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57 (5월 3일) 시크교의 성지 암리차르에서

프리 김앤리 2009. 5. 4. 18:15

 

 암리차르는 파키스탄으로 넘어갈 때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국경도시다.

인도의 암리차르와 파키스탄의 라호르 사이에 있는 국경 , 와가보더에서는

매일 저녁, 별로 사이가 안 좋은 두 나라 사이에 서로가 경쟁적으로 화려한 국기하강식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파키스탄으로의 입국을 포기한 우리가 굳이 델리에서 서쪽으로 약 500Km 떨어진 암리차르를 간 이유는

거기가 시크교의 성지이기 때문이었다.

 시크교도에 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그리 많지는 않았다.

외형적으로 시크교도들은 항상 머리에 터번을 쓰고 다니고 수염을 기르고 덩치가 아주 큰 사람들이라는 사실,

그리고 시크교는 이슬람과 힌두교의 장점을 받아들인 종교라는 사실 정도.

즉, 시크교는 이슬람의 유일신 사상을 받아들이고, 힌두교의 큰 문제점인 계급과 차별을 없애고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데

기본을 두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 암리차르에서는 인도의 다른 어느 도시와는 다르게 도시 곳곳에서 활보하고 다니는 여성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우리에게 시크교가 알려져 있는 것은 주로  인도내의 이슬람과 힌두교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끊임없는 분쟁 때문이었다.

이슬람과 힌두교의 장점만을 받아들인 종교라고 하여도 시크교는 두 종교로부터 끊임없는 탄압을 받아,

이슬람이 지배하던 무굴제국 시대에는 시크교 교주가 공개처형당하기도 하고,

1984년에는 펀잡주의 분리 독립을 요구하던 시크교세력이 황금사원 Golden Temple을 점거하여

인도정부가 탱크까지 동원해 수많은 인명 피해가 나기도 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디라 간디수상이 이 진압작전에 분노한 시크교도들에 의해 암살된 것이다.

 

 네루 수상의 딸 인디라 간디 암살, 시크교도, 분리독립주의 ,펀잡주의 끊임없는 종교분쟁, 위험한 도시 암리차르....

한국에 있을 때는 늘 정리가 안되는 세계사와 세계의 사건들이 현장에 직접 오니 하나하나 정리가 되고 있다.

이런 게  여행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겠지...

 

 인도에는 여러 가지 종교가 있는데 대부분은 힌두교, 맥그로드 간지는 불교, 암리차르는 시크교, 스리나가르는 이슬람이

그 중심이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 때문에 지난 반세기 동안 끊임없는 종교분쟁을 가져오고 있다.  카슈미르 지방의 종교 분쟁도

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무슬림 세력이 분리 독립을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여기와서 보면 정말 쉽게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참 복잡한 인도다.


인도내에서도 다른 어떤 종교인보다 정직하고 사업수완이 좋아 경제적으로도 풍족하다는

시크교의 성지 암리차르를 찾았다.

시크교의 총본산, 황금사원(Golden Temple). 지붕에 400Kg의 황금을 덧씌워 이름이 붙여졌다.

 

사람들은 이곳을 찾아 황금사원 안으로 들어가 시크교 경전에 경배를 하기도 하고,

사원 주변을 몇바퀴씩 돌기도 하고, 이처럼 앉아 하루종일 황금사원을 바라보기도 한다.


 모두들 경건한 자세로, 자신을 낮추고, 한없는 존경심을 담아서...

옆에서 보는 우리가 더 차분해지기도 했다.

  

 사원에 들어가려면 모든 사람들은 신발을 벗어야 하고, 머리를 가려야 한다.

여자는 물론, 남자들까지도.

원래 시크교도들은 항상 터번을 쓰고 다니니까 문제가 없지만 여행자들도 모두들 머리를 가려야 한다. 

기온은 거의 40도에 육박하는 것 같은데..

 

인도의 인구가 많다고는 하지만 여기처럼 이렇게 사람을 많이 보기는 또 처음이다.

굉장히 넓은 사원이었지만 어찌나 사람들이 많던지..

이슬람의 메카를 가도 이럴까?

사람들은 몇바퀴씩 사원 주변을 순례한다.

  

사원에 들어갈 때에는 모든 사람들이 사원 저 밖에 신발을 맡겨두고, 발을 씻고 들어가야 한다.

우리도 숙소에 신발을 맡겨두고 여기를 지나면서 발을 씻고서야 들어갈수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물을 성수라고 하여, 발을 씻는 것 뿐만 아니라, 손으로 떠서 입이나 이마에 갖다대기도 하고 마시기도 한다.

 

안으로 들어와서는 커다란 연못(? 큰 잉어도 살고 있었다) 에 다시 발을 담그기도 하고,

아주 많은 남자들은 그 연못에 몸을 담그기도 했다.

마치 인도 사람들이 갠지스강을 성스러운 물이라 일컬으며 거기에 몸을 담그는 것 자체가

자신의 죄업을 씻는다며 장엄한 의식을 치르는 것 처럼. 

 

황금사원이 대단한 것은 또 하나 있다.

찾아오는 사람 누구나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는 사실이다. 24시간 내내.

비록 달(콩 녹두죽?), 짜파티(밀가루 빵), 밥 혹은 당면... 등 간단한 식사이지만 하루에 4만명 이상이 찾는

세계 최대의 무료급식소라는 사실이다.

시크교의 창시자인 구루 나낙이 평생 탁발을 하며 유랑한 것에 대한 보답의 의미로 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단다.

시크교도들이 후원을 하거나, 여기서 밥을 먹는 사람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한단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찾아오는 모든 순례자에게 숙소도 무료로 제공한 다는 것이다.

물론 여행자인 외국인에게도.

우리도 이 사원안에 있는 무료 숙소에 침대 한칸 씩 얻어 잠을 청했다.

약간의 기부금으로...


 

한번에 5백명이 들어갈 수 있는 대규모 무료 급식 식당.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시크교의 교리에 따라 더 좋은 자리도 더 높은 자리도 없이 모두들 일렬로 쭉 앉아 있으면

봉사자들이 계속 돌아다니면서 식판을 채워준다. 요청하면 몇 번이고 더 주면서...  24시간 내내...


 

 황금사원이 제대로 운영되는 데는 자원봉사자의 역할이 아주 큰 것 같았다.

그 많은 사람이 밥을 먹는데도 봉사자들이 음식을 나눠주고,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마늘도 까고 양파도 까고 요리도 하고....

그리고 밖에서는 질서도 유지하고, 청소도 하고...

하루종일 짜이(인도 차)도 나눠주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봉사자가 사람들에게 물을 나눠 주고 있다.


  

그런데 암리차르가 우리를 당황스럽게(?) 한 건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이었다.

외국인인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 거 였다.

지나가면서 유심히 쳐다보는 건 예사고, 무작정 다가와 니 이름이 뭐냐? 어느 나라에서 왔냐? 직업이 뭐냐? 둘은 무슨 관계냐?....

석양이 지는 황금 사원에서, 한낮의 태양을 피해 들어간 황금사원 대리석 바닥에서도

우리 둘은 조용한 시간을 도통 가질 수 없었다.

그리고 한결같이 함께 사진 찍기를 원했다.

우리 둘만 그런건 아니고, 여행자들은 누구나 이곳 사람들에게 붙들려 그들의 질문에 대답을 해야만 했다.

아이들은 쉽사리 다가와 질문을 하고 어른들은 힐끗힐끗 쳐다보고 ....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또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 하고, 옆사람에게  전달하고, 또 질문하고....

자기 학교 영어 선생님이랑 나랑 닮았다고 하는 애들과 함께..

 

 

 어른들이 아이들하고 함께 지나가다가도, 자기 애들이랑 사진 한 장 찍어달라고도 했다.

아니 우리가 연애인도 아니고 말이야, zzz

자기들 카메라에도 우리를 담고, 우리는 또 저들을 담고...


꼬마 시크교도와 함께... 엄마는 내게 아이를 밀어넣었는데, 아이는 내가 무서운가봐...

 

이 할아버지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원 외곽을 한바퀴 돌고 있는데, 사진 한 장 같이 찍어달란다.

시크교도들은 머리도 안자르고 수염도 안자른다더만 모두들 영화에서 보는 사람들 같다.

 

우리 주변을 몇 번씩이나 돌면서 결국엔 사진 한 장 찍자고 용기있게 말하던 애들.

결혼을 한 시크교도들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머리에 쪽을 짓듯이 터번을 둘렀다.

 

시크교는 아니고 힌두교 아이들. 이 동네 사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수건으로 그냥 머리만 감쌌다.

거의 몇시간동안이나 우리에게 온갖 질문을 다 해 댄 참 발랄한 10대들이었다.

황금사원 내에 있는 박물관으로 우리를 데리고 들어가 설명까지 다 해주고, 밖에 있던 잘라안왈라 공원까지 우리를 안내했다.

하지만  대뜸 우리에게 “너희는 무슨 계급이냐”고 묻는 질문에 카스트가 없는 우리로서는 정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들에게 카스트는 그냥 생활인가 보다.

 

 

수줍게 다가와서 같이 찍은 사진...

 

숙소가 너무 더워 다시 저녁에 황금사원으로 나왔는데... 우리는 또 붙잡혔다.

대학생 둘과 그 동생들. 암리차르에서 다섯시간이나 떨어진 곳에서 자기네들 끼리 여행을 왔단다...

우리에게 펀잡 말까지 가르쳐 주던 친절한 아이들....

썃스리아갈!(Hello!!! 나마스떼....)

 

이제 우리는 다시 델리로 돌아갑니다.

가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아그라의 타지마할에 갔다가

델리를 돌아보고 이란으로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