 부른다.

차마고도의 길.

살아서 돌아오라고...

 

 

 그리고 제사장들도 그들의 안녕을 빈다.

 

 

 차마고도의 길을 떠난 마방 남자들의 북소리...그들의 기상이 하늘을 찌를 듯 하다.

50명도 넘는 배우들이 큰 북을 들고 나와 함께 북을 치는 모습이 눈 덮힌 산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그리고 가슴을 울리는 북소리...

그들은 떠난다.

단지 살아돌아 오길 기원하면서...

 

 

연기를 마치고 나서 몇몇 배우들이 다시 무대 앞에 나섰다.

오늘 공연을 잘 보셨나고.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고.

어떤이는 말하길 자신은 노래도 잘못하고 고함만 지르고 말만 잘 탄다고..

그리고 다시 다음에 또 찾아와 주시겠나며.

자기들은 내일도, 모레도,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어도... 여기 이 무대에 있겠다며...

 

 

둥둥둥둥 ...

북소리..

설산과 함께 가슴을 울린다.

 

정말 대단하다.

자연 한가운데 이런 공연을 만들어내는 것도 대단하고,

농사를 짓는 농부들을 훈련시켜 이렇게 참여시키는 것도 대단하고,

음악도 대단하고...

 

그러나 무엇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 인류의 역사" 였다.

 

사실 한국에서 막연하게 차마고도를 따라 여행을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면서

( 3월 중국 정부의 외국인 출입제한 조치로 티벳 입구에서 우리의 여행은 이어지지 못해 샹그릴라에서 그쳐야 했지만)

차마고도라는게 TV에 나오는 딱 그 한 길인 줄 알았다.

말을 매달아 강을 건너는 그 길, 한 발만 삐끗하면 그대로 강으로 떨어져 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그 길.

그런데 여기를 와서 보니 그게 아니란 걸 알았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물건을 사고 파는 교역이 필요했을 터이니

이 마을 저 마을  사이 사이에 모두 길은 나 있어야 한다는 것.

히말라야의 산 골짜기 골짜기 사람들은 살고 있었고,

그 구석구석까지 길은 나 있어야 한다는 것.

 

호도협 트레킹을 하다보니 산 위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차마고도의 한 길이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교역을 하러 다닌 길이었고,

또 거기에서  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길이었다.

 

그 모든 사람들이 험준한 산에 살면서

그 지독한 자연환경을 이기고 있었다.

각자의 부족들이...

 

이 오페라는 그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산과 함께 살고 죽는 사람들의  이야기.

 

 공연을 마치고 배우와 함께...

 

 

 미니밴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마직막으로 돌아본 위롱쎄산( 옥룡설산- 이곳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