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64 (5월 10일) 이란, 테헤란, 먀샤드

프리 김앤리 2009. 5. 10. 15:04

 

이란으로 들어와서는 좀 얼떨떨하다.

우리는 이걸 인도 후유증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내에서 지도를 들고 서 있으면 누군가가, 그리고 반드시 다가오며 뭔가 말을 붙이려고 한다. 

 ‘아니? 또 삐끼인가?’ 하고 본능적으로 슬쩍 한걸음 뒤로 물러서면 상대방은 미소를 띄면서  ‘뭘 도와드릴까요?’ 라고 묻는다.

그리고 우리를 도와준다.

 

 이건 이란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새벽 4시 30분에 도착한 이맘 호메이니 공항. 중간에 두바이 공항에 들러 비행기를 갈아탄데다 다시 서쪽으로 와서

시계를 뒤로 한시간 돌려놓은 상태이니, 한 잠도 자지 못한 우리의 몸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숙소를 찾아 나설 수도 없는 상황. 게다가 영어는 한자도 없이 온통 이란 글자다.

숫자조차 아라비아 숫자를 안 써서 눈 뜬 장님이다. 환전한 돈도 전혀 눈에 익지 않다.

그런데 공항의 Information에 있는 아가씨는 숙소에 전화까지 걸어주고, 숙소 주소를 이란글자와 영어 두가지로 써주고는

친절하게 버스타는 법, 돈까지 일일이 알려준다. 그때까지만 해도 Info에 근무하는 사람이니 당연하겠지 라고 생각했다.

 

버스를 타러 나섰는데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이 총 동원되어 우리가 가려고 하는 테헤란 시내 설명을 한다.

40분 정도는 버스를 탔을까? 두 사람이 우리더러 같이 내리잔다.

그리고는 택시를 세워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을 또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우리를 태운다.

어떻게 설명을 했는지 어느 광장까지 와서는 그 택시 기사가 우리를 교통경찰에게 인계한다.

교통경찰은 찻길 중간까지 들어가서 다시 택시를 세워서는 뭐라 뭐라 설명을 하고 다시 우리를 태운다.

우리는 그저 그들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

조금 있다 그 택시는 우리가 가고자 했던 Mashad Hostel 앞에 세워준다.

 

 테헤란에서 970Km 떨어진 마샤드 행 기차표를 사기 위해서 간 기차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차역 안에 들어가서 잠시를 헤매고 있는데, 또 누군가가 다가와서 물어보고는 자기가 영어를 못한다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넘겨주고, 그러면 그 사람이 와서 도와주고, 결국엔 Manager 실까지 들어가서 인계- 인계 해서 기차표를 샀다. 영어는 한 글자도 들어있지 않는 도통 알아볼 수 없는 기차표를 산건 다 그들 덕분이었다.

 

 길을 걷고 있으면 다가와서 살짝 웃으며 건네준 호두 2알, 왕궁에서는 아주 맛있는 샤브레를 건네준 예쁜 아가씨들도 있었다.

아침 밥을 먹으러 식당에서는 옆에 앉은 사람이 먹는 난과 같은 걸 주문했는데, 식당 주인이 자기네들 난은

그것과 좀 다르다길래( 식당에서 파는게 좀 더 맛이 없는 얇은 난이었다) 할수 없이 그걸 먹으려고 했는데,

옆 테이블 사람이 자기 난을 우리에게 준다.

기차를 기다리면서 만난 가족은 일부러 아이스크림을 사와서 건네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우리에게 삐끼들만 달라붙었었는데???

 

 오늘 마샤드에서는 버스 터미널을 찾아 걸어가고 있는데 (알고 보니 우리 숙소에서 3Km나 떨어진 아주 먼 길이었다)

어떤 군인(ROTC)이 다가와 자기가 터미널을 알려주겠다며 같이 엄청나게 먼길을 걸어 우리를 안내한다.

처음엔 그 사람도 터미널에 가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우리를 데려다 주고는 인사하고 간다.

그 먼길을 오로지 우리에게 길을 알려주기 위해 함께 걸어온 거다.

그렇다고 영어가 통하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몇마디의 영어와 미소로 함께 복잡한 도로를 건너주고 우리를 안내했던 거였다....

 

 계속 이랬다. 우리가 오래 헤맬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누군가가 반드시 나타나서 도와주니까...

그리고 눈이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미소를 지어주고.... 라오스 사람들을 다시 보는 것 같다.

 

아직 먹는 건 익숙하지 못하다.

인도에서처럼 지천에 깔려있는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아침마다 빵가게에서 구워져 나오는 갓 구운 난( 우리돈으로 100원 정도 한다. 크기는 우리 얼굴 4배는 될꺼다)은

끝내주게 맛있다. 방부제도 안들어가고, 설탕도 안들어가고 밀겨로 만들어서 몸에도 아주 좋단다.

그리고 식당은 눈치껏 잘 찾아다니고 있다.

현지인들이 많이 북적거리는 곳, 그리고 노인들이 많이 보이는 곳이 값도 싸고 맛있는 곳임에 틀림없다.

우리 아버지가 서면 시장통에 있는 돼지국밥집에 잘 가시듯이...

그 식당에 들어가서 그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고 있는 것을 시키면 틀림없다.

오늘도 그렇게 들어가서 영어 한마디 안통하는데도 다만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하면서 양고기가 든 육개장 같은 것을 시켜먹고는

"역시 우리는 음식 주문하는데는 천재야" 하며 만족스럽게 식당을 나섰다.

앞으로도 더 많은 것을 발견할수 있을거이야...

 

이란으로 넘어오니, 거리도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고 삐끼도 없고, 버려진 개도 없고, 아무데서나 *을 갈기는 소도 없고...

날씨는 선선하니 아주 좋고 (이란은 지금 봄이다. 여행하는데 Best Season 이란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현재까지는 구-우웃(good)이다.

 

아쉬운 건, 단 한가지...

인터넷이 참!!!

어제도 사진을 올리려고 시도했는데, 계속 다운되더니만...

오늘도 딱 두장 올리고 나서 그 뒤로는 사진 업로드가 안된다.

 

잘 생긴 이란 청년들 사진도 있고,

눈산을 이고 있는 테헤란 시내도 있고,

따끈따끈한 난을 화덕에서 구우며 웃고 있는 이란 사람들 사진도 있고,

7천년전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2천5백년 전의 페르시아 문명을 보여주는 이란 국립 박물관 사진도 있고...

검은 차도르를 온 몸에 휘감고 (숙소에서 일하는 아가씨한테 빌려썼었다), 히잡으로 머리카락을 꽁꽁 숨기고

수녀 아닌 수녀처럼 되어 있는 내 사진도 있는데...

 

하여튼 지금은 올릴수가 없다.

이거 올리려다가 사람 성질 버리겠다.

그만 두어야 겠다.

 

숙소는 이미 체크아웃 한 상태고, 야즈드로 떠나는 밤버스는 저녁 6시 30분이나 되어야 떠난다.

지금은 3시.

밖으로 나서려면 온 몸을 휘감아야 하는 차도르가 필요한데,

(여기 마샤드는 이란 내에서도 아주 보수적인 동네다. 테헤란에서는 그냥 엉덩이 정도만 가리는 옷을 입고, 스카프 정도만 쓰면 되는데 여기서는 머리카락도 보이지 마라, 반드시 차도르를 휘감아라, 주문이 엄격하다.  무슬림의 성지라서 그런가?

온 길거리에 검은 차도르를 휘감고 눈만 빼꼼이 내고 다니는 여자들 천지다.  가볍게 입고 나서는 - 그래도 엉덩이도 가리고, 스카프도 썼건만- 나에게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낸다. 특히 이란 여자들 스스로가 더 걱정스러운 모양이다. 많이 당했나?

이란 여자들은 히잡을 쓰지 않거나 맨살을 드러내 보이거나, 엉덩이까지 가리지 않으면 경찰에게 잡혀가기도 한단다...

길거리에 나선 여자들은 모두 몸을 꽁꽁 숨기고 있지만 여자들만 일하는 가게에서 만난 여성들은 아주 자유롭게 우리에게 말을 붙이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길거리에서도 눈을 마주치면 어느새 싹 웃기도 하고 헬로하며 살짝 말을 건네기도 한다. )

 

이미 숙소를 나서서 이제 차도르도 빌릴수도 없는데...

우짜지...

 

야즈드에 가서는 사진을 올릴수 있을라나?

 

우리, 잘 있습니다.

 

업로드 하는데 성공한 겨우 2장의 사진 중 하나.

걸어가고 있는 우리에게 환하게 다가와 '마슐레- 전통가옥이 있는 이란의 한 도시'를 갈거냐고 묻는다.

아마 갈거라는 우리 대답에 자기 가게까지 들어와서 아들(?) 인듯한 사람에게 전화를 건다.  

몇통의 전화를 했으나 전화 연결이 잘 안되었다.

 

그러더니 오늘 저녁에 자기 집에 저녁 먹으러 오란다. 그때 다시 전화해 놓겠다고...

물론 영어로 한 건 아니다. 아주 몇마디의 영어와 그리고는 몸짓, 눈빛으로 대충 이해한 거다.

길가다가 30분 정도는 이 가게에 있었다.

 

그 때 전화 연결이 되었다면 무슨 인연으로라도 이 할아버지의 아들 집에 갔겠지만...

거기까지가 인연이겠거니 생각하고 그냥 길을 나섰다.

 

 

 테헤란에서 마샤드 까지 가는 밤 열차표.

도통 알수가 없다.

저 표 어딘가에 우리 이름이 있고, 열차 시간, 좌석번호, 열차 칸, 출발일자, 티켓 가격이 있을 거다.

어쨋거나 저걸 우리가 끊어서 마샤드까지 오는데 성공했다.

 

이제 이란 숫자는 대충 외웠다.

그런데 문제는 이란은 다른 나라와 같이 오늘이 2009년 5월 10일이 아니라는 거다.

이란에 이슬람교가 도입된 해를 이란의 건국일로 해서 지금은 1388년이고

달도 2월, 날짜도 십며칠이란다.

우리 여권에도 이상한 날짜가 적혀있어 억수로 헷갈렸었는데..

기차표, 열차표에 다른 날짜가 나오는 거다.

겨우 이란 숫자를 외웠는데 날짜가 전혀 다르게 나오니,

이게 맞는 건지, 틀린 건지...

 

하여튼, 아무것도 모르면서

누구  말마따나 용감하게 잘 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