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55 (5월 1일) 아직도 인도의 맥그로드 간지에서

프리 김앤리 2009. 5. 1. 16:33

여전히 맥그로드 간지 입니다.

좋은 이웃(?)을 만나 매일 아침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오만가지 주제로 한국말로 신나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오전에 어디를 다녀오고 나서는 오후, 저녁 늦게 까지 한국책에 파묻혀 지내고 있습니다.

한겨레 신문 조연현 기자의 '영혼의 순례자', 청천 스님의 '달라이라마와 함께 한 20년'

'달라이라마의 행복론', 일본인이 쓴 '동인도 회사' , '역사를 바꾼 씨앗 5가지'..

책에 무슨 포원이 진 사람들 처럼 읽어대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책이 많이 고팠거든요.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배탈하나 없이 ( 인도에 오면 사람들은 배탈을 한다던데...)

잘 먹고 있습니다.

맥그로드 간지, 우리에게는 아주 친근한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 좋은 이웃, 치과선생님들

인도에만 벌써 여행을 5개월 이상 하고 있습니다.

인도 중부와 서부 남부를 다 돌고,

여기 맥그로드 간지에 와서는 티벳말도 배우고 봉사활동도 하면서

원래의 심성처럼 착하게 살고 있네요...

 

도착하는 날 아침부터 만나 매일 저녁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일본 식당에서 두부 스테이크를 시켰습니다.

소중하게 손에 들고 있는 건 고추장입니다.

퍼석퍼석하게 날리는 인도 밥을 먹다가 일본식당에서 제법 찰진 밥을 만나 밥에 싹싹 비벼먹었습니다.

 

 

 두부 스테이크, 튀김 우동, 오무라이스...

ㅋㅋ

외국에서 일본식당에 들어가면 꺅 소리가 나올만큼 비싼데...

인도는 일본 식당 조차도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이거 다 먹고 우리 380루피( 8$가 안되는 돈입니다. )

4명이서 그득하니 먹고서...

역시 인도입니다.

 

 

 

 

정통 티벳 식당에도 갔습니다.

우리나라 수제비하고 같은 텐툭, 양고기와 야채 넣은 넓적 큰 만두, 야채 샐러드, 콩 커리와 빵, 그리고 망고, 바나나 라씨...

이들 부부는 우리를 만나 배가 커졌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승작용을 일으켜, 밤이면 먹는 것으로 행복합니다.

 

 

아침은 이들 부부가 늘 책임지고(?) 있습니다.

마침 우리가 구한 방이 바로 옆이더라구요.

아침마다 올라가서 매일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신나는 이야기까지 함께 하면서... 

 

이 풍성한 아침식사...

매일 아침이 기다려집니다.

티벳 빵, 카슈미리 빵, 치즈, 토마토, 오이, 파파야, 땅콩쨈, 짜이, 커피, 쥬스...

부모님처럼 챙겨주시는 든든한 아침을 먹고 매일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자기들이 인도여행의 선배라고...

 

그렇다고 매일 먹기만 하는 건 아니구요.

이곳 저곳을 다녀오기도 합니다.

산행하면서 만난 인도 아이들.

쌍꺼풀이 진하게 들어있는 인도아이들, 티벳 아이들..

모두다 참 귀여운데,,,

우리를 의아하게 만드는건 저 큰 가방입니다.

거의 제 몸만한 가방을 메고 다닙니다.

제법 아랫동네 까지 학교에 갔다가 씩씩하게 돌아가는 아이들...

 

 

티벳보다 더 티벳답다는 이곳 맥그로드 간지에 온 김에 오체투지도 한번 해 보았습니다.

불교를 믿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심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다른 나라의 문화를 한번 배워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대충 옆에 사람 하는 것 보고, 절을 하는데

몇번을 안했는데도 땀이 줄줄 흐릅니다.

티벳사람도 아닌데 오체투지를 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보고 있습니다.

 

 

아마 틀리게 했나 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여기 티벳 불교에 귀의했다는 사람이 와서

정확한 오체투지를 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그 의미까지도.

 

우리가 어차피 믿는 사람들이 아니니

몇번을 해야 한다는 건 없답니다.

할 수 있을 만큼 하라고..

그리고 오체투지는 믿음 뿐 만 아니라 건강에도 아주 좋은 운동이라고 말해줍니다.

 

 

저도 제가 알고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그들의 건강을 빌면서 오체투지를 하였습니다.

가족만 해도 사람들이 워낙 많더라구요...

몇번을 하고 있는지,

그냥 무심히 하고 있는 데 남갈 사원 (달라이 라마께서 살고 있는 곳)에 왔던 사람들이 우리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디오까지 열심히 찍어댑니다.

어디 다른 곳에 가서 '오체투지 하는  사람들'이라고 보여줄까요?

우리 바로 옆에는 반고흐를 꼭 닮은 외국인도 오체투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근데 불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같은 가짜는 아니고.

지난 번에 왔을 때도 오체투지를 하고 있었거든요.

오늘도 시작하기 전에 불경을 한참 읽은 뒤에 하더라구요...

 

 

몇번이나 했을까 ?

힘이 들어서 더 못하고 관두는데,

옆에서 지켜본 인도 부부가(펀잡지방 출신이랍니다.)

우리 둘의 사진을 한장 찍어도 되느냐고 묻습니다.

폼 한번 잡아주고..

사진을 보내주겠다며, 우리 주소도 묻습니다.

 

아마 외국인이 하는 게 신기했나 봅니다.

우리는 불교를 믿는 건 아니지만,

단지 이 종교에 대한 예의로 한번 해보았다고 했습니다.

기특한지 땀 흘리는 저희 부부에게 사탕까지 내어줍니다.

그래서 저도 함께 이부부와 사진을 찍습니다.

 

좋은 이웃과 이야기 나누기, 맛있는 식사하기, 책읽기, 사원 가 보기, 여기 저기 기웃거리기...

그리고 산으로도 갔습니다.

맥그로드 간지에서 왕복 1시간 정도 걸리는 박수폭포도 갔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별로 였습니다.

우기가 되면 물살이 세차게 흐를까 모르겠지만

지금은 건기라 그냥 졸졸입니다.

그래도 이름이 폭포인데.. 

 

4월 30일 트리운드 트레킹에 나섰습니다.

4월 16일 안나푸르나를 내려와서 꼭 보름만에 다시 높은 곳으로의 산행입니다.

트리운드는 2,975m.

맥그로드 간지에서 왕복 7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처음 시작은 히말라야 삼나무가 가득한 운치있는 길입니다.

 

 

염소떼들이 풀을 뜯고 있는 길도 지나고...

 

하늘만 바라다 보이는 모퉁이길도 돌아갑니다.

 

 

 트리운드 너머에 보이는 저 설산은 4,800m 정도 되는 산이라고 합니다.

 

 

인도가 영국 식민지 였을 때

이 길중 일부를 인도인들에게 만들도록 했다네요...

산 중간까지는 아주 편안한 길이 이어집니다.

안나푸르나도 좋았지만,

여기 트리운드 산행은 가이드도 포터도 없이 우리 둘만 떠나는 산행이라

아주 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2,000m를 넘어서니 길이 약간 힘들어 집니다.

그래도 고산증도 전혀 없고,

아까 아래길(인도인들이 식민지 시절에 영국인을 위해 길을 내 놓았다는 )보다

조금 힘들 뿐입니다.

 

드디어 거의 꼭대기까지 왔습니다.

 

 트리운드에 서서 사천미터가 넘는 산을 바라봅니다.

저 산을 넘어가면 우리가 왔다는 마날리로도 갈 수 있고,

계속 가면 라닥지방으로도 갈 수 있답니다.

산에는 눈이 많이 녹아있습니다만,

절경입니다.

그리고 다시 산을 찾아온 우리 둘이

스스로 생각해도 기특합니다. ....

 

 

트리운드의 정상은 초록 잔디가 깔려 있습니다.

앉아서 바라보는 설산...

또 인간은 그저 자그마한 존재입니다.

 

알프스와도 아주 비슷한 지형이구요...

자꾸 인도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인도에도 산이 있다 '

엄연한 진실이었는데..

이때까지 우리가 몰랐던 사실입니다.

 

"인도에도 아름다운 산이 있더라"

 

산위에서 두 시간 정도 놀았습니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그저 산만 바라보고...

잔디밭을 오가며...

 

'이제 내려가야  하는데.....'

아쉬운 마음에 다시 한번 산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습니다.

 

내일은 이 아름다운 부부와

이 아름다운 산을 두고...

파키스탄과 거의 국경에 위치한 암리차르로 떠납니다.

 

여행은 늘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암리차르!!!

여하튼 또 새로운 곳으로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