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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2 정말 크고 넓고, 볼것 많고, 무더운, 워싱턴 이야기 2

프리 김앤리 2010. 7. 29. 16:19

< 정말 크다. 워싱턴>

 

워싱턴, 미국 정치의 중심인 곳이다.

세계 뉴스의 중심에 백악관이 있고, 세계 정세의 흐름도 이 도시에서 시작된다.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그들의 질서를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기가 바로 그 질서의 근원지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크다.

정말 넓다.

끝도 없다.

국회의사당에서 서쪽으로 워싱턴 기념탑까지의 2Km가 넘는 거리가 넓게 뻗어있다.

공간상의 거리를 가늠할 수 없이 2차원의 세상만을 표현하는 카메라의 한계가 바로 드러난다.

사진 상으로는 그냥 길게만 뻗어있는 것 같이 보이는 저 길 앞에 섰을때

내가 받은 놀라움이란...

 

반대방향인 워싱턴 기념탑 앞에서 국회의사당은 바라본 모습.

아득한 거리다.

 

 

워싱턴 기념탑에 서서 다시 서쪽으로 링컨 메모리얼(Memorial) 까지도

1.5Km는 넘는 길이 마냥 이어져 있다.

중간에 가로막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이것 저것 아무것도 거칠 것 없이 배치된 건물.

넓은 미국 땅 만큼 넓게 펼쳐진 여유 공간으로 워싱턴은 우리를 압도했다.

 

하늘이 그냥 열려 있었다.

눈을 들어 고개를 올리면 그곳은 다 하늘이었다.

 

미국 경제의 중심이라는 뉴욕과 다르게

정치의 중심이라는 시각에서 워싱턴을 바라보고자 했지만

내게는 넓게 펼쳐진 하늘만 보였다.

그리고 그 곳을 여유롭게 다니는 워싱턴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이 보였다.

 

그저 한가롭게 거닐고 있는 사람들이...

 

저 멀리 국회의사당도 보이고,

바로 옆으로는 미국이 자랑하는 스미소니언 박물관 비지터 센터도 보이고...

현실로 돌아와야 하는데...

나는 여전히 워싱턴의 하늘에 머물고 있다.

 

이제 그 곳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여행자의 본분.

낯선 문화를 만나러 가야 한다.

현실 속으로 들어 간다.

 

 

< 백악관과 링컨 메모리얼 >

하늘을 찌를 듯한 기념탑, 끝도 없이 이어지는 넓은 거리에 비해

워싱턴의 백악관은 참 소박했다.

뉴스에 자주 등장하던 백악관 앞 거리.

TV에서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작았다.

사람들은 그저 자기네 동네 앞길을 걷듯이 걸어가고 있고...

뉴욕의 증권거래소 앞에서처럼 삼엄한 경계도 보이지 않고...

정작 정치의 중심인 백악관 건물은 그냥 소박했다.

 

바로 길 건너에는  농성하는 사람도 보이는 친근한 모습의 백악관.

천막까지 친것으로 보아 아마 장기농성자인 듯하다.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일인 시위도 볼 수 있는 곳.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청와대 앞길도 개방하여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기는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청와대 바로 앞길에

천막을 치거나 일인 시위는 할 수 없는데...

올해 초 언젠가, 청와대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던 대학생들이

단 몇 분 만에 경호원들한테 질질 끌려가며

구호를 외치던 모습이

이 곳 워싱턴의 백악관 앞길에서 겹쳐져 떠오른다.

 

워싱턴은 그렇게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왔다. 

 

발걸음을 옮긴다.

까마득하게 먼 길을 걸어 링컨 메모리얼로 간다.

백악관의 소박한 모습과는 비교할 수 없이

거대한 기념관이다.

과연 저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어떤 것들이 있어 링컨을 기념하고 있는 것일까?

 

아!!! 아무 것도 없다.

오로지 근엄하게 앉아있는 링컨 동상 밖에는...

만질 수도 없고, 나란히 설 수도 없는 엄청난 크기의 링컨 동상

딱 하나가 큰 공간을 누르고 있다.

그의 위대함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그가 이루어 낸 것들이 일반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대단한 것이라고 나타내는 걸까?

‘미국의 영웅’이라는 큰 글귀만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 우리는 링컨을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을 떠나 그가 살았던,

그의 진짜 기념관이 있는 일리노이주의 스프링필드(Springfield)엘 가면

진짜 그의 모습을 만날 수 있겠지...

미국의 영웅으로 불리우는 진정한 링컨을 만날 수 있겠지...

 

뭔가 허전한 마음으로 계단을 내려온다.

 

아!!! 우리는 또 다른 미국의 영웅을 만난다.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루터 킹 목사’

1963년 8월, 흑인들의 평등과 자유를 위해 워싱턴에서

행진을 하던 그는 바로 이 자리에서 그 유명한 연설을 한다.

“I have a dream !!! "

수많은 지지자들이 바로 이 연단 아래 모여

피를 토하는 그의 연설을 듣고 열광하던...

   

아!!!  이 곳이었구나!!!

바로 여기였구나!!!

 

민주주의의 역사, 자유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워싱턴.

현실뿐만이 아니라 과거의 어느 기억도 꺼내오는 곳이다.

 

링컨 기념관 바로 아래 있는 한국전쟁 메모리얼(Memorial)

우리 기억의 또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전쟁, 그리고 미국의 참전...

여기서도 현실과 과거를 만난다.

 

링컨의 노예해방 선언,

마틴 루터킹의 흑인 민권운동,

그리고 한국 전쟁...

이 세 가지를 어떻게 뭉치고 다시 나누고 분류해야 하는지 헷갈리는 시점.

가슴을 쾅 때리는 문구를 만난다.

'The Freedom is not free.'

‘자유란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황이라고 해도, 어떤 역사의 장면이라고 해도

그저 얻게 되는 자유라는 건 없겠지...

우리나라는 너무 쉽게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붙였나???

 

 

< 그런데 너무 덥다 >

여름의 워싱턴.

장난이 아니다.

너무 덥다.

숨이 턱턱 막힌다.

습도도 엄청 높은 듯 하다.

드러내놓은 맨살이 그대로 익는 듯하다.

 

사람들은 맨 땅보다 물을 더 좋아한다.

도심 중간중간에 있는 분수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놀고 있다.

발을 담그기도 하고, 물 속으로 뛰어들기도 하고... 

 

 

정신도 몽롱해 지는 것 같은게...

어디선가 음악이 들리니 그냥 몸을 흔들거린다.

 

 

어디선가 나타난 다람쥐 녀석도 정신을 못차린다.

달궈질대로 달궈져 뜨거운 돌 위에 다람쥐조차 축 늘어졌다.

 

숲길로 들어서도 더위는 마찬가지.

사람도 축 늘어졌다.

 

낮 동안에는 축 쳐져있던 사람들이

활기를 띄기 시작하는 건 그래도 저녁 무렵이 되어서다.

조각공원에서 열리는 금요일 저녁 페스티벌에는

와인 한잔씩을 들고 나타난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땀으로 얼룩진 낮동안의 지치고 힘든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여기 저기 웃음소리, 밝은 표정들이다.

 

그래!! 해가 길어서 용서하마.

바람부는 저녁이 있어서 용서해 주마.

이 저녁을 흥겹게 만드는 음악이 있어

그 끔찍한 더위도 모두 모두 용서해주마~~~~~~

 

 

< 박물관의 도시, 워싱턴 >

 

워싱턴은 박물관의 도시다.

10개의 박물관, 미술관 등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종합 박물관 단지

스미소니언이 있는 곳이 바로 워싱턴이다.

스미소니언은 1846년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스미슨이

미국에 기증한 기금으로 설립된 것이다.

‘지식의 추구 및 확산’을 위한 기증이란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모두 18곳인데,

그 중에 10개가 워싱턴의 중심에 있고,

동물원과 다른 박물관 6곳은 워싱턴 외곽에, 그리고 나머지 2개는 뉴욕에 있다.

 

처음 워싱턴에 도착했을 때는 워싱턴에 있는 스미소니언 박물관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가 볼려고 마음 먹었었는데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던 워싱턴에서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겨우 찾아가 본 곳이

스미소니언 박물관 본부(Smithsonian Institution Building, the Castle),

국립 미국 역사 박물관(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y),

국립 자연사 박물관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

그리고 국립 아트갤러리 동관, 서관(National Gallery of Art East & West Buildings)다.

박물관 하나 하나가 얼마나 크고 전시물들이 많은지

하나 보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리는 정도였다.

아무리 ‘내가 배운 모든 것은 박물관에서였다'라고 말하고 싶어도

입력 용량에 한계가 있는 머리를 가지고

이 넓은 박물관을 돌아다니는 것은 힘들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그리고 여기다 그걸 다 말하기도 불가능한 일인 것을...

 

스미소니언 본부 건물에 있었던 올브라이트 국방장관의 Pin 모음관.

올브라이트는 외교를 하면서

그때마다 그녀의 의상에 독특한 핀을 달고 나타나는 것으로 유명했다.

넬슨 만델라를 만났을 때는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얼룩말 핀을 그녀의 어깨위에 달았고,

 

팔레스타인의 지도자 아라파트를 만났을 때는

중동의 화해를 의미하면서 벌 모양의 핀을 달고 외교에 나섰다.

 

아라파트와 만날 때 달고 나갔던 벌 모양의 핀.

전시관에는 그녀가 수많은 정상들을 만나면서 달고 나갔던

핀들을 전시하고 그 의미들을 설명해 놓았다.

김정일 국방장관을 만났을 때 달고 나갔던 미국 국기 모양의 핀,

이스라엘 수상을 만나러 갔을 때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핀을,

푸틴과의 외교석상에서는 무기모양의 핀을....

지구 환경회의에는 북극곰 모양의 핀을...

외교를 하면서 미국의 입장이 어떠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알리는

핀을 달고 나갔다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아라파트와 만났을 때는 왜 벌 모양의 핀을 달고 나갔을까?

서로 협동하면서 살아가는 벌의 생활방식에서

협력과 화해라는 분위기를 주고자 한 것이었을까?

 

 

미국 국립역사박물관.

미국의 과학, 문화, 사회, 기술 및 정치 전반에 관한 모든 내용이

총망라되어 있었다.

특히 정치에 관한 ‘미국 대통령들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띄었는데...

그건 워싱턴 이야기 3에서 대통령 기념관 이야기를 할 때 같이 하기로 하고...

 

미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많은 전쟁들.

독립전쟁, 남북전쟁, 1차 2차대전, 한국전쟁, 이라크전...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광목천 쪼가리에 만든 당시의 신분증이다.

아마 유엔군과 소련군을 구분하지 하기 위해 만든 신분증인 듯하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

아주 인상적인 한 장의 사진이었다.

 

미국은 그들이 이루어놓은 독립과 민주주의, 자유가

피 흘리며 싸웠던 그들의 훌륭한 조상이 있었다고,

그래서 그들 역사에서 전쟁은 아주 가치로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는데...

 

정부는 베트남과 전쟁을 하고 있는데....

전쟁을 반대하며 월맹군을 격려하기 위해

하노이를 방문한 영화배우 제인 폰다의 사진도

국립박물관에 전시해 놓았다는 사실이다.

 

유명 영화배우가 반전을 한 것이 신기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말하는 가치와 이념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한

사람의 행동을 탓하거나 숨기지 않고

국립박물관에 전시해 놓을 수 있는

그들의 자유, 여유가 부러웠다.

 

그리고 자연사 박물관.

초창기 인류의 기원부터, 세계 문화의 발전,

고대와 현대의 각종 동물들, 각종 광물들...

어찌나 많던지...

 

 

영화 ‘박물관은 살아있다’의 무대가 된 곳.

 

북적거리는 이 곳에서도 가장 사람들의 인기를 끄는 곳은

자신이 직접 원시인이 되어보는 코너였다.

 

각자가 컴퓨터에 자신의 사진을 찍어서

원시인의 얼굴 윤곽에 합성하는 거다.

완성된 사진은 각자의 이메일로 전송까지 해주고.

 

사람들은 오랫동안 줄을 서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크하하하~~~

우리도? 당연히 했다.

사진 속의 원시인?

우리 남편이다.

눈, 코, 입 모두 확실히 남편 꺼다.

남편이 하이델베르그인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어찌 이리 잘 어울리는지...

 

 

이틀씩이나 투자한 국립미술관(아트 갤러리)

동관, 서관으로 나누어진 전시관 안에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의

많은 그림과 조각이 전시되어 있었다.

국립미술관 역시 기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데

은행가이며 수집가이자 공직자였던 앤드류 W. 멜론이

미국 국민들을 위해 자신의 소장 예술품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다른 많은 개인 수집가들이 자신들이 소장하고 있던

작품들을 기증했다고 한다.

과연 ‘기증 문화’ ‘ 기부 문화’가 발달한 미국이었다.

 

언젠가부터 그림과 조각품에 대한 대단한 흥미와 애정을 가지게 된

남편은 관람에 지쳐 한쪽 구석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나를 제쳐두고

이틀 내내 미술관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돌아다니더니

사진을 엄청 찍었다.

찍어둔 사진은 이것보다 몇 십배(몇 백배?)는 더 될꺼다.

선별하느라 한참을 고심하더니만

그래도 이렇게나 많이 골라놨다.

 

블로그를 보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동을 간직하고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서란다.

 

세잔느의' 붉은 조끼의 소년'

 

프라고나르드의 '숨바꼭질'

 

프라고나르드의 '말타기 놀이'

 

피카소의 'Le Gourmet'

 

고야의 ‘사바사 가르시아양’

남편은 며칠동안 이 여인의 눈빛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이 여인의 눈빛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고 했다.

ㅋㅋ 

 

빈센트 반고흐의 '자화상'

이 그림을 여기서 만날줄이야.

 

빈센트 반고흐의  ' 흰옷 입은 여인'

 

조각품도 굉장히 많았다.

국립미술관에서의 우리의 발견은 드가의 조각품들이었다.

우리는 드가가 그림만 그리는 화가로만 생각했다.

그것도 발레하는 소녀들의 그림.

그런데 조각가 드가도 아주 감동적이었다.

 

에드가 드가의 ‘한손으로 머리를 괸 소녀’

 

로댕의 '키스'

 

르느와르의 '오달리스크'

 

마티스의 '터번과 노란 자켓의 Lorette'

 

모네의 ‘양산을 든 여인’

참 부드러운 그림이다.

 

모딜리아니의 ‘아이을 안은 짚시여인’

 

무릴로의 ‘창문가의 두 여인’

 

빙험의 '배 위에서의 즐거움'

배위에서 노는 미국사람들의 즐거움이 어두운 전시실 안에서도 느껴진다.

 

호머의 '저녁 나팔'

미국 서부의 개척시대가 지나고 ... 밥먹자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주 오래전에 한 순간의 그렸는데...

바람과 함께 즐거운 소리까지 화가는 그렸다.

 

터너의 '로테르담 페리보트'

 

렘브란트의 '자화상'

렘브란트의 자화상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자화상이

바로 이곳에 있었다.

사람들도 아주 관심있게 보고 있었다.

 

그림의 장면과 똑같은 포즈를 취해보는 사람들도 찍고

 

덩달아 나도 그림 앞에서 한번 포즈를 취하고

 

나도 몰래 찍히기도 하고...

 

또 찍히고...

현대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보고 있는 모습을 또 보고...

 

그림을 그리고...

그려놓은 그림을 보고...

그림을 찍고, 그림을 보는 것을 찍고...

 

더 이상 머릿 속에 비어있는 틈이 없을 정도로

새로운 것이 꽉꽉 들어차고 있었다.

우리의 워싱턴은..