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36 (4월 12일) 드디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다.

프리 김앤리 2009. 4. 19. 18:00

또다시 아침!  

오늘은 얼마를 걸어야 할까?

  

마차푸차레를 오른쪽으로 바라보고 산을 오른다.

2,000m 이상을 올라와서 제법 쌀쌀하다.

도반 다음의 히말라야 산장을 지나며...

 

 숨이 턱턱 차오른다.

하늘은 푸르고, 산은 그 높이로 그 장엄함으로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

서로간에 거의 말도 없어지기 시작했다.

 

 데오랄리 산장에 도착하여.

점심을 뭘 먹을까 고민중이다.

히말라야같은 멋진 산에 와서도 우리는 늘상 먹는 이야기 뿐이라고 큭큭댔다.

먹지 않은면 아무 힘도 쓸수 없는걸...

"레썸피리리, 레썸피리리---"

우리나라 아리랑 같다던 네팔의 음악을 계속 흥얼거리던 저 아저씨가 생각난다.

 

 

 데오랄리 산장을 지나면 다음이 드디어 3,700m MBC(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 이다.

그냥 마냥 오를 줄 알았는데,

아주 긴 너덜길을 지나야한다.

예전엔 이길이 분명 빙하였을 것이다.

양쪽으로 높은 산을 바라보며 걷는 기분,

끝내준다.

머리가 조금씩 아파온다.

 

 적어도 5,000m는 넘어서는 산들이 계속 이어지고

우리는 그 사이 계곡길을 계속 걷는다.

다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제 각자의 속도대로 걷기 시작한다.

 

 우린 저때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두고 온 가족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까?

니도 머리 아프제? 배가 고프다, 어서 빨리 숙소에 들어가서 쉬고 싶다, 뭐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

주변 풍광이 너무나 멋져서 가다 멈추고 가다 멈추고를 반복하는 시간이었다.

또 한번 돌아보고 또 한번 돌아보고...

 

 드디어 눈길도 지나야 한다.

사람들의 숨소리도 더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

아!!! 그런데 방이 다 full이란다.

어느 Big 그룹이 방을 다 예약해버렸단다.

어떻게 해야하나?

오늘 우리는 벌써 해발고도를 1,000m도 더 높였는데.

높은 산에서는 하루에 300에서 500m 정도만 고도를 올리라고 했는데...

오늘밤 우리는 어디에서 이 지친몸을 쉬게 할 수 있을까?

이제 남은 건 ABC 하나밖에 없는데...

 

 

 마차푸차레베이스캠프에 짓고 있는 텐트.

그래도 저 그룹은 텐트에서 자지만, 또 다른 빅그룹은 숙소를 모조리 다 잡아버려서 우리같은 소그룹(?)은

어찌하란 말인지?

쿠말(우리 포터아저씨) 말로는 여기서는 마차푸차레밖에 보이지 않지만

ABC로 가면 안나푸르나 산군들이 Ring을 이루어 장관이란다.

2시간 정도만 더 걸으면 되고....

가볼까? 어쩔까?

벌써부터 고산증 증세가 약간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고산에 좋다는 마늘Soup와 레몬쥬스를 마시고

약간의 쉬는 시간을 가진뒤 우리는 오늘 바로 ABC로 오르기로 했다.

잘 한 결정인지...

길을 나서면서도 기대반 걱정반이다.

'어쨋거나 우린 오늘 저녁을 ABC에서 보낸다!'

 

무엇인가로 머리를 마구 짓누르는 느낌, 머리를 조여오는 느낌, 머리에 심장이 있어 팔딱팔딱 뛰는 느낌....

음... 고산증이 틀림없는데,

이건 누구에게나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니 그리 두려워 할 건 없지만,

맑은 정신이 아니라는 건 상쾌하지 않다는 뜻...

그런데 이런? 날씨도 슬슬 별로다.

시작부터 바로 오르막이고...

 

 눈발까지 날리기 시작한다.

길은 온통 눈밭.

 

내려오던 사람들이 열번도 더 미끄러졌다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는 말이지?

조심조심...

그런데 눈이 내려 점점 더 얼어붙는 것 같다.

 

 ...

ABC는 언제쯤 나온다는 거지...

후배는 말이 하나도 없어졌다.

 

 힘들기는 하지만

아!!! 경치는 정말 죽인다.

머리 아픈것도 잠시 잊고...

 

 

 활짝 웃어야 하는디---

날씨는 춥고, 해는 저물라하고, 아직 끝이 어딘지는 잘 모르겄고, 머리도 아파오고....

와!!! 그래도 경치하나는 정말 끝내준다.

이 속에 내가 와 있다니???

 

 

....

 

 

아!!!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가 보이기 시작했다.

 

 

온통 흰 눈 덮힌 산.

내리던 눈이 그치자 사방으로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이름도 다 외울 수 없는 수많은 봉우리들.

안나푸르나 남봉, 안나푸르나 3, 마차푸차레, 히운출리, 강@#$%^, 라@#$%^&%&....

 

 

이름을 모르면 어떠하리,

여기 이곳에 우리가 와 있는데.

그 속에서 이렇게 숨을 쉬고 있는데...

아!!!!!!!!!!!!!

 

언니야! 저기 있는 바위는 꼭 사람 얼굴 같제?

머리가 터질듯이 아프다던 후배도 아름다운 경치에 흥분하기는 마찬가지다.

 

 하늘이 다 열렸다.

저 아래 동네는 아마 아직도 눈이 오거나 비고 오고 있을 것이다.

구름이 아래로 내려가고

여기 ABC의 하늘만 열렸다.

 

ABC의 또 다른 한쪽....

 

 .....

 

한 곳을 함께 바라보고 있는 우리 부부.

 

" 이곳까지 함께 오게 해 주셔서,

  이걸 함께 보게 해 주셔서,

  이 행복함을 함께 느끼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