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9박 10일, 피츠버그에서 2박 3일,
그리고 시카고로 온지도 벌써 이틀째 밤을 맞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의 이야기는 워싱턴을 시작도 못했습니다.
이유는 단 한가지...
우리를 환영해주신 많은 고마운 분들 덕분입니다.
워싱턴과 피츠버그에 도착하면서부터 떠나기 까지
편안한 잠자리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곳곳으로 우리를 실어날으며
구경을 시켜주신 분들, 그리고 그들과의 오랜 대화...
블로그에 새 글을 올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미안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여행이라는게 낯설고 새로운 문화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역시 따뜻한 사람들과의 만남만큼 더 좋은 것은 없나봅니다.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워싱턴에 도착하자 마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늑한 잠자리와 화려한 식탁이었습니다.
소복하게 담겨있는 김치, 오이소박이, 그리고 보쌈...
아침 저녁으로 얼마나 많이 먹어댔던지,
그동안 약간 집어넣어둔 아랫배가 다시 불룩해지고,
얼굴이 오동통해지는 불행(?)을 맛봐야 했습니다.
워싱턴 도심지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메릴랜드에 있는 후배 집은
배낭여행자가 누릴수 있는 최대의 사치를 제공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또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
딱 한명한테만 연락하자는 우리의 작전(?)은 완전히 엇나간 채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면서 우리는 점점 더 이야기에 빠지고
우리의 워싱턴은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또 다른 후배 집으로 배달(?) 되었습니다.
다른 한명 집에 가서도 아주 근사한 저녁을 먹었는데 사진이 없네요.
사람들 만나고 먹고 하느라 사진 찍을 정신도 없었나 봅니다.
이 집에서도 나흘이나 잤습니다.
음식 솜씨가 없다고 겸손하게 말하던 그의 아내는
매일 아침 저녁 정성이 가득 든 한국 음식으로 우리를 감동시켰습니다.
음식솜씨가 없으시다니요...
얼마나 맛있던지요...
김치찌게에 배추 된장국, 북어 부침...
아마 여행 내내 그리울 겁니다.
그 집에는 귀여운 개도 한마리 있더군요.
개라면 세계 어디를 가나 좋아하던 남편과는 달리
본능적으로 개를 무서워 하던 저도 귀여워 했던 녀석입니다.
"로미오!!! 너 알고 있니?
내가 말이야, 원래 개를 아주 무서워 하걸랑?
강아지를 직접 안아본 건 우리 언니 집에 있는 단비, 솔비 이후로 네가 처음이라는 걸?"
매일 점심 저녁 누군가를 만나고, 다시 저녁이면 이집, 저집에서
맥주를 곁들인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있던 우리에게
워싱턴은 정말 '사람만나는 곳'이었나 봅니다.
뉴욕에서 시간을 같이 보냈던 멋진 대학생 둘을 워싱턴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들어와 있던 얘들과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얼마나 바빴겠냐고요...
우리를 만난 날, 얘들은...
워싱턴을 떠나 밤차로 캐나다의 토론토로 떠나기로 되어있었습니다.
밤차로 떠날 얘들을 낮에 만났는데
무거운 배낭을 울러메고 나타났습니다.
"숙소에 맡겨 놓던지, 아니면 어디 락카에라도 보관하지..."
"그게요... 숙소에는 맡기기 힘들고... 락카는..."
911 이후 미국 동부 지방은 버스나 기차 터미널에 락카를 다 치워버렸답니다.
배낭을 가장한 뭔가 무서운 폭발물이라도 숨겨놓을까봐...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취한 조치니 이해는 됩니다만
우리같은 여행자에게는 불편하기 그지 없습니다.
워싱턴은 얼마나 덥던지요.
가만 있어도 푹푹 찌는 여름 한낮에
락카없는 미국 동부를 여행 하느라 애들은 땀을 한바가지는 흘렸을겁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후후후 ^_^****)
젊은 친구를 만난 우리는 얼마나 즐겁던지요.
얘들은 토론토로 들어가 나이아가라 폭포, 몬트리올, 퀘벡을 거쳐 다시 미국 보스톤으로 들어오기로 되어 있는데
아마 오늘 내일이면 다시 미국으로 들어왔지 싶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아직 워싱턴을 시작도 못했는데
부지런한 아이들은 캐나다를 거쳐 다시 이 곳으로 와있겠지요...
"얘들아!!! 잘 다니고 있지?"
결코 짧지 않은 워싱턴에서의 9박10일.
사람들 만나는 것도 바빴지만 여기저기 참 많이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엄청나게 크고, 어마무시하게 많았던 각종 박물관,
백악관을 비롯한 미국의 수도로서의 워싱턴의 여기 저기,
그리고 세난도 국립공원, 아나폴리스, 조지워싱턴의 생가가 있는 마운트 버넌...
밀린 일기는 내일부터 차곡차곡 쓰기로 하고...
워싱턴에서 참 즐거웠던 것 중 하나가 뮤지컬을 봤다는 겁니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못봤다는 이야기에 후배는
워싱턴에서라도 보러 가잡니다.
메리포핀스를 보러갔습니다.
뉴욕에서도 메리포핀스 극장 앞에는 줄이 얼마나 길던지요.
미루다 미루다 못보고 왔더니 워싱턴에서 우리를 맞이해주네요.
메리 포핀스 공연은 케네디 센터에서 하더군요.
케네디 센터의 입구입니다.
그리고 케네디 센터의 실내.
영국의 극장은 이렇게 화려하지 않았는데
케네디 센터는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뮤지컬을 보기도 전에 실내의 화려함과 거대함에 벌써 흥분이 됩니다.
공연을 시작하기 전입니다.
원래 실내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는데
자리에 앉아 한장 찍다가 경고까지 먹었습니다.
ㅋㅋ
공연 시작 이후에는 전혀 촬영을 할수가 없었지요.
진짜 재미있었습니다.
영어를 좀 더 잘 알아들었더라면
감동이 몇백배 더했을텐데...
같이 간 후배의 10살 전후의 아들들은 잘만 이해하던데...
그리고 미국에서 유학한 적이 있는 후배와 그의 아내도 적절한 시점에
다른 관객과 함께 웃음을 날리는데
남들이 왜 웃는지 모르기도 하고, 배우의 몸짓을 보고 겨우 이해하기도 하고
끝내주는 무대 장치와 노래와 춤을 보고(듣는것이 아니라) 감탄에 감탄을 했습니다.
까짓껏 조금(아니 아주 많이) 못 알아들으면 어떻습니까?
배우들의 춤과 노래에 온 몸이 들썩 거리고
즐거움을 한가득 받은 시간이었는데...
워싱턴.
그리울 겁니다.
숨쉬기도 힘들만큼 더운 날씨도 그리울 거고,
끝없이 넓게 펼쳐진 도심 한가운데의 너른 벌판도 그리울 겁니다 .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른 워싱턴 기념탑도 그리울 겁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욱 더 그리울 건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일겁니다.
그들의 따뜻함일겁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
해질 무렵 워싱턴 기념탑 앞에서 만난 아이들.
이디오피아에서 왔다고 그랬습니다.
지금은 덴버에서 살고 있다고 그랬습니다.
한낮에 흘린 땀을 식히고 있는 우리들 곁을 맴돌고 있는 것을 본 남편은
아이들에게 종이비행기 접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워싱턴 기념탑 안내도를 가지고 있는 두 녀석에게 가르쳐준다고 했는데
함께 온 친구들이 모두다 모여들었습니다.
"이렇게 접고, 또 한번 더 접고..."
"나도 하나 만들어줘요..."
가르친다고 했는데 결국은 그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종이 비행기를 다 만들어주었지요.
해는 뉘엿뉘엿지는데
아이들이 날리던 종이 비행기...
따뜻하고 고마운 한국 사람들과 함께
눈빛 맑은 이디오피아의 아이들이 함께
우리의 워싱턴으로 기억될 겁니다.
우리는 잘 있습니다.
잘 다니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만났던 모든 분들...
정말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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