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201 (10월17일) 루마니아의 시나이아, 브라쇼브에서

프리 김앤리 2009. 10. 18. 09:06

루마니아라고 하면 우리는 코마네치, 차우세스쿠를 연상하지만,

서양사람들은 루마니아하면 트란실바니아지방을 먼저 떠올리고

음침한 성, 뱀파이어, 야생의 늑대 등 뭔가 음울하고 음침한 분위기를 연상한다고 한다.

 

우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밤기차를 타고 꼬박 15시간을 걸려 루마니아의 부쿠레시티에 도착했다.

유레일 지도에 의하면 경치가 좋은 곳으로 루마니아 중부, 브라쇼브와 시나이아 일대라고 했다.

 

부쿠레시티로 가는 도중에 우리 기차가 브라쇼브와 시나이아를 지난다.

그래서 아침부터 기차에서 일어나 창가를 보는데...

시나이아 근처에서 트렉킹을 하고 싶었던 트란실바니아 지방의 카르파티아 산맥자락이 나타난다.

 

러시아 이후 폴란드, 헝가리까지 거의 산이라곤 보지 못했다.

아니 폴란드 남부와 슬로바키아의 산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약간 둥근스럼한 산이었다.

트레킹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들뜬 마음으로 카르파티아 산맥을 지나간다.

 

헝가리와는 뭔가 조금은 다른 집들과 산, 숲

준엄한 산맥이 우리의 마음을 흔든다.

 

부쿠레시티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하루일정으로 "카르파니아의 진주"라고 불리우는 시나이아역에 도착했다.

근데 어제 부쿠레시티에 그렇게 내린 비가 시나이아에서는 눈으로 변해 있었다.

그 웅장하던 산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10센티 이상의 눈이다.

아이슬란드와 마테호른, 융프라우, 북유럽이후 처음 보는 눈이라서 반갑기도 하지만

트레킹을 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된다.

게다가 날씨마저 춥다.

 

역에서 조금 올라가서오른쪽으로 돌아가니 펠레스성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작은 동상에도 무덤위 십자가에도 눈이 소복하게 덮혀있다.

 

시나이아 수도원

수도원 앞뜰에는 수학여행을 온 듯한 아이들이 가득하고, 첫눈인지 어쩐지 아이들은 수도원의 정숙한 분위기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눈싸움하면서 소란스럽게 놀고 있다. 

 

수도원 옆에는 함께 온 아이들이 정성스럽게 초에 불을 붙혀 봉헌하고 있다.

 

조용한 수도원 뒷 뜰..

밤새 내린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뒷뜰의 조그마한 성당에도...

 

 수도사들이 기거하는 숙소 뜰에도...

 

뒷뜰 조그마한 성당 천장에는 소박하지만 우리에겐  낯설지 않는 경건해 보이는 프레스코화.

화려하지 않아서 참 좋다.

 

펠레스 성으로 올라가는 길에 뒤돌아본 시나이아 수도원의 모습.

앞모습 보다 더 멋진 수도원의 뒷모습

앞모습만 화려하고 뒷모습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성당들도 많은데

이 수도원은 그렇지 않다.

눈이 내려서 그렇나?

다른 사람들의 눈에 드러나는 앞 모습은 거창하고 화려한데

뒤는 뭔가 께름칙한 사람들도 있는데... 그 사람들도 이 하얀 눈으로 살짝 덮어놓으면 잘 모를라나?

 

펠레스 성으로 가는길

떨어진 낙엽위에도 나무위에도..

가을과 눈이 만나서..

 

펠레스성이 보인다.

루마니아 국보 1호란다

 

눈위의 성

아직 나뭇잎이 다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나무잎이 남아있는 나무는 더 추워보인다.

 

성으로 올라가는 길위의 레스토랑

 

침엽수에 쌓인 눈.

눈속의 첨탑

우리가 사진으로만 봤던 경치다.

 

성앞의 많은 동상에도 눈이 소복히 덮혀있고...

 

귀부인 동상에 덮힌 눈은 마치 하얀 숄을 걸치고 있는듯하다.

한쪽 모퉁이에선 'We are lucky'라는 말이 계속 들린다.

We are lucky, as well.

 

대부분의 유럽사람들이 그렇지만

루마니아 사람들도 개를 좋아한다고 한다.

중세 시절 성밖만 나서면 울창한 숲이 있어 야생동물이 나오던 곳

그래서 때론 사냥도 함께 하고, 때론 야생동물로 부터 사람들을 보호 해주던 개

성의 모퉁이에 같은 식구로서, 동상으로 남아있다.

 

펠레스 성 옆에 있는 펠리소르성

조금 작은 성이긴 하지만...

 

 눈에 어울리는 성이다.

 

서둘러 성을 구경하고 산으로 올라가는 길로 접어 들었다.

안개가 자욱하고 눈은 녹아서 질퍽거린다.

그래서 케이블카(여기선 telegondola)타기 위해 걸어 올라간다.

케이블카를 타는 안내표지판을 따라서...

 

중간중간에 호텔도 있고 사람도 걸어올라가지만

아직 케이블카 타는 곳이 보이질 않는다.

 

한참을 걸어 왔는데...

신발은 이미 젖어서 발이 시려온다.

날씨도 춥다.

 

케이블카 타는 곳을 찾을 수가 없다.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발이 젖어서 더이상 눈길을 걸어 올라갈 수도 없을 듯하다.

몸도 얼어붙어 오는 것 같고...

도중에 포기한다.

 

 내려오는 길도 안개가 자욱하다.

 

시나이아 시내..

시내엔 여행객으로 가득하다.

(사진에는 없네?  아마 더 멋진 경치를 위해 사람들이 없는 곳을 택해서 그럴꺼다.

 수도원이나 성 안, 그리고 시나이아 시내 거리에는 여행자들이 엄청 많았다.)

 

 

 트레킹을 포기하고 브라쇼브로 가려고 역에 도착해 보니,

우리가 그렇게 찾던 안내도가 거기에 걸려 있다.

안내도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곳이 역과 가까운 시내에도 있었다.

우리가 놓쳤다.

눈에 이끌려 수도원으로 먼저 걸어올라가는 바람에 산 중턱까지 가야 중간 기착점의 케이블카가 있었던 거다.

거의 1,000m 급 높이까지 걸어올라갔으니 그렇게나 추웠겠지...

그래서 도중에 포기까지 했는데...

 

'이것 또한 여행이다'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시나이아역에는 개들이 우글 거린다.

'차우세스쿠의 개'다

 

차우세스쿠는 부쿠레스티에 대통령궁을 짓기위해 인근에 살던 수백채의 가옥을 강제적으로 허물었다.

그곳에 살던 수천명의 사람들이 집을 옮기면서 키우던 개들은 대부분 버리고 떠났다고 한다.

그 개들이 3대, 4대를 거치면서 한때는 부쿠레시티 시내에 20여만 마리의 주인없는 개들이

떠돌아나닌 적도 있단다.

그래서 당국에서 떠돌이 개들을 대부분 도살하였는데, 그래도 아직 2만여마리 정도는 부쿠레시티에 살고 있다고 한다.

작년에는 일본관광객이 개에게 물려 출혈과다로 죽기도 했다나...

그개들의 자손들이 이곳까지 흘러들어온 듯하다.

온 역구내와 철길을 쏘다닌다.

떼를 지어서...

 

시나이아에서 한시간 거리, 부쿠레시티에서 세시간 거리의 브라쇼브

중세의 루마니아 건물이 많이 남아있다는 여행자가 많은 곳

 

 니콜라스성당앞

성당옆에는 루마니아 최초의 초등학교가 함께 있다

아이들이 견학을 왔는지 우르르 몰려들어간다.

 

 니콜라스 성당에서 본 브라쇼브

  

 브라쇼브에 있던 성문 중 하나.

유럽에는 너무나 많은 성당, 성,성문, 길, 동상들이 있다.

기억하기도 힘들지만 우리에게 그 이름이 특별히 중요하지는 않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제부터 가슴속의 느낌으로 남기고 싶다.

 

유럽에서 가장 좁은 골목길이라고 한다.

정말 길고 좁은 골목길이다.

길이 좁아서 담이 더욱 높아보인다.

 

브라쇼브의 상징, 검은 교회

한때 불이 나서 검게 되었다고도 하는데...

 

휴대폰으로 검은 교회를 찍는 루마니아 아이

함께 온 아이들도 대부분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전세계에 휴대폰 보급이 엄청나게 된 듯한데

특히 아이들은 휴대폰을 대부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옷은 허름한데도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어느나라나 비슷한 것인가?

 

광장....

대부분의 유럽이 그렇지만

광장앞에 있는 집들의 모양과 색깔이 모두 다르다.

개성인가, 창의력인가, 고집인가, 법률인가...

집들에서 나타나는 이들의 개성과 다양성이 부럽다.

 

 다른 모퉁이의 집들과 검은 교회

 

브라쇼브의 여행자 거리이자 카페거리

카페거리의 집들도 모두 모양이 다르다.

하나도 같은 게 없다.

 

 

 오래된 집들도 모양과 색깔이 다르다.

 

 

 남의 것을 보면 우리것이 더 잘 보인다고 했는데...

루마니아의 옛집들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던 집과 이웃이 보인다.

우리집도 아파트 이웃집도 마찬가지..

모두 똑같은 모양이었다.

생활은 편리함 뿐만 아니라 색깔도 멋도 있어야 하는데...

루마니아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꾸 우리나라와 우리가 사는 모습이 보였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