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37 (4월 13일) 뒤돌아보며 뒤볼아보며 안나푸르나를 내려오다

프리 김앤리 2009. 4. 19. 23:20

산에서는 아침이 산 꼭대기에서 부터 온다.

햇빛을 산꼭대기부터 비추고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ABC의 아침도

눈 덮힌 산 꼭대기에서 시작되었다.

....

아침에 일어나자 각자 간밤의 자신의 증세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던 선배는

새벽녁에 온 몸이 찹찹해지는 걸 느꼈단다.

머리가 터질듯이 아프고.

갑자기 숨쉬는 방법을 잊어버린 듯 어떻게 숨을 몰아쉬어야 되는지도 모르겠더란다.

'정신을 차리자, 정신을 차리자.

 쉼호흡을 하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팔도 주무르고....'

 

누구는

새벽에 화장실을 갔다가 돌아와서

다시 침낭속으로 들어가는데

잠시 걷고, 침낭 열고 닫는데 힘을 좀 썼다고

심장이 터질듯이 뛰어 진정 시키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

그래도 그 때 본 하늘과. 별, 달, 눈산은 잊을 수 없다는 것 까지...

 

누구는

화장실에서 *을 볼라고 힘을 주는데

머리가 지끈지끈거려

이러다 더 아프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볼일도 멈추고 나왔다는 이야기....

머리를 따뜻하게 하느라고 모자를 쓰고 나니 증세가 좀 가라앉더란다.

 

모두들 어질어질, 지끈지끈, 두근두근 ....

사실 별로 말도 못했다.

힘들어서....

 

도반에서 만난 젊은 한국친구는 MBC(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서 너무 머리가 아파 새벽 3시에 올라왔는데,

여기도 못견디겠다고 그냥 내려가겠단다.

'그래도 어떻게 온 곳인데, 좀 보고 내려가지...'

젊은 혈기 하나만 믿고 약도 안 먹었다니 힘들기는 하겠지...

또 한명의 친구도 아침에 밥도 안먹고 벌써 내려갔대나?

ㅋㅋ

 

물론 우리의 아침식사도 원활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어마무시한 식성을 자랑하던 우리 팀 조차 미리 주문해놓았던 아침 식사 중 피자는 쳐다보지도 못했다.

구릉빵, 차 정도만 겨우....

고산증 중에 구토증세도 있다고 했었는데,

아침부터 피자라니... 참.... 어제 저녁에 옆 팀이 먹는 것 보니까 정말 맛있어 보이던데....

 

여하튼 우리도 서둘러 내려왔다.

지금 생각하면

좀 더 느긋하게 쉬고 , 구경 다 하고, 천천히 내려왔었어야 하는데....

그놈의 지끈지끈 머리가 우리는 느긋하게 놓아두질 않았었다.

그래도...

어차피 내려만 오면 다 나을 거였는데....

 

얼릉 내려가자고 발길을 재촉하면서도,

우리는 내내 뒤를 돌아보았다.

" 이곳에 우리가 다시 올수 있겠냐"고

" 이 장관을 다시 볼 수 있겠냐"며...

 

걷다가 뒤돌아 보고, 걷다가 뒤돌아보고....

 

사진 쭉!!!!!!! 올립니다.

 

 

 

 

 

 

 

 

 

 여기까지가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서 바라본 세상이었습니다.

 

이제 내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