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74 (5월20일) 세계의 절반, 아름다운 이스파한에서 가장 슬픈소식을 듣다.

프리 김앤리 2009. 5. 20. 18:59

 내 사랑하는 조카 가영이에게 이 글을 올립니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아름다운 곳. 이스파한에서의 5일은 행복했었습니다.

어제 저녁 늦게까지 이스파한에 관한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써두었는데...

가장 슬픈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금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이쁘다. 참 예쁘다.

한 때는 ‘세계의 절반’이라고 불리웠다는 이란의 이스파한.

도시 전체가 하나의 공원이다. 사막의 한가운데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울창한 숲 덕분에 도심은 어디를 가나 나무그늘이다.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살람”이라며 미소를 띄워주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마샤드는 엄숙한 무슬림의 분위기로 우리를 압도했고,

황량한 야즈드는 묘한 매력을 품어내는 영화의 한 장면같은 도시 같았다.

쉬라즈는 페르시아의 수도 페르세폴리스라는 오래된 역사로 우리를 감동시켰고,

이스파한은 도시 전체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로 우리를 사로잡고 있다.

이란!!! 우리는 점점 이 나라에 빠져들고 있다.

 

 

 

 

  이스파한은 도심 한 가운데 있는 이맘 호메이니 광장에서 시작된다.

  중국의 천안문 광장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광장이란다.

  광장의 한 끝에는 이맘 모스크가 우뚝 서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신앙심 가득한 무슬림들이 기도를 올리고, 저녁이면 아잔소리가 광장   전체를 채운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어울리는 이맘 모스크.

 바로 앞엔 큰 분수가 있다.

 아이들은 분수 안으로 첨벙 들어가 물놀이를 하기도 한다.

 

 나도 사진을 한 장 찍어본다.

 

 광장의 또 다른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Sheikh Lotfolah 모스크.

맞은 편의 알리카푸 궁전(지금 공사 중이다)이 남성적이라면 이 모스크는 여성적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역시 파란 하늘에 둥근 모스크 천장. 그 꼭대기에는 이슬람의 상징인 초승달이 걸려있다.

‘빛의 신전에 달을 건 이슬람의 모스크’.  보면 볼 수록 매력적이다.

 

 

 광장의 주변으로는 바자르(시장)가 쭉 늘어서있다.

  카펫트, 도자기, 금은 세공품... 페르시안 그림, 액자, 금은 세공품.... 

 

 아라베스크 문양이 아름다운 파란 도자기 그릇들이 눈에 확 띈다.

 이슬람에서 파란색은 ‘경건함’을 뜻한다. 푸른 하늘을 그대로 담았다.

 사고 싶다. 여행이 아직 많이 남아, 선뜻 사지를 못한다. 가지고 다닐 수도 없고...

 그런데 정말 이쁘다. 눈이 시리다.

  

 모스크가 가지고 있는 색깔과 문양을 도자기에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하늘 빛과 모스크 색깔. 그리고 페르시아 하면 떠오르는 독특한 문양.

이 사람들은 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문양에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영원’을 담는단다.

  

  모스크의 구석구석, 어디를 보아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표현이다.

 아름다운 문양과 그리고 눈부신 파란색...

  이제 이란!! 하면 절대 지워지지 않을 하나의 영상의 가지게 되었다.

 

 

 이스파한의 우리 숙소. 아미르카비르 호스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 책, 론니 프래닛

 이스파한 편에서 제일 처음으로 소개해 놓은 숙소다.

 하루 밤에 15달러. 두 사람만 쓸 수 있는 더블 룸이다. 물론 공동 욕실.

 마당도 넓고, 전 세계에서 모여든 여행자들로 아주 편안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다.

 사진에서 오른쪽에 보이는 방이 바로 우리 방이다.

 저녁이면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 밤 늦도록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조금 시끄럽고

 빈대?가 무는 것이 흠이기는 하지만...

 

 

 

   이란으로 들어와서는  난이 우리의 아침식사다. 

   인심 좋게 생긴 이란 아저씨들이 화덕에서 막 구워낸 난을 사서, 쥬스와 과일, 땅콩 등을 함께 곁들인다.

   난을 굽는 가게는 동네에 여러 군데 있는데 아침이면 이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갓 구운 난을 사는 모습이 참 정겹다.

 

  이스파한에서는 매일 아침에 난을 사서 공원으로 갔다.

   푸른 숲이 너무 좋아서. 공원에는 중간 중간에 탁자도 놓여있고, 공기도 선선하다.

   이른 아침이지만 벌써 나와서 장기를 두는 할아버지들도 보이고, 공부하는 학생,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공원이 어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길가에, 그것도 곳곳에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전혀 위험하지도 않고...

   런던이나 파리 등 유명도시에서도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다.

     

  또 한 쪽에서는 학생들이 공원 한 편에 있는 궁전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히잡은 쓰고

   있지만, 어딘가에 짓눌려 있다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참 예쁘다.

   눈이 마주치면 여지없이 “살람” 혹은 “Hello!” 그리고 웃는다.

   “주몽”하고 외치기도 하고, “양금”(대장금) 하고 외치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여성들은 송일국의 이메일을 아느냐고 묻기도 한다.

   이란에선 삼성, 현대, LG와 함께 주몽과 대장금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좋아한다.

 

 

   점심은 주로 식당을 찾는다.

   여러 종류의 케밥에서 디지, 사브지, 코레쉿, 비리아니... 주로 양고기나 닭고기 요리이거 나, 아니면 콩, 토마토, 각종 야채들이

   들어 있는 요리들이다.

   식당엘 가도 역시 사람들은 친절하다. 말도 안 통하는 우리들에게...

   혹시 우리가 불편해할까봐 가만 보고 있다가, 야채가 떨어지면 금방 다시 채워주던 사람들....  

 

   이건 비리아니(2,500원정도). 난에 양고기를 볶아 얹고 양파, 바질과 같은 생야채랑  같이 먹는다.

   이때는 시장에서 사온 500원어치 체리와, 500원어치 메론도 같이 먹었다.

   물론 한국산 고추장도 한 몫하고.

 

 

 

  이건 양고기 케밥과 코레쉿, 콜라, 그리고 밥.(모두 다 합해서 7,500원 정도)

  한국 피자헛 샐러드 바처럼 샐러드는 접시만 주면서 가져와서 먹으라고 해서

  10가지가 넘는 야채를 두 번씩이나 가져와서 먹었다.

  여행 다니면서 조금 줄어든 배를 그 날은 왕창 다시 늘렸다.  

 

  저녁이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공원으로, 광장으로, 다리 아래로... 마실을 나온다.

  큰 카펫트를 깔고, 가져온 음식들을 펼쳐놓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분위기.

  우리도 저녁이면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나가곤 했다.

  

  사진은 이맘 호메이니 광장.

  이스파한이 우리를 감동시킨 건 여기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마실을 나온 가족들은 우리에게 다가와 서로 짧은 영어지만 이야기를 나누기를 원했고,

  차를 주기도 하고, 케익을 주기도 하고, 이란 전통 과자를 건네기도 했다.

  누구든 우리와 함께 사진을 찍기를 원했고, 이란을 방문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항상

  우리에게 전했다.

  감히 말했다. 아마 지구상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들이 이란사람들이라고.

 

  이쁜 이란 대학생들. 들고 있는건 아이스크림.

  이란 사람들은 아이스크림을 아주 좋아한다. 

  우리가 쳐다보자 금방 먹으라고 권한다. 저녁을 맛있게 먹으려고 가볍게 거절했다.

 

 

 

 저녁이면 이 사람들은 도심 한 가운데를 흐르는(?) 강위에 놓여진 다리로도 많이  모여든다.

  사진은 시오세 다리. 숙소에서 그냥 타박타박 걸어가면 된다. 호메이니 광장이나 공원   뿐만 아니라 다리 주변에도

  역시 녹지가 조성되어 있고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들이 있어 피크닉 나온 가족들과 연인들이 한가로운 저녁 시간을 즐긴다.

  아!! 우리도 저런 다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차들만 쌩쌩 다니는 다리 말고, 도심 한가운데라도 사람들에게만 허용된 아름다운 다리. 

 

이스파한에 있는 33개의 다리 중에 또 다른 하나인 카쥬 브릿지. 저녁이면 불을 밝혀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낸다.

 

  카쥬다리에서 사진 한 장.

  그런데 자세히 보시라. 강물위의 다리인데, 사실은 강물은  완전히 말랐다.

  사람들은 다리 위를 걸어가기도 하지만 물이 없는 맨 바닥으로 강(?) 을 건너기도 한다.  사막의 한 가운데라는 걸 실감한다.

   지금은 물이 없지만 댐에서 물을 흘려보내면 다시 이 다리 아래로 물이 흐른다.

   또 다시 이란의 관개수로에 대해서 감동했다.

   척박한 땅을 개척해서 사람이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 내는 위대한 인류.

 

   이스파한의 외곽에 있는 sofeh 산이다. 순전히 돌산.

   도심에서 버스로 30분 정도만 타고나가면 보이는 건조한 모습이다.

   강물까지 메말라 있는 도시를, 도시 전체를 공원 같은 울창한 숲으로 만들어 내는   사람들.

 

  도심에 있는 나무사이를 보면 잘 만든 수로를 통해 물을 흘려보내 나무를 키우고 있었다.

   그랬구나, 그렇게 해서 이렇게 메마른 땅에서도 그런 대단한 공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거구나!

   이란에 오면 더울 거라고 내심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어디서나 나무 그늘을 만날 수  있었던 게

   바로 이런 노력의 결과라는 게 정말 고마웠다.


 한 낮에도 도심 한가운데에 시원한 숲과 그늘을 만드는 이스파한의 나무들.

 

저녁이다.

시오세 다리나 카쥬 다리는 차는 다니지 않는 사람들의 다리라면 그 둘 사이에 있는 이 페로도세 다리는 차가 다니는 다리다.

역시 푸른 색 등을 비춰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여기는 지대가 약간 낮아서 그런지 물도 약간 남아있다.

우리는 오늘 저녁, 이스파한을 떠나 밤 기차로 다시 테헤란으로 들어간다.

이제 일주일 후엔 이란을 떠나야 한다. (비자가 21일짜리) 테헤란을 거쳐 터키로 넘어갈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스파한!! 

“세계의 절반”이란 찬사를 들어도 충분할 만큼,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