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198 (10월14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프리 김앤리 2009. 10. 16. 01:12

<흥망성쇠와 삶의 질>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 들어왔다.

아주 많은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곳.

' 도나우강으로 둘러싸여 있는 도시가 아름다워서',' 물가가 싸서', '문화 예술의 도시라서'...

 

부다페스트에서의 우리의 첫 느낌은 '대단함'이었다.

도시 전체의 분위기가 '한때는 찬란했을 헝가리'를 상상하고도 넘치는 것이었다.

 

도나우 강변에 세워진 부다페스트 왕궁.

도심의 언덕위에 화려하게 세워져 위엄을 더한다.

 

'한때는 찬란했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물론 로마제국이나 대영제국만큼 위세를 떨치지는 않았겠지만....

 

왜 자꾸 이 문장이 떠오를까?

'한 때...'

아마 그건 최근 동유럽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 때문일거다.

사회주의 시절, 소련의 한 연방으로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는 추측,

그리고 사회주의 붕괴이후에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는 동유럽 전체에 대한  소식.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힘들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그런데 막상 부다페스트에 들어서는 순간,

지금의 경제상태는 어떠한지 제대로 몰라도

예전의 이 도시는, 헝가리는 정말 대단했을 거라는 생각이 자꾸든다.

 

사진은 헝가리의 국회의사당이다.

유럽에서, 아니 어쩌면 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회건물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세계에서 아름답기로 몇번째 드는 도시 수준이 아니라

예전에 이 도시가 얼마나 영광스러웠을까? 찬란했을까가 한눈에 들어온다.

 

뭘까?

어떤 나라든지 흥망성쇠라는 건 있는걸까?

한때 잘 나갔던 나라도 세월을 거치면서 망하기도 하고, 그 힘이 약해지기도 하고

한때는 변방의 보잘것 없는 나라였다고 하더라도 흥하기도 하고, 부흥하기도 하고...

그렇다면 부흥했던 나라가 몰락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힘없는 나라가 번성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승곡선을 그리던 나라의 부강이 어느 시점에서 하강곡선을 그리는 걸까?

 

중세 저렇듯 찬란했던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은 어느 시점에서부터 그 힘을 잃은 것일까?는

 

헝가리의 건국 천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영웅 광장.

유목민이었던 헝가리 부족을 이끌었던 지도자 7명의 동상이 가운데 기둥에 조각상으로 우뚝 서있고

양쪽 열주 사이로는 헝가리 역대 왕들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2.5Km가 넘는 부다페스트 중심의 안드라시 거리를 쭉 걸어오면 만날 수 있는 광장이다.

버스를 타고 휙 지나왔거나,

유럽대륙에서 첫번째로 만들어졌다는 지하철을 타고 땅속으로만 왔다면

어쩌면 '한 나라의 흥망성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한 길을 따라 몇 시간을 걸어오면서 (2.5km라도 중간 중간에 들르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하면서 천천히 오니까)

주어진 시간이 많아지면서 우리의 생각도 느낌도 많아져서 일게다.  

덕분에 같이 이야기 할 시간도 주어지고..

 

 

누가 전쟁에서 승리해 땅을 더 많이 차지하고 무기도 , 노예도 더 많이 보유했던 민족이 나라가 더 잘 살던 시절도 있었고,

누가 산업혁명을 먼저 해서 더 잘 살게 되던 시절도 있었을 것이다.

제국주의 시절 누가 먼저 신대륙을 발견해서 혹은 침략을 해서 자국의 경제력을 높이는가를 경쟁하던 시절도 있었을 것이다.

식민지가 되는 나라는 국민의 삶이 형편없이 피폐해지기도 하고...

근대에 들어와서는 무역과 상업이라는 키워드를 누가 쥐고 있느냐가 성쇠의 갈림길이었을 것이고...

 

헝가리는 산업혁명의 시절을 다른 나라보다 한 발 늦었던 게 아닐까?

 

그럼 영국은?

산업혁명을 가장 먼저 실시해

한때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지금도 '대영제국의 영광'을 떠들고 있는 그곳은?

대영제국의 영광은 이제 어디로 사라졌을까?

지금은 미국한테 졌잖아?

그럼 미국은?

 

도대체 잘 산다는 게 뭘까?

경제적인 것으로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GDP? GNP?

 

분명 지금의 헝가리가 미국보다, 영국보다 GDP가 낮음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한때는 잘 나갔으나 지금은 예전의 그 영광이 사라졌으므로...'

 

그러면서 남편이 묻는다.

지금 유럽에서 '삶의 질'이 가장 떨어지는 나라가 어디인지 맞춰보라고.

"헝가리에 들어와서 갑자기 왜 그런 이야기를 해?

 혹시 헝가리야?"

 

아니란다.

그러면서 맞춰보란다, 분명히 알 수 있을거라고.

'그러면 그렇지.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삶의 질이라는 면에서 헝가리는 아니겠지...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인데...

 요한 시트라우스의 푸른 도나우강이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이렇게 아름다운 부다페스트를 가진 나라가

 삶의 질을 이야기 할때 골찌가 되어서는 안되지...

 아무리 동유럽 권의 경제가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잠깐의 생각끝에 담박에 알아맞췄다.

"영국!, 유럽에서 삶의 질 골찌는 영국!!"

맞단다.

 

영국이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GDP도 높고, 개인적으로는 급여도 제일 많지만

물가가 비싸고 , 다른 무엇보다 주당 일하는 시간이 시간으로 유럽 대륙에서 가장 높단다.

월급을 많이 받아도 결국엔 물가때문에 많이 써야 하고,

일만 하느라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은 훨씬 적다고

그래서 삶의 질은 가장 떨어진다고...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나라의 경제력'으로만 파악하고 있는 현재의 개념으로서는

'삶의 질'의 우선순위를 매기기는 어렵다나?

그리고 적어도 '흥망성쇠'를 논할 정도가 되려면

로마제국이나 대영제국, 17세기 해외 식민지 개척에 열을 올리던 스페인 포르투갈 정도 되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그냥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만나는 화려한 외관의 건물을 보고

부흥과 몰락을 이야기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겠느냐고...

 

 '한때 잘 나갔을 게 눈으로 보이는 헝가리','한 나라의 흥망성쇠' ,'삶의 질', '영국' ...

처음 눈에 들어오던 부다페스트의 위엄있는 건물들에서 시작한 우리의 이야기가 한참 삶의 질까지 진행될 무렵...

이런 동상을 만났다.

그것도 눈부시고 화려한 국회의사당 건물앞에서.

 

"아하!! 국회의사당 앞에 저렇듯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조각해놓은 게

 상징하는 바가 크다, 그치?

 일만 죽어라고 하지 말고 인생을 자유롭게 즐기라는 뜻 아니겠어?"

 

그동안의 이야기에 푹 빠져있던 내가 국회의사당 앞에 있는 정말 편안한 포즈의 동상을 보고

한발 앞서 먼저 상상을 해 버린다.

"멋지다, 역시 헝가리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니까...." 

 

그런데 동상옆에 붙어 있는 헝가리 글자를 다른 여행자한테 물어보니까

예전 헝가리 혁명가일걸가고...

이름을 보니 '아틸라'.

'아이구, 또 내가 한발 먼저 나갔네?'

 

"그게 아니라 뭐 아틸라라는 헝가리 혁명의 지도자라네?

"그래? 이 동상이 아틸라라고?"

남편은 아주 반색하며 되묻는다.

 

그러면서 고대의  '아틸라'라는 사람은 훈족의 출신으로

당시 가장 번성하던 로마를 공격해 로마를 한때 로마를 점령했던 훈족 지도자란다.

물론 여기에 있는 아틸라는 옷 차림새를 보니 고대의 족장, 아틸라는 아닐꺼고

현대 헝가리 혁명의 지도자일거라고...

 

'일하는 국회' ' 노동시간, 노동강도' ' 휴식시간, 삶의 질' '자유'...

뭐 이런 거하고 연결할수 있는 동상은 아닌 것 같다.

 

또 하나 배웠다.

훈족, 아틸라...

'무식쟁이 마누라 데리고 다닌다고 고생한다, 우리 남편...'

 

그래도 나는 아까 했던 터무니는 없지만 나의 상상과 추측이 더 마음에 든다.

'국회의사당 앞에 있는 자유로운 인간의 모습, 그리고 다시 생각하게 하는 삶의 질...'

 

이런 거 아닐까?

창문하나를 만들어도 절대 똑같이 만드는 법이 없다는 부다페스트의 건물.

화려한 외관으로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레 만드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외벽에 만들어진 부조가 다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라는 것.

 

귀족들이 살았다는 부다 지역이 아니라

서민들의 많이 살았다는 페스트 지역이라서 이런 걸 만들어 두었을까?

그래도 이 건물이 헝가리 중앙은행 건물이라는데...

나라의 중앙은행에 이런 조각을 해놓은 걸 보면 인간에 대한 철학을 엿볼수 있지 않을까?

 

양치기 목동도 보이고, 밭을 갈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낙타에 짐을 싣는 일꾼의 모습도 보이고 상거래 하는 모습도 보인다.

우리는 사실 이런 것에 훨씬 더 많은 감동을 받는다.

 

부다페스트에서 유명하다는 부다페스트 왕궁,마차시 언덕, 마차시 성당...

화려하기도 하고, 멋지기도 한데

그리 감동적인 건 아니다.

아!! 멋지다... 아!!! 대단하다.. 그 정도,

그런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건 길가다가 우연히 만난 건물(중앙은행)의 한 귀퉁이 의미있는 조각상 같은 것.

 

그래서 때로는 같은 곳을 여행하고 와서도

다른 사람들이 "거기는 가봤냐? 정말 좋았지?"라고 물으면

전혀 아는 바가 없어 당황하기도 한다.

가이드랑 같이 다녀서 꼼꼼하게 지식까지 습득해가며

역사와 배경을 줄줄 외는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는 마치 겉만 훑고 온 것 같아서, 아니 어떤 때는 정작 중요한 건 다 놓치고 온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런다.

우리는 생판 다른 것에서 감동하기도 하고,

그것을 그  도시의 일부로 기억하기도 하는거다.

 

 

<그래서 우리도 유명한 거, 몇가지 더 ㅋㅋ>

겔레르트 언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

이 언덕에 올라가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도 올라있는  '도나우 강변을 끼고 있는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운 정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우리가 갔을 때는 비가 오고 제법 흐려서 약간 아쉽기는 했지만..

 

그런데 이 자유의 여신상은 모스크바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단다.

2차대전때 독일군을 몰아내 준 소련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랬다나.

헝가리에게 독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가져다 주었다고 이름도 '자유의 여신상'으로 짓고.

 

그런데 자신들에게 해방과 자유를 가져다 주었을 것으로 생각한 소련이 다시 자신들의 지배자로 등장하는

역사의 아이러니는 어떻게 설명해야 햘까?

 

겔레르뜨 언덕 입구에 있는 동굴교회.

여기서도 신앙심 깊은 헝가리 사람들을 만난다.

 

부다페스트에서 유명한 세체니 다리.

부다 지역과 페스트 지역을 잇는 가장 최초의 다리이자 가장 아름다운 다리.

중간에 마치 개선문과 같은 두 개의 문을 체인으로 연결해 놓은 다리이다.

이 세체니 다리를 건너 바로 앞에 있는 푸니쿨라를 타면 부다페스트 왕궁으로 올라 갈수 있다.

(물론 우리는 걸어서 올라갔다. 푸니쿨라를 탔던 사람들도 다 후회한다고... 너무나 짧아서...)

 

그런데 이 다리를 설계한 사람은

다리가 완공되고 난 후 사람들이 다리 양쪽에 세워둔 사자의 혀가 없다고 논란거리를 만들자

그에 실망해서 자살했다는 슬픈 이야기도 얽혀 있는 다리다.

 

부다페스트 왕궁에서 바라보는 세체니 다리와 성 이슈트반 성당.

다리 아래는 도나우 유람선도 보인다.

그런데 이날은 비가 오는데다 너무 춥고 바람이 많이 불어 개점휴업 상태였다.

 

 

 이슈트반 성당앞 광장엔 십자가가 새겨진 비석이 누워있어, 비가 내리면 이 비석은 십자가 모양으로 변한다.

 

성 이슈트반 성당은 헝가리에 기독교를 전파한 이슈트반(독일어로는 슈테판) 왕을 기리기 위해서 지어졌다.

그래서 특이하게도 다른 성당과는 다르게 중앙에 성모님상이나 예수님 십자가 상이 있는 게 아니라

이슈트반 왕의 조각상이 있다.

 

이 성당의 보물.

이슈트반 왕의 오른 손.

몇백년된 왕의 주검 발굴 당시 오른손은 손상이 거의 없이 원상태로 보존되어 있었다고 한다.

기독교 전파의 공을 세운 왕은 성인으로 추대되고 그의 오른 손은 성당의 보물로 보존되어 있다.

우리가 찍은 사진은 불빛이 들어가 잘 안보여 손가락이 잘 보이는 안내문 사진을 우선 한장 올려놓고...

 

성당 내부에 모셔둔 이슈트반 왕의 오른손 진짜 사진.

그런데 보석함 처럼 생긴 것만 보일뿐 안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아~~ 그러고 보니 리스트가 헝가리 출신이었다.

갑자기 헝가리 무곡이 떠오르면서 흥얼거려진다.

부다페스트에 들어오면서부터는

'따~란 딴딴 딴딴~~~'하는  요한시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음만 떠올랐었는데...

부다페스트 오페라 하우스 앞에 있는 리스트의 동상을 만나서는

"빰빠밤빠 빰빠라바~~" 헝가리 무곡도 떠오른다.

 

예술의 도시 부다페스트에서도 여행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

오페라하우스에서 이날 저녁에 있는 연주회 예약을 하려고 하니 1인당 30유로 하는 좌석밖에 남지 않았단다.

잠깐, 아주 잠깐 망설이고 그냥 포기했다.

행복지수도 좋지만 둘이서 60유로씩이나 주고 연주회를 보고 나오면

가난한 배낭여행자가 느끼는 걱정때문에 오히려 행복지수가 더 떨어질까봐...

 

부다페스트의 유명한 거리, 바찌거리의 한 가게.

색감이 뛰어난 멋진 작품들이 많이 보인다.

참 잘 만들었다.

 

중앙시장.

과일가게, 빵가게, 야채가게.. 또 그렇게 맛있다는 헝가리의 햄가게..

온갖 물건을 다 판다.

우리 숙소 바로 옆에 있어서 루마니아의 부쿠레스티로 가는 밤차를 타기위해

여기서 이것 저것을 샀다.

엄청, 말할수 없이 쌌다.

그래도 말을 해보면

빵은 한개 20Ft, 햄 6조각 170Ft, 사과, 토마토 섞어서 1Kg  180Ft...

(참고로 1달러는  180Ft이다. 그러니까 사과 토마토 1kg가 1,200원도 안한다는 소리다.

 빵은 도대체 얼마야?...)

 

소박한 가격에 비하여 중앙시장의 외관은 아주 화려하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사진을 많이 찍는다.

지붕의 색깔이 햇빛을 받았다면 예술이었을 것이다.

 

농업박물관 앞에서.

견학 나온 헝가리 애들을 함께...

어느 나라든지 애들은 참 밝고 이쁘다.

 

 

<우리 여행의 질>

중국을 거쳐 라오스, 태국, 네팔, 인도, 이란을  갈 때까지는 거의 천국이었다.

한국에서의 우리 생활비보다 훨씬 적게 들면서 여행까지...

전혀 떨지 않고 식당엘 들어갔고

한국에서 못 먹는 음식을 마음껏 시켜먹어도 얼마 나오지 않았다.

여러명이 쓰는 도미토리도 갔지만

둘이 쓰는 더블룸도 제법 많이 들어갔다 .

그래도 별 부담이 없었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6월 이후 유럽으로 나오면서 그 사정은 180도 바뀌었다.

더블룸 한번 제대로 들어간 적 없고

변변한 식당 한번 들른 적이 없었다.

들르는 도시마다 슈퍼를 찾기 바빴고, 하루종일 돌아다닌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매번 부엌으로 들어가

내손으로 식사를 준비했어야 했다.

(물론 우리 둘 말고 다른 동행이 있었을 때는 조금 편안하기도 했지만....)

 

여행을 떠나왔다는 것 자체는 삶의 질이 높아졌을지 모르나

우리 식탁의 질이나 잠자리의 질은 훨씬 떨어져 있었다.

 

으하하하~~~

그러나 언젠가 부터는 반전중이다.

따지고 보면 우크라이나부터 러시아, 발틱 3국 부터 서서히 회복된 것 같다.

그러면서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동유럽에 들어오면서는 반전되기까지...

 

헝가리...

아름다운 경치도 좋았지만.. 싼 물가에 우리 입맛에 꼭 맞는 굴라쉬 스프라는 게 있어서 더 좋은지 모른다.

이 식당은 우리 숙소 바로 맞은 편에 있었는데

굴라쉬 스프가 어찌나 맛있던지 세번씩이나 갔던 곳이다.

 

간판을 보면 굴라쉬 스프가 900Ft다.

그러니까 5달러라는 이야기 (5천몇백원...)

흐흐흐...

점심때만 파는 '오늘의 메뉴'는 스프 한 그릇과 그날의 요리 (우리가 갔을때는 닭다리 튀김과 감자 범벅) 를

주면서 790Ft밖에 안했다.

식탁의 질이 엄청 높아졌다.

 

단순히 싸다는 게 좋은 게 아니라 중요한 것은 그 맛!!

잊을 수 없는  이 집의 굴라쉬 맛.

그동안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서도 몇번 굴라쉬 스프를 사 먹었는데

다른 곳은 국물이 적게 뻑뻑했는데

여기는 완전 우리나라 육개장 맛이었다.

그 얼큰한 맛...

그리고 원산지라는 오스트리아 슈니첼보다 더 맛있었던 이 집의 슈니첼.

흐흐흐흐 ~~ 먹는 이야기만 나오면 왜 이리 즐거운지...

 

하기야 헝가리 굴라쉬 스프는 예전부터 유명했었다.

한국 사람들이 유럽 여행가서 가장 흥분한다는 유럽에서 맛보는 한국의 맛.

그건 바로 맵싸하고 얼큰한 맛 때문이겠지?

중앙시장의 한 켠에서도 한가득 팔고 있었던 붉은 고추.

쇼핑거리로 유명한 바찌거리의 한 가게에도 붉은 고추를 주렁주렁 매달아놨다.

바로 이 고추가 고향의 맛이라는 거지...

 

헝가리에서 우리의 여행의 질을 높혀준 또 한가지.

역시 유명하다는 부다페스트의 온천 이야기다.

2.5Km 안드라시 거리를 걸어와 영웅광장을 만나고 난 뒤 , 시티파크라는 숲으로 들어가면

사진에서 보는 굉장히 멋있는 건물을 만난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세체니 온천.

 

실내온천도 있고, 야외 온천도 있다.

 

수영장에서 체스를 즐긴다는 걸로 유명한 세체니 온천.

 

거기에 우리도 몸을 담궜다.

(중간에 안경끼고 수영하고 있는 신랑...)

 

여행을 하면서 숙소에서 거의 매일 샤워를 하지만 이렇게 몸 전체를 온천물에 담궈본 건 얼마만인지...

아이슬란등에서 숙소를 못 구해 차에서 자느라고 며칠을 찾아간 온천수영장 다음으로 처음이다.

그러니까 세달은 된 것 같다.

우리 태어나고 가장 오래된 건물에서 온천을 해본다며 둘이서 킥킥댔다.

거의 영하 수준인 부다페스트를 하루종일 돌아다니느라 몸이 얼마나 얼어붙었었는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니... 행 복 하 다 ! ! !

 

세체니 다리로 불어오는 도나우 강바람은 얼마나 세찼던지..

또 얼마나 추웠던지...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에서 부다페스트로 오는 기차 안에서

만난 이쁜 헝가리 애.

 

몇시간 기차 안에서 계속 우리를 쳐다보고 웃고, 또 숨고

그리고 다시 의자너머로 고개를 내밀면서

우리에게 웃음을 보내준 아이였다.

그리고는 또 숨고... 또 고개를 내밀어 웃고...

 

도착도 하기 전부터 꺄르르 웃음으로 우리를 반겨 준 헝가리...

그 구슬같은 웃음만큼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다뉴브강의 진주... 부다페스트를 떠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