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196 (10월12일)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프리 김앤리 2009. 10. 15. 00:01

 

여기는 어디일까?

서울? 한강?

서울에 저런 다리가 있었나?

 

높다란 빌딩.

피라미드를 뒤집어 놓은 모양.

서울의 한복판인가?

 

아파트가 빽빽히 늘어서 있고,

강변에 고층아파트가 있는 걸 보니 서울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강 옆으로 숲이 가득 한 걸 보니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서울 한강변은 저렇게 숲이 우거진 곳은 없단 말야...

그래도 아파트가 저렇게나 많은데???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다.

브라티슬라바 성이 위치한 높은 언덕에 올라가 바라본 시내의 전경.

영락없는 서울이었다.

  

우리 여행을 일주일 정도 합류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빈 공항에 도착한 조카 동준이가 이런 말을 했었다.

"비엔나는 뭔가 'impact'가 없다.

 파리하면 에펠탑, 런던하면 빅밴, 오페라 ... 이런 식으로 유럽의 다른 도시들은 이름을 떠올린다면

 금방 뭔가 딱 떠오르는데, 비엔나는 그런게 없는 것 같다..."

듣고 보니 그랬다.

비엔나가 주는 강렬한 이미지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여기야말로 정말 'Impact'가 없는 도시인 것 같다.

여행 오기 전에도 별로 들어본 기억도 없고, 좋았다고 말한 사람도 별로 없었던 것 같고...

신문이나 TV에서도 별로 본적도 들은 적도 없었던 것 같고...

 

슬로바키아는 북부에는 타트라 산맥이 있고 국토의 60%이상이 산악지형인 나라다.

우리나라처럼 사람들이 사는 땅은 훨씬 좁을 수 밖에 없고

당연히 우리나라 처럼 아파트가 세워질 수 밖에 없는 브라티슬라바...

그런면에서 슬로바키아는 우리나라와 아주 비슷하고 브라티슬라바는 서울과 비슷하다.

 

우리나라도 이렇지 않을까 싶다.

서양 여행자들이 중국과 일본, 그리고 서울과 부산을 여행할때 어떤 인상을 받을까?

북경처럼 거대하고 화려한 자금성이나 만리장성도 없고,

일본처럼 아기자기한 공원과 정원도 없고..

그저 그런 나라가 아닐까?

게다가 물가도 비싸고...

 

기대반 의심반... 그렇게 찾은 브라티슬라바였다.

브라티슬라바에서 1년간 살았다는 작년 우리 학교 수학선생님도

"어떤 곳이냐?"는 내 질문에 "별거 없어요"라고 한마디로 잘라말했다.

우리나라와 비슷해서 그러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그래도 폴란드,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닿고 있는 나라로

다른 곳은 다 들르면서 쏠랑 빠져먹기는 아까운 그런 곳이었다.

'혹시 다른 사람들은 유레일 패스가 안되는 나라라서 안갔던 거 아냐?'

(거의 전 유럽에서 다 통용되고 있는 유레일 패스가 아직까지 적용이 안되는 나라가 슬로바키아다)

'우리는 뭔가 새로운 걸 발견하지 않을까?'

  

사람의 선입견이라는 건 그래서 무서운 거다.

뭔가 다른 새로운 것이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미 가진 선입견 때문에 아마 별 것 없을거야라고 생각해버리는 ...

 

그런데 진짜 그랬다.

폴란드와의 국경마을 즈다에서 브라티슬라바까지 오면서

기차 차창밖으로 스쳐가는 슬로바키아의 모습은 그저 그랬다.

나즈막한 동산아래에 오래된 집들이 있고, 그앞에 밭들이 펼쳐져있는...

그동안 다른 유럽에서 보아왔던 시골의 단독가옥들은 보이지 않고

공동주택들도 백년 이상된 다른 유럽에서의 건물들과 다르게 우리나라와 비슷한 반듯한 네모 아파트들.

우리나라의 어느 길을 지나치고 있는 느낌이었다. 

 

브라티슬라바에서의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강렬하게 내 인상에 남을 그런 모습"은 없었다.

우리가 머문 시간도 짧았고 날씨때문에 제대로 돌아다니면서 볼 수 없는 탓도 있었다. 

 

브라티슬라바가 내놓은 안내책자에서 1번으로 소개해 놓은 곳이 바로 브라티슬라바 성이다.

예전에는 왕궁이었지만

지금은 리노베이션을 해서 슬로바키아 국립박물관과 의사당 건물로 사용되고 있단다.

고풍스러운 외부 장식은 없지만 밤에는 주변에 불을 밝혀 놓아 도심에서 우뚝 솟아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세인트 미카엘 게이트(St Michael's Gate)

이것도 마찬가지다.

'원래는 이 도시에 4개의 문이 있었는데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이것 하나다.

 51m 높이의 타워에 올라가면 구시가지가 내려다 보인다.'

아주 일상적인 설명이다.

브라티슬라바가 재미없을라고 하니 설명조차 그렇다. ㅋㅋ

사람의 선입견이란~~~

 

구시가지가 있는 도시엘 가면 반드시 있는 광장.

조그맣다.

그다지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소박하다.

그러고 보면 슬로바키아는 참 소박한 것 같다.

원래 우리가 알고 있는 나라는 체코슬로바키아인데...

1993년 체코와의 분리를 묻는 국민투표의 결과에 따라 '슬로바키아 공화국'이라는 새로운 독립국가로 탄생했단다.  

 

광장의 다른 측면.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한여름이 다 지난 이유도 있을테고..

이른 아침이라는 이유도 있을테고...

게다가 비까지 오는 날 아침이니...

광장은 텅 비었다.

지난 여름,  이 광장에는 여행자들로 가득 찼을까? 

 

언덕을 내려오면서 본 골목.

유럽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우산까지 받쳐 쓴 모양을 보면 알겠지만 이날 아침에는 정말 비가 많이 내렸다 .

유럽에서는 비가 온다고 해도 부슬부슬 내리거나

좀 많이 온다고 해도 우리처럼 하늘에 구멍난 것 처럼 오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날은 좀~~~ 하늘에 구멍이 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행와서 처음 만난 가장 세차게 내린 비였다.

 

구시가지는 아주 작고

남아있는 오래된 건물도 새 건물과 어울려서 있다.

 

이 사람들도 살기가 바빴나?

옛날 건물을 보호하고, 거기와 어울리는 새로운 건물을 짓는

그런 세심한 배려는 하기 어려웠나?

당장 살아가기가 너무 빡빡하면 다른 것을 돌아볼 여유가 없지 않은가?

 

도착한 날 저녁이 9시가 약간 넘은 일요일 밤이었는데 거리에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다.

어딘지 모르게 우울한 느낌...

 

러시아로부터 핀란드, 발트3국,폴란드에서 슬로바카아까지 하루 걸러서 매일 같이 비가 온다.

여행자에게 비는 치명적이다.

우산, 카메라, 지도, 물등을 들고 다니기에도 불편하고

조금만 걸어다녀도 발은 물에 젖고 어디 앉아서 쉴때도 없고

그러다보니 기분도 축축하고 파란 하늘과 높은 건물은 잘 볼수도 없고..

사람들은 대부분 움추리고 바쁜 걸음을 걷는 모습만 본다.

당연히 도시의 분위기는 침울하고 우중충하게 느껴진다.

 

브라티슬라바 성의 정원에 있는 슬라브공화국 공주의 동상

밑에 적혀 있는 글을 읽어보니 가난한 사람들에게 많은 온정을 베푼 공주란다.

그래서 동상의 모양도 불쌍한 사람에게 빵을 전해주는 모습으로 만들어져 있다.

우울하던 도시에서 저 동상에게서 조금 위안을 받는다.  

 

이름도 모르는 길거리 작고 예쁜 교회.

비를 피하려 들어갔다가 정말 낯설은(?) 모습을 보았다.

거지(노숙자?) 두명이 교회 의자에 앉아 코까지 쌕쌕 골면서 자고 있는 거다.

동화책에는 가끔씩 교회에 거지들이 들어가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못했다.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성당이나 교회가 아니면,

또 그 사람들이 드나드는 시간이 아니면 교회나 성당은 크고 육중한 문은 늘 굳게 잠겨있었다.

배고프고 잠잘 곳 없는 사람들이 들어가 한끼 식사를 떼우고

하루저녁을 청 할수 있는 곳을 아직 나는 발견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여기는 떡진 머리에 꼬질꼬질한 누더기를 입은 사람이 교회안에서 코까지 쌕쌕 골며 자고 있다니...

 

불쌍한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풀었다는 공주의 동상과

교회안에서 자고 있는 거지의 모습...

어쩌면 슬로바키아는 다른 유럽의 나라보다도 아직까지 훨씬 인간적인 나라가 아닐까???

 

처음의 막연한 부정적인 생각이 조금 씻어지려고 할 무렵..

그동안 우울하기만 하던 회색빛의 도시 색깔과는 다른 화려한 색깔도 만난다.

'아!! 여기도 이런 색깔이 있었구나...'

숨겨져 있는 다른 보물도 있는데

어쩌면 우리는 외관만 보고, 겉만 훓고 이 도시를 떠나버릴지도 모른다.

....

 

보통 여행자들이 비엔나를 왔다가

하루 잠깐 시간을 내서 브라티슬라바를 들른다는 말만 믿고

우리도 하룻밤만 자고 오후에는 다시 기차를 타고 부다페스트로 내려가기로 되어있다.

부다페스트의 숙소도 이미 예약을 해두었고...

 

흐릿하고 희미한 회색빛의 도시말고

온화한 이웃이 살고 있는 따뜻한 도시일수도 있는데..

혹시 그건 발견하지 못한 채 우리는 그냥 이 도시를 떠나고 있는 건 아닐까?

 

비가 세차게 내리는 거리.

자기네 사람들도 없고, 여행자들도 없는 텅빈 거리에

모자를 벗어든 동상만이 우리에게 미소를 지어주고 있다.

 

 

<동유럽의 싼 물가> 

 

어제 동생이 댓글에다

요즘은 사진이 없는 걸 보면 맛있는 걸 못먹는 모양이라는 걱정같은 걱정을 했다.

ㅋㅋ

완전 정 반대다.

물가가 너무 비싼 서유럽, 북유럽에서는 지갑 열기가 덜덜 떨려

식당같은 식당에 가보질 못했다.

거의 슈퍼마켓을 들어가서 재료를 사와서 호스텔에서 직접 요리를 해서 먹었더랬다.

 

그런데 서유럽을 떠나면서 부터는 우리 입이 그나마 호사?를 부리고 있다.

폴란드, 우크라이나,러시아, 발트 3국, 다시 폴란드...

모두.

매번 숙소에 들어갈 때마다

숙소에 있는 스텝한테 '니가 가는 식당이 어디냐? 어디가 전통 음식을 먹을 수 있냐?'고 물어서

꼭꼭 가고 있다.

숙소가 거의 부엌이 있기는 한데, 밖에서 사먹는게 그리 비싸지 않아 슬 꾀를 부리고 있는 중이다.

 

위의 사진은 슬로바키아 전통요리가 나온다는 식당에서.

브라티슬라바 성 가는 대로에 있다.

"Slovak Pup"

요리 이름은 잘 모르겠다.

하나는 기름이 제법 많이 있는 베이컨 요리이고,

다른 하나는 찰진 밀가루를 작게 만들어서 치즈와 소스로 범벅을 만든 요리다.

소개해준 식당으로 가서 , 거기 주문 받는 사람한테 다시 물어서 시킨 음식이다.

맥주까지 곁들여서 먹고 둘이서 9유로 16,000원 정도.

이 정도의 가격이면 서유럽에서는 한명이 요리 하나도 못먹는 가격이다.

 

낮 12시 까지는 26세 이하의 학생에게 할인해 준다.

아마 학생들이 많이 오는 식당인 듯하고,

브라티슬라바에는 가난하게 공부하는 학생이 많은 듯하다.

어쨋든 좋다. 동유럽으로 들어오니까...

 

Siovak Pup의 입구.

알고보니 유기농 재료를 쓰는 곳이었다.

맛있고 싸서 좋았는데 게다가 유기농까지...

ㅋㅋ

 

브라티슬라바를 떠나려고 기차역으로 가는 길.

그래도 잠시나마 비가 그쳤다.

아니면 겨우 우산 하나로 가릴 수 있는 머리만 가린 채 배낭을 비에 젖었을텐데...

춥고 차가운 비다.

차가운 가을비로 노랗게 물든 단풍잎이 길거리에 많이 떨어져 있다.

날씨로 보면 눈이 올 법도 한데 ...

 

잠시 멈춘 비사이를 뚫고 우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간다.

 

 

브라티슬라바..

동유럽의 다른 나라와 달리 산이, 아파트가 많아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도시

차가운 가을비가 우리의 걸음을 바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