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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628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다시 한번 더? 캐나다의 동쪽 끝, 핼리팩스

프리 김앤리 2010. 7. 2. 13:08

 

 

아!!! 왔다.

캐나다의 동쪽 끝까지...

우리나라를 중심에 놓고 세계지도를 한 평면에 펼쳤을 때 가장 오른 쪽에 있는 곳, 그 끝까지.

노바스코샤의 핼리팩스(Halifax)다.

 

 ... 어릴 때 나는 세계는 꼭 이렇게 생겼다고만 생각했다.

     소련을 비롯한 아시아 지방이 세계의 중심에 있고, 우리의 오른 쪽으로 유럽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이

     그리고 우리의 왼쪽으로 남북 아메리카 대륙이 놓여 있는 세계.

     그래서 같은 이름의 대서양이라는 큰 바다를 끼고 있는데도

     유럽 대륙과 북아메리카 대륙은 지구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유럽을 여행하면서 한 호스텔에 걸려있는 전혀 다른 세계지도를  봤다.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이 세계지도의 중심에 서로들 가까이 있었고

     우리나라는 가장 동쪽 끝으로 밀려나 있었다.

     동쪽 먼 나라, 동방의 아침, 동방예의지국...

     맞았다. 우리나라는 그들에게 있어 가장 동쪽에 있는 아주 작은 나라였을 뿐...

 

자기네들은 우리를 동쪽 끝의 조그만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곳에서 온 우리들은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지도의 가장 동쪽 끝을 찾아

멀고도 먼 길을 달려왔다.

그 끝이 뭐라고...

왜, 꼭 그 곳을 봐야한다고...

 

우리가 도착한 날 저녁,

핼리팩스의 항구에는  드높이 캐나다 깃발만 나부끼고 있었다.      

핼리팩스는 항구다.

캐나다의 해양기지다.

수많은 상선들이 오가고, 해군이 상주하는 곳이다.

 

수백년전 수많은 유럽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쫓아 배를 타고 배를 타고 드나들었던 곳도 핼리팩스였고,

넘쳐나는 바닷물에서 건져올린 대구를 소금 절임하고 말리던 곳이었다.

세계 일차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에는 800만톤의 TNT와 연료를 싣고 오던 프랑스 군수품 수송선이

이 항구에서 폭발해 2천명의 사망자와 9천명의 부상자가 났던 대참사가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다.

또 아일랜드에서 출발한 타이타닉호가 빙산과 부딪혀 바다에 가라앉은 곳도

당시 여기 핼리팩스의 항구와 가장 가까운 곳의 바다였다.

그래서 당시 타이타닉호 구조에 앞장 섰던 곳도 이곳 사람들이었고,

타이타닉호의 주검들의 공동묘지도 이곳 핼리팩스에 있다.

작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타이타닉호를 건조시키던 곳엘 갔었는데,

올해는그 타이타닉호의 끝이 있는 곳에 서있다.
 

80년도 더 넘은 세월의 핼리팩스 대 참사,

100년이 다 되어가는 세월의 타이타닉호의 슬픔.

 

그러나 지금의 핼리팩스는 밝다.

핼리팩스 항구를 따라 계속 사람들이 걸어다닐 수 있는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있고,

늦은 저녁까지 사람들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한다.

기관실이 아주 귀여운 통통배는 내일 아침, 투어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고...

 

항구에는 이 사람들의 역사가 그대로 그려져 있다.

대서양을 끼고 아주 가깝게 살았던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대륙.

지금 현재의 캐나다 땅과 미국땅은 영국과 프랑스 제국이 침략사(이주사?)가 가득한 곳이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했지만,

바다로 배를 몰고 조금만 더 멀리 나갔더라면 누구든 만날수 있는 땅이 바로 아메리카 대륙이었다.

 

우리는 항구를 따라 계속 걷고...

 

Dark Blue의 아름다운 저녁 하늘도 만난다.

핼리팩스 항구를 밝히는 등대도 만난다.

 

커다란 배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

바로 그 옆으로 걸어다니는 사람들.

독일의 함부르크 항구가 생각난다.

정말 많은 곳을 다녔나 보다.

이제 이 곳에서 저 멀리 다른 세상이 떠오르고,

저 곳에서 또 다른 곳의 기억을 함께 떠올린다.

닮아서 떠올리고, 비슷한 느낌이어서 기억해내고...

 

야경도 멋져요~~~

 

항구를 따라 걷는 길 모퉁이 마다 다른 색깔의 돌고래가 한마리씩 서 있다.

 

항구의 쉼터...

조금전까지 가로등이 4개씩 켜져 있었는데...

이제 둘은 꺼져 버린다.

밤이 깊었으니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라는 소린가 보다. ..

 

늦은 저녁을 먹는다.

슈퍼엘 가서 이번엔 대구살을 사왔다.

이곳은  대구 황금어장이었다는데...

그래서 유럽 대륙에서 사람들은 대구 황금어장을 찾아 배를 타고 배를 타고 이곳으로 밀려들어왔다는데...

 

대구살도 사고, 치즈하고 올리브 듬뿍 들어있는 야채도 사고, 빵도 하나 사고

그리고 여기에서는 빠지지 않는 커피도 한 잔 타놓고...

"내일은 시타델도 가고, 타이타닉 묘지도 가보자"고 말하면서...

여기서 가까이에 페기스 코브도 있는데, 그건 차를 빌려야 하니 그냥 됐다면서,

캐나다 해안도 이만하면 볼만큼 봤다면서

별 아쉬움도 없다면서...

내일 핼리팩스 시내에서의 보낼 달콤한 상상까지 곁들여 맛있는 저녁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맞은 다음날 아침.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철철 내리고 있었다.

밖으로 나서기가 두려웠다.

조금 귀찮기도 했다.

한국에서 사온 초경량 우산은 이미 우산살이 부러지고, 나사가 빠져 실로 다시 묶고 난리를 쳐봐도 별 소용이 없어

이미 버리고 난 후다.

콩알만한 빨간 우산이 하나 있을 뿐인데,

이 비를 철철 맞고 어디를 돌아다닌다 말이야.

오전엔 까닭없이 창밖만 내다보며

호스텔에서 인터넷만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오후가 되니 비가 약간 그치는 것 같다.

 

우리가 뭐할라고 이 먼 곳, 핼리팩스까지 왔지?

제일 동쪽이라고...

세계 지도의 땅끝이라고...

한국 사람 아니라고 할까봐,

'최남단' ' 최북단'   '땅끝'  ' 제일 높은..'

끝까지 가봐야  뭔가 꼭 한 것 같다는 생각때문에 이 곳에 온 것 처럼

막상 이 끝까지 오고 보니 우리가 뭘 해야하는지 그 이유를 상실한 것 같다.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핼리팩스를 여기저기 돌아다닐 거라는 달콤한 상상을 했었는데

아침에 내리는 처량한 비때문에 우리 둘다 의욕을 상실해 버린 것 같다.

 

"그래도 비가 그쳤으니까, 시타델이라도 갈까?"

 

핼리팩스의 중심 언덕위에 자리를 잡은 시타델을 오른다.

안개가 자욱하다.

 

그래도 비가 안 오는게 얼마나 다행이야...

 

시타델 언덕 위로 오르니 핼리팩스 항구가 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그런데 안개가 얼마나 많이 끼었는지 빌딩의 제일 꼭대기가 보이지도 않는다.

 

시타델 입구의 병사.

이곳은 정말 스코틀랜드 풍이 맞다.

병사가 입은 초록색 체크무늬 퀼트치마하며 저 붉은 색깔까지...

노바 스코샤가 New Scottland 라며... 

 

우선 시타델 주변을 한 바퀴 돈다.

그저 아무 생각이 없는 여행자처럼.

 

저 아래가 시끄시끌하다.

군악대가 올라오고 있다.

안개에 젖어 저들의 북소리도 칙칙 감긴다.

 

우리도 저들을 따라 같이 행진해볼까?

백파이프 부대가 앞장을 서고 타악기의 북이 뒤를 따른다.

 

또 다른 일행도 군악대의 행진을 뒤따른다.

안개가 자욱한 시타델의 주위를 함께 행진한다.

북소리의 박자에 딱딱 맞춰가며 발걸음을 같이.

 

시타델 안으로 들어섰다.

이제 이들의 교대시간인가 보다.

비 피하느라고 호스텔에서 게긴게 오히려 시간을 딱 맞춘 격이 됐다.

ㅋㅋ

이래서 여행은 즐겁다. 

 

시타델에서 울려퍼지는 백파이프 합주.

안개비와 함께  전통적인 스코틀랜드 음악이 울려퍼진다.  

 

시타델.

자기네들의 군사기지다.

우리로 치자면 성벽이다.

퀘벡에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들에게 시타델은 시리아 알레포의 시타델이 더 강하게 남아있다.

단순히 군사기지로서의, 도시의 방어 역할만 하는 시타델이 아니라

그 시절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었던 도시로서의 성격이 더 강했던 시리아의 시타델.

종교적인 성격이 더 강했던 이집트 카이로의 시타델,

수천년의 세월이 남아있던 요르단 암만의 시타델이 더 기억에 남는다.

후~~~

너무 많은 곳을 다녔나 보다.

 

헬리 팩스의 시타델을 공중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단다.

8개의 포인트가 있는 별모양.

 

시타델 내부를 돌아보고 나오다 만난 여인.

여기 가이드를 하는 여자다.

이제 이 사람도 시간이 다 되어서 퇴근을 준비하는 가 보다.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검은 색과 흰 색 그리고 회색. 오로지 무채색만 있는 장면.

선명하게 우리들의 머리속에 각인된다.

핼리팩스의 시타델.

이 여자때문에 아주 강렬하게,아주 멋있게 각인된다.

 

시타델을 돌아 내려온다.

아직도 안개가 자욱하다.

 

도심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비가 온다.

...

타이타닉 묘지까지는 너무 멀다.

어떻게 할까?

우리가 무슨 타이타닉의 후예들도 아니고,

영화도 봤지,

배를 직접 건조했다는 아일랜드의 벨파스트까지 가서 그 조선소에도 들어가 봤지...

뭣 땜에 꼭 가야한다는 거야...

게다가 비까지 오잖아...

그럼, 그럼...

그러면 뭐하지???

그냥  들어갈까?

우리 핼리팩스에는 뭐하러 왔지?

동쪽 끝이라고???

...

...

우리 랍스터나 한번 더 먹을까?

그 비싼 걸?

그래도... 한국 가면 비싸서 절대로 못 사먹잖아.

여기는 그래도 한국보다는 좀 싸지 않을까?

그래도... 비싼데...

아이~~~ 이게 뭐고.

이 나이에 랍스터 한번도 마음놓고 못 사먹는다 말이야?

한 번 사먹었잖아.

아니 두번이면 또 어때?

우리가 살면서 무슨 보석을 사냐? 비싼 옷을 사입냐? 사치를 하냐?

그렇지?

그러면 먹을까?

??

그래도 괜찮을까?

먹을까?

여기서 사먹고 우리 다시는 랍스터 이야기 하지 말자.

아예 뿌리를 뽑아버리자.

ㅋㅋ

ㅋㅋ

 

랍스터를 한번 더 사먹기 위해

둘이서 갖은 변명과 이유를 갖다 붙여 가며 어느새 랍스터 가게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바다가 보이는 항구에 면한 집은 조금 비싸고 약간 안쪽으로 들어간 곳은 좀 싸단다.

괜찮아요 , 괜찮아...

우리 바다 안보여도 되요...

...

그렇게 우리는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를 떠나온지 이틀만에 다시 랍스터 식당에 앉게 되었다. 

ㅋㅎㅎ

비오는 아침, 안개 낀 핼리팩스에 약간 우울해 있었는데...

랍스터 다리를 드는 순간... 그건 말짱 다 거짓말이었다.  

 

 

이번엔 지난번 보다 더 큰 것 같다.

그런데 가격은 두 사람 다 합쳐서  59불밖에 안한다.

...

이 날도 우리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랍스터 파먹기에 열중했다.  

 

 

 달콤한 푸딩 후식도 함께...

 

세계 지도의 가장 동쪽 끝까지 왔다는 게 달콤한 것이었는지,

남의 랍스터에 관심 갖지 않고 자기 그릇의 랍스터만 해도 이제는 약간 질리기까지 하는

이 느끼함이 달콤한 것인지...

...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다시 한번 더?  랍스터 !!!

 

달콤, 달콤.. 핼리팩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