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29 4월 5일 , 태국- 방콕, 고창

프리 김앤리 2009. 4. 5. 21:30

 

사람들은 종종 우리에게 묻는다.

여행하면서 어디가 제일 좋았냐고...

사실 그때마다 망설여진다.

어떤 곳은 경치가 좋았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어디는 사람들은 밝고 친절했는데 거리가 더러웠고....

또 어디는 먹는거 하나만은 끝내주게 싸고 맛있었지만...

어디는 모든 사람들이 다 좋다고 하더라만 내가 갔을 때는 유독 날씨가 안좋았다든지....


(어디에서 살고 싶더냐고 물으면 주로 아르헨티나의 ‘바릴로체’라고 답한다. 

잉카트레일, 빙하트레킹을 거쳐 남미여행 거의 한달 만에 도착한 곳.

거기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뭘 보러가지도 않았고, 무슨 체험에 나서지도 않았다.

우리가 한 일이라고는 호숫가에 담요 깔고 그냥 책보고, 배고프면 밥먹고, 또 책보다가 자다가....

경치가 좋았는지 어땠는지, 사람들이 친절했는지 어땠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그런데 가장 마음이 편안했던 것 같다. 그리고 가장 살고 싶은 곳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이 이런 질문은 잘 하지는 않지만 만약 묻는다면 바로 대답할 수 있는 건 있다.

여행하면서 어디가 가장 안 좋았냐는 물음.

‘필리핀의 마닐라’  ‘타이의 방콕’

수많은 차와 매연.....

푹푹 찌는 무더위와 끈적끈적한 공기...

소음과  시궁창 냄새와 그리고 무질서...

배낭여행자의 메카라고 말하는 방콕의 카오산 로드는

우리에게 있어서는 혼돈과 무질서, 무개념의 도시로 각인되어 있다.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던 곳. 방콕...


그런데 또 왔다. 안 올 수가 없었다.

이유는 단 한가지. 네팔의 카트만두행 싼 비행기표를 사는 것.


원래 우리의 여행계획은

중국의 운남성, 즉 쿤밍에서 시작하여 따리- 리지앙- 샹그릴라- 더칭- 엔징----

티벳의 라싸로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다시 우정공로를 통해서 네팔의 카트만두로 들어가는 길.

내내 설산을 보며, 트레킹을 하면서 차마고도의 시작과 끝을 다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막혀버린 거다.

달라이라마 망명 50주기인가 60주기인가 하여 지난 3월부터 중국정부가 외국인에게는 티벳으로의 여행을 전면 금지시킨 거다.


그래서 쿤밍에서 티벳의 입구인 샹그릴라까지 밖에 못가고, 다시 리지앙으로 따리로 징홍으로 거꾸로 내려오게 된 거였다.

덕분에 잊지 못할 라오스 여행도 하게 되는 행운을 가졌기도 하지만....

방콕이라는 도시에 또 발을 들여놓아야만 했다.


여하튼 라오스 비엔띠안에서 방콕행 밤기차를 탔다.

자고있는 한밤중에 누군가 도둑맞았다고 경찰이 모두 깨워서 잃어버린 물건이 없는 지 확인하고, 또 나중엔 같은 칸에 있는

승객들의 국적을 조사하고... 왜 국적을 조사하는지 몰라....

 

피곤하고 힘든 13시간의 밤기차 끝에 드디어 방콕에 도착했다.

여기는 여전히 시끄럽고, 냄새나고, 정신없고.....

 

 

여전히 여행객이 가득있는 방콕의 카오산 로드.

이른 아침이었는데 날씨는 벌써부터 푹푹 찌고 있고, 거리는 붐비고 있었다.

2003년도에 왔을 때 묵었던 숙소 바로 앞 거리.

이번엔 그 집이 좀 비싸서 살짝 옆으로 꺽은 길에 있는 숙소를 잡았다.

끝내주는 경치에 방값까지 싼 라오스에 있다가

방콕으로 넘어오니 혼돈이 생긴다.

거리도 혼도, 내 머리도 혼돈...

카오산 로드가 원래부터 "카오스" 였나?

 

 

 저많은 간판과 이 많은 여행자들.

사진에 더위가 표시가 된다면 ... 좋을텐데...

모두 어디로들 가는 걸까?

여기서 우리는 카트만두행 비행기표를 사야한다.

10군데도 넘는 여행사를 드나들며 발품을 팔았다.

마음에 들 만큼 싼 가격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방콕- 카트만두 2명 490달러정도..) 비행기표 두장을 샀다.

4월 6일 오후 출발, 카트만두에 저녁 늦게 도착.

한국에서 온다는 친구 후배와 만날수 있게 됐다.

 

 

 방콕에는 하루라도 있기 싫어 며칠 남는 사이 어디 가까운 바닷가라도 갔다 오자고 했다.

물어보니 Koh Chang 이라는 섬이 가장 가깝고 괜찮단다.

 

 

가깝다고 해놓고....

방콕에서 버스로 6시간 가서 다시 배로 한시간은 더 들어가야 하는 곳에 고창(Koh Chang)이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에서 목포까지 버스를 한참 타고 가서

거기서 다시 배로 한시간 더 들어가야 하는 아주 외딴 섬으로 가는 것이다.

 

배도 우리나라 페리하고 꼭 같이 생겼다.

욕지도 들어갈 때 이렇게 생긴 배를 자주 탔었는데....

 

 

조그만 섬인 줄 알았는데 아주 크다.

해변도 여러군데 있단다.

우리는 썽데우(트럭을 개조하여 만든 여기 교통수단)로 다시 30분쯤 타고 가서

White sand beach라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른 새벽에 방콕을 출발했는데, 벌써 해가 지고 있다.

전혀 계획에도 없던 여행이었는데,,,

해변의 저녁놀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바다에 딱 붙어 있는 방갈로를 구했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을 잘수 있으려나???

(웬걸? 그건 우리의 행복한 상상에 불과했다.

 썰물에 빠져나간 물이 새벽에 밀려오면서 어찌나 무섭게 들이치던지 밤새 뒤척였다.

 그리고 해변이라 바로 옆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밤새 술마시며 떠드는 외국애들 때문에 보통 괴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문득 몇년 전에 있었던 쓰나미가 태국에서도 있었다는 생각까지 미치자,

 저 바닷물이 조금이라도 넘쳐 흐르면 우리가 제일 먼저 당한다는 괜스런 걱정까지 겹쳐...ㅋㅋㅋ)

 

아침에 깨서 밤새 내가 했던 걱정을 남편한테 이야기 하니 무안만 준다.

파도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팔자 편한 소리 한다고...

매일 아침이면 억지로 눈을 부비고 일어나서 사람들은 지금쯤 일을 하러 나가고 있을텐데...

'만구' 놀면서 그런 소리를 한다고...

 

쪽팔려!!!

 

시간이 나서 왔거나, 방콕이 싫어서 왔거나

어쨌든 우리가 좋아하는 바다에 왔으니 ....

4 Islands Hopping one Day Boat Trip에 나섰다.

배 태워서 4군데 섬을 돌아다니고, 스노클링 장비 다 주고, 밥, 후식, 간식까지 다 포함해서 1인당 450바트(약 15,000원)

이른 아침부터 보트가 출발하는 부두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배들이 가득찼다.

 

 

 바로 앞에 있는 정도의 바다에 가려니... 하는 생각이었는데...

두시간도 더 바다로 나간다.

한참을 가서...

바다 한가운데 우리를 바다속에 내려놓는다.

산호가 가득한 바다...

물론 호주의 그레이트베리어리프나 필리핀의 엘리도 보다는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바닷물이었다.

산호와 형형색색의 열대물고기...

바다속 지구를 신나게 구경했다.

 

어른들도, 심지어 할머니  할아버지도 , 마치 어린 애들처럼 바다속에서 나올줄 모른다.

 

 

 다들 사람들은 대부분 구명조끼를 하고 바다속으로 빠져들었지만...

우리 남편은 역시나 용감하게

저 깊은 바닷속을 맨 몸으로 뛰어들었다.ㅋㅋ

(물론 나는 또 구명조끼를 입고서 인어처럼??? 신나게 바다속에서 놀았음.

  역시 남편만 믿고, 그 깊은 바닷속에...)

 

 (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임다.

  옆에 있는 저 인형처럼 넉넉한 웃음을 지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저 녀석과는 달리 배는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은 많이 남아있습니다만... 곧 다 들어가겠지요....)

 

 

 ( 저도 역시 잘 있습니다.

  왼쪽 입술이 약간 터지기는 했지만, 전 모쌤이 사주신 비타민을 매일매일 꼬박꼬박 먹은 덕분에 거의 다 나았음.

  사진에는 잘 안나왔지만 얼굴은 시커멓게 타서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돌아가기엔 엄청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임.

  앞으로도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은 올리기 힘든 이유이기도 함 ㅋㅋ)

 

 

다음날은 하루종일 그냥 해변에서, 숙소에서 놀았다.

책 보다가... 자다가... 책보다가... 수영하다가...

그 넓은 White sand beach를 마치 우리 전용인 것 처럼...

거의 아무도 없는 바다속에서 하늘을 아래로 내려다보며... 수영을 하며...

수영을 하던 중에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비까지 내리니....

비속에서 하늘을 내려다보고, 우리 전용?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가는데 꼬박 하루, 방콕까지 돌아오는데 다시 꼬박 하루.

Koh Chang 에서 이틀...

태국에서의 우리시간이 다 지나갔습니다.

내일이면 네팔의 카트만두로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