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20100623 늑대의 강, 리비에르 뒤 루

프리 김앤리 2010. 6. 25. 12:09

토론토, 나이아가라, 오타와, 몬트리올, 퀘벡...

캐나다 동부를 여행하는데  이곳들은 이미 우리들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는 도시다.

그래서 토론토 다음엔 나이아가라, 다음은 오타와... 몬트리올 ...퀘벡 이런 여정을 짜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문제는 그 다음에 어디로 가는가가 고민이었다.

난생처음 생각해본 캐나다의 아주 깊은 동쪽.

노바스코샤라는 지명도 뉴브런즈윅도 처음 듣는 지명이었다.

몬트리올, 퀘벡에 있으면서 캐나다 지도에 머리를 쳐박고 온갖 지역을 다 훓었다.

가스페? 타투삭? 마탄? 리무스키??? 모두들 낯선 도시, 처음 들어본 지명들이었다.

도대체 어디로 가서 어떻게 가야 가장 동쪽 끝으로 갈 수 있을까?

또 어디서 어떻게 미국쪽으로 빠져나가야 하나?

우리는 이미 캐나다 지도 위에서 이곳 저곳을 여러 수십번도 더 지나가고 돌아가고 있었다.

...

그러다가 찾아낸 곳이 '리비에르 뒤 루'이고 '몽크톤'이었다.

정해진 코스가 아니라 '우연'이라는 것이 개입된 여행이 더 즐겁다고 했던가?

 

난생 처음 들어본 도시, 우연이 만들어 낸 뤼비에르 뒤 루 (Riviere du Loup - River of wolf)에서 행복한 며칠을 보낸다.

 

황량한 벌판 같은 곳에 버스가 섰다.

캐나다 동부쪽을 다니는 오를레앙 버스 터미널이다.

주변엔 아무 것도 없다.

뤼비에르 뒤 루에 단 하나 있다는 호스텔에 전화로 이미 예약은 해 두었지만

어디에 붙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인터넷 상으로는 마치 버스 터미널 바로 옆에 있는 것 처럼 설명해 두었더니만

버스는 황량한 벌판 한 가운데 세워준다.

 

주유소에 들어가서 물어보고, 니산 자동차를 파는 사무실을 하나 발견하고 물어본다.

영어가 잘 안통한다.

아직 퀘벡주이고 불어가 더 많이 사용되는 곳이다.

하여튼 우리가 보여주는 호스텔에다 전화까지 걸어서는

불어와 영어를 섞어가면 손짓발짓으로 하여튼 이 길로 쭉 가라고 가르쳐준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도 없다.

그냥 걷는 수 밖에 ...

가볍게 싼다고 쌌지만 여행자들에게 배낭은 여전히 어깨를 짓누르는 짐이다.

오늘따라 날도 덥다.

얼마나 걸었을까?

4Km는 더 걸은 것 같다.

 

아!!! 드디어 나왔다.

깨끗하다.

스텝도 엄청 친절하다.

방값도 싸다.

 

남녀 따로 분리되어 있는 도미토리도 있지만 우리처럼 남녀가 섞여서 도미토리를 예약한 사람은 없다면서

4인용 도미토리에 우리 둘만 들어가게 해준다.

모든 것이 Excellent다.

 

애초부터 뤼비에르 뒤 루는 꼭 가야 할 어디도, 꼭 봐야 할 무엇도 없었다.

노바스코샤의 헬리팩스와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PEI)를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 정도였다.

한 이틀 쉬면서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한국 월드컵 축구도 보고, 인터넷이나 하자는 생각.

 

그런데 거기서 하나가 덧붙었다.

맛있는 거나 많이 먹자.

21달러에 아침밥까지 준다니 더 말할게 뭐 있겠는가.

위의 사진은 우리의 아침밥.

시리얼에 우유, 빵 (빵 종류가 가지가지다. 품질 좋은 식빵도 많고 꿀을 발라먹을 수 있는 와플도 있다. )

직접 만든 것 같은 각종 쨈에 커피, 오렌지쥬스까지...

아침마다 푸지게 먹었다.

 

바로 앞에 있는 슈퍼에 가서 먹을 걸 잔뜩 사왔다.

이건 직접 만들어 먹은 우리 점심.

밥도 하고 미역 된장국도 끓이고, 감자 볶음, 양송이 볶음, 

게살(슈퍼에서 게살인줄 알고 샀는데 완전 게살은 아니고 우리나라보다는 게살이 조금 더 많이 섞인 맛살)까지...

 

호스텔에서 오늘은 저녁 메뉴를 7.25달러에 판단다.

7.25달러라면 캐나다의 다른 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싼 가격이다.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전채요리로 나온 캔 복숭아 위의 참치.

상추를 아래에 깔아 분홍색, 살색, 초록색 색깔 궁합도 환상이다.

맛은 이루 말할수도 없고.

우리나라에 가서 나도 해먹어야겠다.

복숭아는 우리나라 깡통 황도, 바로 그거다.

참치도 캔에 있는 것 그대로...

 

 본요리 - 돼지고기 바베큐 , 감자 마요네즈 범벅, 피망조림,

후식 - 애플파이.

그리고 커피...

7.25달러.... 환상이다.

슈퍼에서 맥주 두 병을 사와 완전 정찬을 만들었다.

 

이건 또 다음날 점심.

소세지 굽고, 감자 삶고, 토마토까지 곁들여서...

부엌에서 후다닥 만들었다.

 

한번은 밥과 라면, 그리고 햄 가득 넣고 야채 가득 넣어서 발사믹 소스로 버무린 야채 샐러드로...

한 캔의 맥주는 필수다.

ㅋㅋ

 

피쉬 마켓에서 사온 연어구이를 머스타드 소스와 케쳡으로 멋을 부리고

오이 잘라놓고, 상추는 호스텔의 프리푸드 (Free Food) 코너에 있는 이탈리안 드레싱을 살짝 뿌리고...

밥도 하고...

물론 머스타드 소스와 케쳡도 프리푸드 코너에 있는 거였다.

언제든 마시라고 내려놓은 커피도 한잔 곁들여서...

 

이만하면 식탁은 쫄쫄 굻고 있는 배낭여행자는 아니니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걱정마시라...

세상 어느 곳엘 가든지 슈퍼와 부엌만 있으면 먹는 건 잘해 먹고 있으니...

 

며칠간 뻔질나게 드나든 우리 부엌이다. 

밥도 하고 감자도 삶고 소세지도 굽고 커피도 내리던...

단한번 시켜먹었을 때를 빼고 나면 설겆이는 항상 우리 몫이다.

우리가 해먹었으니 치우는 것도 당연히 우리 몫이여야지...

 

부엌 밖으로 나와 있는 야외 식탁에서 상쾌한 바람과 함께 먹는 식사.

이 낯선 곳에서도 낯설지 않고, 외롭지 않고, 피곤하지 않았던 이유다.

게다가 하루는 방에서 인터넷으로 우리나라 축구도 보고...

16강에 올라간 것을 먼 곳에 있으면서도 같이 기뻐하고...

영화도 한편 보고...

 

우연히 들른 곳,

뤼비에르 뒤 루가 포근하게 다가온다.

 

뤼비에르 뒤 루 (Riviere du Loup).

Loup의 강이다.

호스텔에 있는 앤디의 말에 의하면 '늑대의 강'이라는 뜻이란다.

 

버스 터미널에서 호스텔까지 걸어온 거리가 거의 이 도시의 끝에서 끝 정도에 해당할 만큼 조그만 도시다.

도시의 바로 앞으로는 퀘벡에도 있던 세인트로렌스 강이 흐르고 있다.

흘러 흘러 대서양까지 가는 강물이다.

저 강물을 가로질러가면 퀘벡주의 또 다른 강변 도시들이 나온다.

 

사람들이 터를 잡기 이전에는 이 강에 늑대가 나타났을까?

그만큼 숲이 우거졌던 것일까?

 

인구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도시 전체가 깨끗하고 아주 조용하다.

 

그런데도 여행자들은 제법 많이 오는 곳이란다.

'에코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곳이란다. 

 

호스텔에 있는 스텝한테 소개 받아서 마을 뒤쪽에 있는 폭포까지 간다.  

세인트로렌스강의 지류로 이 도시를 가로질러 흐르고 있는 루 강에 있는 폭포다.

그냥 동네 뒤쪽에 있는 폭포라고 해서 자그마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크다.

주변의 산세도 좋고...

 

폭포 뒤 편으로 나와있는 여러갈래 트레킹 코스 중에 우리도 하나를 택해서 걷는다.

 

캐나다가 배경이었다는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를 떠올린다 .

그 영화는 서부 쪽에서 찍었다지만...

숲속을 흐르는 강물을 만나면 항상 그 영화가 생각난다.

강물속으로 들어가서 하는 루어낚시는 아니지만 조그만 나무 낚싯대를 가지고 낚시를 하는 꼬마들을 만나니

그 생각이 더욱 많이 난다.

그런데 그 꼬마들... 아무 고기도 못잡았더라.

그래서인지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는냐는 우리의 말에

단호하게 'No' 라고 말한다.

그래서 귀여운 꼬마 낚시꾼의 사진을 찍지 못했다.

 

저녁 7시가 훨씬 더 넘은 시각이었는데

아직 햇살이 환하다.

초록 나뭇잎은 햇빛을 받아 한여름  노란 색깔을 띈다.

 

그러다가 햇빛이 한줌도 들지 않는 울창한 숲이 있는 길도 나타난다.

 

조용한 루 강.

 

이 사람들도 여름을 즐기겠지?

겨울엔 키보다 더 높이 눈이 쌓인다는데...

한겨울엔 너무 추워 밖으로 나갈수도 없다는데...

저녁 4시만 되면 어두워지고 춥던 겨울을 보내고

이렇게 화창한 여름을 이 사람들도 늦은 시각까지 즐기겠지?

폭포 뒤 쪽으로 나있는 트레킹 코스를 따라 걷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난다.  

 

참 환하다.

참 편안하다.

뤼비에르 뒤 루.

 

폭포 위로 올라와봤다.  

저 멀리 이 마을의 상징이라는 생뤼저 교회의 첨탑이 보인다.

한 겨울에는 폭포가 꽁꽁 얼어버리고 강물도 얼어서

폭포 앞에 있는 암벽에는 '빙벽타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든단다.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만난 마을 한가운데 있는 공동묘지.

 

그냥 사람들 사는 집 바로 앞에 있다.

마을의 한 가운데 있다.

삶과 죽음이 하나라고 하셨는데...

햇살이 환하게 비치는 마을 한가운데 있는 묘지.

음산하지 않아서 좋다.

밝아서 좋다.

따뜻해서 좋다.  

 

하루는 세인트로렌스 강까지 나갔다.

다운타운에서 아주 먼 곳까지 걸어가야 한다.

루 강도 건너가야 한다.

자전거를 빌려서 가라고 추천했는데

오르막, 내리막이 제법 많은 것 같아

잘못하면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이고 가야 할  것같아 그냥 걸어서 갔다.

여전히 우리가 하는 뚜벅이 여행처럼.

먼 길을 걸어왔다.

세인트로렌스 강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강이 너무 넓어서 바다같다.

 

뤼비에르 뒤 루가 '늑대의 강'이라고 하더니만

강변에 있는 호텔에 큰 늑대 인형을 만들어 두었다.

'루 호텔'(늑대호텔)의 광고판이다.

늑대가 무서운 게 아니라 귀엽다. 

 

강으로 가는 길에도 역시 햇살 찬란한 초록 숲길이 있다.

 

이 사람들도 이 찬란한 여름을 즐기겠지?

세인트 로렌스 강을 왔다갔다 하는 페리다.

 

그 강의 끝에 있는 인디언 모형 앞에서

 

강이 바라보이는 곳에는 모두 소담한 집들이 있다.

예전 이 곳에 유럽 사람들이 와서 처음 정착할 때

육지엔 지름 2미터 가까운 아름드리 나무로 가득해서 길을 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강이 유일한 교통망이었다고 한다.

이동하기에 편리한 강가에는 모두 지위가 높은 사람과 군인들만 살수 있었다는데...

 

강변따라 산책길도 잘 나와있고...

 

잘 먹고 편안하게 쉬고 있는 뤼비에르 뒤 루.

걷는 것 조차 편안한 느낌이다.

 

이 곳에는 언제부터 사람들이 살고 있었을까? 

 

누가 주인일까?

지금 이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주인일까?

예전부터 이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주인일까?

아니면 지금 이 순간, 바로 이 곳을 걷고 있는 우리가 주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