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86(6월 24일) Cliff of Moher 모어절벽

프리 김앤리 2009. 6. 25. 07:27

 아일랜드는 우리나라 감성과 꼭 맞는 음악이 있는 곳이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 처럼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고, 술 마시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아일랜드에서는 켈틱 음악을 듣는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면 좋고,

왁자지껄 떠들면서 비좁은 펍에서 밤늦도록 기네스 맥주를 마실수 있다면 여행은 더욱 즐거워 진다고 한다.

 

그리고 또하나.

아일랜드가 가지고 있는 매력적이고 놀라운 자연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그것이 생명을 가지고 있는 생물일수도 있고,  자연 환경일 수도 있다.  

 

킬라니에서는 자전거로 국립공원을 한바퀴 돌면서 Wild(?) Life를 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대서양의 Edge라고 불리는  200m가 넘는 높이의 해안 절벽, 모어절벽(Cliffs of Moher)를 찾았다.

 

모어 절벽을 찾기 위해서는 주로 아일랜드의 남서부 도시 , Galway에 머물면서 일일투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양이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니, 거의 대부분이 Galway에서 투어를 신청했거나, 아니면 차를 렌트해서 직접 가보는 방법만

적혀 있었다.

그런데... 자유로운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일일투어"라는 게, 그게 참 "쩝"이다.

한참동안 버스를 타고 가서, 정작 목적지에서는 기껏해야 한시간정도의 시간을 할애받는 것.

더 머무르고 싶어도 머무를 수 없는 것이 늘 불만이었다.

 

킬라니에서 아일랜드 지도를 열심히 파헤쳐 보다가 Cliffs of Moher가 가까운 Doolin 이라는 콩알만한 도시(읍?)에 직접

찾아가기로 하고 무작정 버스를 탔다.

물론 Hostelworld site에서 괜찮은 숙소가 있다는 정보는 가지고...

빈방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전화를 시도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인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

 

아일랜드 지도를 보면 Doolin이라는 곳은 서쪽 해안에 바짝 붙어 있는도시다.

대서양에 딱 붙어 있는 도시..

오후 4시에 도착해서 찾아간 Aille River Hostel...친절한 Ann이 우리를 맞는다.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쉴수 있는곳. 게다가 모어 절벽은 여기서 트레킹으로 바로 걸어서 가면 된단다.

GOOD!!!!!!!!

 

 

아침으로 빵과 우유, 소세지...를 먹고 계란도 삶고 감자도 삶아서 일찍 집을 나섰다.

오전 매니저인 Karl이 그려준 지도 한장을 무슨 보물지도인양 주머니에 소중히 접어넣어가지고.

넓게 펼쳐진 초원을 지나간다.

바람도 시원하고, 하늘도 맑고....

 

오른쪽으로는 대서양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끝도 없는 풀밭...

아일랜드 남서부의 버렌지역 트렉킹중 백미... 모어절벽이 시작된다.

 

왼쪽은 모두 푸른 초원의 목장이다.

소나 양이 넘어오지 못하게 철조망과 전기선을 쳐 두었다.

벌써 바다보다는 한참 높이 올라와 있다.

땀도 살살 나기 시작하고...

 

아래로는 벌써 부터 절벽이다.

본격적인 모어 절벽은 아직 시작도 안됐는데...

 

주변엔 아무도 없다.

오직 우리 둘과 바다, 그리고 초원...좁은 길

앞서 걷다가 기다리고, 또 나중에 걷기도 하고...

천천히 , 뚜벅뚜벅...

오늘은 바다가 참 조용하다.

숙소에서 본 모어 절벽 사진에는 주변이 시커멓고 엄청나게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장면이었는데...

영화 같은 거 보면 신이 분노한다거나, 아주 무서운 장면을 나타낼 때 나오는 장면, 바로 그거 였는데...

그랬으면 더 멋있었을라나?

하기야 그랬다면 이 길을 걸어갈 수 도 없을테지만...

 

한시간쯤 걸었을라나?

언덕도 넘어간다.

오른쪽은 계속 바다, 왼쪽은 계속 드넓은 목장...

이 바다를 계속 가면 아메리카 대륙이 나온다.

 

 언덕을 올라서니 모어 절벽의 절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발 밑에는 들꽃도 가득 피어있다.

이름도 모르는 노랗고 하얗고... 가지각색의 조그만 꽃들이 지천이다.

밟지 않으려고 노력해보지만...

 

아!!! 보인다.

200m도 넘는다는 해안 절벽...

저기 중간에 조그맣게 솟아 있는게 성이다.

투어를 신청하면 버스를 내려줘서 올라오는곳이다.

그리고 저기 반도의 끄트머리에 보일듯 말듯 또하나의 성채가 있다.

저기까지 걸어서 갈꺼다.

모어 절벽의 길이는 끝까지가 모두 8Km이다.

 

 

 한걸음 한걸음 절벽(?)을 오르며...

 

모어 절벽들을 뒤로 하고... 나도 벼랑끝에 서본다.

사진으로 보면 위험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워낙 평평한 곳이 넓어서 그리 위험하지는 않음...

그래도 워낙 높이 솟아 있어

다리는 후덜덜...

 

하늘을 나는 기분?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육지에서 바다로...

팔만 펴면 날아갈수 있을 것 같다.

 

얼른 저 성까지 가야 하는데... 뒤돌아보며...

 

트레킹을 시작한 지 3시간 만에 사람들을 처음 만난다.

이 사람들은 모두 버스로 혹은 자가용으로 모어절벽의 Visitor center 쪽으로 올라온 사람들이다.

모두들 성 근처에서만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다가

우리가 걸어가니 놀란듯 쳐다본다.

'우린 이미  좋은 경치 다 보고 오는 길이거든요'

 

Visitor center로 우리도 잠시 내려간다.

콜라 하나 사가지고, 삶아 온 계란, 감자도 먹어야 하니까....

세시간을 걸어오느라 물도 다 떨어졌다.

그런데 어디서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하프연주와 아일랜드 음악.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릴때 많이 들었던 음악들이다.

거의가 아는 가락이기는 한데...

아!! Green Sleeves는 알겠다.

이렇게 그냥 야외에서 부르는 노래인데도 저렇게 소리가 고운데, 만약 공연장에서 들으면 어떨까?

점심 먹으면서 횡재한 기분이다.

 

그런데 가만 보니, 사람들이 동전을 아주 많이 넣어준다.

우리도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한 하프여인에게 조그만 성의를 표한다.

 

하프소리를 뒤로 하고 다시 걷기 시작..

절벽의 이 길 끝까지 가야한다.

 

오전보다는 바람이 좀더 부는 듯 하다.

하늘에 구름도 좀 끼이고...

 

이제 성이 우리 뒤로 보인다.

대서양을 따라 우리는 쭈욱 내려가고 있다.

 

여기도 역시 푸른 초원...

끝도 없다.

 

 

저 멀리 끝에 성채가 보인다.

높은 절벽에는 갈매기가 하얗게 집을 지어놓았다.

 

다 와간다....

 

드디어 모어 절벽의 끝.

모두8Km, 우리는 집에서 부터 출발했으니 훨씬 더 걸었겠지....

 

우리가 걸어온 저 먼길을 되돌아 보며....

해안절벽...

모어 절벽은 지구의 마지막 빙하시대에 만들어졌다는데...

 

다시 돌아가는 길.

Visitor Center 까지 오후 3시 30분까지는 가야하는데..

바람은 육지에서 바다로 불어오고... 몸은 피곤해서 비틀거리고...

 

그래도 돌아가는 길은 즐거워...

다시 한번 날개놀이를 해본다 . 

 

언제 다시 이곳에 올수 있을까?

이 장엄한 풍광... 눈에 담아둬야 하는데...

 

 또 다와간다 ....

그런데 3시 30분은 이미 지나버렸다.

다음 버스는 7시 15분... 기다리자니 너무 많이 남았다.

사진은 좀 더 가까이서 찍고 싶고 가파른 절벽은 무섭고

엉덩이를 뒤로 뺀 채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

 

다시 걸어서 돌아가자...

이번엔 해안선을 따라 가는게 아니라 초원을 가로질러 가야지...

그런데 이건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다.

동물들의 보금자리다.

양도 있고....

 

풀을 뜯던 소가 우리의 출현에 깜짝 놀란 듯 우리에게 다가와서는 이렇게 말한다.

" 아니 너희들은 뭐야?

  여기는 우리 식당이란 말이야..."

소가 못넘어오도록 쳐놓은 철조망에 우리가 갇힌 느낌이다.

저 녀석들은 자유롭고... 우리는 불안하고...

 

양, 소, 염소....급기야 말도 보인다.

말똥,소똥... 온갖 똥들로 넘쳐나는 풀밭..

풀밭 한번 원도 한도 없이 밟아본다.

 

어쨋거나 집에 다와간다.

이제 대서양이 왼쪽에 있다.

 

 저기 멀리 보이는 마을이 우리 집이 있는 곳.

후----------

 

아일랜드 남서부 지도.(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입니다. )

왼쪽 아래  해안선을 따라 빨간 선으로 그어 놓은 것이 우리가 걸은 길이다.

30Km이상은 걸은 것 같다.

(Doolin에서 아래 끝까지)

위에 있는 빨간 선은 그림판에서 실수로 잘못 그려진 것임....

 

그렇게 걸었건만....

참 조촐한 저녁식사..

피곤한 몸이었지만, 토마토, 양파, 햄 넣어 직접 만든 스파게티.

  

힘들었던 하루.

그러나 기분좋은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이제 자야하는데...

밤 11시경의 장면입니다.

이 동네는 언제 어두워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