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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6 빨강머리 앤과 랍스터.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PEI)

프리 김앤리 2010. 7. 1. 15:06

 

캐나다 지도를 보면 온타리오주를 지나 퀘벡도 더 지나고 동쪽으로 한참 가다보면

동쪽 위로 초승달 모양의 큰 섬이 하나 나온다.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다.

캐나다 본토에서 바다위로 13Km의 긴 다리로 연결해 놓은 섬.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설(동화? 만화?) ' 빨강머리 앤'의 무대이다.

빨강머리 앤(원작 : Anne of Green Gables) 의 작가 루시 몽고메리가 태어나고 자랐던 곳이다.

빨강머리 앤은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에서의 그의 어린 시절이 그대로 녹아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누구에게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PEI)는 '빨강머리 앤'으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의 어디를 가도 빨강머리 앤을 만날 수 있다.

기념품 가게에서 인형으로 만나기도 하고, 뮤지컬 공연을 볼 수 도 있고,

소설에서 보다 더 상세하게 만들어놓은 앤의 집도 있다.

 

그러나 또 누구에게는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가 다른 모습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

 

누구는 우리에게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를 가면 꼭 랍스터를 사먹어야 한다고 말했었다.

자기는 거기에서 먹었던 랍스터의 맛을 잊지 못한다고...

과연 프린스 에드워드의 주도, 샤롯타운(Chalottetown)의 거리와 항구에는 랍스터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랍스터 간판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과연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빨강머리 앤?

맛있는 랍스터?

 

 

< 샤롯타운에서 >

몽크톤에서 어정쩡거리다 샤롯타운에 있는 유스호스텔을 예약하지 못했다.

시한을 넘겨버린거다.

에라이 그냥 가볼까? 게기다 보면 무슨 답이 나오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저녁 늦게 몽크톤 호스텔 귀퉁이에 붙어 있는 전화번호를 하나 발견했다. 

아무 설명도 없이 그냥 샤롯타운에 있는 hostel이라고 누가 갈겨 써놓은 거였다.

몽크톤 시몬 인(C'mon Inn)호스텔의 주인한테 물어봐도, 스텝한테 물어봐도 자기들은 잘 모르겠단다.

누군가가 적어놓은 것 같다나?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전화를 했다.

아주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가 받는다.

전화상으로 내가 하는 말은 거의 들리지 않는지 ...

우물거리는 말투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신다.

어디서 오냐고, 몽크톤에서 갈거라고 하니까 무조건 터미널로 픽업하러 나오신단다.

아니, 다운타운에서는 얼마나 먼지?

가격이 얼마인지?

아침 밥은 주는지? ...

모든 것 다 생략하고 무조건 내일 데리러 가겠다고만 말하고 See You, tomorrow.다.

 

그리고 샤롯타운에 버스가 도착하자 아주 연세가 많으신 할아버지가

'Kin' 이라는 종이 조각을 들고 계신 것을 발견했다.

내 이름은 'Kim'인데...

가만보니 귀에 보청기를 끼셨다.

80도 넘으신 것 같다.

거절 못했다.

다운타운에서 아주 먼 것 같았지만, 우리를 Pick up 하러 와준것만 해도 감사해서...

건강하게 지금까지 일을 하고 계시는 게 고마워서...

우리에게 내 준 방도 반 지하방이었다.

밥도 안 주신단다.

그래도 거절 못했다.

모든 것이 그저 고마워서.

다행히 가격은 굉장히 쌌다.  두 사람에 33달러.

다운타운까지는 자기 차로 데려다 주신단다.

어디가 어딘지 모르니까 미안했지만 그건 받아들였다.

가까이에서 말을 해도 잘 못 알아듣는 할아버지,

돌아갈 때는 멀어도 우리가 알아서 돌아가겠노라고 다운타운까지 안데리러 나오셔도 된다는 말씀밖에 못드렸다.

그냥 고마웠다.

그런데...

사실 다운타운에서 억수로 멀었다.

걸어서 돌아가면서 다리 뿌싸지는 줄 알았다. 

 

샤롯타운의 시청 투어를 하면서.

캐나다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인지,

시청투어라는 것도 별 내용도 없다.

그냥 몇개의 방을 보여주는 것 밖에...

그러니 우리 두 사람만을 위한 투어도 해주지...

 

여름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는 언니(?) 들과...

유쾌, 그 자체다.

 

샤롯타운의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워터 스트리트.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서 걷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다.

 

워터 스트리트에 있는거울있는 큰 건물 앞에서.

거울 앞에서 찍으니 두 사람 다 나오고(물론 한 사람은 사진을 찍고 있지만...)

비추고 있는 바다도 나오고...

큰 거울이 없으면 우린 함께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올드 샤롯타운의 중심거리.

프랑스 풍이 가득하던 퀘벡과는 다르게 여기는 영국 분위기가 많이 난다.

 

집들도 형형색색인게 영국풍이고...

 

캐나다의 초대 수상, 맥도널드 동상 앞에서.

동상 옆의 글에 의하면 스코틀랜드 출신의 맥도널드라고  쓰여져 있다.

스코틀랜드를 여행할 때 글렌코에 갔을 때

'맥도널드 가문' 이 학살을 당하고 도망을 가고 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

노바스코샤라는 지명이  New Scottland 라는 단어에서 왔다는데...

그 때 그 맥도널드 가문과 이 맥도널드 가문이 같은 것일까?

한참 궁금해 한다.

또 우리가 풀어야 할 여행의 숙제다.

 

몽크톤으로 들어오면서 시각을 다시 한번 더 맞췄다.  

한시간 더 앞으로 보냈다.

그래서인지 여기서는 저녁 9시가 되어도 아직 훤하다.

가로등에 불은 들어왔지만

태양이 완전히 사그라 든 건 아닌 것 같다.

 

늦도록까지 밝은 것에 감사하며

다운타운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집,

보청기를 끼고 있는 할아버지 혼자 사시는 집,

얼마전 까지 같이 살았던 할머니의 수술이 잘못되어 하반신이 마비되어  이제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병원에 있다며 한숨쉬면서 말하시던 할아버지가 주인인 호스텔,

그래도 전화도 받으시고, 혼자서 영업도 하시는 할아버지가 계시는 우리집으로

걸어서 걸어서 돌아간다.

한편으로는 그 늙음에 가슴이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듯이 여전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계시는 것에 감사하며,

이 먼길을 피곤한 줄도 모르고 걸어 돌아간다.

 

 

<빨강머리 앤이 있는 캐번디시에서>

사실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전체가 '빨강머리 앤'으로 살고 있다고 해도 허튼 말이 아니다.

온통 주근깨 아가씨, 빨강머리 앤이다.

그래도 진짜 빨강머리 앤을 만나려면, 앤이 초록 창문이 있는 집이라고 묘사해놓은 집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의 북쪽 해안에 있는 캐번디시(Cavendish) 로 가야한다.

 

캐번디시는 또 몽고메리가 태어나 자라고 결혼을 한 곳이고

몽고메리가 빨강머리 앤 (Anne of Green Gables)를 집필한 곳이기도 하다.

소설 속에 나오는 모든 숲길이, 호수가, 집이 모두 다 이 곳에 있다.

 

캐번디시를 가면 반드시 찾는 곳이 바로 여기다.

소설속의 빨강머리 앤이 말했던 초록지붕의 집.

Gable 이라는 뜻이 '지붕이 뾰족한 집' 이니, Green Gables 이라는 건 뾰족한 초록 지붕을 말하는 것이리라.

바로 앞으로 오솔길도 나있고, 호수도 있는 곳에 Green Gables를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앤이 사용하던 방, 마릴라의 방, 매시의 방 등 가구나 생활도구 소설 속의 이야기들이

현실에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당시의 생활을 짐작 할 수 있도록 헛간도 지어놓았고...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소설에서 보다 더 예쁜 앤의 그림도 있다.

 

샤롯타운에서 캐번디시로 가려면 대중교통은 없다고 했다.

캐번디시 해변까지 셔틀버스가 다닌다지만 그걸로는 그린 게이블스, 몽고메리의 집, 숲길까지 다 돌아다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정답은 차  렌트뿐이었다.

이번에도 호프웰 락에서 같이 렌트를 했던 린과 캐서린과 함께 했다.

호프웰 락에서 돌아올 때 까지만 해도 이런 계획은 없었는데,

다음날 아침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가는  버스에서 다시 만난 거다.

자기들도 가만 생각해보니까 렌트하는 게 더 낫겠다며 거기 가서도 같이 하잔다...

우리야 OK 이지요...

 

그런데 이 친구들은 다운타운에 있는 유스호스텔에 방을 잡고,

우리는 다운타운에서 한참 떨어진 할아버지 방에 묵어서

우리가 다운타운에 있는 방으로 찾아가고, 보청기까지 끼고 있는 할아버지한테 바꿔달래서 서로 전화를 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다음날 다시 만나서 렌트를 함께 했다.

 

그런데 또 웬 횡재?

이 친구들이 아예 큰 밴을 하나 빌리고 ( 에어컨이 고장나서 반값이었다나?)

같은 숙소에 있는 다른 친구 3명을 더 꼬셔서 우리까지 포함해서 모두 7명이나 만들어 놓은거다.

거의 투어그룹 하나가 움직이는 것 같은...

 

그래서 다시 우리는 만났고,

지금 함께 빨강머리 앤의 오솔길을 걷고 있다.

 

나는 아주 어릴때 만화로만 봐서 빨강머리 앤의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데

이 친구들은 아주 자세하게 안다.

오솔길로 들어오니 여긴 앤이 뛰어갔던 곳이다,

여긴 무슨 게임을 했던 곳이다...

그들은 소설(만화) 속의 앤이 되어 숲길을 걷고 있었다.  

 

감동이 우리보다 훨씬 더 한 모양.

우리는 그저 빨강머리 앤을 떠올리기 보다는,

청명한 하늘과 푸른 녹음에 취해 걷고 있는데...

 

소설 속에 나오는 '연인들의 길(Lover's Lane)

중간 중간에 소설 속의 내용들이 적혀 있는 표지판이 있어

사람들은 더 즐거워한다.

 

린과 오늘 새롭게 만난 독일 드레스덴에서 온 네딘.

그도 빨강머리다.

 

나는 까망머리. ㅋㅋ

 

몽고메리가 자신의 책 출판을 꿈꾸면서 그녀의 할머니 일을 도왔다는 우체국과 교회.

이 친구들은 모두 여기에서도 몽고메리의 책 이야기를 다 떠올릴 수 있을까?

우리 나라에서도 드라마가 촬영되었던 곳이나, 소설 속의 실제 장소를 가면 흥분되듯이,

이 친구들도 자기네들이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서 그런지 굉장히 흥분한다.

 

몽고메리 집 바로 앞에 있는 우물.

이것도 그대로 묘사되어 있단다.

 

몽고메리 집 앞에는 그래서 그녀가 말한 한마디 한마디를 다 그대로 옮겨 적어 놓았다.

"'저 숲길로 가면..."

" 새들의 지저귐..."

사람들은 저 설명 하나하나를 다 읽으면서 흐뭇해하며 이 숲길을 걸어간다.

 

살랑거리는 바람, 반짝이는 나뭇잎들, 푸른 잔디밭...

 

나무의 다람쥐도 보이고...

 

여기서는 굉장히 유명하다는 루핀도 보이고...

한 때 생물선생님이었다는 나는 자연에 대해서 아는게 거의 없는데,

린은 나보다 훨씬 더 많이 안다.

나무와 풀, 이름모를 새가 날아가거나 지저귀면 가만히 서서...

나한테 계속 설명해준다.  

 

빨강머리 앤의 모자를 네딘이 쓰니까 딱 어울리기까지... 

나도 저 모자를 한번 써 봤는데, 나는 영 아니었다.

ㅋㅋㅋ

 

나무로 만들어진 낡은 벽 아래에 핀 분홍색과 보라색의 루핀.

 

그 옆에서 폼 한번 잡아보고...

동화속의 마을을 다녀서 그런지, 우리 표정도 동화같다.

 

Green Gables 도 보고, 몽고메리의 집과 오솔길도 다 돌아보고

우리는 차를 계속 몰아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의 해변도 달렸다.

그래서 엽서속에 나왔던 등대도 만나고...

 

캐나다 본토에서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를 잇는 13Km의 긴 다리도 다시 만나고...

 

그 바다에 발을 담그기도 했다.

그런데 가만 따져보면 이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우리 남편이 언제 이렇게 아리따운 처녀들(앗...나는 아줌마다)속의 유일한 남성으로 함께 여행할 수 있었을까?

오늘 남편의 행복한 사진찍기는 계속 되었다.

ㅋㅋㅋ

 

끝도 없이 이어지는 모래 해변...

 

그리고 랍스터를 잡는 어부들의 아주 오래된 집...

 

 

< 드디어 우리도 랍스터를 > 

한국에서도 비싸서 한번도 사먹지 못했던 랍스터.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에 가면 반드시 사먹으라는 랍스터를 놓칠수는 없었다 .

큰 맘먹고 우리도 식당엘 들어가서 각자 한마리씩 랍스터를 시켰다.

으하하하...

우선 전채요리로 삶은 홍합이 한 밥그릇씩 나온다.

 

그리고 감자 범벅과 야채도 한 접시씩 나오고...

 

드디어 등장한 랍스터...

맛?

끝내줬다.

정말 끝내줬다.

둘이 합해서 거금 70달러나 주고 겁도 없이 먹은 랍스터...

으하하하...

 

 

<우리에게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는...>

누구에게는 빨강머리 앤으로, 누구에게는 맛있는 랍스터로 기억되는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우리에게는 무엇으로 기억될까?

 

우리에게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는

둘이서 서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랍스터 파먹기에만 열중했던 시간들로,

속살까지 꽉 들어차있던 쫀득쫀득한 잊을 수 없는 맛있는 랍스터와 함께

어린 날의 동화를 떠올리게 해주던 캐번디시의 초록지붕 앤과 루시 몽고메리가 걸었던 오솔길과 반짝이던 나뭇잎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린과 캐서린... 바람불던 바닷가를 같이 걷던 그 젊은 친구들이 떠오를 것이고

귀에는 보청기를 끼고 말은 우물거리면서 말하던 그 할아버지를,

그럼에도 여전히 건강하심에 감사하던 마음과  한편의 안타까움이 함께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