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20100612 '천둥소리! ' 나이아가라폭포

프리 김앤리 2010. 6. 15. 05:09

  

정말 많이 봤던 장면이다.

마치 이미 와봤던 것 처럼.

나이아가라 폭포다.

나이아가라는 영국인이나 프랑스인들이 이곳으로 오기전부터 여기에서 살고 있던

이로콰이(Iroquoi)족이  부르던 온귀아라(Onguiaahra)에서 유래한다.

'천둥소리의 물줄기'라는 뜻이란다.

온천지를 깨우는 '천둥소리'.

나이아가라 폭포는 미국쪽 폭포, 캐나다쪽 폭포로 나뉘어져 있다.

캐나다쪽 폭포가 미국쪽 폭포보다 훨씬 더 웅장하다고 알려져있었는데

직접 와보니 한눈에 알겠다.

사진으로 그렇게 많이 보고 말로도 그렇게 많이 들었는데

보고나니 단번에 이해된다.

왼쪽에 있는 것이 일직선 모양의 미국쪽 폭포, 멀리 보이는 것이 말발굽 모양의 캐나다쪽 폭포다.

 

미국쪽 폭포 앞에 섰다.

여행을 떠나온지 일주일도 안됐는데 벌써 얼굴이 새카맣다.

자외선이 강하다나 어떻다나???

선크림도 별로 소용없는 것 같다.

 

토론토에서 버스를 타고 두시간 이상을 달려온 곳.

역시 여행은 배고픈것 부터 시작된다.

밥부터 먹자.

폭포가 내려다 보이는 곳을 기웃거린다.

점심시간이 약간 지나서인지 연어하고  아보카도가 들어있는 누드김밥 두 박스를 하나 값으로 준단다.

얼른 샀다.

그리고 새우가 든 왕 컵라면과 함께.

나무 데크위에선 가수가 노래도 부르고....

 

따뜻한 국물로 배를 채우고 나니 폭포가 더 자세히 보인다.

햇볕이 쨍쨍 내려쬐는 날씨인데도 역시 뜨뜻한 국물이 들어가니 좋다.

미국쪽에서는 폭포 아래까지 내려 갈수 있도록 다리가 있나보다.

노란 비옷을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내려온다.

  

나이아가라 폭포 관광의 핵심은 저 보트를 타고 폭포의 가까이까지 가는 거다.

이름하여 안개아가씨호. (Maid of Mist Boat).

영화나 TV에서 많이 봤던 장면이다.

 

캐나다쪽에서 보트를 기다리며 먼저 나간 보트의 사진을 찍는다.

폭포의 거대한 물보라가 이곳까지 전해온다.

카메라 렌즈에 잠깐 사이에 물방울이 낀다.

온몸을 다 뒤집어 쓸수 있는 큰 우비를 입었다.

배를 타고서 사진을 찍는 다는 건 무리다.

이곳에서는 그냥 폭포를 즐기고 나중에 올라가서 찍어야지.

 

폭포의 높이가 50m 나 된다니 그저 위로만 쳐다볼 뿐이다.

엄청난 물보라.

 

U자 모양을 하고 있는 캐나다쪽 폭포로 다가간다.

하늘도 보이지 않는다.

옆사람의 말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천지가 진동하는 듯 물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온몸으로 퍼붓는 물보라만 있을 뿐이다.

거대하다.

 

물보라 사이로 선명한 무지개가 뜬다.

 

모두들 그저 앞에 놓여 있는 거대한 폭포만을 볼 뿐이다.

 

소용돌이 속에 파묻힌다.

엄청나게 큰 물줄기로 떨어지는 폭포가 만들어내는 소용돌이 안으로 우리를 태운 배는 휘감아 돈다.

우비로도 가릴 수 없는 발은 이미 다 젖었다. 

이제는 여기를 빠져나가야 한다.

천둥소리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나이아가라폭포가 있는 나이아가라 강은 미국과 캐나다 국경을 가른다.

두 나라를 연결하고 있는 Rainbow Bridge.

저 다리만 건너가면 바로 미국이다.

미국!!  한달만 기다려! 곧 우리가 가마.

 

이곳을 오기 전에

우리는 거대한 자연 속에 폭포만 오롯이 있는 줄 알았다.

광활한 자연과 그리고 거대한 폭포.

거친 자연 환경 안에 거대한 자연이 숨어있는...

그러나 웬걸? 여기는 아주 화려한 관광도시다.

수많은 호텔들과 카지노.

우리는 왜 옹기종기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동떨어져 있는 거대한 나이아가라만 생각했을까?

 

잘 만들어져 있다.

안개아가씨호를 타고 올라오니 폭포 가까이까지 가는 길이 잘 나있다.

Table Rock.

탁자처럼 넓직한 바위가 있었던 곳은 이제 관광객에게 기념품도 팔고, 창가로 폭포를 내려다보면서 음식을 먹을 수있는

레스토랑도 있는 곳으로 잘 정비되어 있다.

 

맞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냥 놓치기에는 아까웠을 것이다.

관광 인프라를 만든다는 것이 이런 것인데...

 

테이블 록에서는 캐나다쪽  폭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비록 물보라가 쳐서 다시 흠뻑 젖을지라도.

하기야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맞는 물보라는 좋은 것이라 하지 않는가

뭐 일설에는 나이아가라가 '나이야!!! 가라!!!'라는 뜻이라며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물을 맞으면 나이가 저 멀리 물러가서 더 젊어진대나 어쩐대나???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의 94%는 이쪽 캐나다 쪽 폭포에서 흘러내린단다.

위에서 보고 있으니 거세게 흐르는 물줄기가 두렵다 .

이 쪽 폭포의 U자 모양이 마치 말발굽처럼 생겼다고 해서

예전 홀스슈(HORSE SHOE)폭포라고도 한다.

폭포의 물이 떨어지면서 아래의 땅을 계속 침식해서 폭포는 점점 더 안쪽으로 들어가고 있단다.

예전에는 해마다 거의 0.7~1m씩 안쪽으로 후퇴했는데 지금은 위쪽에 발전소를 만들어 수량을 조절해서

침식되는 폭이 줄어들었다.

 

또 무지개가 걸렸다.

이 곳에서 무지개를 보는 일은 정말 흔한 일이다.

 

무지개 앞에서 사진 한장 더 찍어볼까?

으앙!!! 정말 많이 탔다.

새깜둥이다. 

 

밤이다.

나이아가라의 여름밤을 보기위해서는 참 끈질긴 인내가 필요하다.

저녁 9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하늘은 완전히 빛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런데 폭포에 비치는 환상적인 빛 쇼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들에게

나이아가라는 폭포보다 먼저 호텔의 불을, 카지노의 불을 안겨주고 있다.

금요일 저녁.

어디서 모여들었는지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식당이 통째로 돌아가면서 나이아가라 전체를 조명해준다는 스카일론 타워.

"올라가고 싶나?"

"아니"

우린 사실 저런 곳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근사한 레스토랑, 고급스러운 메뉴, 화려한 식탁...

... 그러니까 평생 저런 식당에 한번도 못 앉아보지...

... 저런 걸 좋아하고 원해야 억지로라도 한번 폼 잡아보는데...

"밥 먹는데 식당이 빙빙 돌면 어지럽지 않겠어?"

"저기서 쓸 돈으로 그냥 푸지게 밥먹자!!!"

ㅋㅎㅎ

 

드디어 밤이다.

Friday night!

여름 금요일 밤에만 한다는 나이아가라의 불꽃 놀이 쇼!

물줄기가 만들어내는 자연의 천둥소리를 눌러버리는 인간이 만든 불꽃놀이의 폭음.

여기저기 탄성이 터져나온다.

 

맞은 산 언덕에서 쏘아대는 갖가지 불빛들로 폭포는 색깔이 변하고...

무턱대고 찾아온 날이 마침 금요일 저녁이라서

폭포와 함께 불꽃놀이까지 구경하고...

 

다음 날 아침.

오늘은 어제와 반대방향, 강 하류로 걸어내려가 본다.

Whirl pool. 

나이아가라강이 90도로 급히 꺾이면서 강폭이 좁아져 하류로 이어지는 곳이어서,

상류에서 내려온 거센 흐름이 일시적으로 막히는 곳이다. 

당연히  자연스럽게  강한 소용돌이가 형성되는 곳이다.

 

나이아가라강의 하얀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는 스피드 보트도 있고...

 

또 그 위를 건너는 케이블카도 있다.

나이아가라의 또 다른 모습이다.

 

 

<아직도 우리의 마음은 한국에 있는 모양입니다> 

화창합니다.

제법 덥습니다.

언제나 우리의 여행이 그렇듯이 참 많이 걷습니다.

걸으면서 이것 저것 하는 이야기들이,

24시간 같은 것을 보면서 같은 주제로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니

여행을 떠나온 것이 맞기는 한가 봅니다.

 

그런데 여기 멀리 나이아가라까지 왔으면서도 우리는 천둥소리를 내는 폭포의 거대함보다는

느긋하고 깨끗한 캐나다에 감동하기 보다는

어느 작은 교회앞,

작은 꽃밭을 둘러싼 박석이 더 눈에 뜨입니다.

이 작은 돌 하나하나가, 거기에 새겨져 있는 짧은 글귀 하나를 더 자세히 보고 있습니다.

거대한 폭포를 보면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작은 꽃밭을 지키고 있습니다.

만나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안타까움이 오히려 잔잔하게 우리의 마음을 휘저어 놓습니다.

폭포의 소용돌이 속에서 느끼는 휘둘림보다 더 크게 우리의  가슴을 파고듭니다.

아직 우리의 마음은 한국에 있나 봅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시 돌아가야 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하루 저녁을 묵었던 나이아가라 폭포옆의 유스호스텔이 아무리 편안하다 하더라도

우리의 진정한 집은 한국에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