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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2 뉴욕 그 세 번째 이야기... 미래를 향한 뉴욕

프리 김앤리 2010. 7. 17. 13:37

 

< 끔찍했던 뉴욕, 돈 없으면 지옥? >

팔순이 넘으신 우리 어머님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시는 곳이 뉴욕이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했다.

뉴욕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우리들에겐?

사실 잘 모르겠다.

매력적인 것도 사실이고 대단한 것도 맞지만,

우리에게 뉴욕은, 완전 황홀 분위기는 아니었다.

 

 

뉴욕이라고 처음 도착한 곳이 차이나타운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보스톤에서 타고 온 버스가 중국 회사가 운영하는 ‘펑와버스(Fungwa Bus)’여서

맨하탄의 차이나타운에 우리를 내려줬다.

그날 따라 뉴욕은 몇십년 만에 찾아온 폭염이었다는데,

처음 발디딘 뉴욕에서는 중국음식  특유의 거슬리는 냄새가 났다.

“이게 뉴욕인가?”

“홍콩 같잖아? 냄새 나고 더럽고 복잡하고 정신없고...”

 

게다가 버스도 엉망이었다.

각자의 짐을 스스로 짐칸안으로 머리 디밀고 실어야 했고, 또 내려야 했다.

버스 터미널이라는 것도 없이 그냥 길바닥에 내려놓고.

두 세시간이 지나면 운전자를 교대해주던 캐나다의 버스 회사 시스템과는 달리

한 사람의 운전자가 잠시 10분 정도 쉬고

5시간 이상을 줄곧 달려야 하는 고된 노동.

그러니 친절함도 없고.

 

자가용을 가진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자가용 없이 대중교통을 타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

돈 없으면 고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처우를 한다는 느낌까지....

 

지하철도 마찬가지였다.

컴컴하고 기름 먼지가 덕지덕지, 매연에 오물에 퀘퀘한 냄새까지...

세계를 그렇게 많이 여행한 우리 같은 사람도

도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갈아타고 가야 할지 감도 안 잡히게 정신없이 만들어 놓고서도

지하철 노선도라고는 구석에 달랑 하나만 붙여놓고

드나드는 입구가 어딘지 표시도 제대로 없고...

타고 내리는 사람들은 그렇게도 많은데 인건비를 줄이느라 그랬는지

표 파는 기계들만 보이고 부스에는 승무원이나 안내원 하나 없고...

도대체가 ‘대중’이 이용하는 교통 시스템에 대한 체계라는 게 있기는 한 건지...

 

엄청난 상업 광고 간판이 있고,

대낮에도 번쩍거리는 사인보드 가운데  

사람들은 정신없이 쏟아져 나오고,

일회용 접시, 일회용 컵, 일회용 숟가락 젓가락...

쓰레기통 마다 일회용품 들이 넘쳐나고...

여기저기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사람들조차 일회용으로 한번 쓰고 버려지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밉게 보자니 한정이 없었다.

뱅고르에서 보스톤 올 때도, 또 보스톤에서 뉴욕 올 때도

버스에 좌석을 미리 지정해 주면 사람들이 그리 오랫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더만,

좁은 대합실 안에 사람들 앉는 의자 하나 만들어 놓지 않고

좌석번호도 주지 않아 무거운 가방을 든 채 오랫동안 줄 세워 놓고...

 

자유의 여신상 보러가려고 티켓 하나 끊는 일만 해도 보통이 아니다.

티켓을 사느라고 줄 서고,

티켓을 가지고 있어도

보안 검색 받고, 다시 배를 타느라고 한시간도 넘게 땡 볕에 줄을 서게 하고...

 

사람들이 이렇게 넘쳐나면 티켓을 파는 부스를 많이 만들어 놓고

오랫동안 안 기다리게 해야 할 거고,

일단 티켓을 끊어주면서 '너는 몇시 정도에 배를 탈 수 있으니 그 때까지 와라'

이 정도의 시스템도 못 만들어 준단 말인가?

이렇게 하늘을 찌를듯한 빌딩을 만들어내고,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돈을 벌 궁리만 했지,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어찌 이리 빵점인지...

 

그나마 땡볕에 기다리는 동안 중간 중간에 이런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이라도 있어

우리의 따분함을 덜어주기는 했지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한번 올라가는데 20불씩, 일인당 2만 5천원씩이나 받으면서

또 사람을 있는 대로 기다리게 하고...

엘리베이터 한번 슝~~ 하고 태워주는데 무슨 2만 5천원...

이것들이 땅을 파면  돈이 그냥 쑥~~ 나오는 줄 아나~~~  

 

서글펐다.

먹고 살기가 이렇게 힘든 건가 하는 생각.

아메리칸 인디언 박물관에서 만난 할아버지 인디언들이

자신들의 전통악기라고 들고 나와 이야기와 음악, 춤을 곁들이는데

이들의 문화에 관심이 가기보다는

오히려 서글펐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돈 없이 살아가는 게 어떤건가 싶어서...(우리나라도 물론 마찬가지이겠지만...)

 

맨하탄의 제일 남쪽 배터리 파크에 있는 동상.

자유를 찾아, 새로운 삶을 찾아 유럽을 떠나온 사람들이

드디어 미국 땅에 도착해서 하늘에 감사하고 환희에 차있는 모습들로 묘사되어 있었지만

과연 모든 사람들이 이 곳에서 자유를 얻고 새로운 삶을 살았단 말인가?

만인이 평등하고 행복했단 말인가?

서글펐다.

모두에게 적용된 행복이 아닌 것 같아...

 

누구에게는 자유의 여신상이 내뻗은 주먹에서 은혜를 받았겠지만

누구에게는 또 한번 어렵고 힘든 삶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이 화려하고 높은 빌딩 숲에서,

세계의 돈줄이 움직인다는 뉴욕에서

성공할 수 있는 삶은 얼마나 바쁠 것인가?

얼마나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것인가?

부지런히 열심히 움직이기만 하면... 무조건 해결이 되는 것인가?

  

빌딩의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뉴욕 사람들의 삶은 정말 아찔한 것이었다.

 

높고 큰 빌딩들이 받는 환한 햇살에 반해

그 속에 가려진 작은 빌딩으로 드리워진 그늘.

우리에겐 뉴욕의 명암으로 보였다.

 

숨이 턱턱 막히는 뉴욕의 폭염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겨우 도심 한가운데 공원의 작은 물줄기 속으로

맨발로 뛰어드는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여행자의 편협된, 일방적인 생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맨하탄을 상징하는 월가의 모퉁이를 돌면서 만난

콩알만한 햄버그 가게에 붙어 있는

“Good Morning New Yorkers!"라는 간판은

우리의 일방적인 생각- ‘바쁜 삶의 서글픔’을 극대화 시켰다.

커리어맨, 커리어우먼의 상징으로 말하던 ‘뉴욕커’,

'뉴욕커'라는 말에서 풍기는 세련미와 당당함과는 달리

비좁은 골목길의 조그마한 햄버그 가게에서 아침 떼우고

종종 걸음으로 바쁘게 증권거래소를 들어가는 모습으로 상상되면서 말이다.

 

“Good Morning New Yorkers!"

 

 

< 그래도 우리의 배낭여행은 계속 된다 >

뉴욕이 화려하게 보이든, 불쌍하게 보이든...

배낭여행자로서의 우리 여행은 이곳에서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선택한 여행이므로, 우리가 선택한 도시이므로...

  

 

냄새가 난다고

뉴욕이 아니라 마치 홍콩의 어느 거리 같다고

있는 대로 욕을 할 때는 언제고,

그래도 배낭 여행자에게 싸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곳은

'역시 차이나타운 아니겠냐’며  다음날 우리는 바로 차이나타운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는 이것 저것 골라잡아 5개 요리에 국까지 합해

단돈 4.5달러짜리 중국집 뷔페를 찾아내서 배부르게 점심을 먹는다.

우리는 늘 배고픈 여행자다.

 

 

저녁이면 지하철을 몇 번씩이나 갈아타고 버스까지 타고

강 건너까지 우리집이라고 찾아간다.

맨하탄 내에 있으면 어림없을 70불에 두 사람만 쓰는 더블룸을 구해

“뉴욕, 우리집 정말 좋제?”라며 히히덕 거린다.

슈퍼에서 물 한병 값도 아껴가며

주인 아주머니가 정수해서 냉장고에 넣어놓으신 차가운 물을 마시며

행복해 하는 배낭여행자다.

 

인포메이션 센터에 나눠주는 뉴욕에 대한 안내 책자를 헤집듯이 다 읽어서

어느 요일 몇시에 가면 어느 박물관은 공짜라는 시간도 다 찾아낸다.

79불짜리 뉴욕시티패스를 사는 것도 거부(?) 하고

그 패스에 포함되어 있는 구석구석 하나하나를

언제가면 공짜로 들어갈 수 있는지 말이다.

일인당 20불씩 하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입장료도

한쪽 구석에 써져 있던 Suggested Price라는 걸 발견하고

그렇담 20불씩, 40불을 다 안내도 된다는 말이니

우리는 돈 없는 여행자라고 당당히 말하고 그냥 5불로 해결해 버린다.

그리고는 자랑스럽게 입장마크를 티셔츠에 끼우는 여행자다.

 

아끼고  들어간 박물관 안에서도 밥 한번 못사먹고

남들은 박물관 안에 있는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도 사먹더라만

우리는 숙소에서 아침에 준비해 나온 샌드위치로

박물관 밖에 까지 도로 나와 점심을 해결하고

기뻐 웃는 여행을 한다.

“이래도 좋나? 겨우 토마토하고 오이 끼운 샌드위치를 땅바닥에 먹으면서도 좋나?”

“그만 돌아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둘이서 웃기만 한다.

 

발가락에 물집이 생기고,

그러다 지쳐서 지쳐서

그림을 보다가 박물관 의자에 앉아 나도 모르게 졸기도 한다.

 

79불짜리 패스에 현대미술관도 포함되어 있고,

구겐하임 미술관도 포함되어 있지만

우리는 목요일 저녁, 금요일 오후...

시간을 딱딱 맞춰 일주일에 단 한번 있는 공짜 시간을 택해서 들어가는

알뜰한 여행자다.

우리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많다.

시간 맞춰 뛰어갔는데 줄이 어디까지다.

 

그러면서 또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타임스퀘어 광장 앞 대형 전자 간판이

지나가는 사람을 다 보여주는 신기한 장면을 만나면

우리도 그 앞에 서서 손을 흔들어본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 화면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

저기~~ 저기~~ 중간 어디쯤에

나는 손을 흔들고 있고, 남편은 카메라로 찍고 있는 모습이 있다.

보이십니까???)

 

망원렌즈로 확 당겨서 찍은 모습이다.

의외의 상황에서 의외의 장면을 만나서 즐거워하는

철없는(?) 배낭여행자다.

 

한편의 화려함에 찬사를 보내고,

또 한편의 비인간적이고 정신없음에 끔찍해하면서도

뉴욕을 돌아보고 있는 우리는 배낭여행자다.

 

 

<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미래가 보인다 >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니

이것 저것 의외의 것이 보이기도 한다.

 

타임스퀘어에 있는 맥도널드 가게안의 화면에서

한국 댄서그룹이 나오는 장면을 포착하기도 하고...

‘소녀시대’가 맞나?

 

애완견 데리고 산책하면서

개 똥 주워 넣으라고 만들어놓은 비닐 주머니대도 발견하고.

개가 들어가서 운동을 할 수 있는 개 운동장도 발견하고...

 

낙태 반대를 주장하는 미국 공화당의 입장과 다르게

낙태 찬성을 주장하는 미국 민주당의 입장을

해학적으로 설명하는 듯한

‘오바마 콘돔’을 팔고 있는 길거리 장사를 만나기도 한다.

“저 사람은 민주당원일까?”

“그냥 장사꾼이겠지?”

“자기도 무슨 입장이 있을까?”

ㅋㅋ

 

록펠러 센터를 짓던 당시의 노동자들 사진 앞에서

그들의 고된 노동에 감사하며

담뱃불을 붙여 주기도 하고...

 

거리 예술가들의 진지한 눈빛을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늘씬한 몸매의 여성도 만나지만

근육질의 건강한 여성들, 그들의 체력 단련 장면을 만나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할렘가의 학교에 들어가 보기도 하고

 

그들의 벽에 써 있는 멋진 문구를 발견하기도 한다.

It doesn't matter what you look like!

So be yourself!!!

너의 모습-외모-이 어떻게 생겼는지 상관없어,

그냥 너는 너야,  너 자신이야!!

 

네 삶의 주인공은 바로 너희들 자신이야!!!

 

사실 여행을 하면서 한 곳에 오래 머물면 머물수록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된다.

머무르는 시간의 길이와 생각하는 시간의 양이 비례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주일간의 뉴욕은 우리로 하여금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지옥 같은 뉴욕의 지하철,

사람의 혼을 빼놓을 것 같이 정신없이 빨리 돌아가는 생활의 속도,

허겁지겁 그 속도에 쫓아가는 뉴욕 사람들.

높은 빌딩과 그 속의 그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이 우리에게 주는 매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단순히 유명한 것이 많다거나

예술과 문화로서 우리를 잡아끈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준비하고 있는 미래였다.

그들 안에서 보이는 미래였다.

 

맨하탄의 중간에 있는 브리안트(Bryant) 공원에 있던 Reading Room 이다.

빌딩 숲 도심의 한 중간탁 트인 개방 공간에

단순하게 휴식을 위한 공원만을 조성해 놓은 것이 아니라

그 곳에 책과 신문, 그리고 탁자 의자 등을 가져다 놓고

이 곳은 책을 읽는 곳이니 담배도 삼가 해 주시고 조용히 해 달라는 글을 써놓은 공간.

부러웠다.

 

센트럴파크 공원 안에 있는 공원보호 센터.

공원 전체를 가꾸고 보호하기 위한 근무자, 그리고 자원봉사자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곳에서는 당일 자원봉사자도 받고 있었다.

 

아~~ 이런 것도 있구나.

그날  공원에 나온 사람이 바로 참여할 수 있는 봉사시스템도 마련해 둘 수도 있는 거구나.

 

물어봤다.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거냐고.

개인도 좋고 단체도 좋고 누구든지 와서

자기가 원하는 시간만큼 센트럴파크를 지키고 보호하는 일에 동참할 수 있단다.

큰 비닐 봉투를 하나씩 주면 그걸 가지고 공원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버려져 있는 쓰레기도 줍고 병,캔 등을 모으는 일을 하면 된단다.

어린 학생들은 그냥 할 수는 없고 학교에서 신청해서 단체로 와야 된다고.

그러니까 이건 어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자원봉사라는 게 꼭 무슨 아이템을 정하고 시간도 정해서 단체로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개인적으로 와서 아무 시간에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구나...

어른들도 이렇게 참여도 하는구나...

 

작은 발견이었다.

 

우리가 뉴욕 전체에서 가장 인간적인 향기를 맡은 곳은 바로 이 곳이었다.

High Line.

여행자들은 잘 모르고, 현지인들이 찾는 곳.

도심 안에 의도적으로 만든 숲 길이다.

 

맨하탄 남서쪽의 Gansevoort street부터 34번가까지의 약 1.5마일 거리.

건물 3~4층 높이로 나무 데크 길이 쭉 나있다.

주변으로는 나무도 심어놓고,

중간중간에 사람들이 쉴수 있는 나무 의자도 만들어두고.

 

우리는 이곳을 해지는 저녁 무렵엘 갔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나와 허드슨 강변의 석양을 즐기고 있었다.

 

지상 3~4층 높이이니

도로 위를 지나가는 곳에서는 대형 유리를 만들어

아래로 차가 지나가는 것도 보이도록 하고

계단식 관람 의자도 만들어놓고

 

빌딩 바로 옆을 지나가기도 한다.

 

High Line이 우리를 놀라게 했던 것은 이 길의 끝에 있었다.

원래 여기는 맨하탄 서쪽을 지나다니던  기차길이었다.

맨하탄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용도 폐기된 철길.

우리 같으면 진작에 다 때려부수고 뭔가를 새로 짓거나 했을텐데...

이곳에 사람들을 위한 길을 만든 것이다.

숲을 만들고, 사람들을 위한 의자도 갖다놓고.

지금은 1.5마일밖에 완성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이 길은 맨하탄 북쪽까지 계속 이어지면서

숲도 조성하고 연못도 만들고, 생태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거다.

 

부수고 세우고, 파헤치고 세우고, 삽질하고 세우고...

건설만이 지상 최대의 과제인 것 처럼 하는 사람들은

뉴욕의 맨하탄이 어쩌면 모범일지도 모른다.

올리고 올리고...

시멘트 가는 소리, 철근이 올라가는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러나 정작 이 곳 뉴욕에서는 지금, 다른 것을 꿈꾸고 있었다.

 

현대미술관의 큰 방에 마련되어 있는

‘뉴욕의 미래’.

이름하여 'Oyster Tecture'다.

굴공학?

맨하탄의 남쪽 해변에 굴을 키워서,

굴이 가지고 있는 물의 정화능력도 이용하고

그 주변의 환경을 생태공간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거다.

하기야 우리도 말만하면 ‘생태’고 ‘친환경’이지만

우리를 놀라게 했던 건

이 프로젝트가 앞으로 50년도 더 걸리는 계획이라는 거였다.

('Oyster Tecture'에 관한 자료는 사실 좀 더 찾아봐야 한다.

이날 미술관 문이 닫히는 시간이 되어 자세하고 못보고 나와야 했다. )

 

우리는 몇 년안에 결과를 내려고, 아무렇게나 삽질하는데..

우리처럼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적어도 환경을 생각한다면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을 생각한다면

몇 년만에 자연이 그리 쉽게 파헤쳐 후다닥 정리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거였다.

세상에서 높은 빌딩이 가장 많은 뉴욕이라는 도시가 바라보는 먼 미래는

빌딩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땅이었다.

 

뉴욕에서의 마지막 날 저녁.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우리는 아직 해가 남아있는 시간에 집으로 돌아갔다.

내일 나설 짐도 정리하려고...

 

그 길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만났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철수를!!”

“평화를 위해 빵빵을 울려주세요”

-평화를 위한 weehawken 주민들의 모임-

 

일주일에 돌아가면서 한번씩 나오신단다.

일차대전 추모비 앞에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평화를 위해 벌써 몇 년째

이 피켓을 들고 계신단다.

나도 이들과 같이 나란히 섰다.

지나가는 차들도 동참한다며 빵빵 울리고 지나간다.

일흔살도 훨씬 더 넘어보이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베트남 전쟁부터 자신들은 전쟁 반대를 하셨단다.

한동안 이 시위를 안했는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이후로 다시 이런 행동에 나서셨다고...

지난해 우리가 여행하면서 만났던 눈빛 맑고 착한 이란 사람들 이야기도 해드렸다.

힘이 되는 그 날까지 자기들의 시위는 계속된다고 말하는 사이에도

차들이 빵빵거리며 우리 앞을 지나간다.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뉴욕의 미래를 보여준 현대미술관과 사람의 냄새를 맡게 해줬던 High Line.

할렘 거리의 학교,

미국의 자원봉사제도...

 

빌딩과 예술에 취해 흥분하는 한편

더러운 지하철과 돈없는 사람을 무시하는 자본의 논리에 끔찍해하는

단순한 '두 얼굴의 뉴욕'만이 아니게 해주셔서

그것만 알고 그냥 돌아가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