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204 (10월20일)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

프리 김앤리 2009. 10. 22. 07:42

 <키릴 문자의 원조, 불가리아>

알파벳을 마구 뒤흔들어놓은 문자,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형태의 문자,

러시아에서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놓은 문자,

'키릴문자'의 원조가 불가리아라는 사실, 불가리아에 들어와서 처음 알았다.

그래서 키릴 문자를 만들어낸 불가리아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우수성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강하단다.

그래서 불가리아의 벨리코나 소피아에는 거의 영어 표지판이 없다.

 

그나마 모스크바, 페테르스부르그에서 약간이나마 키릴문자를 외우고 익힌 덕에

온통 키릴문자가 쓰여진 불가리아의 거리에서 우리는 조금 덜 당황했다.

그래도 공부를 조금 했다고...

 

이건 센터 center

 

이건 소피아(sofia) 

 

 이건 피자(pizza)다.

 ㅋㅋ

 "사람은 역시 공부를 해야 돼..."

 

  처음 러시아에 들어가서 간판도 제대로 하나 못읽고

  지하철을 타서도 어디서 내려야 할지

  어떻게 갈아타야 할지

  눈뜬 장님처럼, 바보같이 굴었던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제법 빨리 글자를 읽고 이해도 한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니까..."

 

  여행에 있어 언어라는 건

  사치가 아니라  생존이다.

 

  영어도 마찬가지이겠지...

  그나마 영어는 읽을 수라도 있고

  그저 떠듬떠듬 말이라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래도 생존이 아니라 여행의 폭을 넓히려면

  좀 더 잘해야 하는데...

  이번에 한국으로 들어가면 좀 더 공부를 해야겠다

  (매번 여행을 나와서는 그런 결심을 하지만

   돌아가면 또 언제그랬냐는듯  게으름 부리기는 하지만...)

 

 

 

<소피아에 들어서서... 길을 잃다>

우리 남편은 길을 찾는데 거의 귀신 수준이다.

"저쪽으로 가면 있을거야....  이 길이 맞을거야..."

저쪽으로 가면 우리가 찾는 게 있었고, 그 길로 들어서면 우리가 찾는 길이 맞았었다.

그래서 나는 늘

"생물학적으로 하등한 동물이 본능적 지리 감각이 있대"

라며 은근슬쩍 남편을 놀리기도 하지만

함께  여행을 나와서는 절대적인 신뢰를 갖고 그가 말하는 길로 따라가는 편이었다.

 

그런데 소피아에 들어와서는 시작부터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저녁 밤기차로 다시 나가기로 하고 소피아 역 락커에 짐을 넣어놓고

역을 나서서 우리가 가야 하는 방향은 당연히 소피아 시내 중심지였다.

자기 감각으로 하자면 역에서 나서서 오른 쪽으로 걸어가면 얼마 안있어 시내가 나온다나?

그러면서 지금 해가 어느 쪽에 있으니까 이쪽이 남쪽이네, 저쪽이 북쪽이네 하면서

트램타고 가자는 내 제안을 단번에 거절하고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한다.

귀신 수준의 길찾는 본능을 믿고 있는 나로서는 더이상 뻐댈수는 없었다.

따라나섰다.

혹시 시내랑 반대방향이면 어떡하지? 걱정만 하면서..

제법 걸어갔는데 이상한 고가도로 같은게 나온다.

"이러면 안되는 거 아냐?"

또 해가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지하도로 내려가서 돌아가잖다.

또 따라나섰다.

한바퀴 빙 돈 것 같은데 그래도 또 자꾸 이상한 길로 걸어간다.

이제는 완전히 차만 다니는 고가도로 인것 같다 .

'사람이 다니는 길은 아닌 것 같은데...'

그냥 계속 가잔다.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얼마나 걸었는지...

자기도 이제는 방향이 완전 잘못 됐다는 걸 시인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ㅋㅋ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불가리아 사람들에게 물어본 말을 대충 종합해보면

시내에서 멀어져도 한참 멀어진 모양이다.

결국 우리는 이름도 모르는 소피아의 어느 거리에서 트램을 탈수 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트램을 탔으면 4~5 정류소 만에 시내에 도착했을텐데...

 귀신은 무슨...'

 

길을 잃어서 만난 어느 개울...

남편은 이 사진을 보고 '카날- 운하'라 부른다.

ㅋㅋ

운하라니..

그래도 길을 잃은 덕에 예쁜 모습 하나 건졌다.

 

결국에 탄 트램에서...

여기서도 우린 한참을 헤맸다.

표를 어디서 사야 하는지 몰라서 잔돈을 바꾸는 등 쌩쑈를 해서 겨우 트램에 올라타고

트램 기사한테서 1레이 주고 산 티켓을 찍어야 하는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사람들은 저 기계에 넣으라는데...

아무리 쑤셔 넣어도 티켓이 찍히지 않는다.

앞으로 넣어보고 뒤집어 넣어보고...

한참을 헤매고 있으니 저 뒤에서 어떤 청년이 다가오더니

티켓을 넣은 뒤에 손으로 밑에 있는 손잡이를 위로 올려 쿡 찍는다.

이건 오토매틱이 아니라 수동이었던 거다.

'그러면 바로 앞에 있는 사람들이 좀 도와줄 요량이지...

 나쁜 사람들... 그렇게나 당황하고 있는데 가만히 보고 있기는...'

길을 잃고 트램안에서 바보짓하고...

'이것도 여행이다?'

어쨋든 해내기는 했다.

'그래 이것도 여행이다...'

 

 

<배가 고파서...> 

배가 고파 죽는줄 알았다.

아침에 빵 두쪼가리, 커피 한잔 마시고 벨리코 뚜르노보를 나서서

벌써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3시간은 버스 타고 왔지, 기차역 가서 표사고, 거기서 부터 길을 잃어 한참동안 헤맸지...

게다가 트램을 타고 오면서 또 잘못 내려서 다시 길을 헤매느라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아직도 점심도 못 먹고 있으니...

벨리코 뚜르노보의 점심, 저녁으로 갔던 그 식당이 너무나 그립다.

싸기도 하고 맛있기도 했던 그 식당...

 

소피아의 중심가 비슷한 곳까지 와서(그때까지도 우리는 시내를 못찾고 있었다)

아무 식당에나 들어갔다.

불가리아에서는 제아무리 비싸봐야 얼마 안 나올꺼라는 자신감을 벨리코에서 이미 체득하고 난 뒤였기 때문이다.

웨이터에게 이 집에서 잘하는 게 뭔가 물어물어 시킨 요리다.

우리는 불가리아 전통요리를 원했었는데

알고보니 스시케밥 비슷한 거 하고, 돼지 등심 구이같다.

나오는 걸 보고는 약간 실망했지만, 맛은 최고...

시장이 반찬이었던게지.

 

사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수입 돼지고기의 많은 양이 불가리아 산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는 냉동도 시켜서 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불가리아에서 먹는 돼지고기의 맛은 환상이었다.

벨리코 뚜르노보에서 먹었던 돼지고기의 맛도 정말 좋았었거든..

 

배낭여행이라는 건 참 신기하다.

배부르게 밥을 먹고 나오는데도 뭔가 허전한 것 같은 것은 무엇때문일까?

정신적인 공허감? 한국 음식에 대한 그리움?

늘 배가 고프다 .

제법 근사한 식당에서 스시 케밥하고 돼지고기 등심구이, 샐러드까지 먹고 나섰으면서도

견과류를 파는 길거리 가게에서 또 발길이 멈춰진다.

고소한 땅콩을 사먹고... 조금 걸어가다 다시 돌아와서 한 봉지 더 샀다.

'불가리아 사람들이 세계 어느 나라 사람보다 장수한다는데

 그 이유가 발효 요구르트도 있겠지만 견과류이기도 할꺼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가며...

 

그런데 불가리에서 사 먹는 요구르트의 맛은 그저 그랬다.

건강상의 성능을 좋을 지 몰라도 맛은 그냥...

 

 

<소피아의 거리>

드디어 찾았다.

이 성당이 있는 곳에서 시작해야 우리가 길을 찾을수 있는건데...

스베타 네델야 카데드랄(Sveta Nedelya Cathedral)

150년도 더 넘은 건물.

여기도 역시 성당이 여행자들의 볼거리 1,2 번에 해당된단다.

 

그런데 우리 눈에는 이런 게 더 들어온다 .

가이드북에도 나와있지 않는 뒷길의 어느 건물.

성당 건물이기는 한 것 같은데... 좀 더 근엄하고 정숙하게 보인다.

그 이유는 모른다.

그저 너무 크고 화려한 성당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는 모른다.

물론 동유럽에 들어와서는 그렇지 않았지만

크고 화려한 성당은 이제 관광 상품으로 전락해 버린 듯한 느낌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이 동유럽에서는 성당이 아직까지는 관광용이기 보다는

진짜 사람들의 마음속의 안식처, 믿음의 전당인 것 같았다.

 

이건 성당의 모습을 찍으려 했기 보다는

성당앞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찍은 것이다.

넓다란 성당 앞 광장이 열려 있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는...

바로 앞에 있는 애가 이제 막 공을 차 올렸다

노란 공이 날아가는 모습이 찍혔다.

 

길을 잃어 만난 어느 거리.

시내 중심가로 간다는 게 이번엔 사람들이 많이 사는 주거공간으로 온 것 같다.

한 길가에 쭉 늘어서 있는 과일 가게들.

바로 옆으로 트램이 다니는게 특이하게 보인다.

 

참!!! 불가리아의 과일은 환상이다 .

맛도 좋고, 가격면에서는 상상을 초월한다.

시장에서 사과 , 토마토가 1Kg에 3~400원 정도 밖에 안한다.

포도도 그렇고.

루마니아나 불가리아에서는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할 듯.

또 한국 생각이 난다 .

다른 어느 나라보다고 과일이 비싼 나라.

 

트램 다니는 길가 과일 가게 앞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만난 이쁜 불가리아의 청소년(?)

엄마와 함께 있던 이 애는 우리가 길을 묻자

엄마한테 물어보고 다시 우리한테 영어로 정말 또박또박하게 길을 가르쳐 줬다.

엄마는 옆에 아주 흐뭇하게 아이를 바라보고 다시 뭐라고 설명하면

또 영어로 우리한테 설명하고... 엄마는 다시 아이를 대견스럽게 바라보고...

아름다운 모녀를 만났더랬다

 

그런데 나중에 길을 가다 까페안에 앉아있는 이 애를 다시 발견했다.

까페 안에서 우리에게 얼마나 환한 웃음을 보내주던지...

우리는 이 애를 금방 알아보지 못했는데

(하기야 우리는 여기 사람들이 비슷비슷하게 생긴 것 같아서 잘 못알아보는 게 당연하지)

이 애는 길거리에 지나가는 우리를 알아보고 환하게 웃는다.

얼굴도 예쁜 애를 두번씩이나 만나서

길을 잃고 헤매던 미운 소피아가 이뻐 보이기까지 했었다.

 

대통령궁을 지나면서.

저 앞에 깃발이 꽂혀있는 곳이 대통령 궁이다.  

 

대통령 궁의 맞은 편에 있는 키 큰 동상.

이제 거리에서 동상을 만나면 그저 그렇겠거니 하고 지나가버린다 .

건방진 여행자가 점점 되고있다.

이게 무슨 동상인지, 언제 세워졌는지

그리고 그 동상이 도시의 사람들에게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알아야 할 텐데...

그저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거기에 그런게 있더라 ' 정도만 생각하고...

 

가이드가 있는 여행이었다면 열심히 설명을 해줬을텐데...

(그런데 가이드가 있는 여행을 2007년도에 베이찡에서 딱 한번 해 봤는데

 그 때 설명 들을때는 뭔가 내가 아주 많은 것을 배우고 있구나, 제법 많이 알게되는 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스스로 공부하지 않고 들었던 내용은 여행이 끝나버리면 연기처럼 날아가버리니...

 그것도 결코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저 동상을 어딘가 다른 사진에서 만나면

오늘의 이 소피아가 생각이 나기는 하겠지?

 

이 동상도 마찬가지 이다.

분명이 무슨 의미가 있을 텐데...

좀 상징적인 것이기는 한데.

  

소피아에서 만난 가장 아름다운 성당.

알렉산더 네브스키 카데드랄.

1877년부터 1878년까지 오스만 투르쿠로부터 독립을 위해 불가리아가 싸우는 동안

수천명의 러시아인, 우크라이나인, 몰도바인 들이 도와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불가리아 사람들이 지은 교회란다.

해 질녁 성당의 색깔이 환상이었다.

 

옆에서 본 모습.

소피아의 시내에서 보았던 소피아 기념 엽서에

가장 많았던 것이 바로 이 성당의 사진이었다.

 

원래 이 성당 안에서는 사진 촬영이 안되는데

할머니 신자 한명이 정말 정중하게 기도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몰래 찍은 사진이다.

중앙에 할머니의 구부린 모습이 보인다.

 

또 하나의 성당.

이건 이름을 잘 모르겠다.

ㅋㅋ

이제 성당 이름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

이해하시길~~~~~~~

  

불법주차 한 차가 견인되는 중.

여기 이 나라에서도 이런 게 있구나 싶었다.

여기 견인 방법은 차를 덜렁 들어서 저렇게 차에 싣고 가 버린다.

저 차 주인은 자기가 주차해 놓은 자리가 텅 빈 걸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예전에 내 차가 견인되어 가고 난 뒤 텅 빈 자리에서 느꼈던 그 당황스러움이 새삼 떠올라 웃음을 짓는다.

아!!!  팔아버린 우리 차는 지금 잘 다니고 있을까?

그립다. 따뜻하던 우리차!!!

  

 

<할머니댁 군불과 베오그라드행 야간기차>

소피아 역으로 다시 돌아가면서는 아예 처음부터 작정하고 트램을 탔다.

괜시리 걸어가보자는 오기는 버리고서.

시내에서 다섯번째 정류소에 내리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트램안 안내 판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안내판이라는 게 겨우 저 만한 것.

교통 카드 대는 기계 위에 조그맣게 글자가 나온다.

그것도 키릴문자로만.

불가리아는 키릴문자에 대한 자부심이 워낙 강해서 웬만해서는 영어로 표기해 놓지 않는다.

정신 차리고 조그만 기계에 눈을 대고, 한 정류소 한 정류소 지날때 마다 열심히 헤아려

이번엔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소피아 중앙역에 내릴수 있었다.

 

소피아는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이 나란히 바로 옆에 붙어 있다.

그런데 기차역보다는 버스 터미널이 훨씬 더 현대적이고 먹을 게 많아

저녁은 버스 터미널에서 해결 했다.

사진은 소피아 버스 터미널의 티켓 부스에서.

수많은 키릴 문자가 우리를 홀린다(?)

 

드디어 21:20발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행 기차를 탄다.

사실 하루 이상 자고 머무르면서 소피아를 봐야 하는데

우리의 일정상 시간이 바빠졌다.

액정을 고친 우리 노트북을 받으러 28일까지 로마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벨리코 뚜르노보에서 한국에 있는 투어야 여행사 후배와 채팅하면서 날짜를 그렇게 조정해버렸다.

그러자니 며칠 남지 않은 일정 내에 불가리아에서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를 거쳐,

플리트비체 들렀다가, 슬로베니아의 루블라냐, 블레드로 해서 로마까지 가야 하니

시간이 엄청 바빠졌다.

소피아는 콧방귀까지 끼는 현지인도 있고 해서

그냥 낮 동안에만 보고 바로 나가는 거다.

사실 조금 미안하다. 소피아한테..

이 정도 봐가지고 봤다고 하는게 건방진 것 같아서...

 

여하튼... 우리는  21시 20분에 출발하는 베오그라드행 야간 기차를 탄다.

플랫폼에 올라오니 무시무시하게 생긴 기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누구 말에 의하면 유럽에서 흔히 보이는 저 낙서들이 갱들이 자기네 영역 표시하느라고 그려놓았다는데

(순전히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갱들이 떼거지로 몰려와서 영역표시 해놓은 기차를 타고 오늘 밤을 나야 한다 .

타는 사람들도 거의 없다.

기차가 텅텅 비었다. 더 무섭다.

게다가 어찌 그리 낡았는지...

 

기차 한 량에 탄 사람이 몇명 없다.

그러니 한 칸에 두명 이상 탄 곳도 거의 없다.

원래는 6인용 쿠셋인데...

우리도 우리 둘만 쓸수 있단다. 오늘 밤.

낡고 삐걱거리는 침대 기차, 자는데 저 줄이 뚝 하고 끊어져 버리면 어쩌나 걱정될 정도다.

그래도 우리 둘만 있어서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을 수 밖에.

덜컹거리는 기차, 삐걱거리는 기차, 다 낡은 의자 시트...

과연 내일 아침이면 확실하게 베오그라드에 도착이나 해 있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잠을 청한다.

 

(뒷 이야기:

 보통 야간 열차를 타고 국경을 넘으면 몇번씩이나 잠을 깨야 한다.

 한잠을 자고 있는데 출국한다고 깨워놓고 한참... 그리고 국경을 넘어가서.. 

 또 한참 있다가 다시 깨워서 입국한다고 심사하고.. 자는 둥 , 마는 둥.. 그렇게 밤을 지새기가 일쑤다.

 그런데 불가리아에서 세르비아를 넘어갈 때는 기차가 출발한지 얼마 안있어 불가리아 국경을 만나서

 미처 잠도 들기 전에 출국도장을 금새 찍어주더니만 연이어 세르비아 경찰이 들어와서 바로 입국도장을 찍어준다.

 그리고 이제 푹 자란다. 이런 멋진 일이...

 중간에 깨우는 것 없이 자는 것만해도 행복한 일인데, 이건 또 웬 덤.

 히터를 어찌나 빵빵하게 틀어주는지 나중에는 저 담요도 다 걷어차 버리고 잤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니 온 몸이 땀으로 젖어 있을 정도.

 온돌방에 잔 것도 아닌데 허리가 쭉 펴지는 느낌을 받을 만큼 상쾌했다. 

 마치 어느 낯선 도시에 가서 호텔을 구했는데 자리가 없어 못 들어가고

 할수 없이 어디 이상한  허름한 시골 방 같은 곳에 쿰쿰한 냄새를 맡으면서 자는데

 밤새 할머니가 떼주신 군불이 얼마나 따뜻하던지,

 온 몸을 찌질듯 함박 땀을 흘리며 자는 것 같은 그런 경험...

 정말 상쾌한 아침을 베오그라드에서 맞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