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259(12월 14일) 다이빙, 스노쿨링, 바이킹... 여전히 다합에 빠져...

프리 김앤리 2009. 12. 13. 16:40

여전히 홍해 다합에 있습니다.

정말 블랙홀인가 봅니다.

빠져 나가기가 힘듭니다(?).

 

딱히 무엇을 해야 한다는, 무엇을 느껴야 한다는 의무감도 없습니다.

다음 떠나갈 곳에 대한 정보를 공부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이대로 있습니다.

이래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편안함...느긋함...

 

사실 가만 보면 다합의 거리는 참 소박합니다.

부산 해운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해운대의 비까번쩍 빛나는 그리고 높은 빌딩이 푸른 바다를 가로 막고  있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때, 대학교때 마음이 답답하면 그냥 훌쩍 나서보는 해운대는 이제 더이상 우리곁에는 없다는 게 늘 아쉬웠습니다.

이제 해운대는 언제든 우리를 안아주는 그런 넉넉한 곳이 아닙니다.

 

그런데 여기 다합은 부산 근교로 친다면 '일광' 정도의 바다라고나 할까?

해안 끝에 붙어 있는 레스토랑도 결코 바다를 가로막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느 창가에 앉아도 파도가 바로 철썩거립니다.

바로 그 옆에 키 낮은 숙소들.

주머니가 헐렁한 여행자들도 마음놓고 묵을 수 있는 값싼 곳입니다.

 

소박한 다합이 마음에 듭니다.

전세계에서 몰려든 여행자들로 다합은 일년 내내 바쁘다고 합니다.

 

문 밖으로 몇걸음만 나서면 아침 해가 바다에서 뜨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매일 수영을 하느라 피곤한 몸이어서 그런지 해가 뜨는 장엄한 장면은 늘 놓칩니다.

6시를 조금만 넘기면 일출을 볼 수 있는데... 놀래서 눈을 뜨고 얼른 밖으로 나서보지만

이미 수평선 위로 해는 솟아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어느 누구도 우리더러 "왜 그렇게 게으름 부리냐"라고 하지 않습니다.

ㅋㅋ

바삐 머리 감고 씹는 둥 마는 둥 밥을 삼키고 운전대를 잡아야 하지도 않습니다.

연신 운전대 옆에 있는 시계를 보면서 내 앞 뒤로 밀려드는 차량을 봐야하는 초조함도 없습니다.

유독 내가 가는 차선만 밀리는 것 같은 답답함도 없습니다.

ㅋㅋ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은 어디서 아침을 먹을까 고민한 뒤에 어느 한 곳을 정합니다 .

이제 제법 며칠 있었다고 대충 이 길에 나서면 여기 사람들이 알아봅니다.

가격은 거의 일정합니다.

10파운드(2,300원 정도).

물론 할인한 가격입니다.

오늘은 English Breakfast 를 시켰습니다.

커피도 한 잔 따라 나옵니다.

 

아침을 먹는 레스토랑의 우리 자리는 바다랑 딱 붙어 있습니다.

창문도 없습니다 .

바로 바다 바람이 불어옵니다.

부지런한 누군가는 벌써 바다로 나가있습니다.

오늘은 바람이 조금 부는가 봅니다. 

윈드서핑을 하기에는 딱 좋은 날입니다.

이런 날은 다합 앞 바다에서 윈드 서핑을 하는 사람을 많이 봅니다.

 

뭐 소문에 듣자하니

언젠가는 호주 친구들이 윈드 서핑으로, 바람의 힘으로 사우디 아라비아까지 건너가는 내기를 했는데...갔대나? 어쨌대나?

진짜인지는 모르지만 서핑보드에 술도 여러병 싣고 있었다나?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하는 즉시 이 친구들은 바로 추방되었답니다.

자기들 짐은 다합에 있는데...

그래서 자기나라로 돌아가서 짐찾으러 다시 이 곳으로 왔다나???

믿거나 말거나...

어느 만큼 사실이고 어느 만큼 과장인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에 윈드서핑으로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건너갔다는 것 까지는 분명히 사실일 것 같습니다.

정말 가깝습니다.

바람도 좋고...

 

자!!! 오늘은 다이빙을 하는 날이다.

한국 친구들이랑 같이 블루홀에 가려고 한 이틀동안은 앞바다(엘가든)에서 스노쿨링만 했었는데..

오늘은 드이어 스쿠버다이빙을 하러 간다고 한껏 부풀어 있습니다.

 

오늘 다이빙 포인트는 오전에는 캐년, 오후에는 블루홀입니다.

남편의 다이빙 파트너는 대구에서 온 청년입니다.

이 친구도 벌써 몇개월째 세계여행을 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가이드, 이쁜 일본 아가씨 샤오리도 함께 바다로 들어갑니다.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설레임과 흥분으로 한껏 들떠 있습니다.

 

또 다른 한국 친구 두명, 영국 애들 두명... 여럿이 드디어 바다로 들어갑니다.

다이빙을 못 하는 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나도 이제 스노쿨링을 하러 들어갈 겁니다.

캐년까지 운전하고 온 이집션 무하마드랑 같이 스노쿨링을 하러 들어갑니다.

수영도 못하는 내가 수십m가 넘는 바다에 어떻게 들어가냐구요?

당연히 구명조끼를 단단히 하고 들어가지요.

여기 다합에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수영을 하고 있어도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은 아직 한 명도 못봤습니다.

구명조끼를 입을 때 마다 주변의 사람들이 날 보고 웃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ㅋㅋ

하나도 안 쪽팔립니다.

바다에 들어가서 허우적거리는 것 보다,

아니 아예 무서워서 바다로 못들어가는 것 보다

구명조끼를 입고서라도 당당히 바다로 들어가는 내가 자랑(?)스럽습니다.

나도 인어처럼 바다위에서 한참을 놉니다.

 

바다 깊은 곳이 어떻게 생겼는지 나는 잘 모르지만

수중카메라로 찍어온 사진을 보고 나는 짐작을 합니다.

으으응~~~ 이렇게 놀다 오는 거구나...

바다 색깔은 코발트 블루, 그 자체입니다.

공기통을 메고 수십m 바다 속으로 이렇게 들어가겠지요...

그러면 그 속에는 산호숲이 펼쳐지고...그리고 형형색색의 물고기들...

 

산호숲 사이를 헤엄칩니다.

때로는 두려움도 느낀답니다.

수압때문에 귀가 아프기도 하고, 도대체 바닥이 어디인가 끝없는 아래를 바라보며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그러나 나는 충분히 짐작합니다.

바다 속으로 들어간 그들이 저 곳에서 느꼈을 자유를,

두려움과 설레임이 교차하는 즐거움을...

 

스노쿨링을 해도 홍해 바다 물이 워낙 맑아서 바다 아래가 훤히 보입니다.

산호가 벌렁벌렁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처음 보았습니다.

새끼 손가락 만한 고기도 있고... 엄청 큰 고기도 있습니다.

파도가 치면 그냥 파도를 타면 됩니다.

그냥 그대로 떠 있으면 됩니다. 

하늘 위를 날듯이 그냥 푸른물에 몸을 맡기면 됩니다.

 

한 다이빙을 하고 다음은 다시 장소를 옮겨서 블루홀에도 들어갔습니다.

물론 저는 그 사이 다시 한번 스노쿨링을 하고...

여지껏 제가 보아왔던 어느 바다속보다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다합에  단 한명뿐인, 유일하고 당당한 구명조끼의 여인...

다합의 블루홀에 홀딱 반했습니다.

 

그냥 해변에서 바라봐도 새파란 물인데... 블루홀은 그 물빛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블루홀이라고 부를까요?

바다속 심연에 다이버들을 빨아들이는 듯한 홀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위험하기도 하나네요...

모두들 무사히... 행복한 얼굴을 짓고 바다속에서 뚜벅뚜벅 걸어나옵니다.

오늘도 모두들 즐거웠나 봅니다.

물 속에 있다가 나오면 모두들 그렇게 즐겁나 봅니다.

 

이것도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메고 들어가는 공기통에 들어있던 질소를 많이 마셔서 사람들을 기분좋게 만드는 게 있다네요.

일상적인 대기 중에서도 우리가 호흡을 할 때 질소를 마시기는 하지만

바다 속에서는 수압이 높아 압축된 공기, 그러니까 훨씬 더 많은 질소를 마시게 만든다네요.

바다위로 올라와서 다시 정상적인 대기 상태에서 숨을 쉬면 압축되어 들어간 질소가 다시 몸밖으로 빠져나가지요.

몸속으로 들어간 질소가 정상적인 상태까지 빠져나가기 전이라서 그런지

바다속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은 모두들 바보처럼 헤벌레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보약보다 좋은 것 같습니다.

 

한참을 수영을 하고 나오니  배가 많이 고픕니다.

바다로 왔으니, 오늘은 해산물을 먹자고 이야기 했습니다.

멋진 대구 청년과 똘똘한 여대생 둘이서 레스토랑과 잘 협상(?)을 해서 게요리를 싸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해산물 스프, 빵, 샐러드, 쥬스까지 덧붙여서 나오는 데 대게 요리 한접시에 1인당 20파운드(4,600원 정도)밖에 안합니다.

푸짐한 저녁 상을 앞에 두고 다들 물 속에서 있었던 이야기로 끝이 없습니다.

서로들 즐거워 난리입니다.

 

다이빙이 없는 날에는 둘이 함께 매일 바다로 나가 스노쿨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날 저녁에는 4륜 오토바이를 타고 사막으로 나갔습니다.

한 사람당 한대씩 오토바이를 빌려타는 것도 있고 두 사람이 같이 탈수도 있습니다.

차 운전을 할수 있으면 얼마든지 쿼드바이크(4륜 오토바이)를 운전할 수 있다지만

돈도 아낄 겸 두사람이 한대를 빌려 나갔습니다.

 

10분도 안되어서 사막의 마른 산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제일 앞에는 우리의 길을 인도해주는 오토바이 대여점의 가이드가 타고 그 뒤를 우리들이 따릅니다.

시나이 반도의 사막으로 들어갑니다.

 

한참을 가다가 경치가 좋은 곳에 잠시 휴식도 취합니다.

우리의 가이드, 무하마드 핫산.

이집트 사람들 이름 중에는 무하마드가 어찌 그리 많은지...

내 스스로 지은 이집트 이름, 음네야와 무하마드가 함께 포즈를 취합니다.

무하마드는 한국 사람들이 참 좋답니다.

한국 사람을 만나면 한국사람이 좋고, 일본 사람을 만나면 또 일본이 좋은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우리나라를 좋아한다니 기분은 좋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베두인 마을까지 들어갔습니다.

이집트가 사막의 나라라는 걸 다합에 들어와서 잠깐 잊어버렸던 듯 합니다.

여기가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던 시나인산이란 것도 잠시 잊었던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집트는 사막의 나라인데...

다합에서 1시간도 채 안 온것 같은데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납니다.

베두인 유목민들이 베두인 티 한잔 하고 가라고 손짓을 합니다.

우리는 사막의 마른 산으로 올랐습니다.

마른 땅이라 발 밑이 미끄럽습니다.  

 

베두인 마들이 내려다 보이는 계곡에서 무슬림 여인처럼 폼 한번 잡아봅니다.

룩소르에서 산 녹색 스카프를 두르니 제법 폼이 납니다.

일년동안 내리는 비라고는 아주 적은 양이라는데

이렇게 마른 땅에 그래도 뿌리를 내리는 사막의 생명들이 대단합니다.

온통 흙 빛깔 밖에 없다가 푸른 생명의 빛이 있으니 세상 다른 어느 곳에 있는 색깔보다 아름답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이 경이롭고 찬란하기까지 합니다.

 

 

오늘 막, 우리 숙소에 도착한 한국인 여자애 한명이 그러네요..

"여기 얼마동안 있으셨어요?"

"열흘쯤 됐어요"

"다합이 블랙홀이라더니 정말 그런가봐요...."

"안그래도 내일쯤에는 요르단으로 갈까 해요... 이제는 시간이 얼마 안남아서..."

"어머.. 축하드려요... 드디어 블랙홀에서 빠져나가시는 군요..."

ㅋㅋ

 

다합, 정말 묘한 매력이 있는 곳입니다.

아름다운 바다가 있습니다.

다이빙, 스노쿨링, 윈드서핑으로 사람들은 거기에서 나올줄을 모릅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사막도 있습니다.

쿼드 바이크로 사막을 질주하기도 하고, 낙타를 타고 사막을 탐험하러도 떠납니다.

 

이 한 장의 사진이 다합을 한번에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이빙 슈트, 수영복(? 이 꼬마는 그냥 팬티만 입고 있네요...)과 수영타올,  바다...

그리고 낙타를 탄 아랍인 복장의 청년...

낙타는 사막 한가운데서만 보는 줄 알았습니다.

바다 바로 옆에 있는 낙타, 이 곳이 바로 다합입니다.

 

매일 아침 바다에서 해가 뜨는 장면을 봅니다.

그리고 바다 저 너머, 사막의 산위로 지는 해도 봅니다.

 

유명작가 빌 브라이슨이 말했습니다.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이 기적이고,

 우리가 지금 여기 살아있다는 것이 행운이다"라고

 

우리는 지금의 행운과 기적을 즐기고 있습니다.

매일매일이 이렇게 편안해도 되는가... 한국에서 바쁜 분들에게 미안합니다.

그래도 우리 사진을 보면서 혹시라도 잠시는 느긋하고 편안한 기운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함께 행복한 마음으로 여행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다합... 내일쯤에는 여기를 빠져 나갈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