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177 (9월 2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프리 김앤리 2009. 9. 23. 23:58

러시아.

두려움이 있었다.

러시아를 배낭여행한다는 것이.

그냥 배낭 하나 메고 러시아를 여행했다는 사람도 별로 보지 못한데다가

영어도 전혀 통하지 않는 나라라는 둥, 거주지 등록부터 복잡한게 많다는 둥...

과연 우리가 알아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이 나라 만큼은 단체로 가야 하나?...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꼭 그 만큼의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나라였다.

 

 

<철 벽>

러시아를 두렵게 만든 단어는 바로 이 말일게다.

'철의 장막'

'죽의 장막'이라고 불리던 중국과 함께

뭔가 철벽으로 외부 세계와는 철저히 담을 쌓아 놓은 듯한 닫힌 공간, 아니 꽉 막아놓은 나라, 러시아.

미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국가들이 사회주의 국가들을 비난(?)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냉전시대의 개념속에

우리 스스로가 꽁꽁 묶여 있었던 걸까?

모스크바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철벽'이라는 단어가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러시아를 '철의 장막'이라고 말할때 보여주는 장면은 대게 이 '크레믈린 궁' 이다.

높은 붉은 벽돌 담으로 쭉 둘러쳐져 안을 도대체 들여다 볼수 없는 크레믈린.

대통령궁을 비롯한 입법, 행정부가 다 들어있는 러시아 정부 건물들이 들어있다는 곳.

 

우리가 제일 처음 도착한 곳 또한 바로 이 크레믈린 궁 앞이었다.

너무나 육중한 담으로 둘러싸여 있어 안을 들여다 볼수도 없었고...

과연 '철벽'이란 말인가?

 

크레믈린 궁 앞의 '붉은 광장'

'붉은 광장'의 원래 이름은 '끄라스나야 쁠로사지'.

고대 러시아어로는 '붉은'이 아니라 '아름다운' 혹은 '이쁜'이라는 뜻이라는데....

왜 이렇게 부르고 있을까?

짜르 시대, 러시아 혁명 당시에 수많은 집회와 시위, 그리고 처형이 있은 장소라서 그렇게 불리우는 것일까?

아니면 전해지는 말처럼 메이데이나 혁명 기념일 등에 이 광장을 가득 메우는 붉은 깃발때문에 그런 것일까?

 

여하튼 '푸른색'과 대비시켜 공산주의를 그저 무서운 '붉은 색'으로 표현한,

반공 이념 만이 가득하던 시대에 학교를 다녔던 우리에게 또다른 공포의 장소로 각인되어 있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 이 거리엔 마음대로 오가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탁 트인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는 느낌이다.

 

크레믈린 붉은 벽돌담 바로 앞에 있는 레닌 묘지.

붉은 광장의 중앙을 정면으로 바라 보고 있다.

 

레닌 묘는 하루 중에 몇시간 만 개방되어 아침일찍 부터 서둘러야 한다.

서둘러서 갔는데도 기다리는 줄이 엄청 길다.

1924년에 사망하여 근 100년이 다 되어 가고 있는데도

레닌의 여전히 존경받는 지도자라는 느낌.

카메라로 내부 촬영을 할 수 없음은 물론, 카레라를 소지 할 수도 없다.

 

안으로 들어가면 아직도 레닌의 시신을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다.

살아있었을 때의 모습 그대로...

백지장같은 낯빛에 추는 붉은 조명, 으스스한 분위기, 모퉁이마다 지키고 서있는 러시아 경찰들...

 

베트남의 호치민 묘지를 찾아갔을 때도 이 분위기와 비슷했다.

그때는 그런 모습을 처음보는 것이라 그저 경외심으로만 봤었는데...

또다른 사회주의 나라인 러시아에 와서

'레닌'의 묘를 보면서 묘한 느낌을 받는다.

'영웅'을 만들어 내는 사회주의, 죽어서도 영웅을 만들어내는 체제...

 

'모든 민중이 다같이 잘 사는 사회'를 건설하고자 했던 사회주의 체제에서

그 민중은 지금 어떠한지...

 

물론 레닌이 자신의 사후를 이렇게 지켜달라고 하지는 않았을게다.

레닌의 사후, 스탈린이 이 묘지를 만들었으니까?

자본주의와 경쟁하는 자신들의 공산주의 체제가 의 우월하다고 주장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영웅이 필요했을까?

이게 우리들과는 다른 철벽일까?

 

레닌 묘지를 돌아나오면 다른 소련 공산당 간부들의 묘지가 줄지어 서있다.

제일 왼쪽은 '스탈린'묘지.

 

드디어 우리도 그 철벽안으로 들어간다.

이제는 입장료만 내면 들어갈 수 있다.

약간 귀찮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검색대만 통과하면...

 

크레믈린 안에는 대통령궁도 있고, 의회 건물도 있다는 데

일반인들에게 모두 공개하지는 않는다.

하기야 거기는 일을 하는 곳이니까?

그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들어간 '철의 장막' 안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이 대포다.

일명 '황제의 대포'

 

이런 게 전시되어 있구나...

'모스크바의 심장'이라고 불리우는 이 곳에 놓여진  '전쟁때의 대포!'

우리와 -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우리나라'가 아닌 나를 비롯한 사람들, 우리와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적어도 살상무기용 대포가 '심장'이 될 순 없지 않은가?

 

그리고 보이는 크레믈린 궁 안의 종탑.

이반 대제의 종루.

 

또 보이는 러시아 정교회 성당.

15-6세기의 사원이란다.

 

또 사원...

 

성당 안의 여러 성화들.

주변으로는 프레스코화도 보인다.

 

정작 크레믈린 궁이라고 해서 들어왔는데 여기도 역시 성당 건물들이다.

황제들이 미사를 올린 곳, 황제의 대관식이 있었던 곳. 결혼식이 있었던 곳....

 

공산주의에는 '종교'가 없다고들 했는데...

'뭐야, 이건...

 공산주의 혁명 이후 이런 건물들을 그대로 두고 있었다는 말인가?

 오스만 투르크 족이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을 점령하고 성 소피아 성당 내부의 성화위에 회벽칠을 해 놓은 것

 - 파괴하지는 않았다. 그냥 덧칠만.. 그래서 그걸 벗겨내면 성화가 고스란히 살아있었다.

   이런 모습으로 이슬람 종교의 관용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과 같은 적어도 덮어버리거나 눈앞에는 사라지도록 하는

 일도 안했단 말이야?'

 '지금까지 그대로 이걸 보존하고 있었단 말인가?'

 '이건 종교와는 또 다른 자신들의 전통이기 때문에 지켰다는 말인가?'

 

정리가 되지 않는다.

철벽이라고 무슨 대단한 이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들어와서

예의 그 성당들과 성화들, 그리고 성가를 부르는 CD를 파는 정교회 신부님들을 보고 돌아나서는 기분.

정리가 되질 않는다. 

 

크레믈린 궁 안의 뜰.

나무 숲이 잘 가꾸어져 있다.

세계 최초의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비행 성공후 심어놓은 나무가 보인다.

 

철벽!, 철의 장막!

그 안에도 사람 사는 모습은 똑 같았다.

 

 

<화 려>

눈이 부시다.

모스크바에 들어서는 순간, 그 화려함에 눈이 부시다.

 

성 바실 성당.

지금까지 우리가 봤던 어떤 성당보다도 아름답다.

가장 화려하고 예쁘다.

붉은 광장 한끝에서 여행자들의 마음을 홀딱 빼앗는다.

 

도착한 첫날부터 나흘 내내 이 광장엘 나갔다.

아침에도 낮에도 그리고 밤에도...

(숙소에서 가깝기도 했지만, 붉은 광장이 모스크바 어디를 가더라도 중간에 놓인 곳이라

 가면서 한번, 돌아오면서 한번... 그런데 한번도 지겨운 적이 없었다)

 

밤에 광장의 불빛을 받아 바실 성당이 더 아름답다.

 

밤이 내린 붉은 광장.

오른 쪽이 크레믈린 궁, 정면이 성 바실 성당, 왼쪽이 러시아 국영백화점 '굼'

'화려'란 말이 딱 어울린다.

 

'굼 백화점' 내부.

언젠가 오스트레일리아 여행 할때

피에르가르뎅이 시드니에  있는 QVB 백화점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백화점이라고 하더니만

굼 백화점도 거기에 못지 않다.

 

소련이 무너지던 1980년대 말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모스크바에 모든 상점들이 거의 문을 닫고 생필품을 사려는 모스크바 시민들의 줄이 늘어서있다'

던 기사가 왜 떠올랐을까?

그때의 사진이나 TV 장면은 전혀 안 떠오르고(아마 사진이나 장면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냥 기사만 있었을지도)

'그저 먼지 날리는 텅빈 진열장과 찬바람 부는 거리에 보잘것 없고 헤진 두툼한 겨울옷을 입은 채 길게 줄을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으로만  기억하고 있을까?

미디어가 심어준 인상이 이리도 강렬하게 남아있을까?

 

그때도 화려한 굼 백화점은 있었을 테고,

또 한편으로는 정말 어려운 시민들의 삶도 있었을 텐데...

 

왜, 우리는 보지도 않고 한편의 생각에만 갇혀 있었을까?

 

지금도 마찬가지 일테지.

이렇게 화려한 곳이 있는 반면에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실업자들, 여전히 가난에 찌들려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러시아 국민들도 있을테지.

 

사비르 교회(? Cathedral of Christ the Savior),.

또 눈부신 교회 건물.

몇 Km나 되는 사람들 줄 때문에 우리는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이 곳 성당들은 지붕을 그냥 가만 놔두질 않는다.

금 치장은 물론 빨강 파란색에 별도 그려넣고, 줄무늬도 만들어 놓고, 알록달록 화려함을 자랑한다.

 

옛 귀족들이 살았던 '아르바트 거리'

귀족이라는 말도 또 그러하다.

지금은 레스토랑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길거리 예술가들의 그림 판매도 눈에 띈다. 

 

다시 한 번 더 아름다운 바실성당을 보면서(맑은 날)

 

비오던 저녁.

- 사진이 너무 좋아 버릴 수가 없네요..

  그래서 자꾸 여기 장면이 나오네요...-

 

 

<거 대>

크다.

참 크다.

러시아, 정말 대국이다.

땅덩어리만 넓은 게 아니라

건물도, 길도, 가로수도 다 크고 다 넓다.

 

모스크바 대학.

그냥 외관만 본다면 누가 대학 건물이라고 할까?

엄청 크다.

 

모스크바 강과 거대한 표트르 대제 1세 동상.

표트르 대제의 키도 2미터가 넘었다는데.

(표트르 대제는 서양의 문물을 배우기 위해 청년 시절 신분을 숨기고

 네델란드의 선박회사에 노동자로 취업까지 했었단다.

 거기서 직접 선박 제조 기술을 배우고, 선진 문물도 공부하고...

 우리로 치면 위장전입자가 아니라 '위장취업자'다.)

대단하다.

그로부터 러시아의 개혁과 발전이 시작되었단다.

서유럽의 문물을 받아들이고자 했던 그의 꿈을 살려서,

동상은 서쪽을 보고 있다.

  

말로만 많이 듣던 러시아의 볼쇼이 극장.

넓은 광장도 시원하고...

  

참말로 다 크다.

모스크바 강을 거닐며.

 

모스크바 대학옆의 가로수길.

빽빽히 들어서 있는 나무들도 키가 크고 그 사이 길도 어찌그리 크고 넓은지.

끝도 없었다.

 

러시아 현대 미술 작품을 전시해 놓은 트레탸코브 갤러리(Tretayakov Gallery).

헤아릴 수도 없는 수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내부는 찍을 수 없어 그냥 밖만 보인다.

 

이번 여행 초반에 읽었던 '천재들의 미술노트'에서 알게 된

일리야 레핀의 작품이 많이 보여서 참 반가웠던 미술관이었다.

60개가 넘는 방 안에 차곡 차곡 걸어둔 러시아 화가들의 작품들.

참 엄청났다.

 

특히 18,9세기의 러시아의 사람들의 모습, 역사를 그려 놓은 것이 많아 흥미로웠던 곳.

 

 

<상 상>

지금부터 나오는 사진이 과연 어디일까?

상상해보셔요. 

 

멋진 샹들리에 있는 걸 보니 황제가 살던 궁전 내부?

그럼 이 많은 사람들은 궁전을 보러 온 관광객들?

 

그럼 여기는?

 

항구에서 손 흔들며 배웅하는 모습의 스테인 글라스도 보이고...

어디지?

 

천장엔 레닌이 연설하는 모자이크도 보이고...?

 

아름다운 벽화도 보이고  불빛도 화려하고...

여기도 궁전?

 

조각상들이 늘어서 있는 걸 보니.. 정말 궁전인가?

 

아니다.

모두들 모스크바의 지하철 역 안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러시아의 지하철 역사.

화려한 샹들리에와 대리석으로 꾸며놓은 지하철 역, 꼼소몰스카야(Komsomolskaya),

새로운 사회주의 세상을 청동조각상으로 표현해 놓은 역, 플로시챠드 레볼루씨(Ploshichad Revolyutsii),

스테인글라스로 치장해놓은 노보슬로보드스카야(Novoslobodskaya)

러시아 역사를 테마로 모자이크 천정을 만들어 놓은 노보쿠즈네트스카야(N0vokuznetskaya)등이다.

모두들 1935년에서 1952년 사이에 지은 지하철 역사다.

1935년... 그 때 우리나라는 무얼하고 있었지?

 

깊이도 장난이 아니다.

지하 100m도 더 아래로 내려가는 듯 하다.

끝도 없다.

 

중간 중간에 동상도 놓여있고...

(체호프스카야역에 있던 막심고리키 동상.

 체호프역이라고 해서 '단편 소설'로 유명한 체호프의 동상인 줄 알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 막심 고리키의 동상이란다.

 '어머니'의 작가, 막심 고리키...

  내 젊은 날, 얼마나 감동스럽게 읽은 소설이었는지...)

 

레닌의 벽화도 보인다.

혁명 당시의 구호가 그대로 읽혀지는 듯 하다.

"싸우면서 건설하자"

(어찌 많이 듣던 구호같기도 하고...

하긴 1920년초에 구 소련은 신경제정책의 하나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실행하고,

서방국가들이 대공황으로 어려울 때,

소련은 경제개발 5개년계획으로 경제가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고,

당시 서방국가들도 소련의 모델을 배웠고 일부는 시행하기도 했단다.

 

12각형 대리석 기둥과 화려한 조명의 지하철역. 크로포트킨스카야(Kropotkinskaya)

 

 모스크바에서는 지하철 역사를 돌아보는 것, 또한 관광의 하나이다.

22루블(800원 정도) 하는 지하철 표를 한장 사서 

이 지하철에서 저 지하철로 땅속으로만 땅속을 한참 돌아다녔다.

 

 

<아기자기>

러시아와는 어딘지 모르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

그러나 그 곳에도 아기자기 라고 표현할 수 있는 곳들이 있었다.

 

러시아 시내 전체 광경을 보기 위해 올랐던 레닌 언덕.

그러나 지금은 이 언덕을 원래의 이름인 '참새 언덕'으로 부른단다.

참새가 많이 모여들어서 그리 부른다지만

어찌 러시아와는 참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모스크바에는 산이 없다.

하기야 100m도 채 안되는 언덕(91m)이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넓게 펼쳐진 평원만 있는 모스크바에서 전체를 바라보려면 여기를 올라야 한단다.

옆에는 그렇고 그런 물건을 파는 조그만 노점상들도 보이고...

 

참새언덕을 내려오면서..

사실 100m도 안되는 숲길이라 그냥 걸어내려와도 충분한데

참 어울리지 않게 리프트라는 게 있어 재미삼아 타봤다.

겨울에는 도심속 스키장으로 이름을 날린다는데...

안전장치도 거의 안되 있는 스키장 리프트를 멀쩡한 초가을날에 타자니 조금 무섭기도 하고...

모스크바 사람들의 놀이라는 게 이런 건가 해서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생각보다 러시아의 물가가 비싸지 않아 사치를 부린 거이기도 하고...

 

어쨋거나 참새언덕을 오르면 모스크바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참새 언덕을 내려와서 모스크바 강가를 걸어가는데

앙증맞은(?) 모델을 만난다.

프로 모델은 아닌 것 같은데...

온갖 포즈를 취해가며 사진을 찍고 있다.

또 우습다.

뭔가 모스크바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그러나 사실 이게 진짜 모스크바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요즘 세계 어딜가나 보이는 '사랑의 자물통(?)'

여기도 커플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새긴 자물통을 꼭꼭 잠궈가지고 달아놓았다.

여기는 아예 자물통 나무가 되어 있다.

하트 모양의 사랑의 자물통 나무.

ㅋㅋ

자세히 보니, 거의 2009년도다.

1년도 안되어서 이리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사랑을 이 자물통에 걸고 맹세를 했단 말이지!!!

 ㅋㅋ

 

 

<답 답>

한마디로 완전 '까막눈'이었다.

러시아 알파벳을 모르니 길거리 표지판을 읽을수가 있나, 간판을 알아볼수가 있나?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도 영어가 통하나?

 

C는 S로 읽어야 하고, P는 R로 읽어야 한다.

뒤집어 놓은 R( я )자는 '야'로 읽어야 하고, 소문자 r은 'ㄱ'으로 읽어야 한다.

N은 '이'로, H는 N(ㄴ)으로 읽어야 한다

도대체가 제대로 된 건 하나 없이 죄다 바꿔서 읽어야 한다.

그외에도 처음 본 모음 알파벳도 여럿 있고... 우왕좌왕...

 

러시아에서의 내 표정이 대략 이런 모습.

(너무 바보 같아서 쪽팔리는 사진이지만,  글자를 모르는 우리 상태를 단적으로 나타낸 사진 같아 올린다. ㅋㅋ)

세번씩이나 갔던 러시아 식당 MYMY(이것도 마이마이라고 읽으면 안되고 무무라고 읽어야한다. 러시아 알파벳에서 Y는 우로 읽어야..)

에서 분명히 우리가 가져온 음식 종류는 모두 7가지 였는데 계산은 8가지로 나온거다.

종업원을 붙들고 일일이 음식 가지를 헤아리면서

일곱가지인데 왜 여덟가지고 계산 되었냐며 물었는데

이 사람은 러시아 말로만 한다.

그러면서 다른 종업원도 와서 보고, 결국엔 다시 계산대로 가져가라고 해서 가져갔지만

그 사람도 러시아 말로 뭐라 뭐라 하면서 무조건 맞단다.

어떻게 다시 물어볼 수도 없고, 그냥 계산하고 나왔다.

물론 맛있게 다 먹었다.

 

내내 이랬다.

그 유명하다는 모스크바 챠이코프스키 음악원에 가서 공연 하나를 보려고 했는데

도대체 무슨 공연을 언제 하는지 알수가 없어 포기해야 했다.

길거리에 저렇게 많이 붙여져 있는 포스트를 보고도 이해하지 못하고,

부스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은 설명하지 못하고...

 

헤매다 헤매다 찾아간 차이코프스키 콘서트 홀에서는 오늘 공연은 이미 매진이라고 해서 또 못보고...

오케스트라 정도 되어야지 우리가 보지, 연극 이라면 무슨 말인지도 전혀 못알아 들을테니까..

 

수준급 연주에 비해 가격은 놀랄만큼 싸다는 모스크바의 공연들이 우리에게는 그냥 그림의 떡이었다.

 

건널목 앞에 있는 표지판.

'CTOп '

마음같아서는 크톤이라고 읽고 싶은데 이게 바로 '스톱'이다.

답답, 답답...

 

글자를 읽기 힘든 것도 답답한 일이었지만

모스크바 온 길거리에 있는 이런 플라스틱 부스는 우리를 더 답답하게 했다.

바로 '길거리 화장실'이다.

플라스틱 박스를 서너개씩 갖다 놓고, 사람들에게 돈을 받는 화장실.

한 개의 플라스틱 박스에는 할머니(주로 할머니들이었다)들이 하루종일 앉아 돈을 받는다.

물 내려가는 소리 다 들으면서,,, 그 냄새를 다 맡으면서... 바로 옆에서...

하루종일 저기를 저렇게 앉아계신다.

답답했다.

 

 

<안 심>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과연 러시아를 배낭여행 할 수 있을까?

어렵지는 않을까? 안전은 할까? 러시아 물가는 살인적이라는 데 과연 버틸수 있을까?

그런데...

현재까지는 정말 문제없이 잘 다니고 있다. 

 

하루 저녁 방 값이 30유로가 넘던 북유럽, 적어도 이십 몇 유로씩은 했던 서유럽.

그런데 모스크바에서의 하루 방값은 일인당 18달러(21,000원 정도)였다.

유로가 아닌 달러.

페테르스부르그도 예약을 해 두었는데 17달러다.

횡재(?) 한 기분이다.

 

슈퍼에서 먹을 거리를 사면 전혀 걱정이 없고

식당엘 가더라도 두사람 합해서 15달러 정도다.

덕분에 모스크바에 와서는 괜찮은 레스토랑에도 여러번 갔다.

 

(아마 사람들이 모스크바 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하는 건

 걱정이 돼서, 현지인이 운영하는 호스텔 같은 곳은 찾지 않고 한인민박집을 가서 그런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

 한인 민박은 적어도 1인당 50불이나 그 이상을 줘야 하니까.)

 

그리고 걱정했던 거주지 등록도 현재까지는 별 문제 없는 것 같다.

러시아로 오기 전에는 무조건 거주지 등록을 해야하는 줄 알았는데

한 도시에서 72시간 이상 머무르지 않는다면 등록을 할 필요가 없단다.

게다가 토, 일은 주말로 되어서 계산에 들어가지 않고.

우리가 묵었던 MOSCOW STYLE HOSTEL의 앤은

우리가 일요일 아침 일찍 모스크바에  도착했다고 수요일 저녁까지는 문제 없으니 그냥 있다가 밤차 타고 나가란다.

그리고 페테르스부르그에도 목요일 아침 일찍 도착하니 월요일 저녁까지 있어도 토, 일을 빼면 72시간이 되지 않으니 괜찮다고

안심하란다.

들고 나간 기차표만 가지고 있으면 한 도시에 머무른 시간이 나오니 걱정하지 마란다.

괜히 걱정했다.

 

사진은 우리가 자주 갔던 식당 무무(MYMY).

 

 

<가을... 겨울> 

이른 봄, 3월 초에 이 여행을 시작했는데

벌써 가을이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 추워서 겨울옷을 입고 나왔는데

다시 겨울 옷을 꺼내 입었다.

 

푸른 잎들도 남아있지만

거리에는 낙엽들이 하나 둘씩 쌓이기 시작한다.

 

찬바람이 부는 러시아의 모스크바강에서...

 

뒤도 돌아보고, 앞으로도 나아가면서

씩씩하게...

우리는 우리의 여행을 계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