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222 (11월7일)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

프리 김앤리 2009. 11. 10. 04:19

<보스니아 사라예보에서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국경넘기>

 

                                                                                                     <사진: 몬테네그로 페드고리짜 버스터미널>

말도 안된다.

새벽 2시에 사람을 내려놓는 경우가 어디있냐 말이지...

사라예보에서 저녁 8시에 출발한 버스는 몬테네그로의 수도 페드고리짜에 우리를 새벽 2시에 떨궈놓고 떠나버렸다.

말도 안된다.

그러면 좀 늦게라도 출발하든가...

보스니아 국경, 몬테네그로 국경.

국경 두군데를 넘으면서 여권검사까지 하는 시간도 있었는데...

 

말도 안된다.

새벽 2시에 터미널에 우리를 내려놓다니.

버스 타서 처음 몇시간은 일부러 잠도 참아서 12시가 다 되어서야 잠이 얼핏 든 거 같은데

새벽 2시라니, 핏발 선 눈으로 놀래서 내리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허둥지둥 하는 사이, 페드고리짜 버스 터미널은 텅 비었다.

우리 둘과, 우리 둘을 노리고(?) 있는 택시 기사 몇만 있을 뿐.

 

원래 계획대로 한다면 아침녁에 페드고리짜에 내려서,

터미널에 가방을 맡긴 후 한 몇시간 페드고리짜를 구경할 작정이었다. 

별 볼 거는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명색이 몬테네그로의 수도라는데...

그리고는 미련없이 알바니아의 호수마을 샤코다(Shakodra)로 떠날려고 했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유이치가 마음좋은 현지인을 만날수 있는 곳이라고 추천해 준 곳이다.

지도를 보니 페드고리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의 알바니아의 국경마을이기도 해서.

 

그런데 이게 뭐냐고.

새벽 2시라니, 날이 새려면 얼마나 더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것이야!!!

기다리기만 하면 되나? 정신이 안 멀쩡한데? 낯설고 무섭기까지 한데?  잠은 또 얼마나 오는지.

 

황당해하고 당황해 하는 우리를 괜찮은 미끼로 생각했던지 택기 기사들이 다가온다.

"어디로 갈건데?"

"알바니아의 샤코다."

"샤코다? 거긴 버스 없어. 여기서 몬테네그로 국경까지 택시 타고 가서 거기서 다시 택시를 타든가 버스를 타야돼.

 내가 니네 둘이 25유로로 태워줄께."

뭣이라? 버스가 없다고?

'요놈들 봐라. 우리를 물로 아나? 새벽이라고 우리가 니네 한테 넘어갈까봐?'

"No"

옆의 다른 기사들도 거든다.

"거기 가는 버스 없어. 택시를 타야돼."

안탄다니까!!!

그라구, 생각해봐라. 이 사람들아. 지금 택시를 타고 국경에 도착하면 시계가 3시 정도 밖에 안될건데, 거기서는 또 어떡하라구.

그 새벽에 국경을 어떻게 넘냐? 거기가면 또 버스가 지금 시간에 있대?

이 놈들 미워서라도 그냥 날이 샐때까지 여기서 기다려야겠다.

쬐금 무섭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늘같은 남편도 있는데...

내 덩치를 봐라. 이 녀석들아. 무슨 스포츠선수 같지 않냐? 난 안쪼린다구...

겉으로 태연한 척,  가방을 꽉 움켜쥐고 자리에 앉았다.

화장실도 가고 싶은데... 불빛도 하나 없는 저 밖을 나설수도 없고...

몇번을 시도하던 기사들도 물러나고 뚫어져라 론니만 뒤적거린다.

버스시간표를 열심히 보던 남편, 울치니로 가는 버스가 새벽 4시에 있단다.

우짜든지 버스 터미널을 벗어나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버스 안에서라도 날을 새는 수 밖에.

론니를 자세히 읽어보니 울치니에서 알바니아 샤코다로 가는 버스가 있는 것 같다.

 

다시 택시 기사들 등장.

"버스 없다니까... 택시 타라. 그 방법밖에 없다."

"아니요. 우리 울치니로 갈꺼거든요. 거기서 샤코다 가는 버스 탈거라구요."

"울치니? 거기 가도 버스는 없다. 울치니에서 샤코다로 가는 건 얼마나 돌아가는 거라구.

 여기서 택시 타고 바로 국경가면 거기서 샤코다까지는 금방인데..."

장난 치지 마라. 이래뵈도 우리가 여행 고수라구.

낯선 곳에서 택시 기사한테 당하는 그런 얼치기들이 아니라구...

"20유로 해줄께. 택시 타라"

'이 놈들 봐라. 이제는 스스로 깍아주기까지? 흥 그러나 안탄다.

 

쏟아지는 잠을 억지로 참고 정신을 붙들어 맨다.

정신차리자. 정신차리자. 잠들면 안된다.

여보! 자꾸 밖으로 나가지 마라. 터미널 안에 혼자 있는 거 무섭단 말이야.

자꾸 일어서서 밖으로 나가보는 남편한테 눈짓을 보낸다.

정신차리자, 정신차리자.

 

제법 시간이 흘러 드디어 4시다.

울치니 가는 버스만 타면 된다.

4시. 4시 10분, 4시 20분. 30분이 넘어도 버스는 오지 않는다.

터미널 티켓 부스에 사람이 나타났다.

"울치니 가는 버스 안와요?"

"울치니? 그 버스 아침 6시에 있는데?"

"샤코다로 가는 버스는 없어요?"

"샤코다? 버스 없습니다."

"그럼 어쨋거나 알바니아 어디로라도 가는 버스는 없나요?"

"없습니다."

 

냉정하다. 우짜라고...

아직 밖은 깜깜한데. 날이 새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날이 또 새면 뭐하냐?  어짜피 샤코다로 가는 버스는 없고,

사실 울치니로 가면 꼭 알바니아로 가는 버스가 있다는 보장도 없는데..

 

우리가 한 수 꺽였다.

택시 기사들 눈치를 본다.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택시 기사 다시 다가온다.

"택시 타라, 20유로 해줄께. 두 사람이서 20유로면 싼 가격이다."

"여기서 국경까지는 몇Km쯤 되는데?"

"25Km쯤. 3-40분쯤 걸릴거다."

"깍아주면 안되겠냐?"

"20유로면 엄청 싼 가격이다."

"그런데 지금 국경가면 국경은 넘을 수 있냐?"

"그럼. 밤새도록 국경엔 사람이 있다."

"국경 넘고 나면 거기서는 샤코다로 어떻게 가는데? 니가 바로 샤코다까지 가주면 안되냐?"

" 알바니아로 들어가면 거기서도 택시 탈 수 있다. 거기는 일인당 5유로씩 10유로만 하면 샤코다로 갈 수 있다.

 우리는 국경을 넘는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데려다 줄수 없다."

...

"가자"

새벽 2시에 내려 4시 30분이 되어서야 몬테네그로 택시기사한테 두 손 들고 항복(?)했다.

 

                                                                                                       <사진 : 알바니아쪽 국경, 여권심사대 앞>

우리를 태운 택시.

총알같이 달린다.

밖을 내다봐도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깜깜한 어둠밖에.

남편은 내가 두려워하는 기색이 너무 표난단다.

그러면 이 사람들이 더 얕본다나? 의연하게 있으라나?

오히려 농담까지 해댄다.

"어쩌면 이 사람이 우리를 이상한 곳으로 데려가서 사람만두를 만들지 모른다!!!!!"

이 사람이 지금. 떨고 있는 마누라를 놀리나?

사실 그 순간은 두려움에 떨기보다는 잠이 쏟아지는 게 더 큰 어려움이었다.

쪽팔리게 그런 순간에도 나는 잠이 오다니...

 

가로등 하나 없는 길, 불빛하나 없는 길을 택시를 달린다.

깜빡깜빡 졸면서 밖을 내다보니 이상한 숲길도 지난다.

'이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어쩌지? 여기는 자기 나라 아닌가? 우리는 그저 이방인일뿐.

 오늘 페드고리짜에 우리가 내린 걸 아는 사람이 몇 있을까?'

그런데 택시 기사, 그 새벽에 갑자기 어디로 전화를 걸어서 한참을 이야기 한다.

'아니! 진짜 이 사람이 우리를 만두 만들려고 하나?

 어딘가 숨어있는 자기 패거리들한테 전화하는 거 아냐?'

밖을 보니 진짜 더 무서운 숲길 같은 게 보인다.

백미러로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 나를 보더니, 대뜸 한마디 한다.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나면서는 다들 걱정한다.  국경가는 길이 맞는가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국경에 도착하고 나면 모두들 고맙다고 나 한테 인사하더라"

아니, 이 사람이 묻지도 않은 말을 왜 하지? 그럼 이 새벽에 도대체 어디로 전화한 거야?

남편 손만 꽉 잡고, 입은 꾹 다문다.

아!! 창피하게!!! 그런데 이 순간에도 왜 이리 잠은 오는 거지?

남편이라도 안 자고 있어야 하는데, 옆 눈길을 힐끗 보니 이 사람도 슬쩍 슬쩍 조는 것 같다.

'정신 차리시와요. 맨날 내보고 잠보라고 놀렸잖아... 그러면 당신이라도 이런 때는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어야지'

그렇게 그렇게 5시 10분쯤, 몬테네그로 국경에 도착했다.

아!! 다행!!! 만두가 안되어서.

땡큐!!!

 

몬테네그로 국경에서 출국 도장 꽝 받고.

다른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깜깜함만 본 채 몬테네그로는 입국도장, 출국 도장을 몇시간 내에 다 받은 셈이다.

 

불빛 하나 없는 거리를 100m쯤 걸어갔다. 알바니아 국경까지.

이게 무슨 짓이람?

여권 검사를 하는 국경이라고 해 놓고 불도 안켜놓고,  걸어서 지나가려는데 잠 자던 알바니아 경찰이 우리를 불러 세운다.

그리고는 알바니아 입국 도장 꽝!

"샤코다 가려고 하는데요? 어떻게 가야하죠?"

"버스 없어. 저기 앞에 가서 택시 타."

"택시는 있나요?"

"몰라, 저기 앞으로 가봐!"

 

                                                                                                              <사진: 알바니아쪽 국경 바로 넘어 >

아직도 밖은 깜깜하다.

버스는 당연히 없고, 택시 조차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밤에 어디를 어떻게 알고 어디까지 걸어가서 버스든 택시를 타냐?

무작정 몇걸음 더 걸어가는데,  길가에 작업 인부처럼 생긴 사람 두명이 있다.

"여기 택시 있어요?"

"..."

"택시, 택시"

말을 못알아듣는 것 같아 손으로 운전하는 시늉까지 해 보였다.

"으응...."

그러면서 여기 기다리라는 손짓을 한다.

어둡지만 사람들 얼굴을 보니 참 순하게 생겼다.

믿을 수 있는 사람들 처럼 온화한 시골사람들 얼굴.

여기서 기다리자. 아직도 날은 안 샜으니까...

 

그래도 시간은 간다고

새벽 2시 페드고리짜 터미널에 떨어졌을 때는 언제 새벽이 오나 생각했는데

터미널에서 죽치고, 택시타고 국경까지 오고, 양쪽 국경에서 출국도장 입국 도장 받느라고 시루는 사이

제법 시간이 흘렀나 보다.

날이 어스름푸레 밝아온다.

 

동틀녁의 호수가 푸른 빛을 띤다.

저 멀리서 봉고가 한대 온다.

국경 바로 옆에 있는 조그만 식당 주인인가 보다.

착하게 생긴 작업인부같은 아저씨가 우리를 가리키며 뭐라고 이야기 해준다.

"샤코다?"

"예, 샤코다."

"20유로"

"예? 10유로만 하면 된다던데요?"

"20유로"

우리가 뻐댈 상황이 아니다.

어서 빨리 샤코다로 가서 쉬고 싶다.

"갑시다."

 

다시 총알같이 달린다.

이제는 알바니아다.

쏜살같이 달린다.

어서 빨리 샤코다로 데려다 주셔요...

30분 정도 걸려 샤코다에 도착.

20유로를 받아든 봉고 아저씨. 악수까지 청하신다.

아!!! 다 왔다.

 

그런데, 제길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어디가서 숙소를 찾아야 하지?

유이치는 샤코다가 뭐가 좋다는 거였지?

그냥 호수하나 있는 시골마을이구만.

어디를 가야하지?

비는 계속 쏟아진다.

숙소는 어디있는지도 모르겠고, 잠은 쏟아지고, 정신은 몽롱하고...

그런데 또 어디선가 봉고같은 게 한대 우리 앞에 끽! 선다.

"티라나, 안가냐?"

티라나? 거기는 알바니아 수도?

샤코다에서 한 이틀 정도 있다가 티라나로 가려고 했는데?

남편과 나, 둘이 서로 얼굴을 쳐다본다.

그냥 티라나로 가버릴까?

서로 눈빛으로 한번에 정리해버렸다.

가자, 티라나로.

 

그렇게 엉겁결에 우리는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로 가는 불법 영업 미니봉고에 몸을 실었다.

보스니아 사라예보에서 어제 저녁에 출발해 몬테네그로는 깜깜한 밤으로 지나쳐만 오고

이틀을 머물겠다고 작정한 샤코다는 봉고에서 잠시 내려 발만 한번 디뎌보고, 알바니아 티라나로 간다.

잠이 쏟아졌다.

샤코다에서 티라나로 가는 2시간여 동안, 우리 둘은 완전히 골아떨어졌다.

긴장이 풀어진 채로.

 

***샤코다에서 티라나까지 두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미니 봉고 기사가 우리에게 요구한 차비는 일인당 200Lek였다.

 알바니아 돈을 환전하지 않은 상태라 유로로 지불하겠다고 하니 일인당 3유로씩 6유로 내란다.

 유로조차 딱 맞게 6유로가 없어서 2유로짜리 동전 하나와 5유로짜리 지폐를 합쳐서 7유로를 지불했다.

 까짓거 1유로정도 더 주는 게 어때서 싶어서.

 게다가 둘이서 2시간을 넘게 타고 왔는데 7유로라니, 그 때 생각으로는 거의 껌값(?) 수준인 것 같았다.

 국경에서 샤코다까지는 고작 30분도 알걸렸는데 20유로나 냈는데..

  20유로면 아주 근사한 식당에서 밥을 멋지게 한 끼 먹을 수 도 있고,

 슈퍼가서 뭐를 산다면 적어도 서너끼는 해결할 수 있는 돈인데...

 나쁜 아저씨. 겉으로는 온화한 척 웃고 있더니만 우리같은 배고픈 여행자의 돈을 울궈먹다니...

 

 불법이지만 이 봉고 아저씨는  고작 7유로라니...

 기쁜 마음으로 티라나까지 오는 차비 7유로를 계산했었다.

 그런데 티라나에서 환전을 하는데, 글쎄 1유로에 137.5lek나 한다.

 그러니까 아까 요구했던 차비 200lek는 둘이 다 합해봐야 400lek, 3유로면 딱인 금액이었다.

 새벽부터 쪼다같이 당했다.

 3유로면 딱인 금액을 잔돈이 없다며 7유로를 내지 않나,

 30분이면 주파하는 거리를 20유로를 선뜻 내질 않나...

 속상해 하고 있는데 남편이 한마디 한다.

 "못사는 나라 사람들 보태줬다 하고 생각하면 될 걸, 괜히 짜증 부린다"고.

 아이구... 

 '씨...나는 뭐 그런 말 할줄 몰라서 안 할까봐. 꼭 자기가 먼저 해가지고 폼을 낸다니까...'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 

여행 가이드 북 론니를 읽으면 알바니아 티라나는 위험한 곳이라고 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책이 2006년도 판이라 그런지 어쩐지.

다른 사람들한테도 별로 괜찮다고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고.

며칠 전에 갔다 왔다는 유이치도 별로라고 그랬고.

선입견이 그래서였을까?

불법 영업을 하는 봉고를 타고 2시간만에 도착한 티라나의 첫인상도 그랬다.

게다가 이놈의 우라질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혹시나 해서 며칠전에 인터넷으로 검색해 둔 티라나의 숙소를 찾아가는 길.

비는 계속 내린다.

티라나의 중심 광장, 스켄더베그(SKenderbeg) 광장.

국립 역사 박물관이 마주 보인다.

 

국립 역사 박물관의 모자이크 그림.

무슨 전쟁에선가 승리를 기념하면서 만든 모자이크라고 했는데...

사회주의의 냄새가 물씬 난다.

 

광장 앞.

국립극장도 있고, 시청도 보인다.

공산당사 건물도 있고.

 

티라나의 한 거리.

 

피라밋 모양으로 생긴 건물인데

안은 텅텅 비었다.

멀리서 봤을 때는 제법 그럴싸한 건물이었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외벽에 칠도 다 벗겨지고, 붙여놓은 대리석들도 여기저기 떨어져 나갔다.

한 나라의 수도라는 곳의 중심 거리에 왜 이렇게 흉물스러운 건물을 방치해 놓았는지...

 

이름 하여 쌍둥이 건물.

 

이게 도심을 흐르는 강이란다.

라나강(Lana River)

에게!!! 이게 무슨 강?

도랑같구만.

 

새벽부터 너무 정신없이 이 곳에 도착한 탓인지,

가이드 북에 별 다른 흥미거리를 안적어 놓아서 그런 것인지,

지금껏 만난 여행자들에게서 별 다른 찬사를 못들어서 그런 것인지,

이도 저도 아니면 비가 계속 내려서 그런 것인지.

도심의 강이라는 것도 콩알만 해서 실망이고,

성벽터라고 해서 찾아가보니, 다 부숴진 성벽이 한 귀퉁이 있을 뿐이어서 짜증이 나고

중심 거리라고 해봐야 아무런 특색이 없는 일반 도심같아서 별 재미가 없고...

그렇다. 그냥.

중심 광장의 아주 일부만이 깔끔하게 만들어놓았고

나머지는 쓰레기도 많고.

 

왜 이런 거지?

다른 발칸의 나라들 처럼 내전을 치룬 것도 아니고,

폭격을 맞아 폭삭 내려앉은 것도 아닌데,

못산다는 것이 눈에 막 보인다.

사람들의 차림도 그러하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눈빛 흔들리는 젊은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동냥하는 애들도 많이 보이고...

왜 이런거지?

왜 알바니아는 오랫동안 내전을 치른 나라들 보다 더 못사는 것 같지?

(알바니아를 나오고 나서 읽은 자료에 의하면 독재체제가 50년간이나 지속된 나라란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은 이해 될 것도 같다.)

 

단순히 우리가 추측해 볼 수 있는 거라고는

코소보 내전 이후에 코소보 난민(코소보 내전에서 밀로셰비치가 인종청소를 한답시고 가장 많이 학살하고 탄압한 종족이 코소보내의

바로 알바니아계 무슬림이었다.) 코소보 난민들이 알바니아로 많이 들어와서 그럴수도 있겠다는 것 뿐이었다.

 

별 다른 매력이 없는 도시였다. 티라나는.

그냥 도시.

바쁜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는...

그러니 여행자들도 거의 눈에 띄지 않고...

 

하루만 머물고 바로 마케도니아로 떠난다.

마케도니아의 호수 마을, 오흐리드로.

샤코다에서 쉬지 못한 피곤한 우리 몸을 오흐리드에서는 푹 쉴수 있게 되기를.

 

티라나를 떠나는 다음날 아침에도 비는 계속 내렸다.

여행에는 날씨가 반인데,

날씨가 좋았다면 티라나에 대한 우리 인식이 좀 더 나아졌을까?

 

오흐리드로 가는 버스 터미널.

바로 옆에 시장이 보인다.

 

바쁘게, 악착같이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 티라나.

우리는 그렇게 티라나를 떠나 마케도니아의 진주라는 오흐리드로 떠났다.

뭔 '진주'는 이리도 많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