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못다한 여행이야기

이란 사람들 ∥

프리 김앤리 2010. 3. 29. 03:29

 여행을 갔다오고 나서 사람들이 많이 묻는 질문.

1. 어디가 제일 좋더냐?

2. 돈은 얼마 들었냐?

 

찔끔찔끔 다녀 올때도 늘 받았던 질문이었는데,

이번 처럼 제법 오래 갔다와서도 역시 우리가 받았던 질문 중에 가장 많이 들었던 건 1, 2번이다.

약간은 망설이기는 하지만,

여행을 끝내고 앞의 여행을 곱씹으면서 점점 더 뚜렷해지는

우리의 호감가는 여행지는 '이란'이다.

왜? 이란이 뭐가 좋던데?

이란이라고 답하는 우리에게 이어지는 질문을 꼭 왜? 뭐가? 어때서? 라는 거다.

뭐랄까?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딱히 정답은 잘 모르겠다.

'촌철살인'같은 한마디로 딱 정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아직 우리의 표현력이 그다지 뛰어나지는 못하다.

사람들이 친절해서... 사람들이 아름다워서...

대단한 역사가 있어서...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가를 깨닫게 해주어서...

사막의 한 가운데 물길을 만들어내고 나무를 심고 농사를 지어온 인간의 위대한 면을 만날수 있게 해 주어서...

그동안의 여행지에서 볼수 없었던 새로운 문화를 만날 수 있어서...

영화속의 한 장면 같은 곳을 만나기도 해서....

깨끗해서... 물가가 싸서...

맛있는게  많아서...

정말 너무나 많은 이유를 댈 수 있다.

그래도 그중에서 다른 것을 다 압도하고도 남을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사람'이었다.

우리가 만난 세상 어느 나라의 사람보다도 더 친절했던 이란 사람들.

때로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고,

때로는 우리와 긴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또 때로는 그저 미소를 띄워 주기도 했고...

 

이란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본다.

 

이스파한의 공원에서 만난 이란의 학생들.

이스파한 공원은 우리의 아침 식사터였다.

화덕에서 갓 구운 난 몇장과 땅콩, 오렌지 쥬스를 사들고 아침마다 이스파한의 공원을 찾았다.

사막의 한가운데라고는 믿기지 않을 초록 잔디와 키 큰 나무들이 가득했던 공원.

이란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나와서 공원을 거닐기도 하고

우리나라 장기 비슷한 것을 즐기는 무리도 있었다.

 

학교에서 단체로 나와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을 만나기도 했고.

 

 

이란의 색을 '파란색'과 '금색' '은색'이었다.

영원을 뜻한다는 파란 색깔 문양의 모스크와 파란 하늘,

그리고 복잡한 문양의 금은 세공품.

쟁반, 화로, 그릇등 금은 세공품을 만드는 장인의 손길.

 

내가 제일 좋아했던 난 가게의 할아버지.

여자들이 서있는 줄 제일 뒤에 서있으면 나를 앞으로 불러내줘서

돈도 안받고 그냥 공짜로 주기도 했는데...

- 난은 이란 사람들의 주식이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난을 살때 한번에 10장, 20장씩 산다.

  우리가 쌀을 사듯이.

  아침에도 먹어야 하고, 점심도 저녁도 먹어야 하니까...

  그러나 우리는 사봐야 고작 한 두장 정도여서

  길게 이어져 있는 줄 끝에 있는 나를 발견하면 거의 대부분 공식적인 새치기(?)를 시켜서라도

  순서를 바꿔서 앞으로 불러줬다. -

 

지금부터 쭉~~ 이어집니다.

난 가게와 즐겁게 일하고 계시는 아저씨들.

케밥을 파는 식당 총각들~~~

 

여긴 마샤드였나? 테헤란이었나?

 

분명 난 가게였는데,

아저씨 얼굴은 영락없이 중국집 자장면 면발 뽑는 아저씨 얼굴이다.

 

우리 접시를 보고 있다가 양파가 모자라거나, 야채가 모자라면 슬그머니 다시 채워주시던 분들.

 

이 총각은 우후훗!!! 잘 생겼는데!!!

 

혼자만 찍고 있으니 나머지들도 같이 폼을 잡아준다.

 

낮시간 쉬라즈의 한 공원에 한 무리의 여성들이 야외에서 요가 수업을 받고 있다.

여성들끼리 모여있지만 이 곳은 야외라

모두들 히잡을 두르고 있다.

최근에 이란에서 인기있는 스포츠가 에어로빅이라는 데,

에어로빅은 실내에서 하기 때문에 여성들끼리 있을 때는 히잡을 벗고 한단다.

 

또 다른 공원의 한 쪽에 남자들은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있고.

그런데 의자가 예술이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하는 야외  침상(?) 같은 것.

저런 곳에는 한명만 올라가서 거의 눕듯이 있어야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이렇게...

이란의 식당에서는 이런 의자(? 탁자? 자리? )를 흔히 볼 수 있다.

야외 식당도 그렇고, 실내 식당도 마찬가지.

등을 기대고 저렇게 편안하게 앉아 식사를 하기도 하고

물담배를 피기도 하고..

페르시아의 왕자, 왕비가 따로 업다.

거기에 반드시 덧붙여져야 하는 것... '페르시아의 양탄자'

 

이 공원에는 아예 텐트를 치고 있는 사람도 있다.

큰 가스통까지 준비하고.

저녁이면 공원으로 나오는  대형 카페트까지 들고 저녁밥을 준비해서 나오는 가족들이 많은 이란 문화이다보니

이란의 공원들에는 텐트를 칠수 있도록 만들어 둔 곳이 제법 많다.

 

물론 이 팀들은 카페트 없이 그냥 잔디위에 앉아있지만.

아참!!! 이 사람들은 한 가족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한명이 시를 읽고 나머지는 감상하는 그런...

우리에게도 합석하라며 과일까지 주며 시를 읽어주었었는데,

도통 무슨 소린지 알수가 있어야지.

그들의 영어도 짧고 우리 역시 짧았으니

친절에 감사해서 우리는 웃고, 저들은 우리를 환대해서 웃고...

그저 서로의 얼굴을 보면 웃기만 했던 시간들.

 

이 공원에는 무슨 체조같은 걸 하는 사람도 보인다.

중국엘 가면 우슈니 뭐니 해서 공원에서 체조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이란에서는 의외였다.

쿵후 비슷한 걸 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사진을 찍으니 신이나서 뒤로 돌고 앞으로 차고

온갖 포즈를 다 취해주시던 분이었다.

 

그래, 처자는 어디서 왔수?

허걱!!! 이 할아버지들.

내가 히잡을 둘러쓰고 거기다 얼굴 안타려고 모자까지 촌스럽게 눌러 쓴데다

썬글라스를 끼고 있으니 나이를 가늠할 수 없나 보다.

이거 괜찮은 변장술인데?

Korea?  Oh!!! Good country!!!

Korea company is very good!!!

이란 어디를 가나 한국에 관한 인식은 정말 좋다 .

대장금도 뜨고, 주몽도 뜨고...

삼성이니 엘지니 우리나라 전자제품에 대한 인식도 아주 좋다...

하여튼 외국에 나오면 한국이 좋다는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다.

'국외용 애국자'라고나 할까?

 

이 아주머니는 또 무얼하시나?

나무 잎사귀 벌레를 잡고 계시나?

아니다.

가만 보니 손을 자꾸 입으로 가져간다.

그리고는 오물오물...

가까이 다가서는 나에게도 한번 맛보라며 새까맣고 조그만 열매를 한웅큼 따주신다.

우리나라 뽕나무 열매같다.

금방 혓바닥이 까매진다.

 

페르시아 제국의 영광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란.

사막 한가운데 물길을 끌어와 엄청난 밀농사를 짓고

아름드리 나무 공원을 만들어 내는 위대한 기술을 가진 이란.

기름이 나는 산유국으로 길거리에 수많은 차들이 빵빵거리며 돌아다니는 이란의 또 다른 한켠에는

아직도 또 다른 교통수단으로 당나귀를 타는 사람들도 있는 의외의 이란.

이동수단이자 걸어다니는 야채가게. ㅋㅋ 

 

이란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시인 하페즈의 무덤에서.

공원으로 만들어놓은 하페즈의 무덤에는

지금도 사람들이 찾아와 꽃을 받치고

그가 지은 시를 읊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렇게 슬플까?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고 눈물을 흘리고

뒤에는 그의 시집을 읽고 있는 한 커플.

이 또한 의외의 모습이었다.

 

 

이 사람들을 CNN 방송이나 다른 신문에서 봤다면

무슨 테러리스트쯤 생각했을까?

이렇게 생긴 사람들은 보면 왜 우리는 '테러'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던 것일까?

정말 순수하고 정직한 사람들인데...

 

그저 만나기만 하면 이렇게 친절한 사람들인데...

우리가 다가서기도 전에 먼저 우리에게 다가와 따뜻한 미소를 보여주고 말을 거는 사람들인데...

그동안의 편견들이 깨지면서 이란이 더 아름답게 우리에게 다가왔는데... 

 

무슨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 필요가 없었다.

머뭇거리고 있으면

어디선가 누군가가 불현듯 나타나 우리에게 도움을 줬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혹시 시간이 나신다면 차라도 한 잔 할 수 있을까요?"

꼭 우리나라 드라마가 인기가 있어서 그런 것 만은 아니었다.

우리나라 제품이 품질이 좋아서 그런 것 만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온 우리 뿐만 아니라

가운데 있는 사람처럼 스위스에서 여행을 왔다는 외국인 여행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제일 왼쪽에 있는 사람은 스위스에서 온 저 여행자와

한국에서 온 우리까지

모두들 '하나님이 보내주신 선물'이라며

자기에게 차를 한 잔 대접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며 우리를 환대했다.

어느 여행지에서 이렇게 친절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아무런 이유가 없이...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저 자기 나라를 찾아와 주신 손님들은 환대한다며...

 

페르시아 제국의 위대한 왕 키루스 왕의 무덤을 함께 찾아갔던 그리스 사람 둘과 우리 둘에게

이란 사람들을 그냥 그렇게

아무 계산 없는 친절을 베풀어 주었었다.

 

테헤란의 이 할아버지도.

그냥 길거리를 걸어가는 우리를 붙잡고

테헤란 다음에는 어디를 여행할꺼냐고?  혹시 마슐레라는 곳에도 갈꺼냐고...

모르겠다, 어쩌면 갈지도 모른다는 우리의 막연한 대답에

자기 아들이 바로 거기 산다며 자기 아들집에 꼭 들르라며

굳이 자기 가게 안으로까지 들어오라고 해놓고

아들과의 전화통화 시도를 계속 하셨다.

마침 그 때 아들이 집에 없었는지

전화 통화가 되지 않자, 그러면 저녁에 자기 집에 밥 먹으러 오라고

그러면 나중에 아들한테 전화를 다시 하겠다며

무한한 환대를 해주신 할아버지.

어느 나라에서 우리가 이런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마샤드를 가는 기차 안에서 만난 이란의 직업 군인들.

아주 유창한 영어로 마샤드까지 가는 밤 기차가 전혀 지겹지 않았던 한 방 식구들(?).

1979년의 이란 혁명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리 감격해 하며

이란 역사 부터 이란의 여러가지 문화에 대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채 알려주고 싶어했던 친구들.

 

길을 헤매던 우리에게 학교 가는 길을 멈추고 상세하게 알려주던 고등학생.

그 녀석!!! 눈썹 한번 멋지게 생겼다.

순악질 여사의 일자 눈썹이 상상속에서 만들어 낸 모습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딱 현실에서 만날 줄이야...

 

제법 많이 개방되고 여자들에 대한 제약이 느슨해진 다른 도시 들과는 달리

여전히 엄격한 규율이 요구되고 있었던 마샤드에서 자신의 차도르를 나에게 빌려주었던 숙소에서 일하던 아가씨.

검은 차도르 없이 도저히 거리를 나설 자신에 없는 내게

차도르를 입혀주고 같이 사진 한장, 찰칵.

온 몸을 휘감고 땅바닥을 질질 끌던

커다란 차도르를 감당하지 못해 쩔쩔 헤매던 나에게

이리 저리 감아 주고 일일이 매듭을 해주던...

 

그리고 이 군인.

우리에게  쉬라즈 버스 터미널을 알려주려고 같이 한 5Km는 걸었을거다.

그렇게 먼 길이라면 애초부터 버스를 타라고 가르쳐 주면 그만인 것을.

멋도 모르고 걸어서 가겠다는 우리의 말에

자기도 끝까지 따라와서 터미널 앞까지 우리를 데려다 주고 돌아섰다.

 

그 외에도 일일이 다 적을라고 치면 끝도 없다.

맛있는 식당을 가르쳐 주겠다며 동네 골목골목 우리 손을 붙잡고 어디까지 데려다 주던 아저씨.

버스에서 내려 길을 헤매는 우리를 데리고 그 먼길을 마다않고 같이 걸어가줬던 청년.

걷다 걷가 결국 더위에 지친 우리를 안타깝게 바라보다

지나가던 자가용을 붙잡아서 태워줬었지.

이 친구는 아마 우리가 돈이 없어서 걸어가고 있었다고 생각해서 였던지

자가용 아저씨에게 우리를 그냥 태워주라고 부탁까지 하고,

또 그 자가용 아저씨는 선뜻 우리를 그냥 태워주기도 했고,

테헤란의 더위에 지쳐 길바닥에 멍청이 서있는 우리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와서 내밀던 노부부,

그냥 한번 웃었을 뿐인데 자기가 만든 쿠키라며 박스째 주려고 했던 예쁜 아가씨들,

...

이란 테헤란 공항에 내리면서 부터 우리는 친절한 이란 사람들의 도움으로 시작되어

다시 테헤란 공항을 통해 그 나라를 떠나 올때까지 그들의 친절을 계속 되었다.

그리고 어디든 우리에게 보여주던 그 따뜻한 미소.

심지어 운전을 하면서 운전자가 앞을 보지 않고 고개를 돌리면서 까지 우리에게 인사를 해서

저러다가 혹시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까지 됐었던 시간들...

 

그들에게 우리는 진정 하느님이 보내주신 선물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