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226 (11월11일) 공중에 매달린 수도원, 그리스 메테오라

프리 김앤리 2009. 11. 13. 06:55

 <공중에 매달린 수도원>

'메테오라'는 그리스어로 '공중에 매달아 올린다'는 뜻이다.

'공중에 떠있는' 이라는 뜻의 '메테오로스'라는 형용사가 기원이다.

넓은 평원에 갑자기 솟아솟아오른 바위산, 그 끝에 묘기처럼 달려 있는 수도원.

 

이건 또 다른 수도원.

경이롭기 그지 없다.

끝없이 넓게 펼쳐진 평원에서 갑자기 솟아오른 듯한 바위산도 그러하고

그 위에 세워진 수도원들도 대단하다.

 

예전에는 수도원이 20개도 넘게 있었다는데 지금은 6개만 남아있다.

지금 이 사진에는 모두 4개의 수도원이 숨어있다. 

갔다온 우리는 이 사진 속에 숨어있는 수도원을 금방 찾아낼 수 있는데... ㅋㅋ 

 

우리를 압도한다.

바위산과 그곳에 경건하게 지어져 있는 수도원, 가을 하늘.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자연과,  

높은 곳에 있는 신과의 만남의 위해 지상의  가장 높고 험준한 곳에 수도원을 지어 놓은 곳.

 

우리는 마케도니아에서 그리스 북부로 들어와 제일 먼저 '메테오라'를 찾아갔다.

 

 

<메테오라를 가려면? 칼람바카로 가라>

지도를 보면 메테오라는 그리스의 중부에 위치해 있다.

그리스의 중심 도시 아테네나 데살로니키에서 한번만에 기차가 연결되지는 않는다.

양쪽 어디서든지 우선 팔레오파르살로스(Paleofarsalos) 까지 가서 칼람바카(Kalambaka) 까지 가는

기차를 갈아타야 된다.

우리는 마케도니아 국경을 넘어서 택시를 타고 플로리나(Florina)까지 가서 거기서  플래티(Platy) 가서 

다시 데살로니키에서 내려오는 기차를 타고, 라리사(Larissaa) 까지 간 다음 칼람바카로 가는 기차를

갈아탄다.

새벽 6시반에 버스를 타서 마케도니아 국경마을에 도착하여 택시, 또 기차를 타고...

하루종일 기차에 기차를 타서 해가 이미 져서 어두운 저녁에 겨우 칼람바카에 도착했다.

도중에는 전날 그리스에 폭우가 내려 기찻길이 유실되는 바람에 그리스 철도청이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어느 한 구간을 넘기도 하면서 멀고도 먼길을 지나 겨우 메테오라가 있는 칼람바카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수기'라는 강점만 믿고 예약도 하지 않고 무턱대고 찾아간 칼람바카의 알소스 호스텔(Alsos Hostel).

끝내주는 경관을 자랑한다.

호스텔 너머로 보이는 바위산이 예사롭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니 밤에는 보이지 않던 메테오라의 경이로운 바위산이 바로 우리 방 앞에 펼쳐진다.

 

뒷 배경으로도 대단한 경치가 펼쳐지고...

 

 

<메테오라를 오르며>

숙소 바로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산을 오른다.

수도원이 있는 높은 산으로...

혹시라도 비가 올까봐 우산까지 챙겨 들었지만, 하늘로 향하는 우리의 산행을 방해할 것 같지는 않다.

오랜만에 맑은 날씨에 하늘까지 열리고...

멀리 육중한 바위산들이 우리를 기끼어 맞아들이고 있다. 

 

아기아 트리아다(Agia Triada) 수도원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

숲속으로 난 계곡을 따라 한참을 걸어올라야 한다.

오랜만에 산행이라 등에는 땀이 흥건히 흐른다.

건너편 도로에서 수도원까지 뭔가가 배달되고 있다.

사진을 보면 건너편 도로에서 줄이 연결되어 있고, 중간에 큰 통 하나가 매달려 있는게 보일께다.

예전에는 필요한 물품 뿐만아니라, 수도사들도 저런 방법으로  이 곳, 수도원으로 배달(?) 되기도 했단다.

 

높은 바위위에 지어진 아기아 트리아다 수도원과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칼람바카 시내.

여기서 파는 엽서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아기아 트리아가 수도원 건너 바위산으로는 아기오스 스테파노스(Agios Stefanos) 수도원도 보인다.

지금은 수녀원이다.

 

어느 도시건 도심의 정 중앙에 위치한 유럽의 성당들.

그것은 신과 인간이 좀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도록 한 의도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중세 이전 까지는 교회가 인간 사회를 지배하기 더 쉽도록 만들었던 의미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의 수도원들은 인간사회와 한참 떨어져 있다.

아래에 사는 인간들이 위를 올려다보면서 신을 경배하도록 만들었을까?

현세의 삶을 오직 내세를 위한 준비의 과정으로 만 생각했던 중세..

오직 내세만을 위해 신에게 기도하고 수양하는 중세의 수도원..

 

남편은 이 메테오라는 아래에서 봐야 하는 것 같단다.

신을 올려다 보아야 하는데,

위로 올라와서 신의 높이와 같이 아래를 내려다 보니 수도원이라는게, 수도 생활이라는게 시원찮아(?) 보인다고...

 

스테파노 수도원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며.

앞으로 펼쳐져 있는 높은 산군들과 다르게 메테오라 지역은

바위산들이 불쑥불쑥 솟아 우리를 아찔하게 한다.  

 

한 구비를 돌며...

공중에 매달린 아기아 트리아다 수도원이 뒤로 보인다.

 

계속 걷는다.

곳곳에 솟아있는 바위산들을 만난다.

중간에 매달려 있는 또 하나의 수도원도 보이고...

 

지나온 바위산들을 되돌아본다.

아까 우리도 올랐던 산 위에 사람 하나가 섰다.

거대한 자연의 아주 조그마한 인간.

 

아무리 위대한 건축물이라도, 아무리 웅장한 건축물이라도

자연이 만들어 놓은 거대함을 따라잡는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또 한번 실감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바위 산군들 사이에 서서...

속세의 집들은 작은 형태로만 보이고...

 

또 한번 다짐한다.

경건하게 살아가자.

소박하게 살아가자...

 

이제 나머지 수도원 4개가 한번에 다 보이는 곳까지 걸어왔다.

제일 위에 있는게 메가로 메테오론(Megaro Meteoron)수도원,

바로 오른쪽 아래가 바르람(Varlaam) 수도원,

그 왼쪽 아래로 루사누(Roussanou)  수도원이 보이고,

저 멀리 제일 작은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Agios Nikolaos) 수도원이 보인다.

 

더 가까이 줌을 당겨 찍어본다.

바르람 사원만 빼고 다 나왔다.

 

전해져 오는 말에 의하면 메테오라에 처음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것은

9세기경 인간 세계의 생활을 끊고 마을과 떨어진 산속에서 신과의 교류를 추구하기 위해서 였다는데..

그리고 그 이후 14세기 세르비아인이 테살리아 지방을 침입해오자 수많은 수행자들이 전란을 피해

이 곳 메테오라를 찾아와 공동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중세부터는 수도원을 짓기 시작했다고.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가장 큰 메가로 메테오론 수도원.

 

맞은 편으로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루사노 수도원과 장엄한 경치가 펼쳐진다.

 

바르람 수도원도 보이고...

 

바위산 위에 지어 바르람 수도원의 외벽은 그냥 바위의 일부분 처럼 보인다.

사람의 손으로 만든 건물도 세월이 흐르니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바르람 수도원으로 오른다.

이 거대한 바위를 어떻게 다듬었을까?

이 바위를 쪼개는 엄청난 일 자체가 수도원의 하루하루 수행생활이었을까?

하나님에게로 나아가는...

 

바르람 수도원 내부.

여자들은 바지를 입고 경내로 들어갈 수 없다.

입구에서 주는 큰 천으로 바지를 가려야만 한다.

안에서는 검은 수사복은 입은 수도사도 보인다.

사진은 찍을 수 없었지만 맑은 얼굴의 나이 많은 수도사였다.

 

세계 어느 곳이든지 수행을 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어찌 이리 맑은지...

해탈의 경지에 들어서 그런가?

사소한 인간세계의 욕심을 버려서 그런지???

 

이제 아래로 내려온다.

신앙이 없는 우리들이 하늘 가까이 지어놓은 수도원에서 신을 만날 수는 없었지만

경건함을 배우고 다시 인간세계로 내려온다.

 

저들의 믿음이 이 험준한 바위들과 같이 굳건하기를 빌면서...

 

내려 오는 길도 대단하다.

세상 어디에서 이렇듯 장대한 경치를 볼 수 있을까? 

 

중간 중간에 불쑥불쑥 솟아있는 바위산을 보고 있자니

'화가 난 제우스 신이 천계에서 지상으로 던진 바위덩어리들'이라는 이 곳의 전설이 맞는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진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서면 늘 그랬던 것 처럼.

 

앞서 가는 외국인도 별로 서두르지도 않는다.

그저 하늘 한번 쳐다보고, 뒤돌아보다가 그리고 또 걷는...

 

밑에서 위로 올려다 본 루사노 수도원.

 

바위산과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수도원.

 

메테오라의 수도원은 역시 아래에서 올려다 봐야 제맛이다.

위로 올라가면 장엄한 경치가 발아래 펼쳐져 날아갈 듯 기분이 상쾌하기는 하지만

왠지 수도원의 경건함을 훼손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아니, 건방진 인간의 모습을 느꼈다고 할까?

 

너른 평원에 바위산은 끝없이 이어진다.

 

....

  

하늘을 올랐다가 내려가는 기분이다.

 

 

<카스트라키>

칼람바카쪽의 트레킹 코스를 따라 힘겹게 산을 올라 아기오스 트리아다 수도원,

아기오스 스테파노스 수도원을 보고

잘 닦여진 도로를 따라 3Km 정도를 걸어가면서 메테오라 전체를 다 조망할 수 있다.

중간에 다른 자가용들도 많이 지나쳐갔지만 히치를 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메테오론 수도원이나 바르람 수도원으로 빨리, 아니 단번에 가고 싶어서 히치를 할까도 잠시 고민했지만

그러면 메테오라의 장엄함을 제대로 느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걸어서 걸어서, 천천히 그 곳을 다 둘러보고 나니 히치를 하지 않은게 정말 잘 한 결정이라는 걸 느꼈다.

'자가용'이라는 게 가지는 이동성과 속도성은 편리하고 편안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빠른 속도에 따라 생각도 느낌도 천천히 머물지 못하고, 차의 속도만큼이나 바람처럼 휙 지나가버리기 때문이다.

 

칼람바카 쪽으로 올라가서 메테오라의 장관들을 다 보고 나면

카스트라키(Kastraki)마을로 내려올 수 있다.

 

카스트라키 마을은 칼람바카와 함께 메테오라를 돌아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마을이다.

이 곳에도 호텔이나 민박, 호스텔은 많이 있었다.

경치도 역시 좋고.

 

메테오라를 가기 위해 기차를 이용할 거라면 칼람바카쪽이 편리한 데

다른 이동수단을 이용한다면 카스트라키도 좋은 것 같았다.

 

칼람바카에서 카스트라키까지는 2Km정도 밖에 안된다.

우리는 거기서도 천천히 걸어서 다시 칼람바카까지 돌아갔다.

신을 경배하는 하늘 높은 곳에서의 차분해진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