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20100630 거꾸로 흐르는 폭포, 세인트존

프리 김앤리 2010. 7. 5. 15:31

 

캐나다 동부의 마지막 도시, 세인트 존(Saint John)에 들어왔다.

이제 미국으로 들어갈 일만 남았다.

6월 7일에 출발해 우리는 제법 먼 거리를 온 것 같은데,

캐나다 지도를 보면 아직도 귀퉁이에서 놀고 있다.

캐나다.

참 크다.

 

사실 캐나다의 동쪽 도시 핼리팩스에서 아침 일찍 서둘러서 좀 무리를 하면

미국과의 국경도시 뱅고르에 저녁쯤에는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캐나다에서의 시간을 하루 더 보내기로 했다.

세인트 존이라는 곳엘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침 7시 45분 핼리팩스를 출발해 몽크톤을 다시 거쳐, 오후 2시 세인트 존에 도착했다.

조용한 시골 마을이다.

 

한가운데는 세인트 존 강이 흐르는...

 

우리가 굳이 세인트 존에서 하루를 더 묵기로 한 이유는 바로 이거다.

‘거꾸로 흐르는 폭포’.

‘Reversing Falls'.

 

마을을 흐르는 세인트 존 강이 썰물 때면 바다로 바다로 잘 흘러가다가

밀물 때가 되면 펀디만 쪽으로 밀려 들어오는 대서양 바닷물과 충돌할 때 생기는 현상 때문이다.

 

하루에도 두 번씩 세인트 존 강의 어귀에서는 밀려들어오는 바닷물과 흘러내리는 강물이 부딪힌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큰 날, 밀물때가 되면 밀려들어오는 바닷물의 힘이 세,

강물과 바닷물이 서로 부딪히면서 만드는 물기둥이 1m 이상이 되기도 한단다.

그러면 폭포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것 처럼 보인다고...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이미 한참의 밀물일 때는 지난 시간이라

완전히 거꾸로 흐르는 폭포는 보지 못했다.

그냥 서로가 바닷물과 강물이 저렇게 충돌하고 있구나,

강물은 항상 아래로만 흐른다고,

바다로 바다로 쉼 없이 흘러간다 라고만 생각했던 우리의 관념을 깨부수는 장면이었다고 할까?

우리가 알고 있는 관념, 지식, 상식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는 표면에서의 거친 충돌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겉 표면 말고도

그 속에서도 그들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한쪽은 올라가려고 하고... 한쪽은 내려가려고 하고...

물 저 깊은 곳에서 뭔가를 끄집어 올리듯이 끓고 있었다.

물기둥과 흰 거품을 만드는 겉 표면, 그리고 부글부글 솟아오르는 저 깊은 속.

같은 물이라는 성분이면서도 그들은 금세 하나가 되지는 않고 있었다.

 

왜 거꾸로 흐른다는 폭포를 보고 싶었을까?

책에서 읽은 내용으로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는데...

뭔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르는 우리의 관념을 꼭 깨부수고 싶었을까?

 

사실 와서 보니, 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그 감동이 덜한데...

 

캐나다를 들어오기 전에는 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캐나다는 평온한 나라, 조용하고 깨끗한 나라, 복지가 잘 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편하게 살수 있는 나라...’.

고작 이십 며칠밖에 다니지 않았지만 캐나다는 과연 그랬다.

조용하고 깨끗하고 사람들이 편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그 편안함과 조용함과

그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복지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적어도 복지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에 대해서 생각을 할 때면

그들이 지난 이천년간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봉건시대 -산업혁명 -르네상스- 일이차 대전들을 거치면서

휴머니즘을 만들어 나가고 복지라는 것을 만들어 나갔다는 배경을 알고 있었다.

미국만 하더라도 지금의 부유함이 어쨌든 독립전쟁이라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 있는 일이라는 것 쯤은

기본지식으로 가지고 있었던 반면,

내게 있어 캐나다라는 나라는

그 이전의 과정을 하나도 알지 못한 채

어느 순간부터 편안하고 조용하고 복지가 잘 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번 캐나다 여행에서 배웠던 사실은

이 사람들도 지금의 평안함이 있기 위해서 참 힘든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First Nations라고 불리우는 원주민들의 힘든 삶도 있었고,

유럽에서부터 새로운 땅이라고 개척하기 위해서 수많은 힘겨운 삶이 있었다는 사실.

편안하게 흘러가는 강물이 아니라

부딪히고 깨지고 헤쳐나왔다는 사실.

 

세차게 흐르는 세인트 존 강의 역류하는 폭포?에서

카약을 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캐나다의 역사를 보면 이들도 거친 자연을 개척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투를 벌여 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들에게도 삶이 안정되기 시작한 것은 거의 1900년대에 들어서의 일이었다.

 

거친 물살을 헤쳐 오르듯이...

 

세인트 존 강에서 레져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지금 캐나다의 편안함과 힘겨웠던 캐나다의 역사를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궤변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여튼 캐나다를 여행하면서 내내 머릿속을 엉클어놓고 맴돌고 있던 생각들이

이런 식으로 정리되고 있었다.

아직 서부쪽으로는 여행을 안했으니까..

다시 들어가서 좀 더 여행을 하다보면 다른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캐나다의 평온함을 세인트 존 강의 언덕위에 만들어져 있는 공원에서 다시 한번 더 생각한다.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 마치 폭포가 거꾸로 흐르는 듯한 역류를 발견하는 곳, 세인트 존.

그 곳에서 우리는 격류를 헤쳐나가는 캐나다 사람들을 떠올린다.

같은 물이면서 서로 반대방향으로 흘러가는 강물과 바닷물이

처음에는 서로 다른 것인양 맞부딪히지만

결국엔 다시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본다.

하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