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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3 미국의 탄생지, 자유의 필라델피아

프리 김앤리 2010. 7. 21. 16:55

 

필라델피아는 온통 '자유'였다.

가는 곳마다 'Liberty'였고  보이는 것 마다 'Freedom' 이었다.

 

미국의 독립선언을 선포한 곳,

미국 헌법을 만든 곳,

미국 최초의 수도...

독립과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

미합중국의 탄생지 필라델피아에서'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등장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펜실베니아의 필라델피아>

필라델피아 도시의 동쪽 끝에 있는 델라웨어 강 (Delaware River).

필라델피아가 있는 주의 이름이 ' 펜실베니아'인 이유를 설명해 준다.

 

영국 왕실의 해군 제독의 아들인 윌리엄펜(william Penn)이 미국 땅에 처음 도착한 곳이 바로 이 강 기슭에 있다.

펜이 도착한 땅이라고 해서 펜스 랜딩(Penn's Landing) 이라고 부른다.

 

영국 왕 찰스 2세는 윌리엄 펜에게 뉴욕과 메릴랜드 사이의 넓은 땅을 하사하고

그 땅에 대한 소유권과 통치권 모두를 주었다.

왕의 주장에 따라 그 지역은 펜의 이름에 따라 '펜실베니아'라고 불리워졌던 것이다.

(윌리엄 펜의 아버지는 아일랜드에 엄청난 땅을 가진 지주였는데,

 찰스 2세가 윌리엄 펜의 아버지에게 빚진 땅을 아들 펜에게 갚으면서

 당시의 영국 식민지 였던 아메리카 대륙의 이 지방을 하사한 것이다.)

 

지금의 펜스 랜딩에는 시원한 강바람이 불고 있었다.

 

펜스 랜딩 바로 옆에는 조그만 공원이 하나 나온다.

아일랜드 공원(The Irish Memorial Park)

처음 미국 땅에 발을 딛은 아일랜드 사람들의 모습을 동상으로 만들어놓았다.

 

아일랜드의 역사에서는 1845년~ 1850년 사이의 감자 대기근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백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굶어죽고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아일랜드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배고픔과 굶주림, 영국의 학대에서 벗어나

자유와 희망이 있는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선 아일랜드 사람들.

미국 땅에 도착한 배에서 내리는 부모들의 표정은 희망과 걱정이 교차하지만

어린 아이들은 기쁜 얼굴이다.

 

짐을 내리고, 하늘에게 감사하고...

그러나 새로운 땅을 찾아나선 이들 모두에게 그저 주어지는 평안한 삶은 아니었을 것이다.

배를 타고 오는 도중에 이미 죽은 사람들도 있고,

도착하고 나서도 황무지 땅을 개척하는 가운데 자신의 생명을 다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무덤 주변의 이민자들의 표정은 어둡다.

 

배고픔에서 벗어나고자,

영국의 학대에서 벗어나고자 새로운 땅, 미국을 찾아 나선 아일랜드 사람들은

이곳에서도 그들의 주식인 감자를 심었다.

살기 위해서....

 

감자를 심으면서 "이 감자는 잘 자랄까요"라고 묻는 표정이 보인다.

  

<미국의 독립과  필라델피아> 

1775년 5월, 필라델피아의 독립기념관(Independence Hall) 회의실에서는

제 2차 대륙회의가 최초로 소집되었다.

이미 지난달부터 렉싱턴과 콩코드에서는 영국본국과 식민지 아메리카 사이에는 전쟁이 시작되어 있었다.

이후 각 대륙의 대표들은 회의를 거듭하면서 영국과의 완전한 분리를 향해 움직였다.

아메리카의 항구를 영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게 개방했고,

다른 나라와의 협상을 시작하면서 각 식민지에게 영국으로 부터 독립된 정부를 세우자고 건의하였다.

사실상 이미 독립 정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1776년 여름, 대륙회의는 공식적인 독립선언을 기초할 위원회를 임명하고

마침내 그 해 7월 2일  독립선언서를 채택한다. 

" 식민지 연합(United Colonies)은 자유롭고 독립된 나라가 되어야 하고,

  또한 그렇게 될 권리가 있으며, 영국 왕에 대한 모든 의무로부터 면제되며,

  그들과 영국과의 모든 정치적 관계는  완전히 해체될 것이며,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틀 후인 7월 4일, 대륙회의는 독립선언서(The Declaration of Independence)를 승인하였다.

 

바로 이 방에서... 조지 워싱턴도 있고, 토머스 제퍼슨도 있고, 벤자민 프랭클린도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 독립의 영웅들이 함께 모여...

 

독립기념 국립 역사공원(Independence National Historical Park) 안에 있는 인디펜던스 홀이다.

인디펜던스 홀은 그냥 개인적으로 방문할 수는 없다.

반드시 설명을 하는 가이드와 함께 동행해야 한다.

독립의 그 날이 상기되는 지 가이드도 흥분하고 사람들도 함께 감동한다. 

 

1774년 제 1차 대륙회의가 열렸던 카펜터스 홀(Carpenters' Hall).

 

알렉산더 헤밀턴에 의해 세워진 연방 최초의 은행.

역시 필라델피아 역사지구 안에 있다.

 

역사 지구 안에서는 곳곳에서 매일 스토리 텔링 시간이 있는가보다.

미국의 역사에 관해서...

자유의 종을 울리면서...

"옛날에..."

정말 국가관과 역사에 관한 미국의 교육은 엄청나다.

 

독립선언서, 헌법...

당시 그대로를 복사해서 팔고 있다.

필라델피아의 모든 Shop에서...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게 없을까?

3.1 독립선언문, 제헌의회 헌법...

당시의 필체 그대로, 당시의 서명이 그대로 남아있는...

있기는 하겠지?

단지 대중적으로 팔고 있지 않는 걸까?

 

필라델피아를 보려면 우선 제일 먼저

필라델피아 안내소(Philadelphia Visiter Center)를 찾아야 한다.

여지껏 우리가 다닌 세계 어느 곳의 관광안내소보다 더 크고 내용도 더 알차다.

극장도 있고, 역사에 관한 설명도 아주 많다.

중간 중간에 미국 전통 복장(?)을 입은 가이드들이 하루종일 여행자들을 맞아준다.  

 

여자 가이드도 있고...

여기서도 여전히 우리의 궁금증을 또 물어본다.

Liverty와 Freedom의 차이를...

둘 다 '자유'라는 뜻임에는 틀림없으나

Liverty는 인간에게 원래 부터 주어진 권리?

생존권적 권리?이고...

Freedom은 뭔가의 구속으로부터 해방되어 갖게되는 자유?

우리에게는 이렇게 저렇게 애매한데

이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확연히 구별되는 의미인 것 같다.

뭐라고 딱히 설명하기가 어려운 건지...

영어를 제대로 못 알아듣는 우리에게 설명을 하기가 어려운건지...

 

미국이 독립하는 과정, 그 이후 미국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관한 모든 내용은

비지터 센터에 거의 다 있다.

 

자유의 종(Liberty Bell) 을 찾아서

 

자유의 종은 1776년 필라델피아에서 미국 독립선언서를  발표하면서 울렸던 종이다.

미국 독립의 정신이 서려있는 종, 법과 정의의 상징으로 되어 있다.

지금은 균열이 가 더이상 울릴 수 없지만

미국민들을 가슴속에는 독립과 자유를 알리는 종으로 영원히 남아있다.

유리창 너머로는 인디펜던스 홀이 보인다.

 

벤자민 프랭클린 박물관안에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플랭클린의 집터에는 현재 플랭클린 박물관이 되어있다. 

 

정치가이자 저술가, 외교관, 과학자이기도 했던 벤자민 플랭클린의 일대기가 빼곡히 써있다.

정식 교육은 2년밖에 받지 못했다지만  

미국 최초의 신문을 발행하고, 미국 최초의 순회 도서관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하고

나중에는 펜실베니아 의원을 시작으로 독립전쟁 당시에는 펜실베니아 대표로 대륙회의에 참가한다.

정치가로서 그는 아메리카 식민지의 자치에 대해 영국의 관리들과 토론을 벌일 때 식민지의 대변인으로 활약했고,

독립선언서 작성에 참여했으며,

미국 독립전쟁 때 프랑스의 경제적·군사적원조를 얻어냈다.

또한 영국과 협상하는 자리에서 미국 대표로 참석하여 13개 식민지를 하나의 주권 국가로 승인하는 조약을 맺었으며,

2세기 동안 미국의 기본법이 된 미국 헌법의 뼈대를 만들었다.

특히 제퍼슨과 함께 기초한 ‘미국 독립 선언서’는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다.

 

미국의 독립과정을 살펴보면서

이 당시에 이들은 정말 뜻을 같이 하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선동을 잘하는 한사람이 아니라,

글을 잘쓰는 혼자만이 아니라,

전략을 잘짜는,

군을 지휘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 혼자만이 아니라

뜻을 같이 하는 능력있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정말 그들의 정열을 바쳤구나라는 생각.

그래서 이들에게 독립은 자랑스러운 것이고,

목숨을 잃는 전쟁으로 기어코 따낸 이들의 자유가 ,

이들이 말하는 정의가 자랑스러운 것이구나 라는 생각...

 

그래서 이들이 말하는 자유가, 그들이 주장하는 민주주의가 더 가슴 깊은 감동으로 오는지도 모른다.

"Liverty is the right, Freedom is the result." 라는 문장이

그대로 와서 내 머리에 박힌다.

 

물론 그 민주주의가, 자유가 바로 한명 한명에서 시작하는 것 또한 중요한 사실이고...

 

'한 사람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The power of one can make a difference.'

 

'학습없는 자유는 항상 위험에 빠질 수 있고,  자유없는 학습은 항상 헛된 것이다.'라는

케네디 대통령의 말.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말하고 있는 독립과 자유, 민주주의라는 게

힘을 얻을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우리도 항상 자유를 원하고 독립을 원하고 민주주의를 원하고 있는데...

우리의 민주주의는 왜 한갖 구호로만 느껴지는건지...

살아왔던 삶이 어떠하든,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든

누구나 구호처럼 외치고 있는 자유, 민주주의라는 것이 왜그리 허황되게 들리는 건지...

이러다 미국 사대주의 빠지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이 될 정도로

미국이 말하는 자유에, 민주주의에 빠져들고 있다.

아니, 지금의 미국은 어떠한 모습일지 모르나

적어도 독립전쟁을 할 당시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아직도 왕정을 하고 있던 그 당시의 미국에서

말하던 자유와 민주주의의 진정성에 관해서는 감동을 받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또  필라델피아는...>

번잡한 뉴욕을 떠나 만난 도시 필라델피아는 참 고풍스러운 도시였다.

하루 온종일, 도시 구석구석 '자유'와 '독립'과 '민주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도시.

그곳은 도시 전체가 민주주의 교육장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만 있지는 않았다.

 

Free Library of Philadelphia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Free Library 라고 해서

'아니 그럼 다른 도서관은 돈을 받고 여기만 공짜란 말야?'라고 생각했지만

필라델피아에서의 Free는 이들의 상징과 같은 것이었다.

택시도 Liberty 택시고, 플랭클린 우체국도 Free Post Office다.

 

심지어 조그만 슈퍼 이름도 Liberty market이다.

 

Free Library of Philadelphia는 책을 읽고, 자료를 찾고, 그 책을 대출하고... 다른 도서관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

Free라고 해서 딱히 거기에 대한 자료를 더 많이 모아놓은 것도 아닐 터.

 

나오는 길에 붙어있는 '자원봉사'에 관한 포스터가 또 눈에 띈다.

미국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는 ' 자원봉사'  프로그램.

참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학생들에게 도서정리 같은 단순한 일만 맡기는데

여기서는 같이 토론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하는 행사에 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길도 만들어준다.

 

필라델피아 Museum of Art.

 

엄청나게 많은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는데

너무 늦게 도착해서 입구 밖에 못봤다...

 

안에는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밖에 있는 강변의 멋있는 경치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로댕미술관도 그렇고...

겉만 후두둑 살펴본다.

 

그래도 별로 섭섭하지는 않다.

필라델피아의 핵심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아니라

미국인의 정신적 바탕이 되는 독립기념관들이므로...

우리는 이미 그곳에서 감동을 하고 있었으므로...

 

독립기념 역사공원(Independence National Historical Park)의 여러 곳을 돌아보면서

우리의 마음은 자유와 독립에 이미 다 빼앗겨 버리고 난 이후였다.

필라델피아의 거리를 끝도 없이 걸었지만

우리 대화의 주제는 미국 독립이었고, 그들이 말하는 자유였다.

 

호스텔의 안내책자에는 필라델피아에서 아주 사랑스러운 장소로

'Love Park'를 꼽아놓았었지만

우리에게는 그저 잠시 더위를 식히는 장소중의 하나였을 뿐.

그다지 매력적인 곳은 아니었다.

 

필라델피아의 시민들에게는 휴식공간이 되고 있었지만... 

 

시원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는 여행자들의 피곤함을 잠시 잊게는 해줬지만...

 

'자유' 하면 '정치적 자유'를 우선 떠올리고

어떤 때는  그것이 마치 모두인 것 처럼 생각하던 우리에게

'자유'라는 것이 포괄하고 있는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를 가르쳐 주는 필라델피아가 더 매력적이었다.

 

장애인 사무실의 이름도 'Liverty Resources'다.

모든 사람들을 위한 독립(Independence for Everyone) 이라며...

사무실 앞에 붙어 있는 여러장의 포스터 문구도 가슴속에 와 닿는다.

'We are all the same inside.'

우리는 다르지 않다. 내면은 다 똑같은 사람이다. 

 

'Everyone faces a challenge. What's yours?'

모든 사람은 도전에 직면한다. 당신에게는?

 

이외에도

See the Person, not the disability.(장애를 보지 말고 사람을 보라.)

Disabled is not wrong. It makes us strong.(장애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장애는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Don't change us, Change our obstacles.(우리를 바꿀려고 하지 마라, 우리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바꿔라)

....

한 문장 한 문장 우리를 자극했다.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 한 명, 한 명 유심히 보게 된다.

그들에게 자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는 어디에서 왔을까?

그리고 그들은 지금 과연 얼마나 자유로운가?

... 

 

필라델피아의 시청사가 바라보이는 큰 길에서...

아메리카 식민지 사람들이 그들의 자유를 위해, 독립을 위해

헤쳐온 그리 길지 않은 역사를 곰곰히 생각한다.

 

미국의 한 도시,

필라델피아는 '자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