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82 (6월 20일) 세번째 찾은 런던

프리 김앤리 2009. 6. 20. 16:49

 런던은 이번으로 우리 둘 모두에게 세번째 여행입니다.

둘이 함께 10년전에 한번, 각자 따로이 한번씩,

그리고 이번엔 다시 둘이 함께 런던을 찾아왔습니다.

 

제일 처음  함께  와서 가본 내셔널 갤러리, 대영박물관은 우리를 흥분하게 만들었습니다.

아! 유럽이란게 이런 곳이었구나...

아이들이 이렇게 그림을 보고 박물관을 보면서 세상을 배우고 있구나...

그런데 우리는 네모난 교실에 아이들을 박아두고 꼼짝달싹 못하게 하면서 커왔구나...

가는 곳마다 펼쳐진 푸른 잔디의 공원은 엔진 달아놓은듯이 하루하루를 앞만 보고 달려가던 우리에게

휴식이라는 것과 여유, 행복, 천천히, 느긋하게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곤 한참동안을 그런 단어들을 잊어버린채 종종거리고 살다가...

 

이번에 다시 함께 이곳을 왔습니다.

런던을 여행하겠다는 목적보다는 아일랜드나 아이슬란드를 여행하기 위해서 이용하는 저가항공(라이언에어, 아이슬란드 익스프레스)

이 런던에서 출발하는 게 훨씬 유리했었기 때문입니다.

순전히 효용가치의 측면에서 선택한 도시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떠나올때의 상황이 이것 저것 따질 수 있는 때가 아니라

그저 유럽 여행의 첫발로 쉽게 내딛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예전에 우리를 들뜨게 했던 유명한 관광지엔 그다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런던의 날씨처럼 며칠내내 우울하게 돌아다녔습니다.

그냥 런던 거리나 한번 걸어볼까 생각했었는데

도착하니 지난 몇주간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 하루는 숙소에서 잠만 잤습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하루종일...

 

 

화려했던 옛영광, 대영제국의 위대함을 보여주듯 영국은 여전히  건재했습니다.

제임스 파크 앞의 거리.

저 길을 쭉 따라가면 버킹검 궁도 보이고, 시간도 마침 근위병 교대식과 딱 맞춰졌는데도...

그 길로 가지는 않았습니다.

부자가 망해도 삼대는 간다고 대영제국의 웅장함은 거리 곳곳에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여전히 감동적인 건 영국의  공원이었습니다.

푸른 잔디와 아무렇게나 앉아있고 쉬고 있는 런던 시민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 잔디는 보호"만 해야 할까요?

왜 잔디 안으로 들어가면 안되고 바라만 봐야 할까요?

여기는 이렇게 잔디에 뒹굴고 잔디와 함께 놀고 있는데...

 

그리니치 천문대를 찾았습니다.

앞선 두번의 여행에서 항상 건너뛰기만 했던 곳.

사회교과서, 과학교과서에 늘 등장하는  본초 자오선. 경도 0도.

그 지점엘 가보고 싶었습니다.

원래 지구엔 아무 줄도 없었지만 인간에 의해 그어진 선 북위, 동경..

지구에 시간과 공간을 제공한 최초의 기준 .

그리니치 천문대입니다.

 

주변의 탁트인 공원에도 가보고 싶었고...

런던 시내를 한눈에 바라보고도 싶었고...

 

저기 꼭대기 건물이가 그리니치 천문대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경도 0도인 지점에 양쪽 다리를 걸치고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지구의 동쪽과 서쪽을 한 걸음에 다 디디고 서서 행복한 웃음을 띄웁니다.

사진 찍기가 힘듭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려서...

 

그리니치 천문대 언덕 위에서 바라본 런던 시내.

영국은 일년에 쨍한 날씨를 보기는 참으로 힘든 곳이라고 합니다.

여전히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합니다.

우중충한 날씨에 우울한 시간이 계속 된답니다.

그래도 요즘은 여름이라 저녁 10시가 되어야 어두워집니다.

이 계절 동안은 자주 햇볕이 나와 야외에서 찬란한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오늘도 그리니치 천문대에는 많은 학교에서 야외수업을 하러 나왔습니다.

초등학생들인 것 같은데...

또 우리나라 애들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또 한군데 찾은 곳은 자연사 박물관입니다.

지구의 생성과 기원, 인류의 역사와 진화, 암석의 종류와 분포...

요즘 우리 남편이 가장 관심있어 하는 분야라...많은 시간을 여기서 보냈습니다.

 

암석을 보면 지구의 활동과 역사를 알수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종류의 돌을 전시해 놓고, 그것이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하면서 지구의 활동을 짐작케 합니다.

용암이 공기중에 나와서 식은것, 물속에서 식은것.. 다른 돌을 녹이면서 식은 암석...  종류가 엄청 많습니다. 

심지어는 다이아몬드와 금, 루비등이 박혀 있는 원석도 있습니다.

금광석은 처음 봤습니다.

다음엔 암석에  대한 공부를 하고 오거나 잘 아는 지학선생님의 도움을 받고 싶은 생각입니다.

영어가 많이 딸려서 한번만에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니....

 

한때나마 과학선생님이었던 나역시

영국이나 독일, 호주에서 보았던 과학박물관, 자연사 박물관등에서는 늘 감동하고 또 아주 많이 아쉬워 합니다.

'이런 곳에서 수업을 하고 싶다, 이런 자료를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도 이런 곳을 저렇듯 왔으면 좋겠다...'''

 

 

자연사박물관과 30억년된 바위...

지구가 만들어진 지 45억년...

30억년 된 바위.....

그러나 사람을 비롯한 생명체는 45억년중.....아주 늦게 만들어진 .... 태어난 존재...

'생명체'라는 건  극히 짧게 이 우주에 잠시 머물다가 가는, 아주 잠시 스쳐지나 가는 존재임을...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을 얼만큼 더 확장시켜야 인간이라는 존재를 느낄 수 있는건지...

(그리니치 천문대에는 40억년으로 추정되는 바위도 있었습니다)

 

 

런던에서 우리가 묵었던 호스텔입니다. (Hootanny Hostel)

런던 2 Zone 끄트머리, Brixston 역에서 걸어서 5분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습니다.

런던 입국할 때 공항에서 Brixston 주변은 저녁이면  위헙하다고 해서 약간 걱정했었는데..

순전히 기우였습니다.

주변에 흑인들이 제법 보였는데, 아마 백인의 눈으로 보는 왜곡된 생각이었지 싶습니다.

물가 비싼 런던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하루 저녁에 12파운드(2만 5천원)

아침까지 포함된 가격에 부엌도 쓸수 있고...

참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Hooyatanny Hostel의 부엌.  

한국에서의 지친우리를 편안하게 쉴 수 있었던 곳입니다.

아침은  우유, 빵, 잼, 시리얼, 커피 등으로 숙소에서 제공하는 것을 먹고, 점심은 슈퍼에서 사온 빵, 야채로 여기 부엌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시내로  나갔습니다.

 

런던은 (아니 유럽 전체가 그렇습니다) 여전히 여기저기에서 공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걸으면 지하도 안에서 어김없이 들려오는 음악소리. 그리고 거리 공연.

 

내셔널갤거리 앞에서 한 남자가 춤을 추고 있습니다.

흑인에, 못생기고, 100킬로가 넘는 육중한 몸으로.. 음악도 없이..

춤도 잘 못추지만 열심히 하다보니... 주변의 다른 공연자보다 관심을 많이 끌고 수입도 제일 좋은 듯합니다.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인정이라고 할까...

 

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 다른 사람의 눈을 많이 의식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외국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외모, 생활양식에 대해 사적인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인간미가 없다고도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또 하나의 인간미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겠지요. 

 

코벤트 가든 거리에서도 오페라 음악이 들립니다.

저기 앞에 있는 여자가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지만 실력은 대단합니다.  

 

헤롯 백화점 피자 가게에서도 아저씨는 오페라를 합니다

피자판을 돌리면서 아주 수준 높은 노래를 불러 손님들을 흥을 돋웁니다.

 

 헤롯 백화점안 3층 발코니에서 또 한 여자가 노래를 불러 손님들의 눈길을 끕니다.

"Time To Say Goodbye!!!"  풍부한 음량의 맑은 목소리가 백화점의 품위를 높입니다.

헤롯백화점은 이름 그대로 이집트 컨셉의 건축물로 영국에서 제일 비싼 물건을 파는 곳이라고  구경갔습니다.

의외로 동양인이 많은 것을 보고... 약간은 실망했습니다.

명품에 대해 모르고 관심도 없지만... 우리가 보기엔 한국의 좋은 백화점과 별로 큰 차이가 없어보이는데...

그래도 명품 백화점이라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라이브 음악은 기분 좋습니다.

 

 

런던에 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뮤지컬을 보는 것이라고들 합니다.

제일 처음  이 여행을 생각할 때는

이번에 다시 유럽으로 가면 며칠씩 한 곳에 머물면서 오페라나 뮤지컬, 클래식 공연 등을 실컷 보자고 했습니다.

이란을 지나 여행이 터키를 거쳐 동유럽으로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의 향기에 취해 오랫동안 음악과 함께 쉬려고 했었는데...

 

그러나 막상 예정에 없던 한국행,  다시 런던으로 들어오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약간 헤맸습니다.

우리 둘, 각자가 따로 온 여행에서 " 오페라의 유령"을 이미 봐서 이번엔 무얼 볼까 망설이다 하루가 가버리고,

하루는 숙소에서 퍼질러 잔다고 가버리고, 또 하루는 런던에 저녁 늦게 도착해서 그냥 보내버리고..

결국 하루밖에 남지 않아 단 하나의 공연 (맘마미아)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해인아, 상벽아 생각나나? 저 피자집.

' 오페라의 유령' 공연하는 극장 길건너에 있던 피자집.

  여행의 맨 마지막 날이라 남은 돈 탈탈 털어 먹느라고 피자 한 판 두고  전쟁하듯이 눈치보며 피자 나누던 거....

  그대로 있더라. ㅋㅋ 니네들이 다시 여행할 때도 저집은 저대로 있을까? 그리고 그때처럼 그렇게 맛있을까? ㅋㅋ)

 

맘마미아 공연 시작을 기다리며.

일층 제법 앞자리에 앉아서 흥겨움이 더했다는..

대사를 알아듣기 힘들어서 영어 공부에 대한 열의를 또 한번 다졌다는...

그런데 음악은 거의 아는 거라 아주 신났다는...

마지막에 관객이 전부 일어나서 함께 노래부르고 춤을 출때는 완전 흥분의 도가니였다는...

 

영국의 뮤지컬을 느끼고 싶으면 '오페라의 유령'을, 우울한 기분을 풀려면 '맘마미아'를 권합니다.

세상을 저렇게 열심히 즐겁게 살고 연기하고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서 영국의 우울함이 약간 사라집니다.

 

오늘 낮에 우리는 런던을 떠나 비행기로 아일랜드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