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22 3월 29일 블랙홀 라오스 방비엥

프리 김앤리 2009. 3. 31. 00:22

 

라오스의 방비엥.


떠나기 전에는 이집트의 다합, 파키스탄의 훈자와 더불어 세계배낭여행자의 3대 블랙홀 중 하나라고 들었다.

한번 들어서면 그 매력에 빠져 헤어날 줄 모르는 블랙홀.

그래서 사진을 들여다 보며 거기에 빠져 들어갈 날을 기대하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와서는 방비엥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졌다.

중국에서, 그리고 루앙프라방에서 만났던 많은 배낭여행자들은 방비엥이 블랙홀이라는 말이 무색한 평가들을 했다.

“글쎄...”

“나는 별로...”

“경치는 좋지만..”

“Only party for young people..."

“Dance, Noisy... so,so..."


우리에게 방비엥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기대 반, 그냥(?) 반. 루앙프라방에서 미니밴으로 6시간만에 방비엥에 도착했다.

 

 

 라오스는 국토의 많은 부분이 산악지형이었다.

루앙프라방에서 방비엥으로 오는 길.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같은 영화를 찍으면 꼭 알맞을 듯한 기묘한 산들이 돌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하는 풍경이 계속 이어졌다.

 

 

아침 9시에 출발한다는 미니밴은 결국 10시가 다 되어서야 떠나고,

5시간 걸린다는 거리는 6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방비엥이라고 우리를 떨궈 놓았다.


벌써 해가 어스름 지고 있다.


방비엥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라오스의 작은 마을이었다.

(이에 반해 루앙프라방이나 비엔티안은 유적지가 많다)

그런데 중국의 계림과 그 모습이 비슷한 카르스트 지형으로

아름답고도 독특한 자연환경과 그것을 이용한 Activity를 많이 만들어

최근에는 폭발적으로 여행자들이 많이 늘어난 곳이다.


과연 그랬다.

품위있는 여행지 루앙프라방과는 다른 뭔가 흥청거리는 분위기가 보인다.


그런데 경치는 정말 끝내준다.

눈길 닿는 곳마다 예술이다.

 

 

장대한 산들이 줄지어 이어져 오던 길과는 달리

방비엥에 들어서면서 부터는 한 편으로는 쏭강(Nam song)이 흐르고

곳곳에는 불쑥불쑥 바위산들이 솟아있다.

 

 하루밤에 100,000낍(만오천원 정도)으로 묵은 우리 집 바로 앞에는 세상 어디다 내놓아도

부럽지 않는 그림들이 펼쳐진다.

 

 

깨끗하면서 아름다운 숙소.

유럽으로 가면 이런 방에는 못 잘거라고 생각하면서 하룻밤에 ‘12불의 사치’를 한다.

여기는 어차피 방 단위로 계산해서 둘이서 묵으면서 훨씬 이익이라고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잘 구했다’고..

‘우리가 조금 보태서 여기 라오스가 좀 더 잘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곳에는 도미토리라는 개념이 거의 없는 듯 하다)

 

 

 

방비엥 1일 Kayak투어에 나섰다.

1인당 85,000낍 (10달러).

아침 일찍 우리를 태운 툭툭은 카약을 싣고 한시간 정도 달려왔다.

제일 처음은 동굴 탐험.

한 사람당 튜브 하나와 Head Lantern 하나씩.

줄을 잡고, 머리를 수그리고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이리도 신나는 지...

앞서 동굴 속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소리가 울려나온다.


줄을 잡고 들어간 동굴 속에는 평지도 나온다.

인도차이나 전쟁때는 여기 안에서 밥도 해먹고 피신해 있기도 했단다.

동굴의 길이는 약 100미터...

 

 

동굴 탐험이 마치고 나온 뒤 점심 식사.

(물론 10달러 투어비에 점심도 포함되어 있다.)

고기야채 볶음밥, 바비큐 꼬지, 바게트 빵, 그리고 과일까지...

 

 

 점심을 먹고, 제법 걸어서 불상이 모셔져 있는 또 다른 동굴 하나를 돌아본 뒤

쏭 강 카약에 나섰다.

‘앞으로 가려면,.' ' 오른 쪽으로, 왼쪽으로 turn하려면...’

그리고 ‘바위를 만나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tour guide가 다 설명을 했지만

이거야 원...

우리 카약을 뒤로도 돌아가고, 강 한쪽 구석으로 쳐박히고...

다른 팀들은 그냥 슬슬 하는 것 같은데도 잘도 가는구만...

 

 

중간 쯤 가서 강가에 야외 바가 많다. 곳곳에 점프대가 있다.

같이 투어를 한국애는 이걸 하려고 여기 방비엥에 왔단다.

적어도 7m는 넘는 높이 같았다.

허술한 나무다리에 그네 줄 같은 것 달랑 하나!!

아래는 시퍼런 강물...


뛰어내리란다.

 

 그네 타는 춘향이는 발만 살짝 내려놓으면 땅에 사뿐히 내려 설 수라도 있건만.

이건 저 손을 놓아야만 이 공포에서 풀려나는 것을....

몸이 휘청휘청, 이리저리 허공에서 흔들거린다.

 

 

 나도 용기를 내서 올라서본다.

저 가느다란 줄에 나를 맡겨야 한다는데...

다른 사람들은 용감하게 수영복만 입고 매달려 뛰어 내리는데

자신이 없어서 구명조끼를 꽁꽁 다시 묶었다.

하늘 끝에 있는 기분이다.

 

 

 에라이 모르겠다.

다른 사람도 다 하는데...

구명조끼도 있는데...

물밖에는 사랑하는 남편도 있는데...

어찌 해주겠지...

으-아-악..........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 그런건지...

막상 위에서 발판에서 발을 떼고 공중으로 날아가니 한정없이 날아가는 것 같다.

이리로 쏴-악, 저리로 쏴-악.

엄마야!!!!!!!!!


아! 이제는 손을 놓아야 하는데...

무서워서 손을 못 놓겠다.

어느 지점에서 손을 놓아야 하지?

물 밖에서 보는 사람이 웃고 있는 건 아닐지?

아! 손을 놓아야 하는데...

에라이 모르겠다, 풍덩!!!!


(사실, 한번 뛰어내리고 나니 겁도 조금 없어지고, 용기도 조금 더 나는 것 같아

 한번 더 시도했다. 그런데 다시 올라가서는 조금 후회했다. 아까의 공포가 다시 밀려와

 조금 더 무섭기도 했다)

 

 

공중 점프도 무사히 마치고, 다시 Kayaking.


카약으로 쏭강을 내려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단지 튜브만 타고 이 강을 흘러내려 가는 사람들도 있다.

하루 50,000낍에 튜브를 빌리면

일단 차로 강 상류까지 데려다 준다.

그러면 그곳에서 튜브를 타고 그저 흘러 흘러...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고 (가끔씩은 손으로 저어가며)

맨손으로 젓기가 힘든사람은 슬리퍼를 손에 끼워서 노로 대신하고..

몇시간을 흘러....

강 하류까지 내려간다.

가다가 힘들면 중간 중간에 만들어져 있는 공중 점프대에서 놀기도 하고,

Restaurant에서 술을 마시기고 하고...

그리고 저녁 6시까지 튜브만 반납하면 된다.

카약킹과 다르게 이 튜빙을 하는 사람들도 강에서는 자주 만난다.


 여기서 우리는 알았다.

 왜 어떤 여행자는 방비엥을 여행자의 블랙홀이라고 하는지,

 그리고 또 어떤 여행자는 시끄럽고, 흥청거리기만 하는, 그래서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라고

 상반된 의견을 내놓지를...

 중간중간에 마련되어 있는 휴식공간- 이름하여 야외bar에는 서양애들이 한가득 모여

 Rock 음악을 귀가 터질듯 크게 틀어놓고, 술을 마시고, 그러다가 강물 속으로 뛰어들고, 춤을 추고...


 그리고 이런 번잡함은 낮 동안의 강변에서 만으로 그치지는 않았다.

 밤이면 낮의 여흥에서 미처 풀려나지 않은 듯,

 술에 취한 애들이 다시한번 마을 전체를 Bar로 만들어 놓는다.


 부산으로 친다면 연산로터리, 조방앞의 모습이랄까?

 번쩍거리는 네온싸인-네온싸인은 아니더라도 여기저기 BAR라는 불빛이 선명하다-, 그리고 온 마을을

 뒤집어 흔들어 놓을 듯한 음악소리....

 

 이렇게 노는 애들에게는 여기 방비엥이 진정한(?) Black hole 이겠지만,

 조용한 여행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terrible한 곳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사회주의 국가 라오스의 조용한 마을, 방비엥이 숨이 막힐 듯 수려한 주변의 끝내주는 경치와는 다르게

 어떻게 흥청거리고 있는지를...

 

물론 모두다가 이렇다는 건 아니다. 

이런  분위기와는 달리 시원한 그늘에 앉아서 책을 보고 경치는 즐기는 여행자들도 많다.

 

 

 시끄럽고 번잡한 Bar들을 거쳐 우리는 계속 강 하류로 노를 저어 내려온다.

햇살이 따갑다.

살갗은 따갑지만, 노를 젓고 있는 팔은 힘들지만

주변의 경치를 담아내고 있는 우리의 눈은 즐겁기만 하고

입에서는 연방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거의 강 하류에 다다르자

자그마한 작살로 물고기를 잡는 라오스의 아이들도 보이고,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윽!!! 그런데 여기는 들소도 수영을 하고 있다.

수영이라기 보다는 그저 물에 잠겨서 더위를 피하고 있는 건지...

 

 

카약을 타고 있는 우리들은 다 내려왔다.

그리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맞은 편 산봉우리에 해가 진다.


라오스의 방비엥.

우리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