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20100624 우연히 만난 꽃병바위, 몽크톤

프리 김앤리 2010. 6. 29. 00:15

 

<아무것도 모르는 채 떠난 우리들의 여행 2탄. 몽크톤(Moncton)>

 

캐나다 땅이 참 넓기도 넓다.

동쪽으로 동쪽으로 얼마나 온 것 같은데 아직도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헬리팩스를 가기 위해서는 중간 기착지가 필요하다.

몽크톤.

그래! 잠시 들러서 하룻밤 자고 내일 아침 일찍 빨강머리 앤의 고향,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로 떠나자.

그냥 하루밤만 잠시 머물 생각이었다.

공식 유스호스텔도 없는 마을, 인터넷상의  호스텔 싸이트에 단 한군데의 숙소만 있었던 곳.

그곳에 무엇이 있으리... 그냥 뜨내기들이 잠시 머물렀다 가는 곳이라는 생각만.

우리나라 싸이트에서도 몽크톤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었다.

 

오늘 밤 우리가 머물기로 한 곳은 C'mon Inn 이라는 곳이었다.

호스텔도 아니고, Inn이라니... 뭐 우리나라로 치자면 여인숙 같은 곳이 아닐까?

...

문을 열고 들어서니 사람들이 꽉 찼다.

그것도 모조리 배낭여행자들.

아니 여기에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지?

중간에 잠시 머무르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단 말인가?

 

독일에서 왔다는 스텝 크리스틴은 몽톤 스시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가 그 가게가 몇달간 문을 닫아서

여기에서 Volunteer로 일을 하고 있단다.

여인숙에 웬  Volunteer?

주인은 스페인에서 왔다 그러고,

일본에서 고등학교 선생님을 한 적 있다는 가츠 히로는 선생님 때려치우고 밴쿠버에서 몇년간 일하고

돈을 좀 벌어서 캐나다를 횡단해서 자전거로  여기까지 왔단다.

자기가 생각해도 미쳤단다.

이외에도 독일에서 왔다는 친구, 몬트리올에서 일하고 있다는 베트남 친구, 미국 뉴욕에서 왔다는 중국 친구,

미국인 중년 부부....

아니, 배낭여행자가 우글거리는 곳이 아닌가?

 

내일 아침 일찍 떠날거라고 아무것도 묻지도 않는 우리들에게

오히려 크리스틴이 먼저 "여기 여자애 둘이서 내일 차 렌트해서 ???를 간다"고

우리더러 돈 나눠내고 가면 더 경제적일꺼라는 귀뜸까지 해준다.

"어디라고"

"Hopewell Rock!"

아무 기초지식도 없는 우리들에게 내일 만조 시각은 언제이고 간조 시각은 언제다,

차를 빌려서 가면 물이 들어찼을 때나, 다 빠졌을때나 두 번 다 가볼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옆에 있는 펀디만 국립공원에도 갈 수 있다...

수많은 정보들을 쏟아낸다.

'뭣이라?'

여기 그런 곳도 있었단 말이야?

그렇다면 이많은 사람들이 다 그 곳엘 가기위해 모여들었단 말이야?

 

Hopewell Rock  한번 쓱 돌아보는 3시간 반짜리 투어만 해도 일인당 60$,

거기 두번 돌아보고 펀디만 국립공원까지 가는 종일 투어는 일인당 180$ 라며,

차는 하루 빌리는데 70$ 정도밖에 안한다며 다른 여자들도 우리들이 함께 한다면 좋아할꺼라며...

갑자기 무슨 이런 횡재???

 

그런 와중에 주인 써지오가 와서 무슨 티켓을 하나 준다.

원래 호프웰 락엘 들어가려면 입장료가 1인당 8.5달러인데

이건 이틀 유효한 거란다.

오늘 갔다 온 미국인 부부가 내일은 필요없다며 우리더러 그냥 쓰란다.

우하하 공짜 티켓으로 다시 17달러 굳히고...

안그래도 여기있는 여자애들이랑 차 렌트해서 같이 가려고 한다니까

써지오는 니네들 정말 럭키하단다.

공짜표도 얻고 공짜 차도 얻어타고...

아니, 이사람아!!! 차 렌트비는 나누어 낼 거라니까요...

 

베트남 친구도 한 몫 거든다.

자기도 한 명분 입장권은 있으니까 이것까지 마저 쓰라고.

그렇담 4명이 가는데 3명 입장권이 생긴거다.

ㅋㅎㅎ

차를 렌트했다는 여자애 둘이를 아직 만나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우리 마음은 벌서 호프웰 락에 가 있었다.

그래.. 여기서 하루 더 자고 모레 아침에 떠나지 뭐... 그게 여행 아닌가???

리비에르 뒤 루에 이은 또 다시 우연히 만난 몽크톤. 그 곳에서 우리의 여행이 계속된다.

 

 

스텝 크리스틴과 주인 써지오, 그리고 미국인 웬디 부부, 또 기타치고 있는 미국 청년....

C'mon Inn의 테라스에는 밤 늦도록 신나는 노래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5인실의 도미토리에서 편안하게 잠을 청한 뒤...

 

 

< Hopewell Rock & Fundy National Park > 

스코틀랜드 출신 캐서린과 캐나다 마니토바에서 살고 있는 린, 그리고 우리 둘이

모두 4명이 한 그룹이 되어 다음날 Hopewell Rock으로 떠났다.

 

Hopewell Rock 공원은  몽크톤에서 40Km쯤 떨어진 곳에 있다.

대서양 바닷물이 펀디만 깊숙한 곳까지 들어오는 곳.

자기네들 말로는 조수 간만의 차가 세계에서 제일 커서 그 차가 12m나 되는 곳.

10m가 넘는 바닷물이 하루에도 두번씩 들어왔다가 나가면서 절경을 이루어 내는 곳이다.

바닷가 주변으로 층층히 쌓여있는 바위에 물이 가득 들어찼다가

다시 물이 빠져나가면 바닥으로 내려가 걸어가 볼 수 있는 곳.

또 주변으로는 멋진 에코 트레킹 코스도 마련되어 있다.

겨울에는 스키도 탈수 있는 곳.

 

아침에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거의 만조시각이었다.

여기에서 가장 멋있다는 Flower Pot Rocks에는 바위 위쪽의 나무들이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바닷물이 꽉 들어차 있었다.

오후에는 저기 물이 다 빠진단 말이지...

 

린과 캐서린, 그리고 나.

캐서린은 스코틀랜드 아비모어가 고향이란다.

지금은 밴쿠버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내년에 자기나라로 돌아가기 전에 여름 휴가를 받아 여행중이란다.

스코틀랜드 아비모어.

그냥 자기 고향이 스코틀랜드의 하이랜드 지방이라고 했다가

우리도 작년에 하이랜드 지방의 아비모어와 글렌코, 네스호 쪽으로 여행했었다니까

자기집이 바로 아비모어란다.

자기 동네를 여행한 사람을 처음 만났다며 굉장히 좋아한다.

 

안쪽으로도 바닷물이 꽉 다 들어찼다.

바위가 사암성분이라 계속 깍여내려가서 그런지

대서양 바닷물 같지 않은 황토빛 물은 마치 중국의 황하같다.

누런 황톳물...

 

바닷물이 빠지는 오후 시각, 다시 찾기로 하고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떠났다.

몽크톤 쯤에 와서 우리도 차를 렌트해서 돌아다녀볼까, 잠시 생각했었는데

포기했던 이유가 차를 몰고 다니면서 우리가 받아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낯선 교통 체계, 모르는 길, 어디다 주차를 해야하는 지도 고민해야 하고,

혹시 누가 차를 긁어(?) 버리지나 않을 지 고민도 해야 하고...

지난 번 유럽에서 처럼 타이어가 펑크나면 어쩔까 고민도 해야 하고...

차를 타고 잘 수 가 있나, 바깥 경치를 마음편하게 볼수가 있나...

기름값도 만만찮을 꺼고...

그런데 이렇게 현지인과 함께 다니는 길, 걱정이 하나도 없다.

자기들이 길도 다 찾고, 운전도 다 하고.

안그래도 이 곳에 아무 정보도 없는데 그저 자기네들이 여행하려고 하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다 주기만 하면 된다.

ㅇㅎㅎ

"do anything as you want!!!"

그래도 린이 어디로 갈까하고 물으면 너거들이 원하는대로... 라고...

 

점심을 준비하자며 길가의 조그만 식당 앞에 차를 세운다.

봐라!!! 죽이지!!!

어디서 점심을 먹어야 하나 고민도 안해도 되고...

 

밖으로 가지고 나갈 점심을 주문해 놓고 가게 안을 구경한다.

예쁜 소품들을 많이 판다

특히 중간에 사람 얼굴을 새겨넣은 도자기 그릇.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펀디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드 넓은 초원, 빽빽한 삼림.

피크닉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점심을 먹고 나서 펀디 국립공원 안의 트레킹 코스에 도전했다.

공원이라고 해서 그냥 걸어다닐 수 있는 크기가 아니다

대빵 크다. 트레킹 코스만 해도 수십개다.

공원 안으로 들어와서도 차로 한참을 돌아 적정한 트레킹 코스를 정해야 한다.

 

마음 넉넉한 린.

몸만 넉넉한 게 아니었다.

하루종일 웃었다.

우리도 이렇게 많이 웃을까?

어떤 이야기를 할 때도 린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참 편안한 친구였다.

 

어제 저녁 처음 만나

동행이 되어 함께 걸어가는 길...

 

트레킹 코스의 숲이 깊다.

나무 뿌리가 얽키섥키  오랜 세월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낙엽이 쌓이고 또 쌓여 땅바닥이 푹신푹신하다.  

 

짙은 숲으로도 들어가고...

 

물이 빠지기 시작하는 펀디만의 해안으로도 나간다.

해안의 바로 뒤로 펀디만 국립공원의 울창한 숲이 우거져 있다.

 

동행이 있으면 찍을 수 있는 두사람의 사진.

 

펀디만의 잔잔한 바다위에는 카약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안개가 자욱하다.

바다 안개가 없었으면 만에서 만으로 이어지는 저멀리 육지도 다 보였을텐데...

 

렌트한 우리차(?)

현대 차다.

ㅋㅎㅎ

대한민국 만세다. 

안그래도 캐서린은 자기차도 현대 싼타페라며

대한민국 차 만만세란다.

 

공원의 또 다른 트레킹 코스.

나무 데크로 들어가기 전 대서양이 보이는 입구의 간판에는 이렇게 써져 있었다.

"A View to the World"

"Fundy National Park is connected to the World."

 

대서양. 북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사이의 큰 바다다.

유럽에서 새로운 대륙을 찾아 떠나 정착한 땅, 아메리카.

그들에게 있어 아메리카 대륙은 세계로 나아가는 기지였을 것이다.

세계로 향했던 그들을 펀디만, 이 큰 국립공원에서 만난다.

 

펀디 국립공원 안에 있던 호수에서 또 잠시 쉬며...

이제 바닷물이 다 빠졌을 시각.

다시 Hopewell Rocks로 향한다.

 

아!!!!!!!!!!!!! 진짜 다 빠졌다.

걸어 갈 볼 수 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물이 다 들어차 있었던 곳.

그곳에 내가 서있다.

바위와 바위 사이의 터널도 만나고...

 

왜 여기를 Flower pot Rocks 이라고 하는 지 알겠다.

바위 하나하나 모두가 머리위에 나무를 심고 있었다.

 

사람들은 바닷물이 빠져나간 곳을 걸어들어가며

신기해 하며 사진을 찍고,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몇시간만 있으면  다시 바닷물이 가득 찰 이곳.

으스스해진다.

 

사람들은 그저 자연속의 한 점이 되고...

 

3억년에 걸쳐 빙하와 들고나는 바닷물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이곳.

수천만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들고 난 바닷물,

그들을 끌고 당기는 해와 달의 거대한 힘에 경이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